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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학개론-27화 (27/182)

제 27 화 소! 맛있는 소가 필요하다!

제 27 화 소! 맛있는 소가 필요하다!

-동물친화(패시브) 스킬의 레벨이 5로 올랐습니다.

동물친화 스킬의 레벨이 올랐다. 닭들이 내 말을 알아들은 이유가 이거였던 것 같다.

“백야, 까망아.”

내 부름에 두 놈이 달려와서 애교를 부린다. 호야는 내가 안고 있었기에 딱히 부를 필요가 없었다.

둘을 쳐다보니 스킬의 변화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애들이 내 말을 더 잘 알아듣는 정도려나? 딱히 뭐가 달라진 것인지 전혀 모르겠다. 하지만 결국 이 스킬이 계속 올라간다면 지금보다 수월하게 호야와 대화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해본다. 내게 제일 중요한 것은 호야니까.

솔직히 내 인생은 호야를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야는 내게 가족이고,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생명체란 말인가! 난 정말 호야를.

퍽!

“아, 왜!”

냥냥.

“뭐? 내가 기분나쁘게 쳐다봤다고? 아빠는 우리 호야를 사랑스럽게 쳐다본 건데?”

냥!

“웃기지 말라고? 그렇게 심한 말을!”

생각해보면 호야가 하는 말은 대부분 알아듣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 그래도 뭔가 더 잘 알고 싶고,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백야!”

크뢍!

“넌 앞으로 양계장에서 애들이 잘 지내는지 잘 감시해라. 말 안 듣는 놈들은 먹어버렷!”

크롸!

백야가 신이 났다. 그렇다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 내 말을 알아듣는 닭을 잡아먹을 수 있나? 그럼 안 잡아 먹을까? 그러면 키울 의미가 없지 않은가. 시스템도 닭은 내가 길들인 동물이라는 얘기가 없다.

동물을 대하는 것에 대해서 너무 편협한 것이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먹고 살아야 된다. 저 닭들 중에 내가 길들이고 싶은 애가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닭들은 그냥 식량 수급용이다. 길들인 동물들과 가축은 다르다고 스스로 생각한다는 얘기다.

“오늘은 양계장을 좀 증축해야겠어.”

브란 게이트의 주인이 대규모로 양계장을 하는 것을 보고 조금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녀는 많은 사람들을 일꾼으로 부릴 수 있다. 그래서 나보다는 훨씬 노동력을 수급하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난 자급자족 라이프니까 혼자 해야 한다. 그래도 너무 크게는 하지 않고, 최소한 닭들이 잘 놀고 자랄 수 있을 정도로는 넓혀줄 생각이다. 아무리 잡아먹으려고 키운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대를 할 생각은 전혀 없으니까.

솔직히 말해서 지구의 양계장은 저렇게 해도 되나 싶은 그런 곳도 있다. 몸도 움직이기 힘든 그런 곳에서 대량으로 키워지는 닭들. 먹기 위해서 키운다고 해도 최소한 해야될 것들은 있지 않을까라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물론 내가 그런 양계장을 운영하는 분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았기에 함부로 말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그들이 나쁘다기보다는 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뿐이다.

무엇보다 양계장을 늘려도 내 공간이 늘어나는지에 대한 실험도 필요하다. 밭들이 늘어날수록 내 공간은 넓어진다. 말 그대로 공간이 넓어진다. 내가 사용하는 공간 자체는 섬에서 일정 부분이다. 다만 그 내부가 확장되는 것처럼 커진다는 의미. 마치 저 숲처럼.

“언젠가 숲에 들어갈 수 있을 때가 오겠지.”

아직은 엄두가 안 난다. 백야가 강한 녀석일 거라고 처음에 생각했지만, 지금은 중간 정도가 아닐까 싶다. 우리 호야가 상위권일 것 같지만, 호야도 질색을 하는 저 거대한 나무 근처에는 더 엄청난 것들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자, 노동이닷!”

난 까망이에게 백야가 기쁘게 양보해준 호쟁기를 하나 더 만들었다. 쟁기를 끌 수 있는 애가 둘인데 하나만 부려먹으면 사이가 나빠지는 법이다. 노동은 신성한 것이니, 공평하게 해야 한다.

호야는 안 시키냐고?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신상태를 의심해보고 싶다. 우리 작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호야가 그런 일을 할······ 수는 있겠지만, 일단 나보다 강한 호야를 그런 일에 동원했다가 내 행복한 라이프가 지옥이 될 수 있다. 호야는 쪼잔해서 잊지 않는다. 그러니 일을 시킬 엄두가 안 난다. 얘는 내가 길들인 애가 아니라 내 반려동물이니까.

양계장을 늘리는 작업은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내친김에 수레를 하나 더 만들어서 까망이도 끌게 했더니 작업효율이 끝내준다.

“얘들아, 힘들어?”

히이잉, 크룽.

둘 다 힘들다고 한다. 이해한다. 쟁기를 끌고, 수레를 끄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그래서 난 딜을 걸어보았다.

“잘 봐. 이렇게 생긴 애들이 숲에 있는지 찾아보는 거야.”

난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무슨 그림이냐고? 바로 소다. 미노타우르스가 있긴 했지만, 걔는 소라고 하긴 좀 그렇지 않은가. 나에게는 소가 필요하다. 맛있는 소면 더 좋다.

그림을 다 그리자 백야가 인상을 찡그리며 소의 그림을 한참 본다. 놀라운 것은 내가 그림을 잘 그렸다는 점이다. 시스템이 그것을 말해준다.

-스킬 그리기(액티브) 1레벨이 생성되었습니다.

난 조금 더 자세하게 그림을 그려주었다. 그러자 백야가 더 인상을 쓴다.

크뢍.

“아, 지난번에 너 쫓아온 놈? 걔는 두 발로 걸어 다니는 애고, 얘는 네 발로 걸어다니고, 너나 까망이처럼.”

크르릉.

백야가 뭔가를 생각하는 모습이다. 숲에서 소를 잡아 온다면 백야가 가야한다. 호야가 더 강력하긴 하겠지만, 상대가 고양잇과가 아니라 죽이긴 쉬워도 데리고 나오긴 쉽지 않을 테니까. 물론 데리고 오라고 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 호야는 거의 내 상전이니까. 난 솔직한 남자고, 강자에게 약한 남자니까! 떳떳하다.

“숲에서 이런 애들 본 적 있어?”

크뢍.

본적이 있다는 것 같다.

“가서 일단 한 마리만 끌고 와봐 잡아먹을 거 아니니까. 멀쩡하게 살려서 데려와야 된다? 잘 하면 오늘 닭 다섯 마리를 주마!”

닭의 수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기에 육식동물인 백야의 먹이로도 사용하고 있다. 이게 어느 순간 가속이 붙으면 매일 백야가 많이 먹어줘야 할지도 모른다. 막 키우고 있긴 한데 이걸 소모할 곳은 없으니까.

‘치킨집이라도 차려야되나······.’

심각하게 그런 고민을 해 봐야 될 것 같지만, 그랬다가 게이트의 비밀이 밝혀질 것 같아서 일단은 기각.

크르릉.

백야가 의욕을 불태운다.

“상태에 따라서 한 마리 추가!”

크뢍!

백야가 재빨리 숲으로 달려간다. 역시 대가라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백야만 해도 대가를 준다니까 저렇게 적극적이지 않은가. 그때 까망이가 내 뺨을 핥는다.

“응? 왜?”

히이잉.

“너도 잡아올 수 있다고?”

히이잉.

“알겠어. 너도 하나 잡아와봐. 그러면 네가 먹고 싶어하는 채소들을 한 바구니 주마. 상태 좋으면 두 바구니.”

까망이는 계속 육식을 하지는 않는다. 조금 특별한 고기를 먹으려고 할 뿐이다. 평소에 환장하는 것은 역시 채소들이다. 그리고 비장의 무기.

“까망아, 이거 하나 먹어봐.”

밖에서 사 온 각설탕. 말이 각설탕을 좋아하니까 그런 제목의 영화까지 있던 것이 아니겠는가?

각설탕을 처음 보는 까망이는 의심스럽다는 듯이 나를 쳐다본다. 큰 눈을 끔뻑이며 쳐다보는 모습을 보니 나름 무척이나 귀엽다.

“먹는 거야. 너 같은 애들이 좋아한다고 그러던데?”

내 말을 듣고 까망이가 조심스럽게 각설탕을 문다. 그리고 씹는 순간.

히이이이이이잉!

지금까지의 감정표현 중에 최고라고 할 정도로 격렬한 감정표현을 한다. 각설탕이 까망이한테도 먹히는 물건이었다.

“이거 다섯 개 추가!”

푸르르릉!

까망이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숲으로 달려간다. 나름 쟤가 다니는 길이 있을 것이고, 방법이 있으니까 나섰을 거라고 믿는다.

애들을 보내두고 난 오늘 마음먹은 것을 만들기 위해 준비를 시작했다. 일단 목공예로 틀을 만들고, 밖에서 사온 커다란 가마솥을 준비한다. 오늘 내가 만들 것은 바로 두부다.

검은 콩으로 만드는 두부.

콩을 어디에 그냥 팔기는 그렇기에 가공을 해서 팔 거나, 누군가에게 줄 생각이다. 섬 검은 콩은 단백질이 매우 풍부하고, 영양소가 매우 높다. 모발을 튼튼하게 해준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모발에 집중을 하겠지만, 단백질이 매우 풍부하고, 영양소가 매우 높다는 것에 난 오히려 집중을 하고 싶다.

현대에 이르러 많은 질병이 존재한다. 그리고 완전히 정복이 되지 못하는 소위 말하는 평생 질병이라고 할 만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당뇨라는 질병이다.

당뇨는 30세 이상에서 10명 중의 1명이고, 당뇨 전단계까지 치면 3명 중의 하나가 당뇨라는 공식 발표가 있다. 이것은 대한민국의 통계다. 그리고 고양이와 강아지들 중에도 당뇨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결국 이 식물성 단백질과 풍부한 영양소는 당뇨 환자들에게 매우 좋은 것이다. 그래서 이런 것을 만들어볼 생각이 든 것이다.

두부를 만드는 것은 의외로 어렵지 않고, 의외로 어렵다. 만드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은데 손이 많이 가고, 정성이 필요한 작업이라는 의미다. 이곳은 섬이다. 그리고 사방이 바다다. 강릉 지방에서 간수 대신에 바닷물을 사용해서 만드는 두부를 찾아보았다. 두부가 매우 부드럽고, 맛있다고 한다.

강릉 바닷물과 비교할 때 이곳 바닷물이 더 깨끗하면 깨끗하지 못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해서 이곳 바닷물을 간수로 사용해서 두부를 만들 생각이다.

두부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는 회사에서 틈틈이 익혔고, 요리 스킬의 보정으로 어렵지 않게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런 나를 호야가 해먹에서 흔들거리면서 쳐다본다. 마치 왜 그따위 것을 만드느냐는 표정이다. 간식이나 조공하라는 그런 표정.

하지만 내가 하는 일을 웬만해서 방해하지는 않는다. 매우 심심하면 와서 놀아달라고 하긴 하지만, 보통은 그냥 빈둥거리는 것이 호야의 일이다. 그래서 나도 일을 하면서 한 번씩 쳐다보는 것으로 힐링하면서 작업을 한다.

“이제 좀 기다려야지?”

두부라는 음식은 한두 시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난 할 것을 다 한 후에 다른 작업을 하기로 했다.

***

밭은 정말 이제 웬만한 농가가 경작하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규모다. 그 중에 특히 내가 신경을 쓰는 것은 파인애플 밭과 수박밭이다. 이것들은 매우 비싸게 팔 수도 있는 것들이기에 신경을 쓰고 있다. 파인애플은 시간이 될 때마다 따서 파인애플 잼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파인애플 잼을 만들면 파인애플을 들고다니지 않아도 되고,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편할 테니까. 수박의 경우는 그냥 적당한 양을 수확한다. 이것들을 닭의 모이로도 사용하고 있는데 덕분에 닭들의 수가 확 늘고 있다.

“어? 저거?”

내 눈에 내가 심지 않은 나무들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는 숲이 아니다. 그리고 난 나무를 심은 적이 없다. 그런데 나무가 있다. 심지어 그냥 나무도 아니고 과실수다. 그것도 내가 매우 좋아하는 포도다. 그냥 포도도 아니다. 엄청난 포도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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