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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학개론-23화 (23/182)

제 23 화 너, 내 까망이가 돼라!

제 23 화 너, 내 까망이가 돼라!

암만 봐도 말의 형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난 조금 더 녀석을 지켜봤다.

푸르릉.

울음 소리도 말이다. 그런데 녀석의 행동이 특이하다. 나에게 다가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도망을 가는 것도 아니다. 그냥 숲의 경계에서 나와서는 어쩌지를 못하고 있다.

난 말이라는 동물에 대해서 대충 알고 있던 것들을 떠올렸다. 인간에 친화적이지만, 그것은 길들인 말들의 이야기고, 야생마는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경계심이 많은 동물이라는 것. 초식동물들의 특징이 다들 그렇겠지만, 말도 그렇다고 들었다.

“일단 쟤한테 조금 더 다가봐야겠는데.”

말이 좋아하는 것이 뭔가? 일단 당근이랑 각설탕이 떠오른다. 설탕이 말에게 에너지를 잘 줘서 그런지 말들이 좋아한다고 들었다. 문제는 각설탕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 대신에 당근은 가지고 있다. 그것도 그냥 당근도 아니고, 체력을 올려주는 당근이다.

난 조심스럽게 다가가며 말을 살폈다.

“멋진데?”

녀석은 멋드러진 검은 말이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뿔이 있네?”

뿔이 있다. 말인데 뿔이 있으면 보통 유니콘 아닌가? 그런데 유니콘은 하얀색 말인데. 얘는 검은색이다. 뭐, 애초에 유니콘은 지구 사람들의 상상속에 있는 존재이니 여기 애들과 상관은 없을 것이다.

“난 너 해치지 않아.”

조금씩 다가가며 난 진심을 담아 그렇게 말했다. 실제로 쟤를 해치고 싶은 생각은 1도 없으니까. 타고다니고 싶긴 해도 절대로 해치고 싶지 않다.

“이거 먹으면 좋은 거야. 먹어볼래?”

놀랄까봐 난 살살 녀석의 앞에 당근을 던져주었다. 그러냐 녀석이 움찔한다. 내가 보기에 저 녀석은 숲에서 쫓겨나온 녀석이다. 포식자에게 쫓겨서 얼떨결에 나오긴 했는데, 이 외부의 환경에 놀라고, 그렇다고 돌아가지도 못하는 그런 상황인 것 같았다.

매우 긴장되는 상황이고, 매우 겁먹은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냥 느껴진다.

“이것도 동물친화 때문에 알게 되는 건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았다. 그리고 내 스킬이 먹히는 것인지 검은 말은 조금씩 당근의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난 그런 모습을 보고 잠깐 기다렸다. 그러자 녀석이 당근을 먹기 시작한다.

히이이잉!

당근 하나를 다 먹고는 기분 좋은 듯이 울고, 그 옆에 있는 당근도 먹는다. 그렇게 떨어진 당근을 다 먹은 후에 내 손에 들린 당근을 쳐다본다.

“더 먹을래?”

난 두 개를 던져주었다. 그러자 그것도 맛있게 먹는다. 그리고 다시 나를 본다. 그래서 이번에는 당근을 흔들어 보였다. 먹고 싶으면 오라는 뜻으로.

녀석이 갈등한다. 그러다가 조금씩 다가오기 시작한다. 다가오는 녀석을 보고 난 팔을 뻗어 당근을 내밀었다. 그러자 녀석이 당근을 조심스럽게 입에 문다. 그리고 내 눈치를 보며 씹기 시작한다. 내 손에 잡혀 있는 것을 말이 씹어먹는 느낌은 묘했다. 고양이에게 간식을 줄때랑은 또 달랐다. 그렇다고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묘한 느낌이라는 것이 맞는 말일 거다.

“더 먹을래?”

푸르릉.

난 당근을 더 내밀었다. 그러자 다시 당근을 먹기 시작한다. 그래서 난 조심스럽게 녀석의 콧잔등에 손을 가져가 보았다. 다행히 가만히 있는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콧잔등을 쓰다듬었는데 가만히 당근만 먹는다.

“까망이 어때?”

푸릉?

“네 이름이야. 마음에 들어?”

너무 훅 들어갔나? 이건 마치 카페에서 처음 본 여성에게 다가가서 ‘오늘부터 1일이다.’라고 하는 얘기 같다. 내가 생각해도 좀 너무했나 싶을 때.

-대상을 길들이시겠습니까?

이게 먹힌다. 먹힐 줄은 나도 몰랐는데 놀랍다. 그래서 드라마에서 그런 게 나오나보다. 물론 그건 남자가 겁나 잘 생겼을 때나 가능하겠지만. 이경우에는 내 동물친화 4레벨이 큰 역할을 하나 보다.

히이잉.

까망이는 이름이 마음에 드는 것인지 한 번 울고는 내 손등을 핥는다.

-대상 ‘까망이’를 임시로 길들입니다.

시스템이 인정한다. 까망이를 길들였다고. 물론 아직은 임시라는 꼬리표가 붙기는 하지만.

“어디보자. 넌 어떤 애니?”

-관찰 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이름: 섬뿔흑마(20레벨) 암컷.

임시 주인: 최시우.

섬에서 살고 있는 뿔흑마다. 매우 순한 성격이며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뿔에 맞으면 아프다.

먹어서 주는 뭔가는 없나보다. 오히려 그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괜히 엄청난 것을 주면 잡아먹고 싶어질······.

푸르릉?

눈치가 빠른 놈이다, 내 심경의 변화를 잘 캐치한다. 역시 인류와 오랫시간 함께 지내 온 말의 유전자가······. 아, 여긴 다른가? 아직 여기에서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해서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도 사람이 있다면 아마 말을 길들여서 타고다니지 않았을까?

“뿔이 멋진데?”

뿔의 크기는 소설속 유니콘처럼 무슨 1미터가 넘고 그런 것은 아니다. 한 30센티미터 정도 되어 보인다. 위협적으로 보이기보다는 귀여워보인다. 소설에 나오는 유니콘처럼 뿔로 상대를 죽이는 그런 용도로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싸우는 것을 본 적이 없으니 모르겠다.

“까망아, 여기 맛있는 거 많다. 일단 먹고 보자. 하하하.”

일을 시키건 타고다니건 일단은 잘 먹여야 한다. 난 악덕 고용주가 아니니까. 잘 먹이고 그 담에 뭐든 시킬 생각이다.

“안장을 사와야 되나?”

말등에 그냥 타기에는 여러 가지로 불편할 것 같았기에 일단 안장을 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내가 직접 만들어야 되는데 그러려면 무두질도 배워야하고, 가죽세공도 배워야한다.

그거 하나 만들겠다고 그런 것을 배우는 것은······ 무척 좋은 일이긴 하지만 생각을 해봐야겠다. 애초에 구조도 모르니까. 나가서 공부를 해야될 필요가 있다.

“일단 뭐든 내가 만들어 쓴다는 생각으로 하자. 그러려면 가죽이 있어야지? 어디 오크 가죽이라도 벗겨야 되나? 그때 가죽이 어때보였지?”

오크 가죽으로 만든 갑옷이라던가 여러 가지 물품들이 판타지 소설에 잘 나오ᅟᅩᆫ다. 하지만 여기 오크의 가죽도 쓸모가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벗겨보질 않았으니까.

“백야, 가서 오크 하나 물어와.”

크뢍!

백야는 재빨리 숲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잠시 후에 오크를 하나 물어왔다. 그런 오크를 난 각궁으로 간단하게 처리했다. 오크정도는 어렵지 않게 이제 해치울 수 있다.

“어디 벗겨볼까?”

냐앙?

“호야, 왜 그런 눈으로 보니?”

호야가 뭔가 오해를 한 것 같다. 내가 벗긴다는 것은 가죽을 말한 건데······.

“너,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웠어?”

냥!

호야는 귀찮다는 듯이 드러눕는다. 가만히 호야를 보고 있으면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 종일 누워서 뒹굴거리는 것이 호야의 일이다. 아닐때는 잔다. 고양이는 하루에 21시간을 자고, 3시간을 움직인다는데 부럽지 않을 수가 없다.

“안장 만들거거든.”

냥.

맘대로 하란다. 난 호야를 한 번 째려본 후에 오크 가죽을 벗기기 시작했다. 일단 가죽을 벗긴다는 행위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살과 가죽을 분리시키면서 칼질을 해야 하는데 신경 쓸 것들이 많다. 그리고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든 일이다.

그래도 혼자서 자급자족을 해야 하는 상황이니 어떻게든 했다. 그렇게 한 마리의 가죽을 다 벗기고 나니 알림이 뜬다.

-무두질(액티브) 1레벨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예상대로 무두질 스킬이 생겼다. 이제는 가죽세공을 할 차례다. 아직은 안장을 만들 정도는 되지 못하기에 간단한 가방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간단한 가방이라고 해도 전혀 간단하지가 않았다. 내가 만든 것은 그냥 바구니였다. 세 시간 정도를 투자해서 바구니를 하나 완성시키니 스킬이 생선되었다.

-가죽세공(액타브) 1레벨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자, 그럼 다시.”

이제 스킬이 생겼으니 다시 바구니에 도전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확실히 달라진 것이 느껴진다. 바구니를 만드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열 개의 바구니를 만들었다. 그러자 스킬레벨이 2로 올랐다.

“내가 이맛에 노가다를 한다.”

진짜 게이트 안에서 게이트 주인에게 보정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내 게이트가 특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재미있다.

내가 뭔가를 하고 그것이 나에게 보상을 준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세상일이라는 것이 대부분 그렇지 않겠는가? 사람들이 불만을 가질 때는 자신의 노력이 보상받지 못할 때다. 그건 정말 화가 나는 일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안에서는 그런 부분이 없다.

“이제 스킬 레벨이 올랐으니까 또 만들어볼까?”

다시 가죽세공 스킬을 올리려고 백야에게 오크를 세마리 잡아오게 하고, 녀석들을 죽이면서 레벨도 하나 올랐다. 그리고 세 마리의 가죽을 벗기니 무두질 스킬이 2로 올랐다.

능력치는 힘에 4포인트, 지능에 1포인트를 올렸다. 나도 머리가 좀 좋아질까 싶어서. 생각해보니 겨우 이제 23밖에 안 되니 막 천재라고 하기는 힘들 것 같기도 하다. 손재주도 올라서 이제 15가 되었다. 이런 보상이라는 것은 매우 중독성이 있는 것이다.

중독성이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래야 계속해서 집중할 수 있으니까.

난 기어코 가죽세공을 3레벨까지 올렸다. 그러자 더 많은 것들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즉흥적으로 생각나는대로 지갑을 하나 만들어보았다. 그런대로 쓸만하고 튼튼해보이는 지갑이 완성되었다.

“이거 목공예랑은 다른 매력이 있네.”

확실히 다른 매력이 있는 일이었다. 가죽이 다 떨어진 후에 다시 오크를 잡아오게 할까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는데 그만하기로 했다.

“일단 쉬자. 책이나 읽자.”

내가 백야에게 눈빛을 보내자 백야는 그대로 침대로 변신을 해주었다. 폭신폭신한 백야를 침대삼아 누워서 책을 펴니 천국이 따로없다.

호야가 옆에와서 내기 슬쩍 기댄다. 그리고는 잠을 청한다.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은 솔직히 틀리다고 본다. 강아지들은 집을 지켜야한다고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는가. 그런데 고양이에게 집을 지키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있어도 매우 드물 것이고.

그러니 고양이는 그냥 노는 것이 일이고, 그 노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즐거워한다.

“그니까 너희 팔자가 더 좋은 거지.”

냐앙.

자는데 말 걸지 말란다. 그래서 난 책에 집중했다.

“제목이 왜 이래?”

사냥학개론이라는 책이다. 예전에 나온 장편 소설인데 나름 인기가 있었다나? 중고로 한 질이 다 나왔기에 사온 책이다. 이제부터 이 책에 집중하기로 한다.

***

현실 시간으로 오후 5시에 밖으로 나왔다. 말안장을 만들기 위해서 이것저것 챙겨볼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너튜브에서 말안장에 대한 것들을 검색해서 살펴보고 철물점에 가서 필요한 것들을 구해왔다. 주말에는 게이트에서 하루종일 있을 수 있어서 매우 좋다. 그렇게 준비를 마친 난 다시 게이트를 넘어갔다.

히이잉!

까망이가 달려온다. 그리고는 내 몸에 머리를 부비적거린다. 처음부터 매우 귀엽고 사랑스러운 녀석이다. 난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물을 마셨다. 그러다가 시연이의 스킬이 생각났다.

“마법이 있긴 하다는 건데······.”

마법을 어떻게 하면 배울 수 있을까? 갑자기 그게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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