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39화 (39/182)

제 39 화 개이득.

제 39 화 개이득.

카락이에게는 나름 부족에 대한 의리가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내가 보기에 이놈은 자기가 있던 부족에서 그렇게 높은 위치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보통 오크라면 전사의 이미지가 강하지 않은가? 그런데 카락이는 농사도 능숙했고, 축산도 잘 하는 녀석이었다. 무두질이나 이런저런 작업의 보조도 잘 하는 것을 봐서는 원래 그런 일을 했었다는 얘기.

고로 이놈은 자기 부족에서 높은 위치에 있던 녀석이 아니었던만 자기 부족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할까? 그래서 난 카락이한테 말했다.

“네 뜻은 존중한다. 네가 부족을 그렇게 생각하는 줄은 몰랐어. 난 단지 네게 부하가 있으면 좋겠다······ 응?”

카락이 한 방향을 가리키며 내 팔을 잡아끈다.

크륵, 크륵.

어서 가자는 뜻인 것 같다. 부하라는 말에 이렇게까지 반응을 할 줄이야. 하긴 쫄따구는 못 참지. 카락의 얼굴이 웃고 있다. 흉측한 얼굴이지만 그걸 난 바로 알 수 있었다.

***

“그러니까······ 저기가 네가 있던 부족이라고?”

크락!

카락이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카락에게 난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너 가족 있니?”

지금까지 그다지 생각해보지 않은 일이었지만, 얘한테도 가족이 있을 수 있지 않겠는가? 오크는 몬스터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아인종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얘들도 사회를 이루고 생활을 하고, 자기들만의 언어가 있는 녀석들이니까. 그러니 가족도 있을 수 있지 않겠는가.

크롹크롹.

고개를 저으며 부인을 하는 것을 보니 다행히 가족은 없는 것 같다.

“근데 생각보다 작다?”

오크 부락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작았다. 예전에 히트쳤던 와오라는 게임에서의 오크를 상상했던 것인가? 거기에는 엄청난 오크 도시도 있었는데, 아마도 여기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대충 부족원들이 한 30이나 될까 싶은 평화로워 보이는 부락이다.

“카락 앞장서라.”

크락!

카락은 의기양양하게 앞장서서 자신의 부락의 대문을 발로 찼다.

꽈직!

그간 먹이고, 레벨업도 시켜서 그런지 카락은 처음 나와 만났을 때보다 훨씬 진보한 상태였다. 그래서 저런 자신감이 나오나 보다.

텅텅텅! 텅텅텅!

뭔가 쇠를 두들기는 것 같은 소리가 울려퍼졌다. 아마 외부의 침입을 알리는 그런 소리가 아닐까 예상된다. 그리고 잠시 후.

우리 앞에 나름 무기를 든 오크들이 줄지어 섰다. 그 수가······ 겨우 다섯이다. 어쩌면 내 생각보다 카락이 위치가 높았는지도 모르겠다. 딱 봐도 쟤들은 카락보다 전투력이 떨어져 보인다.

카락은 그런 오크들을 보고 뭐라고 한참 떠든다. 오크들도 카락을 알아보고는 놀라서 뭐라고 떠든다. 얘들의 크락거리는 소리는 아무리 나라도 알아듣기 어렵다. 그래서 가만히 있으니 카락이 오크 전사들 앞에 뭔가 자루를 하나 던진다.

가만보니 사료다. 오크 전사들은 그것에 조심스럽게 다가가더니 한움큼 잡아서는 입에 가져간다. 그리고 씹는다.

크락! 쿠로! 콱콱!

애들이 신났다. 세상 맛있다는 표정으로 사료를 씹어먹는다. 저러니 나도 한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얘들이 먹고 있는 것은 백야용 사료로 백야가 간식처럼 먹는 것이다. 뭐 양이 워낙에 많기에 백야가 저것을 가져왔다고 심통을 내지는 않는다.

크라크라크루코루!

오크들이 뭐라고 떠드니 집안에서 웅크리고 있던 오크들이 슬금슬금 나오기 시작한다. 이게 참 구분이 쉽지 않은 건데 나름 요염한 자태를 뽐내는 여자 오크들과 딱 봐도 다른 오크들의 허벅지밖에 안 오는 새끼오크들. 얘들이 다 가족인가보다.

그러니까 여기는 오크들의 씨족 부락 정도 되는 모양이다. 오크 전사들이 카락에게 다가오더니 어깨를 두드리며 뭔가 기쁜 표정으로 이야기를 한다. 그런 오크들에게 카락이 뭐라고 한참 떠드니 오크 전사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녀석이 내 앞으로 온다 그리고 한쪽 무릎을 꿇으며 외친다.

크롹!

어차피 난 못알아듣는다. 그런데 시스템은 알아들은 모양이다.

-그레이 오크 부족의 족장 카르둑이 부족을 의탁해옵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그러니까 그에이 오크 전체가 내 영지민이 되겠다는 의미로 보였다.

“전부 내 영지민이 되겠다고?”

크락!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는 것을 보니 그런 것 같았다. 일꾼들이 알아서 들어오겠다는데 굳이 내가 반대를 할 이유가 없다.

“받아들인다.”

-그레이 오크 35명이 영지민이 되었습니다.

-최초로 영지를 흡수했습니다. 보상으로 미분배 포인트 10을 얻습니다. 카리스마 능력치가 5 오릅니다.

-레벨이 3 올랐습니다.

“와······.”

노예들이 늘어난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인데 보상까지 준다. 이런 멋진 시스템 같으니라고.

“좋아, 대충 필요한 것들 챙겨서 우리 영지로 간다. 준비해.”

내 말에 카르둑이 차려자세를 취하고는 부족민들에게 뭔가를 지시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것을 보니 카락이 걱정된다. 카락은 쟤보다 높은 위치로 해줘야 하는 건가? 아닌가?

지금까지 카락이 한 게 있는데 그것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싶었다. 그래서 카락과 카르독을 모아두고 말했다.

“카락은 우리 영지의 총감독이다. 그러니 카르독, 불만이 있겠지만 카락의 지시를 따르도록.”

내 말에 카르독이 자신의 가슴을 주먹으로 두들긴다. 이게 덤비라는 의미보다는 알았다는 그런 의미인 것 같았다. 다행히 분란은 발생하지 않았고, 카락의 입이 귀에 걸렸다.

“카락. 준비해서 영지로 돌아가자.”

크락!

***

시호영지로 돌아왔다. 말이 시호영지지 뭐 내 베이스캠프다. 그동안 양계장에서 닭들이 잘 번식하고, 소들도 수량이 늘어나고 있다. 원래 데리고 왔던 소들의 수에서 송아지들이 거의 서른 마리쯤 늘어난 상태. 얘들도 빨리 자라서 다시 송아지를 낳을 거다. 대충 소 축사는 200마리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그정도 되면 오크들이 먹고사는데 크게 지장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자, 각자 특기를 얘기한다. 뭔가를 만드는 것을 잘하는 녀석들은 이쪽. 잘 싸우는 녀석은 이쪽, 그리고 스킬을 가지고 있는 놈은 이쪽. 그리고······.”

35명에 카락까지 36명의 오크들. 그 중에 전사로 선택된 녀석들은 다섯이다. 부족장이었던 카르독을 포함한 숫자다. 여기에 카락은 포함되지 않는다.

그리고 밭일을 할 수 있는 오크 다섯과 의외로 옷을 만들 수 있는 여자 오크가 열이나 되었다. 대장장이 기술 같은 것을 익히고 있는 녀석은 없었지만, 손재주 스텟이 있는 녀석이 있어서 이녀석을 키워보기로 했다. 그 외에 꼬맹이들은 일단 소일거리나 시키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특이한 오크가 하나 있었다.

“그러니까 오크 주술사 그런 건가?”

여자 오크였다. 우윙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여자 오크는 20레벨이라는 상당한 레벨을 가지고 있었다. 힘, 민, 체, 는 모두 5로 오크들의 평균치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지능과 정신이 70대로 엄청난 몰빵캐릭이었다.

스킬은 치유. 그것도 그냥 치유가 아니라 중급 치유다. 아마 오크들의 주술사라는 직종은 치료사가 아닌가 싶다.

“넌 앞으로 치료를 담당한다. 지금까지 그랬다는 거지?”

쿡!

“우윙은 치료사, 그리고 카르독은 경비대장이다. 네 명의 전사들을 데리고 우리 영지를 지킨다. 알겠지?”

크롹!

주먹으로 또 가슴을 퉁퉁 친다. 아무래도 저게 경례 같은 그런 의미인 것 같다. 근데 저러다가 심장마비 오지 않을라나?

“무기와 방어구는 조만간 만들어줄 테니까. 열심히 수련하고 있어.”

크롹!

카르독은 전사들을 데리고 가서 서로 검을 들고 훈련을 하기 시작한다. 쟤들을 위해서 어디 늑대라도 길들여와야되나 싶은 생각이 든다. 원래 오크는 늑대를 타야 멋진 거다. 말보다는 늑대지.

그리고 이제 재봉 능력을 가진 여자 오크 열 명.

오크를 마리가 아니라 명으로 부르는 것은 얘들이 내 부족민이라 그렇다. 내새끼들인데 대우를 해줘야지. 대충 살펴보니 얘들은 사료 파티 한 번에 충성도가 맥스를 찍고 있다. 아마 숲의 입구에 있는 부족이라고 해도 최약체에 가까운 녀석들이라 식량사정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원래 이런 애들을 키워서 강력하게 만들어야 막 보람도 느껴지고 그런 거다.

“너희들은 이쪽으로.”

코록.

나름 여자 오크라 그런지 내는 소리가 살짝 다르다.

“옷감을 만드는데 필요한 게 뭐야?”

내 말에 카락이 여자 오크들에게 뭐라고 떠든다. 그러자 여자 오크들의 대장쯤 되는 오크가 앞으로 나와서 숲의 입구를 가리킨다.

“저기 가야 한다고?”

끄덕.

“가보자.”

옷감을 만드는 일에 필요한 것은 일단 식물이다. 예전에 우리 한민족이 삼베옷을 입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문제는 이 삼베옷의 재료가 대마초라는 것. 그래서인지 한국인인 나는 본능적인 거부감이 좀 있다. 하지만 오크들의 복장으로 봐서 삼베옷은 아닌 것 같았다. 그보다는 면에 가까운? 그런 느낌이다.

오크들을 이끌고 숲의 초입에 가니 다행히 대마초가 아니라 목화를 볼 수 있었다. 내가 목화를 어찌 알아보냐고? 알아볼 리가. 관찰이 말해준 거다.

-이름: 섬 목화.

섬에서 자생하는 목화다. 이것으로 여러 부족이 옷을 만들어 입는다.

간단한 설명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설명은 없을 거다. 그리고 그 옆에 내가 어디선가 본듯한 익숙한 벌레들이 다니는 것이 보인다. 여자 오크들이 그것을 신나서 줍고 있다. 저건······.

“누에네.”

누에라는 벌레는 누에나방의 유충이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벌레다. 다행히 누에가 잘 먹는 뽕나무도 바로 여기에 있다.

난 카락에게 뽕나무들을 뽑아오라고 남자 오크들을 모두 붙여주었다. 여자 오크들은 내 행동에 뭔가 감격한 표정인데, 이게 얘들한테는 별미인 것 같다. 사실 우리도 번데기를 먹지 않는가.

벌레가 미래 식량으로 상당히 주목받고 있다는 말에 ‘우웩’하는 반응을 보이지만, 번데기는 술안주로도 많이 먹는 음식이다. 난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한다.

“먹을라고 키우는 거 아냐. 이거 다 돈이다.”

얘들의 숙련도는 일을 시키면 올라갈 거다. 그렇다는 것은 나중에 엄청난 천연비단을 뽑아낼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될 거다.

뽕나무숲을 만들고, 누에를 번식시키고, 뭐 실을 뽑은 것은 먹이기도 하고. 일석 몇 조가 되는 거다. 그리고 목화밭을 만든다. 천이라는 것은 단지 옷을 만들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러니 활용도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장사가 앞으로 잘 되겠어. 큭큭큭.”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뭔가 현타가 오는 것을 느꼈다. 게이트를 숨기려고 하면서 게이트 물건들은 선우를 통해서 잘 팔기 바란다. 돈은 사실 크게 쓸 곳이 없는데, 계속 벌고 싶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의 주변 집들도 다 사버리고 싶다. 그래야 게이트가 더 안전해질 테니까.

뭔가 그런 생각이 들다가 아무래도 이건 아버지와 상의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오크들이 열심히 일하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자기 할 일을 찾아서 한다. 훌륭한 노예······ 아니, 영지민들이다. 그때 숲에서 늑대 몇 마리가 어슬렁거리면서 나오는 것이 보였다.

“아싸!”

늑대가 반가워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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