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44화 (44/182)

제 44 화 세상이 안전하진 않다.

제 44 화 세상이 안전하진 않다.

나는 잠깐 게이트 밖으로 나왔다. 게이트 안에서는 가족들이 마음에 드는 탈 것을 찾기 위해서 오크들과 백야를 풀어서 사냥을 진행 중이다. 이 부분에서 딱히 위험성은 없다. 만렙냥 호야가 같이 있으니까.

내가 밖으로 나온 이유는 통나무 집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보기 위해서다. 그래서 나오자마자 난 지구 문명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켰다.

띠링, 띠링.

회사 사람들의 안부 톡이 몇 개 와 있고, 게이트가 등장한 후에도 여전한 스팸문자가 몇 개 와 있었다. 그래도 하나도 없는 것보다는 나름 뿌듯한 기분이랄까?

난 톡에 답을 보낸 후에 너튜브에 들어갔다. 그러자 추천되는 영상 하나.

“뭐야.”

영상에는 몬스터가 등장하고 있었다. 대단한 몬스터는 아니고, 최근 많이 보았던 고블린들이다. 중요한 것은 저게 CG가 아니라 진짜 고블린이라는 점이다. 예전 영화에서나 나오던 고블린과 실제 고블린은 차이가 있다. 그리고 고블린을 많이 봤던 나는 저게 고블린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할 수 있었다.

댓글을 보니 가장 많이 추천을 받은 댓글이 눈에 들어온다.

-드디어 게이트가 터진 거냐? 이제부터 헌터들 떡상이다. 가즈아!

그 댓글에는 수많은 답글이 달려 있다. 대부분은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다. 아마 웹소설이나 웹툰을 즐겨보는 사람들이라면 게이트가 처음 세상에 알려졌을 때 저런 생각을 해봤을 거다. 나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지난 5년간 게이트는 얌전했다. 이건 소설에 나오는 게이트가 아니라 그냥 ‘차원이동 문’이라는 개념으로 봐야 했다. 실제로도 그랬으니까.

게이트 내부의 사정은 세상에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권력층이 막았거나, 돈 많은 이들이 막았을 거라고 생각되는 부분이라고 본다.

게이트는 돈이 된다.

당장 내가 마음먹고 게이트의 물건들을 내다 판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리 집 주변의 집들을 싹 사버릴 수 있지 않을까? 그럼 다른 게이트에서 나오는 것들은? 신물질이라는 것은 상당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것을 이용해서 기존의 것들을 업그레이드하거나, 새로운 뭔가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게이트를 돈으로 생각하는 부분이다. 거기에서 몬스터가 튀어 나온 적은 없으니까 가능했던 일들이다. 그런데 몬스터가 튀어나온 거다.

“왜지?”

난 비슷한 다른 영상들을 보았다. 게이트에서 몬스터가 튀어나온 곳은 강원도 철원이었다. 다행히 군부대가 많은 곳이라, 군인들이 동원되었고, 별다른 피해는 없었다고 한다. 고블린이라면 성인 남성 정도면 죽이는 것도 가능할 녀석들이니까. 물론 집단으로 덤비는 것만 아니라면.

근데 군대라는 집단은 그 집단전에 특화된 곳이지 않은가? 그래서인지 빠르게 제압되었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 영상을 찍어 올린 것이다. 비슷한 다른 영상들도 그렇게 올라온 거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다른 영상도 재생시키려는데 갑자기 영상들이 삭제되기 시작했다.

“이건······.”

우리가 게이트에 들어가고 며칠이 지난 것이 아니다. 겨우 몇 시간이 지났을 뿐이다. 그사이에 벌어진 일이라는 이야기. 물론 몬스터가 튀어나온 것은 그 전일 수도 있지만, 영상은 그 몇 시간 사이에 업로드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잠깐 사이에 삭제가 되었다.

한국에서 올린 영상을 삭제시키는 것은 사실 한국에서 서비스하는 업체를 통한다면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너튜브는 한국 회사가 아니다. 당연히 한국에서 업로드했다고 해서 그걸 정부나 누가 나서서 삭제를 시키는 것은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삭제가 되었다. 이것이 말하는 것은 하나일 거다.

“너튜브도 제어할 수 있는 집단이 있다.”

지난번에 광란에 빠진 헌터가 난리를 쳤을 때 최면술사가 상황을 정리하는 것을 난 분명히 경험했다. 당시에 난 걸리지 않았기에 더 선명하게 기억한다. 누군가 그런 것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어떤 조직이 게이트의 비밀과 게이트로 인해서 벌어지는 일들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거기에 그 집단이 어떤 국가만 소속된 것이 아닐 가능성이 더 크다고 봐야지.”

국가를 초월한 집단은 얼마든지 있다. 예를 들자면 UN같은 곳도 그렇지 않은가? 저들의 목적이 돈인지 아니면, 권력의 유지인지, 아니면 평화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그런 집단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갑자기 올라오는 새로운 영상들.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 KPOP그룹들 몇몇의 뮤직비디오와 다른 나라의 유명한 가수들의 뮤직비디오가 일제히 공개된다.

이슈를 이슈로 덮는다.

사실 이건 딱히 그런 쪽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쉽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나도 모르게 난 내가 좋아하는 걸그룹의 새로운 뮤비를 한번 재생시켜보았다. 솔직히 궁금하기도 했고, 왜 그런지 모르게 그렇게 행동했다.

그랬더니.

-하급 최면에 노출되었습니다. 저항하시겠습니까?

갑자기 최면이 튀어나왔다. 내가 평소에 좋아했던 걸그룹의 뮤직비디오에서 최면이 튀어나오다니.

“저항한다.”

당연한 선택이지만 난 저항을 선택했다. 그랬더니 더는 뮤직비디오가 내게 최면을 시도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저 걸그룹이 그 조직과 관련이 있을까? 그건 아니라고 본다. 저 영상에 누군가 교묘하게 장난질을 친 것이라고 본다. 새로 올라온 다른 뮤비들도 재생을 해보지 최면에 대한 메시지가 뜬다.

“미친, 팬심을 이따위로 이용한다고?”

분노가 치민다. 내가 좋아하는 우리 걸그룹을 이런 식으로 이용하다니 용서할 수 없는 분노가 차오른다. 하지만 난 곧 침착해졌다. 내 패시브 스킬 ‘침착함’은 이런 때도 참 잘 작동을 해주신다. 덕분에 침착하게 생각을 해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이런 영상들은 여러번 올라왔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그때마다 이런식으로 사람들에게 최면을 걸어왔다? 나만 해도 내 최애 걸그룹의 영상이 올라오면 보니까. 물론 하급 최면으로 그렇게 대단한 암시를 주지는 못했겠지만, 시선을 피하는 정도는 충분했겠지.”

게이트 안에서는 자신의 행동이 스킬이 된다. 선물함 같은 미노타우르스의 고기나, 스킬석 같은 것으로 랜덤하게 스킬을 얻을 수도 있지만 보통은 저런 식으로 스킬을 얻는 것이 정상일 거다. 현실에서 최면을 공부하고, 그것을 익힌 사람은 게이트 안에서 그것을 스킬화시키고 극대화시킬 수도 있을 거다. 내가 영어 같은 것을 스킬로 만들 수 있었던 것처럼.

“와, 생각해보니 이거 엄청나게 무서운 곳이네······.”

게이트라는 곳에서 스킬화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을까? 수학 같은 것만 예를 들어서 생각해봐도 알 수 있다. 수학을 그 안에서 공부하면 ‘수학’이라는 스킬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스킬화가 되는 순간 원래 가지고 있던 능력보다 훨씬 상향된 능력을 가지게 된다. 내가 영어 회화가 능숙해진 것처럼.

이런 식으로 그 안에서 머리 좋은 놈들이 그것을 악용할 스킬들을 생성한다면? 아니 이미 했다면? 그리고 그들의 명줄을 잡고 있는 것은 게이트 주인이다. 어쩌면 게이트 주인들은 누군가에게 이용만 당하고 있지는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작정한다면 무슨 일을 벌일 수 있을까?

“아버지 말씀처럼 결국 게이트라는 것은 영지고, 영지들 간의 분쟁은 일어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네.”

얼떨결에 세상의 비밀을 또 엿본 느낌이다. 일단 난 내가 찾던 통나무 집을 만드는 영상을 몇 개 찾아본 후에 게이트를 넘어갔다.

***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자 호야가 날아온다. 정말 거의 날아왔다. 그리고 내 품에 안긴다.

냐앙!

나한테는 겨우 한 시간 정도였지만, 이 안에 있던 호야에게는 다섯 시간이었을 테니 보고싶었나보다. 그래도 가끔 이렇게 귀여운 짓을 해주니 얘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거다······라고 생각하려는데. 호야가 턱으로 간식을 기리킨다. 이런건 도대체 어디서 배우는 거지!

결론은 간식 줄 시간에 어딜 싸돌아다니냐는 뜻.

난 과감하게 간식을 조공했다. 겁먹어서 하는 행동이 아니다! 난 그저 사랑스러운 호야에게 주고 싶었을 뿐이다. 정말이다.

호야에게 간식을 주며 주변을 둘러보니 까망이가 두 마리 더 늘어났다. 그리고 백야도 두 마리가 늘었다. 까망이 두 마리는 어머니와 시연이가 타고 있었고, 백야 두 마리는 아버지와 선우가 타고 있다. 네 사람 모두 매우 만족한 듯이 자신들의 탈 것을 어루만지고 있는 중이다. 백야는 솔직히 나도 타보긴 했지만, 막 그렇게 타기 좋진 않은데, 뭐 취향이니 존중한다.

“자, 잠깐들 모이세요.”

내 말에 가족들과 선우가 다가왔다.

“제가 밖에서······.”

난 밖에서 겪은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선우와 시연이는 엄청난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왜? 뮤직비디오에 그런 비밀이 숨어 있을 줄은 몰랐으니까. 아버지와 어머니는 담담하셨다.

“그러니까 정말 세상이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구나. 그리고 작전에 동원되었던 군인들도 그 최면술사에게 당하겠지?”

아버지의 말씀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최면술사는 광역으로 최면을 걸었다. 그 사람이 최고는 아닐 거라고 본다. 비슷한 이들이 더 있을 거라는 생각. 아마 그들이 군인들의 기억도 조작할 것이다.

“시연이가 딸이라서 다행이구나.”

어머니의 말씀. 어찌보면 당연한 걱정이시리라, 시연이 또래의 남학생을 둔 부모님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거정이 안 들 수 없을 테니까.

“그런데 시우야.”

“네, 아버지.”

“넌 우리가 몇 레벨 정도 되면 그나마 안전할 거로 생각하는 거냐?”

이게 사실 이번 5주간의 계획에서 가장 포인트가 되는 부분이다. 몇 레벨까지 올려야 안전이 어느 정도 담보될 수 있을까? 난 호야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호야가 땅을 내번 때린다.

“4레벨?”

퍽!

“농담이야! 거 성격하고는. 40레벨은 되야 한다는 거지?”

냥!

호야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니까 우리 가족들과 선우의 목적레벨은 40이다. 물론 난 그보다 더 높아져야 할 것이다. 아마 그땐 호야와 단둘이서 사냥을 해야 될 것 같기도 하다.

“일단 호야의 의견은 40레벨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거기에 내 의견을 더하자면 스킬을 최대한 많이 생성해서 나가야됩니다. 그게 어찌 보면 더 중요해요. 그래서 일단 네분께 제가 검술을 가르칠 생각이예요.”

“나 검술 있는데?”

“시끄럽고 무조건 배워.”

시연이의 작은 반발을 눌러버리고 가족들과 선우는 ‘헤르티안 초급 검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당장 세상이 무너진 것은 절대 아니다. 그리고 세상이 쉽게 무너질 거로 생각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세상에 혼란은 찾아올 것이다. 내가 오지랖이 넓어서 세상을 구하겠다거나 그딴 착각은 하지 않는다. 단지 내게 소중한 사람은 지켜야 된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선우야, 그리고 다음번에 너희 가족도 모시고 오자.”

선우는 내 말에 미소를 지었다. 선우가 내게 소중한 친구면 녀석의 가족도 소중한 사람들인 거니까. 그리고 자기 게이트의 헌터들을 육성해야 된다는 생각도 들기도 하니까. 그렇게 우리는 다시 훈련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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