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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학개론-24화 (24/182)

제 24 화 안 할게!

제 24 화 안 할게!

나에게는 MP포인트가 있다. 이것은 아마도 마나포인트일 것이다. 게임에서 흔히 나오는 그것 말이다. 이것으로 난 강력한 화살을 날릴 수도 있고, 제작을 할 때에 마나를 사용해서 더 나은 제작품을 만들 수도 있다.

즉, 난 이미 마나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나 자신이 잘은 모른다는 것이다. 의식적으로 마나를 얼만큼 써야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행위를 하는데, 실제 마나가 작동하는 방법을 설명해보라고 하면 하기 힘들다.

그건 마치 누가 ‘앞으로 걸어가세요.’라고 하면 내가 어떤 근육과 뼈를 어떻게 움직이고, 중심을 어떻게 이동해서 앞으로 걸어간다고 설명하기 힘든 것과 같다.

그냥 걷는다. 내가 첫 걸음마를 했을 때가 언제인지는 솔직히 기억할 수 없다. 그것을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물어보자. 처음 걸었을 때가 기억이 나는가? 아마 99%의 사람들은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내가 인식이라는 것을 하고, 기억을 하기 시작했던 때에 난 이미 걷고 있었으니까.

이렇게 얘기한다고 해서 몸이 불편한 사람을 무시한다고 생각하지는 말자. 단지 내 경우를 대입해서 생각해봤을 뿐이다.

“그래, 난 이미 마나를 사용하고 있어. 그런데 그게 마법은 아니지.”

포인트는 이것이다. 걷는 것은 몸이 불편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럼 달리는 것은? 아마 그것도 몸이 불편하지 않다면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력 질주라면 어떨까?

의외로 전력 질주를 하는 방법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훈련하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살면서 사람이 전력질주를 할 경우가 얼마나 되겠는가? 체력장을 할 때? 그것도 그냥 힘껏 달린다는 것이지, 진정한 의미의 전력 질주는 아닐 것이다.

자신의 키에 따라서 보폭을 얼마나 잡아야 하고, 출발할 때 어떤 식으로 해야 하고, 또 달리는 도중에 호흡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런 것들은 훈련받은 이들만 해낼 수 있다.

마나를 사용하는 것이 걷는 것이라면 마법은 전력 질주와 같다고 생각했다.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 문제지.”

운 좋은 시연이는 스킬로 물조종을 배우고 곧장 물을 조종할 수 있었다. 그것은 스킬이라는 형태를 통해서 바로 시연이에게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해보자.”

난 그냥 맨땅에 해딩하는 기분으로 마법을 익혀보기로 했다. 어차피 이 게이트 안에서 내 행동은 보상을 받는다. 그러니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마법은 역시 불이지.”

난 모닥불을 피우고, 그 불을 가지고 마법을 익혀보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안고서 불을 손으로 만졌다.

퍽!

아니, 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내 시도는 불발로 끝났다. 호야가 나에게 냥냥펀치를 날렸기 때문이다. 호야가 미친놈을 보듯이 나를 쳐다본다. 하긴 호야가 보기엔 미친 짓이 맞을 것이다. 사실 맨정신인 사람이 보면 누가 봐도 미친 짓이다. 불을 맨손으로 만지려고 하다니. 마법을 배우겠다는 생각에 잠깐 내가 정신이 나갔었나보다.

“그래, 불은 좀 위험한 것 같아. 물로 가자.”

방향을 틀었다. 파괴력은 불이지만, 물도 소설들을 보면 많이 나오는 마법의 장르가 아니던가? 특히 물을 조종하는 시연이도 본 나다. 불보다는 물이 쉬울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행히 여기는 섬이란 말이지. 그래서 바다가 참 많아.”

난 곧장 바다로 달려가서 그대로 물에 뛰어들었다.

하아악!

그리고 호야가 날아온다. 우리 호야는 날기도 하나? 어떻게 저런······ 어? 나를 지나쳐간다. 그리고 지나쳐간 자리에는.

퍼버버벅! 퍼버버벅!

낚시를 할 때는 본 적이 없었던 바다괴물이 있었다. 거대한 게의 형상을 한 녀석이다. 게라고 하니까 귀여울 거라고 착각하지 말자. 킹크랩의 키가 2미터쯤 된다고 생각해보자. 그럼 어떻게 되겠는가? 저 집게발에 잡히면 인생 끝난다는 얘기다.

호야는 그런 녀석을 잘도 잡는다. 그리고 백야가 내게 활을 물어다 주었다. 호야를 도우라는 거다. 자기의 왕이니까. 그래서 난 마나를 집중해서 시위를 당겼다가 곧장 녀석의 눈알을 향해 화살을 쐈다.

쾅!

내 화살이 녀석의 눈을 뚫고 들어가서 뇌를 적중시킨 것 같다. 호야와 싸우고 있던 녀석이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 호야는 매서운 눈초리를 하고 내게 다가온다. 난 호야의 반려인! 이런 거에 절대로······ 쫄았다.

“미안.”

냥냥! 냥냥냥냥! 냥냥냥!

잔소리가 길다. 하지만 표정관리를 해야 한다. 호야가 은근 폭력 고양이로 전직을 해서 나도 때릴 수 있다. 조금 전에도 한 대 맞지 않았던가.

내가 체력이 올라가서 그렇지 정말 아프다. 맞은 후에 후유증은 없었지만 아프다. 아프다는 것이 포인트다. 그 후로 거의 10분간 호야의 잔소리가 이어졌다. 이걸 보면 내가 얘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얘가 나를 키우는 것 같다. 난 그저 보살핌을 받는 대가로 맛있는 사료와 짜먹는 간식을 조공하는 거다.

‘아, 이래서 조공이라고 하는 건가?’

보통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을 집사라고 하고, 고야이에게 간식을 주는 것을 조공한다고들 이야기한다. 모름지기 조공이란 ‘나를 잘 봐주시고, 잘 보살펴 주세요.’라는 의미로 바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근데, 호야.”

냥?

“저거 맛있을까?”

호야한테 혼나면서 난 게괴물을 살펴보았었다. 그랬더니 알림이 떴다.

-관찰 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이름: 섬 거대게(31레벨, 죽음)

섬의 주변에서 살고 있는 거대한 게다. 살이 연하고, 매우 맛있다. 내장에 찍으면으면 천국을 맛볼 수 있다. 최초 섭취시 지능과 정신이 5 오른다. 그 후에 꾸준히 섭취하면 일정양을 먹을 때마다 지능이 1씩 오른다.

츄르릅.

매우 맛있다는 부분에서 난 이미 침을 흘리고 있었다.

냐웅.

호야가 한숨을 내쉰다. 뭔가 얘 우리 엄마 같다. 지도 수컷이면서.

“알았어. 앞으로 그런 짓 안 할게.”

냥!

“어, 잘못했어.”

호야는 그제야 해먹으로 돌아가서 자리를 잡는다. 그런 호야의 눈치를 슬금슬금 보면서 섬 거대게의 사체로 다가갔다. 그런 내 뒤에서 까망이가 호야의 눈치를 보며 따라온다.

주인이 눈치를 보니 얘도 눈치를 보나보다. 백야는 호야의 옆에서 아양을 떨고 있다. 호야의 머리통만한 혀를 내밀어 열심히 호야를 그루밍해준다.

“까망아, 오빠가 호야한테 져서 그런 게 아냐. 호야가 오빠의 반려동물이라 그런 거야.”

푸힝!

“어? 방금 비웃은 것 같았는데?”

히이이잉.

“아니라고? 아닌 게 아닌 것 같은데?”

내 말에 까망이가 내게 머리를 부비적거린다. 묘하게 뿔에 찔리지 않게 잘도 부비적거린다. 이게 동물들이 친근감을 표시하는 거기도 하고 자기 호르몬, 쉽게 생각해서 냄새를 묻히는 행위다. 그래서 자기랑 같은 편이라는 그런 표시?

밖에 나갔다오면 고양이가 다가와서 쓰윽 다리에 머리를 문지르고 가는 것도 마찬가지의 행위. ‘어디서 이상한 냄새를 묻히고 왔으니까 내 냄새로 지워주겠다!’라는 행동이라고 너튜브에서 수의사쌤이 하는 말씀을 들었다.

그러니까 까망이의 이 행동도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근데 너, 고기도 먹니?”

말은 초식동물이다. 보통은 풀을 뜯어먹는다. 물론, 말도 취향이 있으니 풀이라도 다 먹진 않을 거다. 그런데 까망이는 그냥 말이라고 하긴 그렇고, 그렇다고 당근을 좋아하는 것을 보면 또 초식동물인가 싶기도 하고 그렇다.

히이잉.

까망이는 행동을 보여주었다. 입맛을 다신다. 저건 백퍼 먹고 싶다는 의미다.

“그래, 우리 배가 터지게 먹어보자꾸나!”

또 언제 잡을지도 모르는데 그래보자.

난 섬거대게를 보고 어찌 잡아먹을까를 생각했다. 일단 삶아먹는 것은 탈락. 얘가 들어갈 그릇이 있을 리가. 그렇다면 회로 먹는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그렇다. 결국 남는 것은 하나다.

“굽자.”

뭐든 구워먹으면 맛있는 거다. 그건 튀겨먹는 거 얘기하는 거 아니냐고? 아니다. 구워먹는 것도 못지 않게 맛있다.

“훗, 그동안 내가 익혀온 목공예의 정수를 보여줄 차례로군.”

난 거대개를 호쟁기, 아니 이제는 마쟁기라고 해야되나? 까망이한테 매단 쟁기에 연결해서 베이스 캠프가 있는 곳으로 옮겨왔다. 그리고 목공예로 정성스럽게 이놈을 올려놓을 지지대를 만들었다. 다리가 있는 쪽마다 기둥을 세운 후에 녀석을 거기에 올려둔다. 그리고 아래에서 열나게 불을 지피는 거다. 그럼 내부가 익을 수밖에 없다.

그 후에 다리는 따로 익히자. 딱 봐도 얘는 가슴살이 실할 것 같다. 내장도 거기 있을 거고. 그렇게 준비를 마치고 불을 지피자 애들이 옹기종기 내 옆으로 온다. 호야는 내 무릎에 올라와서 자리를 잡고, 백야는 슬쩍 머리를 내게 기댄다. 까망이는 호야가 무서운지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한가하게······ 내 작물들을 작살내고 있다.

“어? 저거 능력치 올라가는 것들인데. 그런 것만 골라서 뽑아왔네.”

놀라운 녀석이다. 하지만 뭐 굳이 그것을 나무라지 않았다. 정도를 아는 녀석인지 전부 뽑아온 것도 아니고, 자기 먹을만큼만 뽑아왔기에. 그리고 현재 까망이 능력치는 좀 더 올라도 될 것 같다. 숲에서 쫓겨나온 것만 봐도 더 강해질 필요가 있다.

그래서 먹으라고 두고 난 불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호야의 눈빛이 달라진다.

“손 안 넣어. 내가 바보니?”

좀 바보가 맞는 것도 같긴 한데. 정말 손을 넣을 생각은 없다. 그냥 장작이 타들어가는 것을 보고 있으면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이른바 ‘불멍’이라고 불리는 그것.

섬 거대게가 익어가는 냄새도 매우 향기롭다. 아니 은혜롭다. 벌써 군침이 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은근한 불에 오래 익혀서 맛있게 먹을 것이다. 나를 잡아먹으려고 했던 놈을 내가 잡아먹는 거다. 물론 그 과정에서 호야의 도움이 지대했지만. 막타를 내가 때렸다는 것이 중요하다. 덕분에 레벨도 1개 올랐다. 혹시나 해서 이번에는 지능에 몰빵했다.

현재 내 지능은 28이나 된다. 보통 사람의 거의 3배에 달한다. 이정도면 좀 똑똑해지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하며 다시 불멍을 한다.

그렇게 한참 불멍을 하고 있을 때다. 불이 움직인다. 불은 원래 움직이는 것 아니냐고? 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내 얘기는 그게 아니다. 정말 불이 움직인다. 뭔가 목적성을 가지고 움직이는 거다.

“문제는 저게 뭐냐인데. 소설 같은 것을 생각하면 불의 정령이라고 해야겠지만, 느낌적으로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

불의 정령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감은 그게 아니라고 말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불이 내 눈이 가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뭔가 지금 이 순간을 놓치면 굉장히 후회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난 마나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불의 움직임과 마나의 움직임을 동조시키듯이.

그리고 십여분을 그렇게 불과 눈싸움을 벌였을 때 알람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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