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0 화 검술? 검술!
제 30 화 검술? 검술!
내가 살고 있는 안전하기로 세계 최고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그 대한민국도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호야의 이야기.
당연한 얘기지만 호야의 이야기를 무시할 수는 없다. 호야는 나보다 게이트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정확한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것은 안타깝지만, 호야의 대략적인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있는 나로서는 호야의 말을 믿어야 했다.
“문제는······.”
가족이다. 세상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가족들에게도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을까? 이전까지 가족들의 능력치를 올려주는 식으로만 대비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은 상대가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몬스터가 세상에 널리는 그런 세계관이 온 것은 아직 아니다. 그랬다면 인터넷에서 비슷한 목격담이라도 올라왔을 테니까.
세계 인터넷 속도 1위를 자랑했던 한국이 그런 일이 발생했을 때에 완전히 단속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국가를 운영하는 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SNS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통제할 수 없는 정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그러니 몬스터가 여기저기 등장한 세계관으로 변했다면 어떤식으로든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밖에 몬스터가 존재하는데 그것이 알려지지 않았다면, 결국 몬스터의 수는 극소수이고, 그것이 사람들이 많은 곳에 등장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이야기.
그런데도 호야는 내게 안전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호야, 혹시 게이트 주인을 노리는 뭔가가 있는 거야?”
결론은 이것이었다. 게이트 주인을 노리를 뭔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
냥!
내 말이 맞는단다. 결국 호야가 내게 위험하다고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내가 게이트의 주인이기 때문이라는 의미. 그렇다면 게이트의 주인을 왜 노릴까?
“왜지?”
냐앙!
“모른다고? 하긴 너라고 다 알지는 못하겠지. 그런데 게이트 주인을 노린다는 것은 어떻게 안 건데?”
냐앙?
이번 질문에도 모른척한다. 도대체 호야가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얘가 게이트에서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걸 어떻게?
도대체 호야는 어떤 시간을 보냈던 걸까? 하지만 몇 가지 예상이 되는 부분이 있다.
“그 숲에 뭔가가 있는 거지? 숲을 통해서 다른 게이트가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다던가?”
냥!
호야가 화를 낸다. 알려고 하지 말라는 의미이리라.
“너 자꾸 그러면 숲에 들어가버린다!”
퍽!
“알았어.”
반항을 허용치 않는 단호한 호야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한다는 것은 내가 숲에 들어가는 것이 위험하다는 의미일 거다.
“그럼 내가 레벨을 올리면 들어가도 돼?”
냐앙.
그건 가능하단다. 그렇다면 몇 레벨까지 올려야 가능한 걸까?
“30렙?”
냥!
아니란다.
“40렙?”
냐앙. 냥냥.
“그 정도면 입구 정도에서는 놀 수 있을 거라고? 근데 너도 47렙이잖아.”
풉!
방금 호야가 고양이가 낼 수 없는 소리를 냈다. 아니 고양이도 낼 수 있는 소린가? 그런 행동을 하는 고양이가 없을 뿐인 건가? 아무튼 이 소리의 정체는 분명하다.
비웃은 거다.
“호야! 아빠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네가 아빠를 비웃어?”
풉!
“하긴 뭐 내가 널 뭐 가르치길 했냐, 그냥 밥과 간식을 조공했을 뿐이지.”
강아지라면 뭔가 훈련이라도 시켰겠지만, 고양이인 호야는 그냥 지켜보고 밥주고, 간식주고, 놀아준 것이 다였다.
“놀아줬잖아!”
냥.
내 말에 호야가 내게 애교를 부린다. 확실히 이부분은 인정을 하는군. 짜식. 생각보다 대인배다······가 아니라 내가 겨우 이런 꼴을 보려고 그동안 내가 얘를 그렇게 키웠나 싶다.
할짝할짝.
내가 우는척을 하니 호야가 내 손을 핥는다. 물론 내가 울고 있지 않다는 것은 알 것이다. 왜? 얘가 나보다 머리가 좋으니까. 그래도 이런다는 것은 봐준다는 의미리라.
“그럼 내가 레벨을 더 올려야 된다는 거지?”
냥!
“그럼 우리 가족은? 우리 가족은 위험하지 않고?”
냐앙!
“위험하지 않다고? 어째서?”
냥!
“그러니까 게이트의 주인을 노리는 것이 사람이 아니구나?”
냐웅냥냥.
그렇다고 한다. 그러니까 게이트의 주인을 노리는 몬스터는 사람이 아니라, 말 그대로 몬스터 같은 존재라는 것. 왜 노리는 것인지는 몰라도 사람이 아니라면 인질을 잡고 협박을 하는 등의 행동은 없을 거라는 이야기로 해석될 수 있다.
본능적으로 게이트의 주인을 노리는 몬스터나 그 어떤 존재. 그것이 노리는 것은 어쩌면 게이트의 주인 그 자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지금까지 게이트 주인이 죽었다는 이야기는 그다지 못 들어봤는데.”
게이트가 세상에 나온지도 얼마 되지 않았기에 게이트 주인이 죽었다는 경우도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
“차라리 정부에 신고를 하고, 정식으로 보호를 받는 편이 나을까?”
기본적으로 정부에 신고를 하면 많은 부분을 정부에 양보라는 이름으로 빼앗기게 된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그게 말이 되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저 미국도 그런다. 그런데 한국이 안 그럴 거라고? 너무 세상을 만만하게 보는 거다. 그리고 게이트를 정부에 공개하게 되면 지금 같은 게이트 라이프는 기대할 수 없다. 강제적으로 이것은 사업이 된다. 그렇게 되면 내게 자유라는 것은 사라지고, 내가 하는 모든 행동들은 국익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착취될 거다.
민주적인 대한민국에서 뭔 개같은 소리냐고, 말도 안 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게이트의 주인이 되는 것 자체가 민주적으로 뽑힌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 국익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며 착취를 한다면 방법이 없다. 거기에 대항한다? 그러면 매국노가 된다. 매국노만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밖에 모르는 세상 제일 이기적인 인간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게이트의 주인이 이민을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게이트는 고정이니까.
물론, 비약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국가를 경영하는 사람의 입장이라면 그렇게 했을 수도 있으니까. 가장 효율적이고, 편리한 방법이지 않은가?
미국 같은 경우는 게이트 주인이 되면 해외 출국도 하지 못하고, 자신의 거주지에서 멀리 여행을 가는 것도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것은 게이트 주인이었던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스마트폰을 통해서 SNS에 올린 내용이다.
올린지 얼마 되지 않아서 삭제되었지만, 이미 그 글을 퍼나른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았기에 알려지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착취만 할까?
당연히 당근도 제시한다. 채찍만 휘두른다면 게이트 주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을 테니까. 웃긴 것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그 당근은 주인이 아니라, 주인의 가족에게 제공된다는 점.
즉, 거부를 하면 게이트의 주인은 국가에게만 이기적인 인물이 아니라, 가족에게도 이기적인 인물이 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가족들에게도 외면받는 인물이 된다는 것.
그딴 것은 신경 안 쓰면 그만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세상을 살아가는데 그게 쉽게 되겠는가. 그것도 안 통한다면 여러 가지로 게이트의 주인을 굴복시킬 수 있는 방법은 많다.
내가 정부에 게이트를 신고하지 않았던 이유도 그런 것이다. 운이 좋아서 게이트의 주인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내 삶을 희생할 이유는 없으니까.
“아, 쓸데 없는 생각을 너무 했어. 호야, 들어가자.”
냥!
난 머리를 식히고자 게이트에 들어갔다.
***
백야와 까망이가 나를 반긴다. 그래, 이런 삶을 망치고 싶지 않은 거다. 그런데······.
꼭꼬꼬꼬! 음머어어어!
엄청난 소음도 나를 반긴다. 얘들은 길들이지 않았지만, 양계장과 축사의 주인이 나라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기에 나름 잘 보이려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겁나 시끄럽다.
“시끄러!”
내 말에 닭들과 소들이 입을 닫는다.
난 그런 녀석들을 한번 둘러보고 예전에 만들어둔 목검을 들었다. 아직도 난 검술 스킬을 생성하지 못했다. 궁술 때는 쉽게 만들어졌는데, 그게 쉽지 않다.
“이유가 뭐지.”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다. 어떤 스킬은 쉽게 만들어지고, 검술처럼 아예 안 만들어지고 있는 스킬도 있다.
“뭔가 조건이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정확히는 그 조건을 알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백야, 오크 하나 잡아와.”
크뢍!
백야가 잠시 후에 오크 하나를 잡아왔다. 녀석은 장검을 하나 들고 있었는데, 나름 갑옷도 입은 녀석이다.
“그러고 보니 이놈들은 장비를 어디서 구하는 거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난 오크를 향해서 검을 휘둘렀다. 나름 마나를 씌운 상태로.
오크는 백야에게 한참 쫄았다가 나를 보니 만만하게 본 것인지 자신감있게 장검을 휘두른다. 난 녀석이 검을 휘두르는 것을 자세히 지켜보았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난 이제 이런 15렙짜리 오크에게 죽을 정도로 약하지 않다. 그래서 전투는 계속해서 이어졌고, 갈수록 오크는 지쳐갔다. 처음에는 자신감 넘치던 녀석의 눈빛에 두려움이 깃들기 시작한다.
오크 같은 면상에서 두려움을 읽어낼 수 있는 관찰력이 참 웃긴다는 생각을 하면서 난 조금씩 녀석의 검술을 흉내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는 앞에 오크가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검에 빠져들었다. 그러기를 한참.
-헤르티안 초급 검술(액티브) 2레벨을 익혔습니다.
“어?”
난 알림에 깜짝 놀랐다. 먼저는 내가 오크를 앞에두고 정신을 놓고 있었다는 것에 놀랐고, 다음은 처음으로 이름이 붙어 있는 스킬을 익혔다는 것에 놀랐다.
“헤르티안? 일단 이놈부터.”
난 오크를 죽이려고 했는데, 오크는 나를 보며 두려움에 떨고 있다. 내가 녀석에게 손가락을 까닥였다.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웬지 저놈한테 통할 것 같았다. 그랬더니 녀석이 재빨리 검을 내던지고, 내 앞에 달려와서 양팔을 몸에 딱 붙이고 섰다.
“너, 내 말 이해할 수 있냐? 알아들으면 고개를 끄덕여.”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가진 스킬은 동물친화다. 그런데 이게 오크한테도 통한다고? 그럼 얘는 동물인가? 물론 소설 속에서는 오크를 돼지의 의인화된 녀석으로 묘사되는 곳도 많지만, 실제로 내 앞에 있는 녀석은 다르다. 그냥 다른 종쪽이라고 보는 편이 맞을 거다. 미노타우르스가 오히려 소에 가까웠다.
그런데 내 말을 알아듣는다. 얘가 똑똑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일단 넌 대기. 움직이면 죽는다.”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오크. 난 녀석을 일단 그렇게 처리하고 내 스킬에 마나를 잔뜩 집중해서 관찰을 사용했다.
-관찰 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이름: 헤르티안 초급 검술(액티브) 2레벨.
헤르티안이 만든 검술이다. 초급, 중급, 상급, 최상급의 검술로 이루어져 있고, 단계별로 숙련도를 올리면 상위 단계의 검술을 익히게 된다.
“헤르티안?”
헤르티안이라는 존재가 만든 검술이란다. 문제는 이게 사람인지, 아니면 오크나, 다른 몬스터거나, 이종족일지는 모른다는 점.
아무래도 답은 이놈이 알고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