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41화 (41/182)

제 41 화 결심.

제 41 화 결심.

흔히 말하는 울프라이더.

오크 전사들에게 이건 일종의 로망이라고 할 수 있다. 난 오크들의 복지를 위해서 울프라이더를 양성시키기로 마음먹었다. 그레이 울프들은 내가 길들인 뭉치의 지시를 찰떡같이 따르고 있었기에 오크를 받아들이고, 태우는 것에도 별다른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다.

작은 문제라면 뭉치와 까망이의 신경전 정도? 뭉치는 다른 그레이 울프들이 오크를 태우는 것을 보고 당연히 나도 자기한테 탈 걸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았고, 까망이는 원래 내 전용 탈것이었기에 둘 사이에 은근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내가 살짝 뭉치를 타봤는데, 말과는 다른 울렁거림이 있긴 했다. 그렇다고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부드럽고 순간적으로 민첩하게 움직여야 할 때는 오히려 뭉치가 더 어울렸다.

애초에 내가 추구하는 것은 마법사이기에 까망이가 더 어울리지만, 검을 쓸 때는 뭉치가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난 그래서 둘이 싸우지 않게 말했다.

“번갈아 가면서 탈 거니까 걱정 마.”

냐앙?

호야가 한심하다는 둣이 나를 쳐다본다.

“뭐? 어쩔?”

호야가 고개를 젓는다. 뭔가 내가 방금 애들의 경쟁심을 부추긴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다. 하지만 뭐 그것도 살짝 나쁘지는 않다. 충성경쟁이라는 것은 부하들을 다루는 매우 훌륭한 수단 중의 하나니까. 그렇다고 얘들한테 내가 차별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둘의 자존심 싸움일 뿐이다.

“그런데······ 쟤들은 도대체 언제 번식을 하는 거지?”

움막 같은 것을 지어서 부락을 다시 만든 오크들.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옷감 만드는 여자 오크들은 나름 날씬했는데, 지금은 다들 배가 나와있다. 겨우 며칠 만에 사람으로 따지면 대략 임신 5개월 정도는 되어 보이는 상황이랄까?

“아무리 애들이 빨리 자라긴 한다지만. 오크들도 적용되나?”

성장 자체는 빠른 것 같은데, 노화는 아닌 것 같다. 카락은 내가 처음 만났을 때와 전혀 변화가 없으니까. 그런데 그렇다고 치면, 언젠가 여기가 오크들의 천국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것도 나름 무서운데?”

영지민이 늘어나는 것은 좋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한번식이 되는 것은 조금 무섭지 않겠는가?

“일단은 지켜보자. 카르독!”

크롹!

내 부름에 군인처럼 절도있게 카르독이 울프를 타고 나타나 내려서는 대답한다.

“가서 미노타우르스들 좀 몰아와라. 너희들 가죽 갑옷이라도 좀 만들고, 늑대 안장이라도 만들자.”

크롹!

다시 사냥의 계절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오크 전사들을 이용한 사냥이다.

***

오크에서 늑대를 탄 오크가 되었을 뿐인데, 이전과는 전혀 다른 전투력을 선보인다. 오크들은 원래 늑대를 타던 녀석들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늑대를 탄 상태로 전투를 잘 치렀다. 처음 얘들이 가지고 있던 조잡한 검은 다 버리고 미노타우르스가 떨구는 도끼창, 보통 헬버드라 부르는 그것을 얻기 시작하더니 완전히 기병대 저리가라로 애들이 미쳐 날뛴다.

기병을 운용하는 영주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 미노타우르스는 어디에 사는 놈들인지 몰라도 카르독은 오크 전사들을 이끌고 계속해서 미노타우르스를 몰아왔다. 덕분에 나는 레벨이 1 올랐고, 오크 전사들의 레벨은 거의 균등하게 22를 찍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재미있는 것은 사냥을 할 때는 카락도 오크 전사들과 함께 움직이면서 카르독의 명령을 받는다는 것이다.

나름의 서열이 있고, 그런 것 같았다. 그래도 카락이 같이 성장을 한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었다.

거의 열 시간 가까이 미노타우르스를 잡았고, 오크들의 레벨이 25을 찍었고, 난 37레벨까지 레벨이 올랐다. 오늘의 사냥은 여기서 마치기로 했다.

“카락. 애들 가죽 잘 손질해서 재봉팀한테 가죽갑옷을 만들어달라고 그러고, 뿔도 따로 분리해줘.”

크락!

카락은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오크들을 부려서 내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기 시작했다. 가죽을 벗기고, 무두질을 하고, 가공을 할 때까지 시간이 걸릴 테니까 그사이에 난 가족들에게 다녀오기로 마음먹었다.

“카락 작업 준비 잘 해두고, 농사 잘 관리하고, 양계장 애들은 매일 각 한 마리씩만 먹는데 먹지 말아야 할 애들은 알지? 소는 절대로 건드리지 말고. 사······ 밥은 저쪽에 있으니까 마음대로 먹고.”

크락!

양계장의 닭들 중 브란닭과 브란닭과 섬닭의 교배종은 아직은 더 교배를 시켜야 되는 애들이라 걔들은 건드리지 못하게 했다. 그렇다고 해도 섬닭은 매일 숫자를 불려가고 있어서 오크들이 매일 한 마리씩 잡아먹는다고 해도 남는다. 소는 아직 200마리 정도가 될 때까지 계속 불려나갈 생각이기에 먹어서는 안 된다.

“다음에는 우유도 좀 짜놔야겠네.”

소들은 다양하게 번식을 하고 있다. 젖소도 많이 늘어나고 있어서 곧 우유를 대량으로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섬을 한 번 둘러본 후에 난 호야와 함께 게이트를 넘어갔다.

***

본가에 도착을 하니 부모님은 농사를 나가 계셨다. 그래서 난 챙겨온 식재료들을 이용해서 이런저런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고 있는데 문 여는 소리가 들린다.

“엄마?”

“그래, 엄마다.”

“죽을래?”

시연이가 큭큭거리면서 들어온다.

“오라방!”

“싫어, 꺼져.”

“와! 귀신인데?”

무슨 말을 할지 뻔히 보이는데 들어줄 필요가 없다. 원래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여동생은 군대후임처럼 키워야 한다는······ 말은 없나? 그런데 그러고 싶다.

소설을 보면 여동생이 발목잡는 경우가 많이 나온다. 그래서 그런지 웹소설을 보자보면 여동생이 나오는 순간 난리를 치는 독자들이 상당히 많다. 내 경우는 뭐가 나오건 신경 안 쓴다. 원래 활자중독이니까. 아무튼 그런 것을 보니 얘도 내 발목을 잡을까라는 생각이 살짝 든다.

“싫음 말고.”

“뭐지? 왜 이렇게 포기가 빠르지?”

“난 오라방의 하나뿐인 여동생이니까.”

그 말에 난 시연이를 가만히 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시연아. 이제는 말해줄 때가 된 것 같다. 예전에 시연이 너한테 언니가 있었어. 그런데······.”

“어디서 개소리야.”

“안 속냐?”

“속겠냐?”

“요즘 애들은 낭만이 없어요. 쯧쯧.”

시연이는 속지 않는다고 했지만, 내 이야기를 사실이었다. 시연이와 나 사이에 열두 살이나 나이차이가 나는 이유이기도 했다.

겨우 다섯 살에 세상을 떠났던 여동생이 한 명 있었다. 오빠인 나도 그랬는데, 부모님은 어땠을까? 난 시연이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주었다.

“뭐지? 묘하게 기분 나쁘면서 슬픈 것 같은 느낌은?”

“이래서 눈치 빠른 꼬맹이들이란.”

“요즘은 애니도 보니? 오빠는 애니파는 아니잖아?”

“오빠한테 까불다가 너의 비단결 같은 피부가 삭제될 거라는 생각은 안 드냐?”

“오라버니, 소녀가 미욱하여.”

“시끄럽고. 엄마, 아빠 모시고 와. 밥먹자.”

“어!”

시연이는 언제나 밝다. 어릴적부터 유독 밝은 애였다. 그래서 참 마음에 드는 여동생이라고 할 수 있다. 조금 버릇이 없지만, 그렇게 키운 것이 나다. 나이차이가 너무 나니까 어려워하지 않도록. 그래서 기어오르는 때도 있지만, 선을 넘지는 않는다. 그럼 된 것이다.

잠시 후에 부모님이 돌아오시고 내가 거하게 차린 상에 가족이 다 모여앉았다.

“드세요.”

“뭘 이렇게 차린 거야?”

어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신다.

“어서 들자.”

아버지의 말씀에 식사를 시작했다. 요리 스킬이 꾸준히 오르고 있어서 내 요리 솜씨는 상당하다. 현재 내 요리 스킬은 5레벨이다. 아마 웬만한 맛집보다 맛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 가족은 건강한 밥상. 말 그대로 건강해지는 밥상이다. 능력치를 이것저것 올려주는 밥상이니까.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차를 한잔 마시며 난 이야기를 꺼냈다.

“며칠 전에 회사 앞에서······.”

광란 상태에 빠진 헌터를 만난 이야기를 했고, 가족들은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그런 헌터가 날뛰었다는 것보다 최면술을 익힌 헌터가 나타나서 사람들의 기억을 지웠다는 부분에서 더 놀랐다. 사실 그게 포인트이긴 했다.

“그럼 이 세상이 그렇게 안전하지만은 않겠구나?”

아버지의 말씀이다. 핵심을 잘 말씀하신다.

“네, 아무래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뭐냐?”

“현실 시간으로 일주일만 우리 가족 여행을 가도록 하죠.”

“가족 여행?”

시연이가 반응한다.

“네, 가족 여행이요. 이국적인 풍경의 섬에서.”

“게이트에 들어가자고? 아싸!”

시연이 철없이 들떠있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게 녀석의 진심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나름 분위기를 띄우려고 그러는 것이리라.

“호야, 할미랑 섬에 갈까?”

어머니가 호야를 안고 묻는다.

냐앙.

호야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 녀석 역시 내 말만이 아니라 사람말을 알아듣는 거다.

“그럼 가보자꾸나. 짐 챙깁시다.”

아버지는 곧장 짐을 챙기라고 하시고는 밖으로 나갈 채비를 하셨다.

“어디 가세요?”

어머니의 질문에 아버지가 답하신다.

“이장님한테 밭은 부탁하고 가야지.”

“아.”

도시에 사람 사람과 다르게 시골에 살면 이런저런 할 일이 매일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웃에게 부탁을 할 수밖에 없다. 아마 이장님 댁에서 부탁을 하셔도 아버지는 들어주실 거다. 그렇게 상부상조하는 것이 이곳 인심이었다. 물론 거기에 대가는 따른다. 내가 챙겨온 것중에 몸에 좋은 것들을 몇 개 챙겨서 가셨다. 능력치를 올려주는 것은 제외시키고.

그 후에는 시연이의 학교에 어머니가 전화를 하셨다. 일주일간 가족여행을 가게 되었다고. 학교에서는 의외로 순순히 허락을 해주었다. 우리때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시연이는 친구들에게 일주일 동안 여행을 가게 되었다고 연락을 돌리고, 준비를 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오랜만에 원래 살던 우리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가는 길에 난 선우도 픽업했다. 다짜고짜 가게 문을 일주일간 닫으라는 내 말에 선우는 불만을 전혀 표하지 않고 우리 가족을 따라왔다.

그리고 우리는 다 같이 게이트를 넘어갔다.

***

크롹!

카락이 나의 가족들과 선우를 보더니 당황한다. 무기를 안 든 것은 칭찬할만한 일이다.

“이쪽은 우리 가족, 저 녀석은 내 친구. 앞으로 내 말처럼 잘 들어야 된다.”

콰락!

카락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시우야, 얘는 뭐니?”

어머니가 신기하다는 얼굴로 물으신다.

“오크요.”

“오크? 오크가 뭐니?”

어머니의 질문에 대답은 시연이가 해준다. 요게 공부는 안 하고 게임만 했나. 설명이 찰지다.

“야, 오크가 있어? 그런데 오크가 네 부하냐?”

“여기가 내 영지시다. 그리고 오크들은 엄연한 내 영지민들이야. 몬스터로 분류하지 마.”

“몬스터로 본다고 내가 이기겠냐? 한방 컷인데? 와 근육 봐라.”

아버지는 가타부타 말씀이 없으시고, 양계장과 축사, 그리고 밭을 둘러보신다.

현실 시간으로 일주일. 여기 시간으로 따지면 5주가 된다. 그동안 난 최소한 내 가족과 내 친구의 안전을 확보할 것이다. 그게 내 결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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