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35화 (35/182)

제 35 화 이면의 비밀.

제 35 화 이면의 비밀.

“최, 최 대리님 괜찮으세요?”

“아, 네. 저도 모르게 손이 나갔네요.”

내 손에는 단검이 들려 있다. 단검을 관찰로 살펴보았지만, 아이템이나 그런 것은 전혀 아니었다. 그냥 흔히 볼 수 있는 군용 단검이다.

포인트는 군용 단검이라는 점이다. 일반인들이 쉽게 만져볼 수 없는 단검. 이것을 주로 사용하는 것은 특수전을 하는 군인들일 거다. 보통 군대에서 이런 단검을 사용하지 않을 테니까. 그렇다는 것은 저 경진수라는 헌터는 군과 관련된 일을 하던 헌터이거나, 군이 관리하는 게이트에 속한 헌터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 저 미친놈이 사람한테 흉기를 던져?”

부장님은 크게 화가 난 것 같았다. 물론 큰 소리를 내지는 않았다. 혹시 또 미친놈이 뭘 던질지도 모르니까. 그러면서 내 뒤로 슬금슬금 숨는다.

“최 대리, 특전사 뭐 그런 거였어?”

날아오는 단검을 잡는 게 특전사라고 가능한가? 하지만 난 딱히 부인하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부장님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보다는 경진수라는 저 인간이니까.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내가 단검을 잡는 것을 한놈이 죽어라 노려보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경진수 저놈.

“너, 너. 나를 죽이려고 온 놈이구나.”

이 시점에서 난 갈등을 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경진수를 제압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조금 전에 놈이 던진 단검을 내가 어렵지 않게 잡아냈던 것처럼. 하지만 그랬다가는 그 뒤가 문제다. 내가 게이트의 주인이라는 것이 결국 알려지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

‘염병, 이렇게 된 거 그냥 질러버려?’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어디서 많이 본 실루엣이 내 눈에 들어왔다. 매우 익숙하고, 사랑스럽고, 귀여운 실루엣.

그리고.

냐앙! 퍽!

익숙하고 귀여운 소리와 함께 경진수의 뒤통수에 뭔가가 번뜩였다. 그리고 귀신같이 사라지는 호야. 우리 집에서 여기까지는 차로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아무리 고양이가 사람보다 빨리 달릴 수 있다고 해도 지구력은 그렇게 뛰어나지 않다.

치타가 빨리 달린다고 10킬로를 그렇게 달릴 수 있냐고 하면 절대 아니다. 걔들은 그렇게 오래 못달린다. 보통의 고양이라면 이 거리까지 오는 것은 가능해도 매우 힘들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호야는 보통 고양이가 아니다. 잘은 몰라도 세계관 최강자에 가깝지 않을까?

그러니 호야가 등장해서 경진수를 처리한 것 자체는 그다지 신기한 것까지는 아니라는 얘기다. 신기한 것은 어떻게 이 순간에 딱 맞춰서 등장했는가 그것이다.

‘우리 호야가 히어로였나!’라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하지만 아마도 호야는 나 때문에 여기에 왔을 거다. 덕분에 난 더는 내 능력을 보일 필요가 없어졌다.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그러게요. 저 미친놈이 갑자기 픽하고 쓰러지던데요.”

“와, 이게 말로만 듣던 천벌인가?”

우리 부서 사람들은 그렇게 떠들기 시작했다. 경진수는 경련을 하며 몸이 부르르 떨리다가 그대로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 난 그런 그의 상태창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그러자 다른 것은 그대로인데, 특이사항이 삭제된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검은 승합차 몇 대가 경진수가 쓰러진 곳에 정차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우르르 내렸다. 대략 열 두 명의 사람들.

완전무장을 한 그들은 경진수를 에워쌌다. 그리고 몇몇 사람들이 더 도착을 하더니 주변 사람들을 살폈다. 혹시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매우 인상이 좋은 남자 한 명이 우리들에게도 다가왔다.

“죄송합니다. 잠깐 스마트폰을 볼 수 있을까요?”

요즘 세상에 저런 말을 한다고 누가 그 말을 들을까?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 부서 사람들이 거리낌 없이 스마트폰을 내민다. 난 눈치껏 그들의 행동을 따라했다. 그러면서 남자를 살펴보았다.

[김명진(21레벨)]

직업: 최면술사.

힘: 15, 민첩: 14, 지능: 41, 정신: 38, 체력: 16.

스킬: 최면(액티브) 5레벨.

‘미친.’

속으로 욕이 나왔다. 직업이 최면술사다. 왜 사람들이 순순히 말을 들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때 알림이 떴다.

-상대가 최면을 시도합니다. 저항하시겠습니까?

시스템이 내게 알려왔다. 김명진이 최면을 걸고 있다고.

‘저항한다.’

-상대의 레벨이 더 낮아 저항에 성공했습니다.

-정신 저항(패시브) 3레벨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정신력이 3 올랐습니다.

‘뭐지? 이놈은 산타클로스인가?’

스킬도 생성시켜주고, 정신력도 올려줬다. 이정도면 산타가 따로 없다. 물론 애초에 나에게 최면을 걸려고 했던 놈을 좋게 볼 수는 없는 일이지만. 난 그래도 눈치껏 다른 사람들처럼 행동을 따라했다. 내가 최면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을 김명진은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협조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 단검을 잡으신 분이?”

“우리 최 대리님이요.”

여직원 한 명이 말하며 나를 보자 김명진이 나를 본다.

“헌터이십니까?”

“회사원입니다.”

“헌터가 아니시라는 말씀인가요?”

당연히 아니다. 난 게이트 주인이지 헌터는 아니다.

“네.”

“그렇군요. 그럼 운이 좋은 건가?”

“네?”

“아, 아닙니다. 그럼 여러분 잠시만 저를 봐주세요. 조금 전에 여기에서 있던 일들은 모두 여러분의 기억에서 지워주시면 됩니다. 간단하죠?”

“네!”

“네.”

사람들이 입을 모아 대답한다. 나도 입을 뻥끗거리며 대답했다.

“그럼 각자 가던 길을 가시면 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런 일이 익숙한 것인지 이미 경진수는 승합차에 실려갔고, 승합차도 사라지고 있었다. 김명진은 마지막까지 주변을 살펴보고는 차에 오르며 중얼거린다.

“그래도 오늘은 피해자가 없네, 가자.”

그의 이야기에서 난 몇 가지를 유추할 수 있었다. 일단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건이 발생하고 저들이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의 시간을 생각해보면 된다. 그리고 저 김명진이라는 최면술사. 놈은 게이트의 주인은 아니었다. 그런데 최면술이라는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그 능력을 이용해서 사람들의 기억을 조작했다.

만약 내가 놈보다 레벨이 낮았다면 최면에 당했을 것이고, 헌터냐는 질문에 게이트 주인이라는 대답을 했을지도 모른다.

다만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은 일반인이라고 인식한 내가 단검을 막았는데, 크게 의심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런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 상황이 평범하게 운이 좋아서 가능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 텐데.

‘어쩌면 스킬의 반작용인가?’

놈은 나에게 최면을 사용했다. 하지만 난 그 최면에 저항했다. 그렇게 되면 놈은 그냥 실패를 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자신이 걸었던 최면을 되돌려 받았던 것이 아닐까? 물론 내가 다른 요구사항 같은 것을 말하지 않았기에 정확히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 말을 김명진은 너무 간단하게 믿었다. 그것이 자신이 가진 최면 스킬에 대한 믿음인지 내게 최면이 실패한 반작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점심시간 다 끝나가요.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요?”

강 과장님의 말에 다들 시간을 확인하고는 말한다.

“빨리 가요.”

“어? 방금 뭐가 있었는데.”

“뭐가요?”

“아니, 그건 모르겠고. 에라, 빨리 돌아가자구.”

부장님의 말에 다들 회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 잠깐만 저쪽에 거래처 분이 계신 것 같아서 인사만 하고 갈게요.”

“그래, 차라도 한 잔 대접해드리고 와.”

“네, 부장님.”

영업사원에게 이런 일은 흔한 일이라 부장님은 대수롭지 않게 그렇게 말하고 직원들을 이끌고 회사로 향했다. 그리고 난 건물 사이에 에어컨 실외기들이 잔뜩 있는 비좁은 골목으로 향했다.

냐앙.

역시 그곳에 호야가 있었다.

“호야! 너 이 먼 곳까지 왜 왔어?”

냥냥! 냥냥냥!

“내가 위험할 것 같아서 왔다고? 그런 쪼렙 헌터따위한테?”

내 말에 호야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농담이야. 너 아니었으면 곤란했을 거야.”

난 호야를 안아 들었다. 보통 길에 나오면 보통 때 사람들은 맡지 못하는 길의 냄새가 나기 마련이다. 강아지를 산책시키면 어디선가 길의 냄새가 묻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듯이 말이다.

그런데 호야한테는 그런 특유의 냄새가 묻어 있지 않았다. 고양이라 그런가 싶었지만, 아닐 거로 생각했다. 그냥 호야가 특별한 애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

“너 그런데 문 열 줄 알아?”

움찔.

이 시키 딱 걸렸다.

냐앙?

모른척을 하시겠다? 하지만 난 그런 것에 쉽게 넘어갈 사람이 아니다.

“앞으로 함부로 문열고 나오고 그러면 안 된다?”

냥!

호야가 내 얼굴에 자기 얼굴을 부비적거린다. 애교로 넘어갈 심산이다. 하지만 그게 너무 치명적이나 난 넘어가기로 했다. 애초에 얘가 집에서 여기까지 어떻게 알고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행동들의 끝에 내가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니까.

“오늘은 고마웠어. 일단 내 차로 가자. 오늘 조기퇴근해야겠어.”

혼자 돌아가라고 해도 호야는 충분히 혼자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나를 위해서 온 호야를 그렇게 돌려보낼 수는 없다. 사람이라면 식사라도 대접하겠지만, 호야는 고양이니까 내가 직접 데리고 돌아갈 생각이다.

호야를 차에서 쉬게 하고, 부장님에게 외근을 가겠다고 하니 어렵지 않게 허락해서 곧장 퇴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뭐 살짝 외근이라는 거짓이 섞이긴 했지만, 그간 내가 회사에서 성실한 모습을 보였기에 그런 것을 문제삼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최면술사로 인해 기억이 지워졌다고 해도 내가 자신을 구해줬다는 것은 은연중에 기억하고 있을 것도 같았다.

그렇게 난 호야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

“이게 우습게 볼 일이 아니란 말이지. 헌터가 사고를 치는 일은 종종 있을 것 같아, 그치?”

냐앙.

“그러니까 그런 전담반으로 보이는 인간들이 있겠지. 거기에 최면술사라니. 상상도 못 했네.”

최면술이라는 것은 논란이 많은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최면은 치료용으로도 혹은 다른 용도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게 게이트 안에서 정식으로 스킬로 판명된다면?

그 효과는 장난이 아닐 거다. 지금까지 헌터의 사고나 게이트의 일들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막말로 맨땅에 헤딩을 하라고 하는 것은 어렵다. 내가 마법을 배워보겠다고 삽질을 했던 것처럼. 하지만 원래 최면술을 교육받은 사람이 게이트 안에서 그것을 스킬로 만드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내가 요리 스킬이 어렵지 않게 생성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무슨 정신지배 같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최면’이었다. 이게 현 시점에서 게이트의 비밀을 가리고 있는 키워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정신력이 마나통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단 말이지.”

최면에 저항하면서 정신력이 3이나 올랐다. 이것은 저항 스킬이 정신력과 연관이 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호야, 렙업하러 가자.”

냥!

오늘 같은 위협이 없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 오늘은 어떻게 잘 넘어갔지만, 김명진에 대해서도 알아봐야 한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은 호야의 말처럼 레벨을 더 올려두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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