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5 화 이건 마법일까? 아닐까?
제 25 화 이건 마법일까? 아닐까?
-불 조종(액티브) 1레벨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시연이는 물이더니 난 불이 생성되었다. 그런데 이게 참 뜬금없다. 난 장작을 태우고 불멍을 하고 있었을 뿐인데, 왜 불 조종 스킬이 생긴 것일까?
“설마?”
내가 장작을 태우면서 한 행동 중에 답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행동을 했을까? 섬 거대게를 잘 익히려고 불을 이리저리 조절했다. 그리고 깊게 관찰을 했다. 어쩌면 이 둘 중에 답이 있을 것 같다. 물론 당장 확인할 길은 없겠지만.
“중요한 것은 시연이처럼 나도 마법이 생겼다는 얘기지. 큭큭큭.”
마법이다. 마법이 생긴 것이다. 난 마나를 집중해서 불을 움직여 보았다. 불을 넓게 펴서 섬거대게를 잘 익게 하고, 한 곳은 조금 더 불을 강하게 하기도 해보았다.
호야는 그런 나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뜬다.
“훗, 이제야 이 아빠의 위대함을 알겠냐?”
그렇게 난 호야에게 자랑을 하다가 갑자기 정신을 잃었다.
***
할짝할짝.
뭔가 내 얼굴을 핥고 있다. 느낌이 호야는 아니다. 일단 혀가 컸으니까. 덕분에 난 정신이 들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까망이가 나를 핥고 있었다.
“먹는 거 아냐.”
히이이잉!
사람은 안 먹는단다. 아마 그런 의미일 것 같다. 그런데 사람 말고 다르느 건 먹는 건가? 역시 육식 말인가? 아니 당근도 잘 먹었던 것을 보면 잡식 말인가?
냥!
호야가 쓸데 없는 생각을 하는 내 정신을 깨워줬다.
“뭐야!”
그제야 내가 기절을 했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불 조종을 쓰다가 마나고갈이 일어난 것이리라.
“뭐야, 이렇게 마나소모가 크다고? 시연이 기절하는 거 아냐?”
나가면 시연이에게 연락을 해줘야겠다. 아무래도 물가지고 장난치다가 기절을 하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출근하기 전에 연락을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다 익었나?”
난 섬거대게의 껍질을 살짝 열어보았다. 그러자 그 안에는 탐스러운 살코기와 소스처럼 걸죽해진 내장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내장은 굽는 과정에서 녹은 것이 아닐까 싶다.
“얘들아 먹자.”
이걸 먹으면 지능과 정신력이 올라간다. 지금 내게 꼭 필요한 것들이라 난 이것부터 먹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 전에 애들부터 먹여야 한다. 그게 보호자의 마음이니까.
“호야, 백야.”
호야와 백야는 얌전히 앉아서 자신들에게 고기를 나눠주는 것을 기다린다. 호야가 먼저, 그 다음이 백야다. 백야는 순서에 전혀 불만이 없어 보인다. 어차피 호야가 쟤한테는 왕이니까. 그리고 까망이.
“너도 먹지?”
까망이가 침을 흘린다. 안 주면 날 먹을 것 같다는 생각에 서둘러 까망이에게도 고기를 내장에 찍어 주었다. 그러자 미친 듯이 먹기 시작한다. 가만 보니 저 녀석 말인데 송곳니도 있다. 아무래도 육식 말인가보다.
애들의 밥을 다 챙긴 후에야 나도 드디어 섬거대게의 고기를 입에 넣을 수 있었다.
“미쳤는데?”
단언코 게이트에 들어와서 먹은 많은 맛있는 것들 중에 최고다. 일단 능력치 상승량도 얘는 지능과 정신력을 5씩 올려주니 최고기도 했고, 맛도 최고다 평생 이렇게 맛있는 고기를 내가 먹어본 적이 있나 싶다.
맛 자체는 킹크랩과 대게를 섞어 놓은 듯한 맛에 랍스타를 혼합해놓은 것 같은 그런 맛에 쫄깃함이 완전 정신을 놓게 만든다. 맛을 혼합해놨다는 것도 복잡한 맛이라는 것이 아니라 장점만 액기스로 뽑아 놓은 것 같은 맛이라는 의미다.
냥냥! 냥야앙!
호야가 자기한테 준 것을 다 먹고 다시 달라고 한다. 입이 그렇게 길지 않은 호야인데 호야도 맛에 정신이 나가버렸다. 거대한 고기가 순식간에 나와 애들의 입으로 사라졌다.
그렇게 식사가 끝나자 호야가 내 바지를 입으로 물고 당긴다.
“왜?”
냐앙!
“더 잡으러 가자고?”
냥!
호야가 눈이 뒤집혔다.
“너, 이거 안 먹어봤어?”
냐앙.
호야가 자신의 앞발을 내게 보여준다. 그러니까 이 행동이 말하는 것은 자기 발로 저걸 어떻게 벗겨 먹냐는 그런 의미인 것 같다. 역시 인간이 동물보다 나은 점은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 난 스스로 호야보다 나은 점이 있다는 것에 묘한 위안을 얻는다.
“그런데 지금 배 안 불러? 저 큰 걸 냉장고에 넣을 수도 없고, 우리 배 꺼지면 그때 다시 잡자. 오케이?”
냐앙.
호야가 잠시 고민을 하더니 대답한다. 그리고 곧장 해먹으로 올라가서는 두어번 그루밍을 하다가 그대로 뻗어버린다. 역시 고양이 팔자가 상팔자다. 백야도 자기의 해먹에서 잠이 들고, 까망이는 자리에 앉아서 잔다.
“말은 서서 자는 거 아닌가?”
어디서 말이 주저앉으면 그게 크게 아픈 거라고 얼핏 들었던 것 같은데 아닌가? 아니면 까망이가 그냥 말이 아니라서 그런가? 정답이 뭔지는 모르겠다. 사실 크게 궁금하지도 않다. 내가 밖에 나가서 지구의 말을 키울 것도 아니니까.
“까망아, 오빠가 등 사이즈 좀 봐도 되겠지?”
히이잉.
괜찮다고 하는 거겠지 싶어서 등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안장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구상했다. 그리고 나도 잠깐 쉬었다가 안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섬거대게의 껍질이 눈에 들어왔다.
“어? 저거 뭘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뭔가 매우 단단하다. 그리고 휘어있는 상태다. 저걸 이용하면 말안장을 만드는데 뭔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난 저걸 조금 더 휘어지게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살펴보다가 불 조종 스킬이 떠올랐다.
“훗, 내가 마법사란 말이지. 가자! 불 조종!”
물론 입밖으로 스킬명을 말할 필요는 없지만, 이런 것이 스킬 쓸 때의 맛이 아니겠는가? 내 몸에 있는 마나가 손끝으로 이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불 조종! 불 조종!”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뭐야? 왜 불이 안 만들어지는데?”
난 관찰 스킬로 불 조종 스킬을 확인해보았다. 설명은 하나다. 불을 조종할 수 있다.
“설마······. 불을 만들어내지는 못하는 건가?”
생각해보니 불을 조종한다고 했지, 불을 만들어낸다는 설명은 없다. 즉, 이 스킬은 이미 있는 불을 조종할 수 있는 거지, 불을 내가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건 마법이라고 할 수 있나? 아닌가?”
뭔가 마법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하다. 마법이라면 손에서 불을 만들어서 그것을 날려버리고 그러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건 있는 불을 조종할 수만 있는 거라면 정말 반쪽도 아니고, 반의 반쪽이라고 해야 하려나? 내가 상상했던 마법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
“에잉.”
일단 난 장작에 다시 불을 붙였다. 그리고 작게 불이 붙었을 때부터 실험해보았다. 마나를 어느 정도 사용하면 어느 정도까지 조절이 되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을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지를 살폈다.
실험을 해본 결과 불을 어느 정도 키우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불에 타는 무엇인가가 없으면 마나 소모가 커진다. 예를 들어서 장작이 옆에 있어서 그것을 태우는 식으로 불을 키울 수 있다. 하지만 탈 것이 없는 상태로 불 자체를 키우면 내 마나가 확 소모된다. 아마 아까 그래서 정신을 잃었던 것 같다.
“애매한 것은 애매한 것이고, 이걸 일단 변형시켜보자.”
난 장작을 잔뜩 가지고 와서 그 위에서 게딱지를 휘어지게 만들기 시작했다. 이제 손재주가 어느 정도 올라서 그런지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왔다. 그래서 그대로 휘어지게 만들어보니 다행히 어렵지 않게 휘어졌다.
그 후에 불에서 멀이 떨어트린 다음에 원래대로 돌아가는지를 살펴보기로 했다. 그러는 사이에 난 가죽으로 안장의 안쪽을 만들었다. 까망이의 등이 아프지 않도록 충격과 마찰을 줄이는 것이 포인트다. 한 시간 정도 그렇게 가죽을 다듬고 만들면서 시간을 보냈고, 게딱지를 확인했다.
“앗싸!”
다행히 게딱지는 내가 변형시킨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했다. 난 그것을 까망이의 등에 올려보고, 세밀하게 조절하기 시자했다. 그렇게 거의 열 시간을 게딱지를 조정하는 일에 쓰고, 다섯 시간 정도를 더 가죽세공을 한 끝에 안장의 형태를 가진 것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어디 보자.”
내가 출근을 해야 할 시간을 대충 확인했다. 아직 여기 시간으로 이틀 정도는 여유가 있었다.
“일단 자자, 백야!”
크뢍.
백야는 재빨리 내게 와서 침대모드로 변신했다. 물론 진짜 변신이라는 것은 아니다. 부드러운 뱃살을 내가 눕기 편하도록 대주었다는 얘기다. 우리 백야는 변신동물이 아니다. 오해 말자. 난 백야의 배를 침대삼이 그대로 꿈나라로 여행을 떠났다.
***
“잘 잤다.”
상쾌하다. 역시 게이트 안에서 자는 것은 매우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나 적당한 온도의 백야 배는 정말 장난 아니다. 집에 있는 침대를 버리고, 백야를 데리고 나가고 싶은 심정이다. 뭐, 그랬다가는 난리가 나겠지만.
“까망아.”
히이잉.
“오빠가 이제부터 너를 좀 타볼 생각인데, 괜찮겠어?”
히이잉.
임시로라도 길들여진 상태라 그런 것인지 까망이는 내 뜻을 쉽게 받아들인다.
“그럼 이걸 올려줄게. 이걸 올리고 그 위에 오빠가 탈 거야. 괜찮지?”
푸르릉.
괜찮다고 하는 것 같다. 난 옆으로 가서 조심스럽게 안장을 까망이의 등에 올렸다. 그리고 끈으로 안장을 고정시켰다. 그 후에 조심스럽게 까망이의 등에 올라탔다.
“와, 생각보다 무섭네.”
겨우 말 위로 올라간 정도로 뭐가 무섭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타보라. 의외로 무섭다. 다행히 내가 가지고 있는 침착함 스킬이 작동을 하는 것인지 무섭긴 했어도 크게 동요가 되지는 않았다.
“까망아, 천천히 걸어가볼까?”
히이이잉.
까망이가 날 태운 상태로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재밌다.”
그냥 올라탔을 때는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까망이가 걷기 시작하니 무섭다는 생각은 사라지고,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승마를 하는구나.”
말이 인간의 이동수단으로 사용된 것은 언제부터인지도 모를 정도로 오래 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게 된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까망이가 덩치가 좋아서 다행이네.”
난 키가 187이나 된다. 엄청 큰 것까지는 아니지만, 크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그리고 몸무게는 대략 90킬로그램 정도가 된다. 나름 잔근육이 있고, 골격 자체가 좀 큰 편이다. 그래서 아마 말이 상당하 부담을 가질 것인데, 까망이는 지구의 말보다 훨씬 크고, 튼튼해서 별 부담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난 기분 좋게 까망이의 갈기를 만져주었다.
프르릉.
까망이도 기분이 좋은지 투레질을 한다.
“까망아, 조금만 빠르게 걸어가 볼까?”
내 말을 알아듣고 까망이는 조금씩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바닷가에서의 승마는 내게는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바닥이 모래라 충격도 적었고, 혹시 말에서 떨어진다고 해도 크게 다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까망이는 그렇게 조금씩 빠르게 속보로 걷다가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난 그런 까망이의 등에서 까망이의 움직임에 같이 리듬을 맞췄다. 그러자 알림이 떴다.
-승마(액티브) 1레벨 스킬을 얻으셨습니다.
드디어 승마 스킬이 생겼다. 그리고 지금껏 내 키로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