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4 화 사고.
제 34 화 사고.
-부르티아 대장장이 초급(액티브) 1레벨 스킬을 얻었습니다.
이걸 운이 좋다고 해야될지 아니면 나쁘다고 해야 할지. 그런데 마침 내가 딱 하려고 할 때 스킬이 생겼으니 이건 운이 개좋다고 해야되는 부분이 아닐까?
운이 나쁘다는 쪽은 간단하다. 어찌 되었건 대장장이 일은 결국 내가 노력하면 얻을 수 있던 스킬이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것을 손쉽게 낼 수 있었다는 것은 나름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일 테니까. 여기서 포인트는 이 대장장이 스킬이 네임드 스킬이라는 점이다.
난 관찰로 이 스킬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러자 정보가 뜬다.
-드워프 대장장이 부르티아의 대장장이 스킬이다.
설명은 매우 간단하다. 하지만 그 간단함 속에 매우 중요한 정보가 있다.
“드워프으으으? 드워프라고?”
오크가 있으니 드워프도 있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했다. 거기에 세계수로 보이는 나무도 떡하니 저 숲의 가운에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엘프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은연중에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 스킬로 인해서 난 진짜 드워프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저 숲에 드워프가 있을지는 모른다. 게이트를 통해 들어온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아니, 다른 세상의 스킬이라도 가져올 수 있는 건가? 게이트가 모두 한 세상으로 연결되었다는 의견도 있고, 아니라는 의견도 있으니까······.”
솔직히 이부분에 대해서 난 다른 세상에 들어갈 수 없으니 알길이 없다. 그리고 다른 게이트 주인들도 다른 게이트에 들어가면 안 될 테니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헌터들은 알고 있지 않을까? 하지만 헌터라고 해도 게이트 출입권한을 포기하지 않으면 다른 게이트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것을 포기할 사람이 그리 흔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최초의 게이트가 생겨났을 때에 그곳에 들어간 많은 군인들 중의 하나라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후에는?
그 많은 게이트를 한 명이 갔을 수 있을까? 그건 아닐 것 같다.
“아니지. 미국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지. 많은 대가. 더 많은 대가를 줬다면 가능할 수도 있어. 거기에 군인이라면 나라에서 해주 수 있는 것은 더 많았을 테니까.”
그리고 그런 실험을 미국만 했을까? 땅덩어리와 인구가 많아서 제일 많은 게이트가 생성된 중국이나 그 다음으로 많은 인도라면 인권따위는 개나 줘버리고, 그런 실험을 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그렇게 해서 결론을 냈을 수도 있다. 꼭 헌터를 여기저기에 투입해서 하지 않아도 실험은 가능할 수도 있다. 각각 게이트에서 시료를 채취해서 그것을 정밀분석해서 같은 대기를 가진 곳인지를 분석했을 수도 있다.
뭐, 여기에는 많은 오차가 발생할 수도 있겠지만. 뭐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서 방법을 강구했다면 뭔가 답을 나왔을 수도 있다. 같은 곳이냐, 아니냐만 결론을 내리면 되는 문제니까.
“에라, 같은 세상이고면 어떻고, 아니면 어떠냐.”
사실 나랑은 상관이 없는 일이긴 하다.
냐앙!
“왜? 뭐? 레벨을 더 올리라고? 최소한 30레벨은 찍어야된다고?”
냥냥!
그렇다고 한다.
“좋아. 내가 30레벨 찍고 숲에 들어가고 만다.”
냥냥!
닥치고 레벨이나 올리란다. 그래서 다시 백야를 보며 외쳤다.
“백야! 미노타우르스가 대박이다. 그놈들 몰고와! 아, 두 마리까지만.”
세 마리 데려오면 안 된다. 대장장이 스킬은 확인하고, 렙업을 시키는데는 시간이 좀 더 걸린다. 일단 장비라는 것들이 필요하기도 하고, 대장간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 많을 것이다.
기계류를 이곳으로 가지고 올 수 있다면 상당히 도움이 되겠지만, 그것은 가지고 오는 순간 작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그것은 불가능하고, 이런저런 재료들을 들고 와서 내가 직접 대장간을 만들어야되는 부분이다.
고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렙업이 전부라는 점. 우리 호야가 똑똑하긴 하다. 딱 내가 해야될 일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요구를 하니.
“가자, 가!”
난 렙업을 위해서 남은 시간 대부분을 투자했고, 레벨은 28까지 올렸다.
***
28레벨까지 미노타우르스를 잡아서 꼬리를 따로 저장하고, 뿔도 가공을 해두었다. 다음번 게이트에 들어갈 때 제대로 된 각궁을 만들 생각이다. 아직은 대장간을 만들기 위한 재료들을 구하는 것에는 시간이 걸린다.
목공예, 가죽세공과는 다르게 이건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대장장이 기술 자체는 내 머리에 스킬과 함께 자동으로 들어왔지만, 그것을 펼치기 위해서 준비를 해야할 것들이 많으니까.
“좋은 아침입니다.”
“어머! 최 대리님 피부가 날이 갈수록 좋아지세요.”
여직원들이 매우 호의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럴 수밖에 없을 거다. 내 피부가 곧 자신들의 피부가 될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으니까.
난 이 여직원들에게 파인애플을 제공할 거라는 것은 간접적으로 알렸다. 선우의 가게가 곧 오픈을 할 것이고, 거기에서 파인애플을 가공한 잼 같은 것들을 살 수 있을 테니까.
재미있는 것은 그 사실이 외부로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유? 간단하다. 공유하고 싶지 않은 것이리라. 현대사회에서 예뻐진다는 것은 곧 경쟁력이 될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도 자기만족에 매우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이게 상당히 상대적이라는 것이 문제다. 세상 모든 여자와 남자가 아름답고, 멋지다면 과연 아름답고 멋진 것에 대한 감흥이 크게 들 수 있을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은 상대적으로 내가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어야 만족감이 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 파인애플은 어떤 존재인가?
생긴 것 자체를 고쳐주지는 않지만, 피부라는 것은 생각보다 크게 미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피부만 좋아져도 사람은 달라보인다. 그런 것을 아마 저들은 남들과 크게 공유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뭐, 장사는 선우가 알아서 하겠지.’
선우는 상당히 수완이 좋은 녀석이다. 그러니 장사 정도는 알아서 할 것이다.
난 자리로 가서 내가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심 시간이 되어서 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기 위해서 밖으로 나왔다. 가까운 감자탕집에서 먹기로 했기 때문이다. 내 취향에 잘 맞기도 했지만, 부장님의 최애 음식이라는 것이 포인트다. 하지만 돈을 부장님이 내기로 했으니 직원들도 크게 불만은 없다. 다행히 감자탕을 극혐하는 사람은 없으니 별 문제는 없었다.
“자, 다들 먹읍시다.”
난 감자탕을 먹으면서 미노타우르스의 꼬리로 감자탕을 먹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물론 감자탕은 돼지 등뼈로 만드는 음식이긴 하겠지만. 뭐 뼈가 있는 음식이라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았다.
“요즘 최 대리 인기가 장난이 아니던데? 그러다가 장가가는 거 아냐? 하하하.”
역시 부장님의 아재력은 장난이 아니다. 직원들이 있는 곳에서 저게 할 말인가?
“어머, 최 대리님 저 어때요? 전 좋은데. 호호호.”
여직원 한 명이 재미있다는 듯이 내게 말한다. 난 그녀를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거 성추행 될 수 있습니다. 교육받으시겠습니까?”
“노, 농담이에요.”
“네, 그리고 부장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말씀은 삼가주십시오. 저한테나 다른 직원 남녀를 가리지 않고 그런 말씀 요즘 하시면 안 됩니다. 명절만 되면 미혼 남녀직원들은 각자 집에 가서 그렇지 않아도 그런 압박과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될 텐데, 그걸 회사에서까지 들어야 한다면 너무 스트레스 아니겠습니까?”
난 창업을 결심했기에 거칠 것이 없었다. 잘리면 잘리고 만다는 배짱이랄까? 그런데 의외로 부장님의 표정이 진지해진다.
“그러네. 내가 실수를 했어. 그런 얘기를 하면 안 되는 건데, 내가 사과하지.”
“저두요. 사과드릴게요. 저도 집에가면 그렇지 않아도 그런 걸로 스트레스 받는데, 신중하지 못했네요.”
뭐지? 왜 갑자기 사람들이 이러지? 그런데 그때였다.
-화술(패시브) 3레벨 스킬이 등록되었습니다.
갑자기 알림이 떴다. 그것도 특이한 일인데, 스킬이 생겼다가 아니라 등록이 되었다는 부분이었다. 밖에서도 스킬이 생긴다는 것인지, 아니면 평소에 내가 가지고 있던 것을 시스템이 인정을 한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찰이 좀 필요한 부분이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아무튼, 내 스킬로 인해서인지 몰라도 사람들은 내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는 부분이다. 꼰대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부장님까지.
“하하하, 분위기를 무겁게 할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그래, 그래. 더 들자고.”
다행히 분위기는 무거워지지 않았다. 하지만 다들 뭔가 생각이 깊어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난 나 때문에 생각이 많아진 분들을 위해서 외쳤다.
“제가 커피 쏩니다.”
“와아!”
요즘 커피는 웬만한 밥값이다. 하지만 내가 조금 전에 좀 그렇게 만들었으니 이 정도는 쏠만 했다. 그래야 나중에 다른 소리가 안 나온다. 이런 것이 사회생활이다. 조금 기분이 나빠도 내가 이렇게 제스쳐를 취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그렇게 카페로 향하는데 사고가 생겼다.
“죽여버릴 거야! 죽일 거라고!”
길의 한복판에서 칼을 든 남자가 주변사람들을 향해 칼을 휘두르고 있었다. 다행히 그 칼에 맞아서 다치거나, 죽은 사람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곧 누군가는 크게 다칠 수 있는 그런 상황이다.
“겨, 경찰에 신고하자.”
부장님이 솔선수범해서 스마트폰으로 경찰에 바로 신고를 하려고 할 때다.
“어딜!”
남자가 작은 단도를 부장님을 향해서 내던졌다. 운이 나쁜 것인지 그것은 부장님의 머리를 향해 날아왔고, 그것을 제대로 맞는다면 부장님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 상황.
난 나도 모르게 손이 나갔다.
팍!
“으악!”
“꺄아아악!”
부장님과 직원들의 비명소리. 하지만 단도는 내 손에 정확히 잡혀 있었다. 비명을 지를 상황은 아니라는 것. 솔직히 말해서 난 놀랐다. 이 단도에 실린 힘은 그냥 그런 것이 아니다.
‘헌터다.’
저놈은 분명히 헌터다. 헌터가 아니고서야 이런 힘이 있을 리가 없다. 웬만한 군인이라고 해도 이 정도의 힘까지 있을 리가 없다.
난 놈을 가만히 살펴보았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경진수(14레벨)]
직업: 암살자.
힘: 18, 민첩: 34, 지능: 11, 정신: 11, 체력: 18.
스킬: 단도술(패시브) 4레벨.
특이사항: 광란 상태.
남자의 이름은 경진수. 그리고 암살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었다. 문제는 저 남자가 지금 광란 상태라는 것이다. 즉, 미쳐 있다는 이야기. 아직 사회에서 헌터가 난리를 친 것은 뉴스에 나온 적이 없다. 묻지마 살인 같은 것들이 벌어진 적은 있었지만, 그것이 헌터의 소행이라고 할만한 일은 내 기억에 없다. 그런데 처음으로 그런 일이 벌어지려고 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