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36화 (36/182)

제 36 화 전투직업 선택.

제 36 화 전투직업의 선택.

게이트 밖에서 대장간을 꾸릴 재료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었지만, 아직 대장간을 만들 정도는 아니었기에 난 재료들과 장비들을 안으로 들여놓기만 했다.

우리 호야는 매우 엄격한 스승으로 내가 게이트 안에 들어와서 잠깐 쉬려고 하자 곧장 백야한테 발길질을 했다. 그러자 백야는 내가 시키지도 않았음에도 숲으로 들어가서 미노타우르스 두 마리를 끌고 나타났다.

“야! 쫌!”

엄격 호야 스승은 내 사정따위 관심이 없다는 듯이 미노타우르스들을 겁줘서 내게 밀었다. 그리고 난 미친 듯이 놈들을 향해 마나목 목검을 휘둘렀다.

그렇게 지옥수련이 시작되었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알림이 뜨자 난 그대로 드러누웠다.

레벨 30이 되었다는 알림이었다. 갈수록 레벨은 오르지 않았다. 미노타우르스는 높아봐야 29레벨이었고, 동렙의 몹을 잡는 것은 의외로 경치를 많이 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얼마나 걸렸냐고?

게이트 안에 들어와서 강제로 전투를 시작하고서 3일밤이 지났다. 최소 72시간을 전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덕분에 내 능력치를 분배 하는 것 외에도 여러개가 올랐다. 아마 고렙헌터라고 해도 내가 웬만해서는 압도를 하지 않을까 싶다.

[최시우(30레벨)]

HP: 570 MP: 630

힘: 54 민첩: 56 지능: 48 정신: 63  체력: 57 손재주: 18 카리스마: 12

확실히 처음 1레벨일때에 비하면 장난 아니게 능력치들이 올랐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전투직업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20렙에 나왔던 알림과 비슷한 알림이 떴다. 그런데 그때는 직업을 선택하라는 것이었고, 이번에는 전투직업을 선택하라는 차이가 있었다.

별것 아닌 것 같은 차이지만, 그 차이는 상당히 크다. 만약 내가 20레벨 때 직업을 선택했다면 영주가 될 수 있었을까? 어쩌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때의 유혹이 장난이 아니었단 말이지.

정예 궁수와, 정예 사냥꾼.

둘 다 정예였다. 선우가 가지고 있던 그냥 궁수가 아니라. 그래서 그때 살짝 고민을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번에는 또 새로웠다.

-선택할 수 있는 직업입니다.

활의 길을 걷는 자, 검의 길을 걷는 자, 진리를 탐구하는 자, 빛을 향하는 자.

정예 뭐 그딴 얘기가 없다. 그런데 딱 봐도 이게 더 상위 직업일 거라는 것은 예상하기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해보았다.

“여기도 선택하지 않으면 40레벨 때 또 다른 것이 뜨려나?”

선택의 갈림길에 선 순간. 이게 게임이라면 말 그대로 더 버티다가 직업을 선택하면 무슨 전설의 직업이라도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내 입장에서는 선택을 해야 한다.

대충 저 선택지들을 보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궁수, 검사, 마법사, 성직자가 아닐까? 재미있는 점은 마법사는 뭐 불 조종 스킬이 있어서 그렇다 치지만, 빛을 향하는 자라는 누가봐도 성직자로 보이는 저건 왜 튀어나왔는지 모르겠다는 점이다.

“어쩌면 영주라서 그런 건가?”

전투직업은 영주에게 주어지는 특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라면 전투직업이라는 것이 따로 있을 것 같지 않으니까.

“그래서 내 선택은······. 진리를 탐구하는 자를 선택한다.”

-전투직업 ‘진리를 탐구하는 자’를 선택했습니다.

지능이 50, 정신력이 50 오릅니다. 앞으로 미분배 포인트는 힘, 민첩에 사용할 수 없습니다.

진리를 탐구하는 행위가 더 쉽게 스킬로 등록됩니다.

불 조종 스킬이 진화하여 불 제어(액티브) 1레벨 스킬이 되었습니다.

“와, 씨! 속았다.”

냥, 쯧.

호야가 혀를 찬다. 똥밟았다는 표정이다.

“야! 아빠가 나중에 막 마법 쓰고 그러면 어쩔라고.”

풉!

저건 확실하다.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다. 강아지가 자기 앞발로 입을 막고 비웃는 짤. 물론 그건 합성일 것 같지만, 이건 찐이다. 호야가 지 앞발로 지 입을 가리며 비웃고 있다. 얼핏 보면 솜사탕 먹기라고 하는 자기 앞발을 그루밍하는 귀여운 모습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저건 확실히 비웃는 거다.

‘네 주제에 마법을?’이라고 하는 듯한 모습.

“두고 봐. 내가 꼭 마법사가 될 테니까.”

당연히 마법사일 거라고 생각하고 선택한 길이 뭔가 마법스킬은 없고, 마법사 스텟만 올려주는 이상한 상황.

지능과 정신이 50씩 올랐다. 그로 인해서 내 마법 파워와 MP가 획기적으로 올랐을 거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문제는 그걸 쓸 뭐가 있어야지!”

마법사가 되면 뭔가 ‘1서클 마법이 활성화 되었습니다’라던가 하는 멋진 메시지가 뜰 거라고 기대를 했건만, 그런 것은 없었다. 묘하게 운이 좋으면서 운이 없는 것 같은 그런 느낌.

“그래, 그래도 불 조종이 불 제어로 진화했잖아! 불 제어가 엄청난 스킬일 거야. 불 제어!”

마나를 크게 사용하면서 외쳤지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풉!

“시끄러!”

호야의 비웃음만이 적적한 내 가슴에 불를 지를 뿐이었다.

***

불 제어 스킬은 결과적으로 말해서 꽝은 아니었다. 작은 불씨만 있어도 그 불을 엄청나게 키울 수 있고, 큰 불을 작게 압축할 수도 있었다.

물론 전제조건은 불이 있어야 한다는 점. 그 아쉬운 부분이 정말 폼이 안 나는 일이기는 했지만, 내 기준으로 볼 때에 이건 마법이 맞았다.

“파이어 볼!”

내게 달려오던 미노타우르스의 온 몸이 화염에 휩싸였다. 불이 어디서 났냐고? 카락이 옆에서 모닥불을 들고 있어서 그걸 사용한 거다. 라이터라도 작동하면 좀 편할 텐데, 아쉽게도 가지고 있지 않다. 희한하게 기계류들은 작동을 하지 않는데, 낚싯대가 작동을 한 것을 보면 매우 간단한 종류는 시스템이 눈감아주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라이터가 작동할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난 애초에 파이어스틸을 사용해서 불을 붙였었으니까. 만약 작동을 안 하면 간단한 라이터는 내가 직접 만들어볼 생각이다. 라이터가 없으면? 갑자기 전투가 벌어질 때 성냥을 켜야되는 매우 모양빠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까.

라이터를 켜고 싸우는 것은 모양이 안 빠지냐고? 빠진다. 나도 안다. 그래도 성냥보다는 인간적으로 낫지 않나? 아무튼, 불 제어 스킬은 상당히 강력한 스킬이었다. 미노타우르스를 산채로 태워버릴 만큼. 살짝 아쉬운 점은 한방에 확 타버리는 것이 아니라 불이 붙은 상태로 서서히 죽어가는 형태라서 그 사이에 발광한다는 거다.

“이해는 한다. 보기만 해도 어우.”

고통 중의 최고는 작렬통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가. 그러니 저게 얼마나 아플까? 하지만 애초에 몬스터이고, 내가 인정을 베풀어야 할 이유가 없는 애들이라 그냥 그런가 보다 한다. 아마도 스킬의 레벨이 더 올라가면 더 고통을 줄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생각을 할 때 미노타우르스가 죽었다. 아직 31레벨까지 갈 길은 먼 것 같았고. 그런데 옆에 있던 카락의 자세가 더 정중해진다. 죽은 것은 미노타우르슨데 겁은 살아 있는 카락이 먹은 것 같다. 뭐 나쁜 것만은 아니다.

“찾아봐.”

이제 내 희망은 하나다. 미노타우르스가 주는 스킬석. 그걸로 마법을 배우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잠시 후에 카락이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꽝이라는 얘기.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카락, 밭이랑 양계장 돌보고.”

쿠락!

카락은 서둘러 움직인다. 그래도 불 제어 스킬에 대한 이해를 높아졌는지 레벨도 2로 올랐다.

“호야, 이제 쉴래.”

냐앙!

호야는 그만하면 됐다고 생각하는지 내게 백야에게 눈짓을 하고, 몹을 풀링하느라 지쳐있던 백야는 그대로 지정석에서 침대로 변신했다. 난 그런 백야의 폭신한 배에 몸을 눕혔다. 호야는 그런 내 옆으로 와서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는 내 콧잔등을 핥는다. 나름 고생했다는 것이리라.

“자자!”

그리고 곧장 잠들었다.

***

자고 일어나보니 대충 출근할 때까지 여섯 시간 정도 남아 있는 상태였다. 난 그동안 밀어두었던 것을 하고자 했다. 바로 각궁을 만드는 것이다. 미노타우르스의 뿔을 많이 모았고, 그것을 각궁을 만들 수 있도록 밑 작업을 해둔 상태였다.

이 부분에서 난 주로 지시를 하고, 카락이 많은 부분을 하긴 했지만. 카락은 덕분인지 손재주 능력치가 생성되었고, 어느덧 10까지 올랐다. 내가 얘를 위해서 이렇게 시키는 거다. 혹시 나중에 자기 부족으로 돌아가게 되면 카락은 진짜 사랑받는 부족원이 될 테니까. 뭐 내가 죽기 전에는 카락을 놔줄 것 같지는 않지만.

각궁이라는 활은 한민족의 얼이 서려 있는 활이라고 누군가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침략을 하지 않는 한민족의 특성에 가장 부합하는 무기라나? 먼저 가서 공격하지 않고, 다가오는 적을 공격하는 것에 활이라는 무기는 매우 유용하다. 뭐 달려가서 쏴도 유용하기는 하지만, 화살을 계속 쏘기 위해서는 한자리에서 사용하는 편이 더 좋긴 할 것이다. 물론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의 말을 믿는 것은 아니다. 그냥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라는 것일 뿐.

아무튼, 이 각궁이라는 무기는 조선의 가장 강력한 무기 중의 하나였다는 것은 분명하다. 세계의 어느 활과 비교해도 우위를 점칠 수 있을 정도의 무기라고 하니까.

난 각궁을 만드는데 정말 혼신의 힘을 다 했다. 지능이 높아져서 그런지 집중이 평소보다 훨씬 잘 되었고, 마나통이 두 배 이상 커졌기에 마나를 사용하는 것도 부담이 없었다.

마법사가 왜 각궁따위를 만드냐고 묻는 이가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마법 스킬이 없는 마법사도 마법사로 쳐주는 건지 묻고 싶다. 즉, 난 나를 지킬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원거리 무기로 가장 사용하기 좋은 것은 각궁이고.

-놀라운 집중력으로 진정한 각궁을 만드셨습니다. 목공예(액티브) 스킬의 레벨이 7이 되었습니다.

“와······.”

시스템이 인정한 진정한 각궁이다. 난 각궁을 관찰로 살펴보았다. 그때 다시 알람이 뜬다.

-관찰(액티브) 스킬의 레벨이 5로 올랐습니다.

관찰 스킬까지 점프를 했다.

아이템: 바람의 각궁(15레벨).

추가공격력: 102~154.

효과: 궁술레벨+5, 명중률 대폭 상승, 연사율 대폭 상승.

미노타우르스의 뿔을 이용해서 만들어진 활이다. 높은 집중력으로 만들어낸 무기로 바람의 힘이 내재되여 있다. 바람의 화살을 만들어 발사할 수 있다.

“와.”

진짜 ‘와’라는 말밖에 안 나온다. 바람의 힘이 내제되어 있어서 바람의 화살을 만들어 발사할 수 있단다. 어째 마법보다 이 각궁이 더 마법 같다. 하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내 무기니까.

“바람의 화살을 만들어낸단 말이지.”

난 마나를 집중시키며 시위를 당겼다. 그러자 정말 시위에 투명한 화살이 걸려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그대로 난 연습용 과녁을 향해 시위를 놓았다.

콰앙!

과녁이 박살이 났다.

냥!

호야도 놀란 눈을 뜨고 나를 쳐다본다. 호야도 놀랄 정도의 위력이라는 의미리라.

“다 죽었어.”

이제 진짜 사냥을 할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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