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26화 (26/182)

제 26 화 실험.

제 26 화 실험.

“저건 뭐지?”

보는 위치가 달라졌다고 그간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 이건 좀 이상한 일이긴 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랬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은 내가 그냥 서 있을 때는 보지 못했던 것이다.

“나무?”

그것은 나무였다. 엄청 큰 나무였다. 그런데 왜 그냥 있을 때는 보이지 않았을까? 저 정도의 크기라면 당연히 보여야 정상인데.

“까망아, 잠깐만 내려볼게.”

까망이가 내 말을 알아듣고 멈춰섰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그랬더니 다시 나무가 보이지 않는다.

“와씨! 뭐지?”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내리면 안 보이고, 타면 보인다. 몇 번이나 해봤는데 마찬가지였다. 엄청 신기한 일이었다.

“숲이 시야를 막나?”

숲의 정중앙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나무. 하지만 숲이 시야를 막았다고 하기엔 나무의 크기가 설명이 안 된다.

“결계의 제약 같은 것이 걸려있나?”

난 베이스캠프로 돌아가면서 고민해봤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냐앙!

호야가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니냐고 나를 타박한다. 저러면서 내가 위험하면 재빨리 나타날 것이다. 아마, 그럴 것이라 기대한다.

“호야, 저 숲에서 거대한 나무 가봤어?”

하아악!

내 말에 호야가 하악질을 한다. 저건 경고인가?

“위험하다고?”

냥!

“음······. 뭐 일단 내가 숲에 들어갈 일이 있을까 싶으니까. 거기 가볼 일은 없을 거야. 걱정마.”

냥냥!

“알았다고. 안 간다고. 저길 내가 왜 가니?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데.”

호야에게 말한 것처럼 저 안으로 갈 생각은 없다. 나중에 내가 짱짱맨이 되어서 레벨이 개쩔고, 마법, 전투 등등이 막 엄청나진다면 도전해보겠지만 지금? 미친 짓이라고 본다. 특히나 호야가 저렇게 경계를 하는 곳을 가는 것은 목숨을 내놓는 일이다.

“근데 저거 소설에 나오는 세계수 같은 거 아닐까?”

냐앙?

“아, 미안. 넌 소설 안 읽었지.”

판타지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가 바로 세계수다. 엘프들의 고향이자, 어머니라고 불리는 거대한 나무.

생긴 것을 볼 때, 저건 세계수라고 불려도 무방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가볼 생각이 드는 것은 아니다. 미친 짓을 할 정도로 내가 정신이 나가 있지는 않으니까.

“저기 엘프도 있고 그럼 좋겠다.”

냐앙.

호야가 한숨을 쉰다. 나를 한심하게 보는 눈빛이다.

“너, 내가 뭘 가지고 있는지 알면 그런 태도를 보이지 못할 텐데?”

냐앙?

“난 네가 아깽이일 때의 영상을 가지고 있다.”

난 호야의 동영상을 하나 소장하고 있다. 동영상의 호야는 책상위로 점프를 하다가 실패를 하고 창피해하는 영상이다. 고양이가 그런 것이 있겠냐고? 당연히 있다. 고양이도 점프에 실패를 자주한다. 그리고 실패를 하면 괜히 짜증내는 울음 소리를 낸다. 분명 창피한 것일 거다. 아마 고양이를 키워본 사람은 알 것이다. 호야에게 이 영상은 굴욕 영상일 거다.

하아악!

역시나 반응이 있다.

“네가 자꾸 아빠를 무시한다면 그 영상을 너튜브에 올리겠어!”

퍽!

나랑 별보러 가지 않을······. 별이 보인다. 와, 이건 감정이 담긴 냥냥펀치다. 정신이 번쩍 든다.

“알았어. 그냥 소장만 하고 있을게.”

냥!

“안 돼! 이게 얼마나 희귀한 영상인데. 우연히 찍힌 거라고.”

고양이가 실패를 할 거라는 것을 어찌 알고 작정하고 찍는단 말인가. 그러니 완전 희귀영상이다.

냥냥! 냥냥냥!

“알았어. 다른 사람도 안 보여줄게.”

‘이미 내 주변에서 볼 사람은 다 봤고, 소장도 하고 있을 거다.’라는 말은 할 수 없다. 그랬다가는 피를 볼 것 같으니까.

“우리 호야, 섬 거대게 다릿살 먹을까?”

냐앙?

“자, 구워먹자.”

우리는 다시 섬 거대게의 나머지 부분을 구워서 먹기 시작했다. 생각 같아서는 게장이라도 담그고 싶지만, 솔직히 불가능하지 않겠는가? 저 크기를 담을 그릇이 있을 리가.

난 다리를 구울 장작을 준비하고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그 후에 붙이 붙는 것을 보고 불 조종을 사용해서 불을 키웠다. 넉넉하게 장작을 넣어두었기에 마나 소모가 크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점점 다리를 감싸서 속까지 익을 수 있도록 불을 세심하게 조절했다.

“불 조종이 이럴 때는 좋네.”

확실히 한쪽만 익는 경우가 없도록 불을 섬 거대게 다리를 완전히 감싸도록 하면서 화력도 조절했다. 은근 하다 보니 이게 또 재미가 있다. 그래서 정신없이 불 조종을 하다보니 알림이 뜬다.

-불 조종(액티브) 스킬의 레벨이 2로 올랐습니다.

스킬 레벨업이다. 2레벨이 되고나니 불 조종을 더 쉽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화력을 1레벨때보다 더 강하게 만들 수 있었고, 마나 소모도 줄었다.

“자, 먹자.”

내장은 따로 남은 것들을 큰 통에 담아서 아이스박스에 넣어놨었기에 찍어먹을 소스는 부족함이 없었다. 난 호야와 백야, 까망이에게 다리 살을 먼저 주고, 나도 먹기 시작했다.

“다리 살이 더 지대로네.”

다리 살이 더 맛있었다. 괜히 사람들이 다리 살을 더 많이 먹는 게 아니었다. 그렇게 우리는 포식을 하고 농장과 양계장을 살핀 후에 달걀을 삶고, 구웠다. 그렇게 출근 준비를 마치고 한숨 푹 잔 후에 시간을 맞춰서 내 집으로 돌아갔다.

***

회사에 출근을 하니 강 과장님이 매우 따듯하게 맞아주신다. 그러면서 파인애플을 더 구할 수 있는지 물어보신다. 난 가격대에 맞춰서 일주일에 하나 정도는 가능하다고 하고, 부장님과 매점 이모님께는 수박 주문을 받았다. 달걀을 팔고 파인애플과 수박을 팔아서 어느 정도 고정수입이 생겼기에 더는 게이트 물건을 풀지 않기로 했다.

물론, 선우에게 파는 것은 예외다. 걔는 헌터였기에 그런 것들을 팔아도 문제가 없을 테니까. 그때 부장님이 나를 찾았다.

“아, 내가 수박 때문에 고마워서 그러는데.”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러는 걸까?

“별말씀을요.”

“내가 이번에 힘을 좀 썼어. 브란닭을 살아있는 채로 한 쌍을 얻었거든? 자네 부모님이 양계장을 하신다고? 매점 아주머니가 그러던데?”

“아, 네.”

물론 양계장은 내가 한다. 게이트 안에서.

“그래서 한 쌍의 브란닭을 자네에게 선물로 주려고.”

“네? 감사합니다.”

저걸 다른 사람한테 줘도 되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긴 딱히 몬스터도 아닌데 별 문제가 있을까 싶긴 했다. 브란닭은 되는데 백야는 안 되는 이유를 아직도 모르겠다. 백야도 밖으로 데리고 나오고 싶다는 생각이 가끔 드는데 말이다.

아무튼, 브란 닭을 나에게 준다는 것은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있게 해준다. 그것을 내 양계장에서 키우고, 섬닭들과 교배를 하게 된다면 어떤 녀석들이 나올까? 매우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그런데 다른 게이트의 생물을 내 게이트로 데리고 들어갈 수 있나?’

일단 이것부터가 실험일 것이다. 그게 가능하다면 다른 게이트에서 나오는 씨앗 같은 것을 구해봐야겠다. 여러모로 게이트가 있다는 것은 개이득이다.

“그리고 자네부모님댁에서만 실험을 하는 것은 아니니까, 죽는다고 크게 실망하거나 그러시지는 말라고 전해드리고.”

“네, 알겠습니다.”

게이트 안의 생물들을 밖에서 키우는 것은 분명 여러 곳에서 시도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성공했다는 이야기는 못 들은 것 같다. 회사에서도 이 부분을 실험해보려는 것 같다. 원래라면 나에게는 기회가 안 오겠지만, 아마 수박이 만족스러웠던 부장님이 나름 힘을 써준 것일 거다.

“성공한 사례가 있긴 합니까?”

“글쎄,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성공했다고 해도 그것을 알릴까?”

“하긴 그렇겠네요. 그럼 저도 부담가지지 않고 부모님 댁에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해. 뭣하면 그냥 잡아먹어도 무방하다고 전해드리고.”

기력을 회복시키는 좋은 고기다. 부장의 어투로 보면 그냥 드시라고 주는 것 같다. 그렇다면 더 부담이 없는 일이다.

새로운 사료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다. 알음알음 그사이에 브란닭을 원하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다. 도대에 그 게이트 주인분은 양계장을 얼마나 크게 하기에 이런 것들이 가능할까? 나름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애초에 난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기에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자리에 돌아오니 여직원 한 명이 내게 말을 건다.

“저, 최 대리님.”

“네?”

“그 강 과장님 드시는 그거요.”

“아, 파인애플이요?”

“네, 그거 저도 구할 수 없을까요?”

“글쎄요. 그게 수량이 될지 모르겠네요. 구해지면 말씀드릴게요.”

내 말에 여직원이 덥썩 내 손을 잡으며 말한다.

“꼭 좀 부탁드려요.”

“아, 네.”

이렇게까지 한다고? 이 여직원은 우리 회사의 퀸이라고 불리는 여직원이다. 워낙에 총각 남직원들에게 인기가 많다. 하지만 사내 연애는 질색이라며 모두 거절했다고 들었다. 난 시도해본 적도 없다. 그럴 마음도 안 들었기 때문이다. 호야가 사라진 것 때문에 여자한테 신경 쓸 여력이 없었으니까.

지금보니 예쁘긴 하다. 다만 옥의 티라면 피부가 조금 거칠어 보인다는 것? 아마 피부과 같은 곳들도 다 다녔을 것이다. 이분은 자신의 외모가 경쟁력이라고 생각하는 분이니까. 그게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자건, 남자건 자신을 꾸미고 관리를 잘한다는 것은 그만큼 부지런해야 하고, 노력을 한다는 의미일 테니까. 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상당히 적극적이다.

“꼭, 꼭 좀 부탁드릴게요.”

“네, 구해지면 말씀드리죠.”

“제 번호 드릴까요?”

“굳이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차피 회사에 안 나오는 것도 아닌데요.”

“아, 그러네요.”

뭔가 방금 번호따는 그런 상황을 스스로 회피한 건가? 그런데 딱히 난 관심이 가지 않았다. 그냥 회사 빨리 끝나면 게이트에 가야되겠다는 생각만 들 뿐이다.

***

“회사를 관둘까?”

집에 와서 호야를 안으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안 다니면 난 진짜 무슨 고립된 인생을 살게 되는 거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회생활이라고는 회사를 다니는 것이 전부인데, 그것을 관두기는 좀 그렇다. 그리고 회사가 사료를 만드는 회사라 애들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고, 예로 말들이 좋아할만한 사료를 구할 수 있게 된 것만 해도 그렇다. 거기에 공장장님께 부탁을 드려서 브란닭이 좋아하는 사료에 대한 자문도 얻었다. 게이트 주인분께 알아보신다고 했다.

“일단 들어가자.”

냥!

호야가 먼저 들어갔고, 난 브란닭 두 마리를 데리고 뒤따라 들어갔다. 다행히 브란닭은 무사히 게이트를 통과할 수 있었다. 사람과 동물은 게이트의 조건이 다른 걸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꼭꼬꼬꼬.

브란닭 두 마리를 양계장에 풀어놓자 애들 사이에 긴장감이 조성된다. 섬닭들과 브란닭들 사이에 말이다. 덩치는 브란닭들이 더 크다. 하지만 숫자가 상대가 안 된다. 그렇다보니 혹시 싸움이 벌어질까 싶어서 난 말했다.

“싸우면 너희 다 숲에 버린다.”

그 말에 섬닭들이 브란닭들을 환영하기 시작한다. 브란닭들은 뭔가 당황하는 모습이었지만, 싸울 의지를 안 보이는 것에 만족하는지 섬닭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이게 먹히네.”

먹힐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먹혔다. 먹이사슬 최하위에 있을 섬닭들이기에 숲에다 버린다는 것은 상당한 위협인 것 같았다.

아니, 그 전에.

“얘들도 내 말을 알아듣네?”

어렴풋이 생각은 했지만. 정말 그럴 줄은 몰랐다. 그런 생각을 할 때 알람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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