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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학개론-42화 (42/182)

제 42 화 축복받은 게이트.

제 42 화 축복받은 게이트.

가족들과 선우는 섬의 풍경에 정신이 없었다. 일단 제일 충격적인 부분은 역시 오크들이었다.

“얘들이 그러니까······ 영지민들이라는 거지?”

“어, 시스템도 정확히 그렇게 분류하고 있어.”

“그럼 넌 오크 부족장이냐?”

영지민이 오크들밖에 안 보이니 이런 질문도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영지민에는 가족들과 선우도 포함되어 있다.

“그럼 넌 오크냐?”

“뭔 개소리냐?”

“너랑 우리 가족도 영지민으로 등록되어 있다는 얘기다. 네 논리대로면 모두 오크라는 얘기잖아.”

“아, 그런 거냐?”

“그래.”

“아무튼 신기하다. 오크를 길들인다고 해야 되나? 그런 것도 처음 보고, 그 백야? 백호는 어디서 났냐? 저것도 길들인 거지?”

“보다시피.”

백야는 가족들과 선우가 들어온 것에 상당한 경계심을 보였다. 하지만 내가 가족이고, 친구라고 하자 경계심을 지우고 평소처럼 내게 애교를 보이고 있다.

“이건 호랑이야, 고양이야?”

“원래 걔들이 카테고리가 같지.”

“같다고 하기엔 사이즈가 너무 다른 거 아니냐?”

“그냥 그런가보다 해라. 여기는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곳이니까.”

내 말에 선우는 고개를 끄덕인다. 자기가 속해 있던 게이트도 그런 곳이었을 테니까.

“오빠!”

그때 시연이가 나를 부른다.

“왜?”

“얘 나 줘.”

“뭘 줘?”

시연이가 말하는 것은 백야였다. 백야는 뭔가 시연이의 태도에 본능적으로 겁을 먹은 것 같았다.

“백야, 나 달라고.”

“얘가 무슨 물건이냐? 주고말고 하게?”

“아니, 여기 있는 동안에 나 얘 타고 다닐래.”

“안 돼! 얘는 엄연히 내가 아끼는 침······ 녀석이야.”

침대라고 할뻔했다.

“와, 치사한데?”

“네가 마음에 드는 애가 있으면 직접 꼬셔라. 나름 나도 얘한테 들인 정성이 있는데.”

“흠, 알겠어.”

시연이는 백야를 줄 수 없다고 하니 늑대들에게 눈길을 돌린다. 늑대들도 분위기를 알게 된 것인지 시연이와 눈을 마주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대충 섬에 대한 소개를 다 마친 후에 가족들을 모아놓고, 소를 한 마리 잡았다. 이런 날은 아무래도 잔치를 벌여야 하지 않겠는가?

싹싹한 카락이 소를 잡아와서 구석에서 해체하고, 먹기 좋게 부위별로 잘 정리를 해주었다. 그것을 가지고 난 요리를 시작했다.

“앞으로 5주는 여기에 있어야 되니까 일단 먹고 합시다.”

가족들의 반응이 다행히 나쁘지 않다. 일단 이 동네가 풍경만 봐서는 휴양지 뺨치게 좋아 보이는 곳이니까.

“그러니까 여기서 우리 모두 레벨업을 하라는 얘기지?”

경험이 많은 선우의 얘기에 가족들이 귀를 기울인다.

“어, 아마 어렵지 않을 거야.”

내 말에 선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나를 보며 말한다.

“야, 헌터가 아무나 되는 줄 아냐?”

“뭐. 아무나 되지는 않지. 하지만 넌 이미 해봤고, 우리 가족들도 나름 스킬들도 있어.”

“뭐? 아, 그 미노타우르스 고기?”

“그치. 그리고 너 버스 알지?”

“버스? 게임의 그 버스?”

“어. 실험은 해 봐야 정확히 알겠지만, 그게 가능하더라고.”

“와, 진짜?”

“그럼 내가 비싼 소고기 먹고 농담하겠냐?”

내 말에 아버지가 물으신다.

“버스가 뭐냐?”

아버지의 말씀에 난 버스가 뭔지 설명을 해드렸다. 그랬더니 시연이가 좋아 죽는다.

“그러니까 날로 먹으라는 얘기네?”

정확히 핵심을 인식하는 시연이다.

“뭐 초반은 그렇지.”

“좋아, 역시 오빠는 계획이 다 있구나.”

“그럼 아무 생각 없이 여기로 다 데리고 왔을라고?”

냐앙!

호야가 갑자기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러자 오크들이 집결하기 시작한다. 우리 호야 진행이 느린 것을 못 보는 성격이다. 호야가 오크 전사들을 집합시키고는 오크들에게 뭔가를 지시한다. 신기한 것은 오크들은 호야를 나보다 더 무서워한다는 거다. 아니, 신기한 일은 아닌가? 당연한 일인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지시를 받은 오크 전사대는 늑대를 타고 숲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잠시 후에 고블린 무리를 이끌고 나타난다. 무리라고 해도 겨우 열 마리 정도.

이 정도면 우리가 이 세계관의 악당으로 보일 정도다.

“오빠, 저게 몬스터야?”

“어. 그리고 잠깐 보고 있어.”

우리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고블린을 세워두자 선우가 가장 먼저 내게 받은 각궁을 사용해서 활을 쐈다.

퓩!

고블린 하나의 머리에 정확히 활이 박힌다. 상태창이 초기화되었지만, 궁술 자체를 스킬석으로 얻었던 것이 아니라, 익혀서 스킬로 등록되었던 녀석이라 그런지 확실히 감각이 남달랐다. 그런데 선우만이 아니었다. 갑자기 물의 화살이 고블린 하나에게 날아갔다. 시연이었다.

물 조종 스킬을 어떻게 발전시켰는지 몰라도 물화살을 만들어서 그대로 고블린의 심장이 있는 곳에 그것이 관통했다. 당연히 고블린은 그대로 쓰러졌다.

“시우야, 이것들 써도 되는 거지?”

어머니는 본능적인지 몰라도 검과 방패를 드신다. 가족들을 부르기 전에 내가 만들어둔 것이다. 아버지도 검을 하나 드신다. 그리고 고블린들을 향해 달려가신다. 탱커 포지션의 어머니는 방패로 냅다 고블린 한 마리의 머리를 후려갈기고 검을 휘두르신다. 아버지는 질주를 이용해서 빠르게 치고빠지고를 반복하신다. 뭔가 내가 이것저것을 가르치려고 했는데 뭐 별다른 준비가 없이 곧장 전투가 시작된 것이다.

“호야, 좀 깜빡이 좀 켜고 들어오자.”

호야의 급발진 덕분에 가족들의 첫 전투가 그렇게 시작되었다.

***

내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전투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선우야 원래 헌터였으니 그렇다 생각해도, 부모님이나 시연이는 아닌 것이 당연한데 말이다. 그래서 세 사람을 관찰해보니 신기한 부분이 있었다.

상태: 전사의 외침(2레벨) - 카르독.

공통되게 들어가 있는 상태가 바로 이것이었다. 그러니까 이것을 카르독이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 카르독의 스킬을 관찰해보았다.

스킬: 전사의 외침(액티브) 2레벨.

소속된 전사들에게 두려움을 잊게 만드는 효과와 모든 능력치를 +2 해준다.

엄청 사기적인 스킬이었다. 근데 이걸 언제 얻은 거지? 카르독이 가족과 선우에게 이 버프를 걸었던 모양이다. 그러니 가족들이 별다른 거부감이 없이 전투를 치를 수 있었던 것이고.

뭐 당연한 일이지만, 전혀 나쁘지 않은 이야기다. 오히려 딱 맞춰서 좋은 스킬을 걸어준 카르독이 고마울 지경이다.

역시 카르독을 대전사로 임명하기를 잘한 것 같다. 각자 자신의 전문 분야를 담당하는 것이 맞다.

첫 번째 전투는 그렇게 끝났다. 그리고 우리 가족들과 선우는 나란히 레벨이 5로 올랐다.

“자, 상태창이라고······.”

“상태창!”

성격 급한 시연이가 외친다.

“속으로 말해도 상태창이 열린다는 얘기를 하려고 한 건데.”

시연이의 얼굴이 붉어진다. 그리고 부모님이 상태창을 살펴보시는지 허공으로 시선이 향했다. 선우야 내가 딱히 설명해주지 않아도 알 부분이니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선우가 놀랍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야, 미쳤다.”

“뭐가?”

“레벨업당 미분배 포인트가 5나 들어오는 거잖아.”

“당연한 거 아냐?”

“미친놈아, 당연하긴. 내가 갔던 곳은 겨우 3이었어. 그것도 최상급이라고 얼마나 그걸로 갑질을 했었는데.”

“뭐?”

레벨업당 미분배 포인트가 다르다? 이건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그게 다를 수가 있나?”

“당연히 있지. 그리고 레벨이 한번 전투에 5까지 오른 것도 미친 거다.”

“그게 왜?”

“겁나 레벨이 빨리 오르니까! 너 솔직히 말해 레벨 몇이냐?”

“나? 37인데?”

“미친.”

선우의 놀란 표정을 보고 아버지가 물으신다.

“그게 높은 거냐?”

“아버님, 선우는 어쩌면 인류최강의 인간일지도 몰라요. 저런 레벨이 있다는 것도 처음 듣습니다.”

선우가 지난번에 그랬었다. 최상급 헌터가 20이 좀 넘은 수준일 거라고. 그런데 내 레벨이 37이니 놀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거다. 하지만 난 내가 최고렙일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게이트가 생긴지 5년이다. 세상에 밝히지 않은 많은 헌터나, 게이트 주인들의 레벨이 나보다 다 낮을까? 아닐 거라고 본다. 세상에 알려진 것보다 알려지지 않은 비밀이 더 많을 테니까.

“그건 그냥 알려진 거고, 난 나보다 레벨 높은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본다.”

내 말에 선우가 잠깐 생각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하긴 네 말이 일리가 있다. 그런데 미분배 포인트 이거는 진짜 대박이다. 이게 몇이냐에 따라서 게이트 등급이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

“그러냐?”

“어. 내가 들어갔던 게이트가 3이라고 했잖아?”

“근데?”

“그게 거의 최상급이야. 보통 게이트는 레벨업을 할 때 미분배 포인트를 1밖에 못 받거든.”

난 처음 선우의 상태창을 봤을 때가 떠올랐다. 9레벨까지 올렸으면서 능력치가 낮은 이유가 내 게이트에서 나오는 능력치 식재료들이 거기에는 없어서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게 아닌 것 같았다. 게이트마다 레벨업당 미분배 포인트가 달라진다라······. 이게 의미하는 것이 뭘까? 난 이 부분에 집중했다.

“그러면 게이트 주인들 사이에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겠네.”

아버지의 말씀에 난 동의했다.

“그게 알려진다면 말이죠.”

“아무래도 그렇겠지. 그리고 이 게이트가 특별하다는 것은 알겠다.”

“네.”

그때 어머니가 물으신다.

“시우야, 능력치는 뭘 올려야 되니?”

그 질문에 난 선우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선우가 부모님과 시연이에게 걸맞은 능력치를 추천해주기 시작한다. 확실히 이 바닥에 있던 녀석이라 나보다는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시연아.”

“어?”

“너 언제 그런 기술 익혔냐?”

“딱히 익힌건 아닌데? 그냥 뭐랄까? 선우 오빠가 화살 쏘는 거 보고 나도 저거 되면 좋겠다 해서 해본 거야.”

“천잰데?”

“천재네.”

나와 선우가 거의 동시에 말했다.

“훗! 이 예쁜 동생이 그렇게 대단하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은 거야?”

시연이의 말에 선우가 조용히 말한다.

“천재와 또라이는 한 끗 차이지.”

“인정.”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시우야, 엄마 스킬이란 거 새로 생겼다?”

“네? 어떤 거요?”

“방패 후리기라는데?”

살펴보니 어머니는 방패 후리기(액티브) 1레벨이 생성되셨고, 아버지는 급소 찌르기(액티브) 1레벨, 시연이는 물의 화살(액티브) 1레벨이 생성되었다. 그리고 선우는 궁술(액티브) 4레벨이 생성되어 있었다. 아마 원래 궁술을 이어받은 것 같았다.

“와······. 스킬 생성도 미쳤는데? 진짜 이 게이트 뭐냐? 뭔 축복받은 게이트야?”

축복받은 게이트. 어쩌면 선우의 말대로 이 게이트는 그런 곳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난 오크 전사들과 오크 영지민들을 데리고 있고, 늑대들까지 길들이고 있으니까.

“자, 계속해서 버스 운영합니다! 가자!”

“가자!”

가족들의 레벨업 작전. 그 시작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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