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28화 (28/182)

제 28 화 활로를 찾자.

제 28 화 활로를 찾자.

-관찰 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관찰(액티브)의 레벨이 3으로 올랐습니다.

이름: 섬 적포도.

섬에서 자생한 적포도다. 과육이 탄탄하고 특별히 맛있다. 섭취시 체지방이 일정량 분해된다. 가공해서 섭취하면 효과가 더 좋다.

섬 적포도라는 다소 성의가 없어 보이는 이름의 포도다. 중요한 것은 체지방을 분해시킨다는 것. 즉, 다이어트에 엄청 좋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심지어 그냥 살만 빼는 것도 아니고, 체지방만 분해시킨다면 몸매 관리에도 장난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것들이 생기는데 이걸 팔기는 또 그렇다는 얘기지.”

물론 팔자고 하면 엄청 잘 팔릴 것이다. 이제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때가 오는 것 같다. 아무래도 선우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겠네.

방법은 선우를 이용하는 것.

“선우야, 돈 좀 벌자.”

선우는 헌터 출신에 아버지 매장이긴 해도 매장도 가지고 있으니 판매를 하는 것에 별문제가 없을 거다. 지금까지는 수박만 판매를 했는데, 아무래도 수박, 포도, 파인애플, 검은 콩 두부를 전부 팔게 해야겠다. 마침 선우 아버지 매장 옆에 빈 가게가 있었으니 거기를 인수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근데 돈은 벌어서 뭐 하지?”

생각해보니 이것도 참 문제긴 하다. 당장 돈이 급하게 필요하거나, 돈을 많이 벌어서 뭘 해야겠다는 생각 자체가 별로 없다. 집이 돈 때문에 힘든 상황도 아니기도 했고.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 돈이라지만, 돈 때문에 게이트에서 노동을 하게 된다면 그것도 좀 웃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내 노동은 내가 원해서 하는 거다. 뭔가를 키우는 것은 상당히 즐거운 일이니까.

“그래, 돈 벌어서 우리 애들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자. 그리고 내가 뭘 배우는 것에도 돈이 들어갈 수도 있으니까, 벌어놔서 나쁠 것은 없겠지. 요즘 선우도 한가해 보이고.”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쌓아두고 썩게 만드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테니까.

“그나저나 적포도라. 맛이 어떤가 먹어볼까?”

난 포도를 따서 한입 크게 물었다. 개인적으로 난 포도껍질까지 먹고, 씨도 그냥 먹는 스타일이다. 그렇다고 씨를 씹어먹지는 않는다. 그냥 삼킬 뿐이지. 아무튼 이 포도는 놀랍게도 맛이 있다. 입안 가득 고급 와인을 먹은 것 같은 풍성한 맛을 느끼게 해준다.

“와인?”

와인이라는 것은 한국에서는 그다지 생산되지 않는다. 한국이 기술이 부족해서일까? 기술로 세계에서 알아주는 우리나라가 기술이 부족해서 그럴 것이라는 생각은 안 든다. 다만, 재료 자체가 와인에 맞지 않는 포도라고 들어본 것 같다.

“그럼 이건 어떨까?”

이 섬 적포도는 그냥 먹어도 깊은 와인의 풍성한 맛을 보여준다. 이것으로 와인을 만들면 어떤 와인이 만들어질까? 난 잠깐 밖으로 나가서 와인을 만드는 방법들을 검색해보고 돌아왔다. 와인을 만드는 것도 두부처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이 안에서는 숙성이라는 것 자체가 빨리 된다. 시간비가 지구와 다른 것은 당연하고, 숙성 자체도 빠르다. 식물들이 자라는 속도가 지구와 다른 것처럼.

“그러니까 이런 포도나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자라 있겠지. 도대체 이 섬의 정체는 뭐지?”

문득 섬의 정체가 궁금해진다. 결계가 쳐 있는 내 공간, 엄청 넓을 것으로 예상되는 결계의 숲. 저 엄청난 나무까지. 섬은 비밀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게이트에 들어간 사람들은 여행기 같은 것들을 많이 쓴다. 대부분의 내용은 오지탐험 같은 느낌이랄까?

이런 특별한 세상에 대한 기록은 없었다. 말했듯이 난 활자중독이라 웬만한 것들은 다 읽는다. 그럼에도 본적이 없다는 것은 없거나, 숨겼을 거라는 이야기. 그렇다고 해도 대부분이 비슷한 내용인 것을 보면 아마도 다른 게이트는 내 게이트와 많이 다를 거라는 이야기로 예상된다.

냥!

호야가 간식을 내놓으라고 내게 와서 나를 건드린다. 간식을 먹을 시간이 되었나보다.

“그래, 섬의 비밀을 꼭 알아야 되는 것은 아니니까. 그냥 이렇게 편안하고, 즐거우면 된 거 아니겠어?”

냥냥!

“헛소리 그만하고 간식이나 내놓으라고? 네네, 마님.”

난 호야한테 짜먹는 간식을 듬뿍 안겨주었다. 재미있는 점은 이 짜먹는 간식은 액체에 가까운데 호야가 먹는 모습을 보면 마치 고기를 뜯어 먹듯한 행동을 보인다는 거다. 씹을 것도 없고, 뜯어 먹을 것도 없는데 엄청 심각한 표정으로 먹는다. 그 표정을 보는 것이 또 재미있다.

“풉!”

냥!

“알았어. 안 놀려.”

냐웅냐웅냐웅.

호야가 간식을 먹으면서 째려본다. 패시브가 귀여운 녀석이라 그래도 귀엽고, 사랑스럽다.

다행인 것은 호야가 포도에는 관심이 없다는 거다. 고양이나 강아지가 포도를 먹은면 죽을 수도 있다. 신장에 문제가 생긴다고 그랬나? 그런 것을 보면 인간은 참 잡식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뭘 먹어도 멀쩡하니.

초콜릿 같은 것도 고양이, 강아지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 포도도 절대 주지 말아야 할 것 중의 하나다. 그래서 포도에 관심을 안 보이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사실 고양이가 과일을 막 먹으려고 하는 애들도 아니긴 하지만.

“일단 와인 만들 준비를 하고, 두부는 어떻게 되어가나 볼까?”

두부는 이제 점점 굳어가고 있다. 곧 완성품을 맛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부를 만드니 김치도 만들고 싶은데?”

김치를 만드는 것은 이미 많이 해봤다. 김장 때마다 어머니의 일을 도왔고, 따로 집에서 해먹어 본 적도 있다. 여기에 재료들은 다 있으니 그다지 어렵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내친김에 김치를 담글 마음을 먹었다.

“그럼 돼지고기가 있어야 하는데 섬멧돼지나 한 마리 잡아오라고 해야겠네. 근데 이놈들 어디까지 간 거야.”

몇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백야와 까망이가 슬슬 걱정이 될 때였다.

음머어어!

“소다!”

익숙한 소울음 소리. 혹시나 미노타우르스가 온 것은 아닐까 싶어서 활을 들었다. 하지만 숲에서 나오는 것은 세 마리의 소였다. 그것도 사진으로만 본 칡소 종류인 것 같았다. 색이 사진에서 본 것처럼 누렁소도 아니고 검은색도 섞여 있는 그런 소다.

-관찰 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이름: 섬 칡소.

섬에서 살고 있는 칡소다. 마블링이 뛰어나고, 살이 연하여 입에서 녹는다. 최초 섭취시 힘이 5 오른다. 그 후에 꾸준히 섭취하면 일정양을 먹을 때마다 힘이 1씩 오른다.

역시나 칡소였다. 그런데 시스템이 뭔가 침을 흘리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은 뭘까? 보통은 매우 맛있다는 정도의 표현을 하는데 입에서 녹는단다. 얘 먹어본 걸까? 문득 그런 생각까지 든다.

“까망이, 잘했어!”

섬칡소를 몰고 온 것은 까망이었다. 난 까망이한테 각성탕을 비롯한 수박, 당근 등의 푸짐한 한 끼를 차려주었다.

히이이잉!

까망이가 기분 좋게 밥을 먹는 동안 난 섬칡소들을 살펴보았다. 관찰로 살펴보니 두 녀석은 암소이고, 한 녀석이 수소였다. 얘들을 가지고 번식을 시작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때 또 한 번 소울음 소리가 들린다.

음머어어어!

“백야!”

백야가 드디어 소······떼를 몰고 오고 있다. 정말 떼다. 그것도 한 종류가 아니다. 방금 본 칡소도 있고, 얼룩무늬를 가진 소도 있다.

관찰로 살펴보니 쟤들은 젖소란다. 그리고 고기는 맛이 그냥 그렇다는 시스템의 평가. 대신에 우유는 소화가 잘 되고, 맛이 뛰어나며, 영양소가 풍부하단다. 특별히 능력치가 오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 녀석들을 대충 봐도 스무 마리쯤 백야가 몰고 나오고 있었다.

“멋진 놈.”

소들은 백호인 백야에게 잔뜩 겁을 먹고 있는 상태였다. 내가 다가가도 백야만 신경을 쓸 정도니까.

“이단 얘들 모아보자.”

다 합쳐서 스물 다섯 마리였다. 섬칡소가 20마리고, 젖소가 다섯 마리다. 성비는 암소가 압도적으로 많다. 얘들도 모계사회인가? 아무튼 소들이 있을 축사를 만들어야겠다. 그리고 소쟁기도 많이 만들어서 농사를 더 크게······.

“뭐지. 계속해서 일을 할 생각만 드는 거지? 내가 게이트의 주인이냐, 농장주냐?”

정체성의 혼란이 온다. 하지만 내 정체성은 호야 아빠다. 잊지 말도록 하자.

“그래도 해야지. 큭큭 재미있으니까.”

예전에는 이런 일들이 재미있을 거라 생각해보지 못했다. 사실 게이트 안에서 성과가 엄청 나오는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지금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여기는 내 노력에 비해서 보상이 크니 재미있는 거다.

축사를 만드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일단 동물 친화때문인지 소들은 나를 보고 도망갈 생각을 안 했다. 거기에 사료로 검은 콩을 삶아서 주니 환장하면서 좋아한다. 그리고 수박.

수박을 양계장 닭들과 소들에게 먹이면서 소가 잘 번식하기를 바랐다. 그 외에 내 밭에서 나는 남아도는 채소들도 모두 사료로 조금씩 먹여봤는데 애들이 환장한다. 다행이다. 채소가 쌓여갈 위기였는데 얘들이 잘 먹어주니까.

“근데 쟤들도 잡아먹긴 해야되는 걸 텐데, 소까지 도축을 할 엄두가 안 나네.”

그래도 하긴 할 거다. 일단은 수량을 좀 늘리고.

***

게이트에서 일을 열심히 하고, 책을 읽으며 빈둥거린 후에 지구로 돌아왔다. 지구의 탁한 공기가 나를 반갑게 맞이한다.

“정말 게이트 안에서 그냥 살고 싶다. 그치, 호야?”

냐앙.

호야는 별 상관이 없다는 표정이다. 나오자마자 호야는 자기가 애정하는 캣타워에 올라가서 자리를 잡았다. 내가 출근할 거라는 것을 알고 잘 준비를 하는 거다. 아마 내가 갔다올 때나 잠에서 깨지 않을까 싶다.

“일단 파인애플 잼이랑 포도잼은 챙겼고, 수박은 가는 길에 선우네 줄 정도만 챙기면 되겠고. 달걀들을 챙겨서 가면 되겠네.”

다 챙긴 후에 난 출근을 하며 선우에게 수박을 일단 넘겨주며 가게를 여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라고 해놓고 회사로 향했다.

회사에 들어서니 여직원들이 나를 반긴다.

‘뭐지?’

난 인기가 많은 사람이 아니다. 내 성격이 다른 사람과 막 그렇게 친밀한 성격이 아니라 더 그렇다. 그렇다고 사이가 막 나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날 반긴다는 것은 나한테 바라는 것이 있다는 얘기일 거다.

“최 대리님!”

“최 대리님!”

여직원들의 소란에 난 잠깐 정신이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네, 말씀하세요.”

“그 파인애플······.”

이들이 내게 바라는 것은 같았다. 파인애플. 피부는 소중하니까. 문제는 이렇게 계속 소문이 퍼지게 되면 게이트의 주인이라는 것이 결국은 드러나게 될 거라는 사실.

“죄송합니다. 파인애플은 제 친구가 게이트에서 가지고 오는 건데, 당장은 없네요.”

“아, 이런.”

“구할 수 없나요?”

이 사람들의 표정이 간절하다. 그래서 난 생각했다.

“제 친구가 곧 가게를 오픈한다고 하더라구요. 거기를 알려드릴게요.”

“어머! 정말요?”

“그럼요. 친구네 장사가 잘 되면 좋고, 여러분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으시면 그것도 좋은 거니까요.”

“꼭! 꼭 알려주세요.”

“네, 그럴게요.”

난 그렇게 이야기를 한 후에 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다. 정말 빨리 선우가 가게를 열도록 해야겠다. 그러다가 옆에 있는 직원의 통화내용을 들었다.

“그러니까 다이어트 사료가 먹는다고 바로 애들 살이 빠지는 것은 아니라니까요.”

다이어트 사료. 반려동물에게 많이 필요한 것이다. 동물들에게 운동을 하라고 강요를 할 수 없으니까. 그래서 문득 드는 생각은 포도였다. 문제는 포도가 고양이나 강아지에게 독이라는 것. 하지만 포도와 비슷한 효능의 다른 먹거리가 없을까? 있을 것 같았다.

현재 내 문제는 게이트에서 나오는 것을 사람들에게 함부로 팔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료로 팔게 된다면?

난 뭔가 게이트에서 나오는 것들을 처리할 방법이 조금 떠오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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