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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학개론-40화 (40/182)

제 40 화 직업 효과? 대박!

제 40 화 직업 효과? 대박!

요즘은 늑대를 본 적이 드물었다. 초창기에 늑대들을 본 이후에는 몬스터라고는 미노타우르스를 제일 많이 본 것 같다.

늑대는 무리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그런 녀석들이다. 열 마리나 되는 늑대가 숲에서 튀어나왔으니까. 그런데······ 이놈들 상태가 좀 이상하다.

저 정도의 무리라면 우리를 공격하기 위해서 왔다고 해야 할 상황인데 아무리 봐도 얘들은 상당히 쫄아 있다. 그것도 나와 눈이 마주치자 더더욱 그렇다.

“뭐지? 왜 나랑 눈이 마주치자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거지?”

난 아직 35레벨밖에 안 되는 쪼렙 영주다. 그런 나를 보고 겁을 먹는다? 솔직히 뭐 내가 마음먹는다면 쟤들을 다 상대할 수는 있다. 왜? 나에게는 무적의 라이터가 있으니까.

“저것들 가만보니 시베리안 허스키랑 엄청 닮았는데?”

시베리안 허스키를 떠올리면 늑대개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늑대개라는 말이 어디에서 나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모습이 늑대와 비슷하다는 것은 상당히 공감할 것이다. 웃긴 것은 늑대와 가장 유전자적으로 비슷한 녀석은 진돗개라고 들은 것 같은데, 진돗개는 늑대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아마 사람들이 생각하는 늑대는 저런 모습일 거다.

늑대는 숲의 초입에서 살짝 나온 상태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 가운에 가장 털색이 진하고, 생긴 것부터 나는 이 무리의 우두머리라고 주장하는 것 같은 녀석이 하나 있었다. 그런데 가만보니 녀석의 상태가 좀 이상하다.

-관찰 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이름: 섬 그레이 늑대 우두머리(20레벨, 중상)

섬에서 살고 있는 그레이 늑대의 우두머리다. 다른 섬 늑대들과 달리 무리생활을 하며 그 늑대 무리의 우두머리다. 현재 미노타우르스에게 심각한 부상을 당한 상태다.

“설마?”

우리 영지에서 죽은 미노타우르스의 숫자는 엄청나다. 그래서 여기저기에 미노타우르스의 피가 뿌려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저 우두머리 늑대는 미노타우르스에게 중상을 입었다. 얘들이 미노타우르스에게 쫓겨서 밖에 나왔는데 밖에 나와보니 그 무서운 미노타우르스의 피 냄새가 진동을 한다?

개과의 머리는 나쁘지 않다. 그러니 얘들은 판단이라는 것을 했을 거다. 그럼 뒤에서 쫓아오전 미노타우르스가 무서울까? 아니면 미노타우르스의 피가 뿌려져 있는 이 영지가 더 무서울까?

“진퇴양난이겠군.”

맹수를 피해서 구덩이에 뛰어들었더니 거기에 죽창이 깔려 있는 느낌이랄까? 아마 얘들이 지금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난 조심스럽게 녀석들에게 다가갔다. 호야가 말리지 않는 것을 보니 위험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우두머리 늑대가 20렙일 뿐이지 나머지 녀석들은 그레이 오크들이랑 비슷한 수준이다. 늑대 중에는 높지만, 그렇게 또 높은 수준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얘기.

끼잉, 끼잉.

내가 다가가자 녀석들이 낑낑거리기 시작한다. 그런 녀석들을 보고 난 조용히 말했다.

“앉아!”

얘들은 동물이니 내 말이 통할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말했다. 그랬더니 녀석들이 바로 반응을 한다. 제자리에 엉덩이를 붙인 것이다. 앉는다는 말을 알아듣는 것이 신기하긴 했지만, 뭐 그것까지 내가 알 수는 없는 일이니까.

“카락.”

크락?

“우윙이 불러와.”

우윙이는 우리 영지의 유일한 치료사다. 아마 우윙이라면 저 우두머리의 상태를 치료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아직 치료를 할 일이 없었기에 우윙이가 가지고 있는 중급 치유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말이다.

카락이가 우윙이를 부르러 간 사이에 난 우두머리 늑대한테 다가갔다. 그러자 녀석이 헥헥거리면서 내게 다가온다. 그리고는 내가 내민 손을 핥는다. 입냄새는 심하겠지만, 이 행위 자체는 매우 흡족했다. 얘가 나한테 숙이고 들어오는 것이니까.

“어디 보자······. 넌 앞으로 뭉치다. 어때?”

월월!

좋단다. 얘가 하는 말은 알아들을 수 있다.

-그레이 늑대 우두머리 뭉치를 길들이시겠습니까?

시스템도 내 생각이 맞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길들인다.”

-뭉치가 임시로 길들여졌습니다.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 완전히 길들이십시오.

예전하고 뭔가 좀 달라진 메시지 같지만, 뭐 내용은 같으니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난 뭉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녀석이 가만히 내 손길을 즐긴다.

현재 사람들이 키우고 있는 개는 애초에 늑대를 길들이면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야생을 포기한 늑대가 현재의 강아지들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기에는 뭔가 모습도 다르고 크기도 다른 것 같긴 하지만 뭐 그렇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난 그 가능성에 대해서 오늘 사실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얘들은 이제 내 강아지들이니까.

코록코록!

우윙이 도착했다.

“얘좀 치료해줘.”

코록!

우윙이는 내 말에 다른 의견은 내비치지 않고 곧장 우윙이는 치료하기 시작한다. 우윙이의 몸에 마나가 깃들면서 상처들을 부드럽게 감싼다. 그리고 마나가 뭉치의 상처에 작용하면서 출혈을 멈추게 하고, 새살을 돋아나게 한다. 이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고, 신비로운 일이었다. 나도 모르게 난 그것을 넋놓고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

-힐(액티브) 3레벨 스킬을 깨달았습니다.

배웠습니다가 아니라 깨달았다고 한다. 이건 뭔가 다른 것 같긴 한데 시작점이 3레벨이다. 중급 치유를 가지고 있는 우윙의 스킬을 관찰했기에 벌어진 일인 것 같았다. 어쩌면 내 지능과 정신력이 높아지면서 마나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게 되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35레벨이 되면서 내 능력치는 이렇다.

힘: 67 민첩: 54 지능: 120 정신: 128  체력: 80 손재주: 18 카리스마: 17

잔여포인트와 그간의 행동으로 올라간 포인트까지 해서 힘, 민, 체를 십단위에 맞추고싶었으나 힘과 민첩에는 포인트를 줄 수 없기에 체력만 80으로 맞췄다. 그리고 지능을 120, 나머지를 정신에 투자했다.

그 결과 지금과 같은 일이 벌어진 것 같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진리를 탐구하는 자’라는 내 전투직업의 효과가 아닐까 싶다. 애초에 전직을 했을 때 나온 메시지 중에 이런 것이 있었다. ‘진리를 탐구하는 행위가 더 쉽게 스킬로 등록됩니다. ’라는 메시지.

그게 뭐 대수겠나 싶었는데, 의외로 대박이었던 것 같다.

“우윙 이제 다른 애들 돌봐줘.”

코록!

내 말에 우윙이 다른 늑대들을 치료하기 위해서 움직였고, 난 뭉치를 직접 치료해주기로 했다.

“힐!”

스킬명 외치는 것은 쪽팔린 일이지만, 여긴 나밖에 없으니 괜찮다. 있어 보이고 막 그런다.

냐아.

물론 호야는 아닌가 보다. 앞으로 외치지 말아야겠다. 뭐 내가 스킬명을 외치건, 아니건은 중요하지 않다. 지금 내 손끝에서 힐이 발현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난 내 힐을 관찰했다. 내 마나가 빠져나가면서 뭉치의 조직들을 재생시킨다. 그것이 눈에 보일 정도다. 혹시 뭉치가 아플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행히 아픈 것 같지는 않았다. 뭉치는 편안한 표정으로 힐을 즐기고 있다.

“대애박!”

정말 대박이었다. 불 제어 같은 애매한 마법이 아니라 힐은 진짜 마법이라고 할 수 있는 스킬이니까.

“내가 막, 마법도 쓰고, 검술도 쓰고, 궁술도 쓰고, 힐도 하고 응? 어때 대단하지?”

뭉치의 치료를 마치고 호야에게 의기양양하게 말했더니 호야의 반응은?

풉!

앞발로 입을 가리고 웃는다. 뭐지? 이 뭔가 빠트린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은? 검, 활, 마법, 힐, 제작. 난 이 모든 것을 한다. 게임에서 이런 캐릭터를 뭐라고 하는가?

“잡캐!”

잡캐였다. 혹은 망캐라고 불리는 바로 그것! 내가 스스로 그러 길을 걷고 있는 것이었다.

털썩!

난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잠시 생각해보니 나쁘지 않았다.

“어? 괜찮은데?”

순간적으로 망캐라는 느낌이었지만, 생각해보니 아니다. 난 혼자 공격도 하고, 치료도 하고, 제작도 한다. 이건 나 혼자 사는 섬에서 상당히 메리트가 있는 것이 아닌가? 아직은 강자라고 하기엔 애매한 부분들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앞으로 스킬이 능숙해지면 나아질 부분이다. 그러니까 잘 키우면 된다.

“훗! 호야. 부러우면 부럽다고 해라.”

내 말에 호야는 뭔가 분한 표정을 짓더니 짜먹는 간식을 입에 물고 내게 온다. 난 자연스럽게 그것을 받아서 끝을 따서 호야에게 짜주었다.

냐웅냐웅냐웅냐웅.

호야가 기분좋은 소리를 내면서 간식을 받아먹는다. 아주 귀엽고, 사랑스러운 호야다. 호야를 비롯해서 보통 이 짜먹는 간식을 먹는 고양이들의 표정은 세상 귀엽다. 그래서 이렇게 간식을 바치는 것인지도······.

“그렇구나!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난 너한테 간식이나 조공하는 존재였구나!”

피식.

호야가 노린 것이 바로 이것인 것 같다. 내 처지를 깨닫게 해주는 것. 하지만 나쁘지 않다. 애초에 자발적 집사가 된 것이고, 난 그 삶에 만족하니까. 뭉치가 호야가 먹는 것을 보더니 침을 흘린다.

난 하나를 더 따서 뭉치에게도 주니 뭉치의 혓놀림 두어 번에 끝났다. 짜먹는 간식을 고양이만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강아지들도 당연히 좋아한다. 단지 강아지들은 다른 간식도 잘 먹기에 굳이 이걸 안 주는 거다.

뭉치는 간식을 다 먹고 자기 상처가 있던 곳을 핥기 시작한다. 우리가 보기엔 그러면 상처가 덧날 것 같지만, 의외로 저 행위로 상처가 나을 수도 있다. 아픈 애들은 다 저런 행동을 하는데는 이유가 있을 테니까. 물론 뭉치의 상처는 이미 다 나았기에 나빠질 일도 좋아질 일도 없지만.

“멋지게 생겼네.”

내가 뭉치를 쓰다듬고 있으니 카르독이 쭈뼛쭈뼛 다가온다. 다른 늑대들을 노리는 거다. 그래서 난 카락에게 말했다.

“카락. 전사들을 먼저 배정해주고, 나머지 늑대들은 알아서 배정하도록 해.”

크롹!

카락이 기쁘다는 듯이 대답을 하고 늑대들을 이끌고 오크들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이것도 나름 권력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오크의 관리자로 카락이를 임명한 만큼 이런 부분은 챙겨줘야한다. 회사에서도 그러지 않는가.

크뢍!

뭉치를 쓰다듬고 있자, 저 멀리에 귀찮다는 듯이 배깔고 누워있던 백야가 달려온다. 그리고는 냅다 뭉치의 머리를 후려갈긴다. 말릴 수도 있었지만, 그 공격이 발톱을 사용한 공격이 아니기에 내버려두었다. 아마 서열을 정하는 것이리라. 그 후에는 까망이가 달려와서 머리로 뭉치를 들이박는다. 뿔을 이용하지 않았기에 내버려두었다.

눈치가 빠른 것인지 뭉치는 곧장 꼬리를 내리고 살랑살랑 흔들면서 두 마리의 서열을 인정했다. 그리고 평화가 찾아온다. 애들의 서열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백야는 그렇다치고, 까망이도 그럴 줄은 몰랐는데 의외였다.

“호야, 이제 내일 아침에 다시 숲에 들어가 보자. 내가 활동할 수 있는 한계선을 정해야지?”

냥!

아직 할 일이 많다. 레벨도 더 올려야 하고, 가족들과 상의를 할 부분도 있고. 고개를 돌려보니 오크 전사들이 각자 늑대들을 데리고 기뻐하는 모습이 보인다.

“쟤들도 뭔가 안장 같은 것을 만들어줘야겠네.”

정말 할 일이 많은 게이트 생활이다. 하지만 점점 뭔가 영지가 발전하는 것 같은 기분에 이게 또 그렇게 나쁘지 않다.

그리고 숲에서 아직 내가 찾아야 할 것도 있다. 그것을 찾으면 더 나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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