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45화 (45/182)

제 45 화 진짜 숲으로.

제 45 화 진짜 숲으로.

가족들 그리고 선우와 함께 게이트에 들어온지 벌써 3주가 지났다. 가족들과 선우는 레벨을 30까지 올릴 수 있었고, 내 레벨은 41이 되었다.

헤르티안 검술을 모두 익히게 되었고, 궁술도 익힐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전직. 아버지는 ‘바람의 검사’라는 직업을 선택하셨고, 어머니는 ‘대지의 방패’라는 직업을, 시연이는 ‘물의 친구’라는 직업을, 선우는 ‘멀리 상대하는 자’라는 직업을 얻었다.

모두 30레벨이 되면서 선택한 직업들로 보통 ‘정예’라는 말이 붙는 직업들보다 한 단계 높은 것들이었다. 여기까지는 일단 다들 목표를 이룬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좀 쉬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시연이가 지친 듯이 말한다. 하긴 엄청 달리긴 했다. 40레벨을 5주안에 찍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은 절대 아니다. 우리 같은 경우는 몰이를 할 수 있는 오크 전사들이 있고, 호야가 위험을 대비해주기에 그나마 3주간 30레벨이라는 엄청난 성과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게임을 해도 광렙을 하면 사람이 쉬어야 한다. 계속해서 렙업을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래서 쉬자는 시연이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시연이와 선우도 지쳐보일 정도니 부모님은······ 의외로 쌩쌩하시다.

“엄마랑 아버지는 괜찮으세요?”

“응? 난 재미있는데?”

“나도 괜찮다. 어릴 때 게임하던 것도 생각나고.”

부모님들로서는 그럴지도 모른다. 몸에 활력이 돌고, 젊었던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 드실 테니까. 하지만 그래도 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30레벨이면 어디가서 위험에 처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그리고 다들 지능과 정신력은 60이상으로 만들었다. 그래야 최면에 저항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럼 일단 일주일 정도는 쉬도록 하죠. 여기가 사실 쉬기는 좋죠.”

“으아, 진짜 내가 헌터는 두 번째 되보지만, 여기 진짜 빡신 거다.”

선우의 말에 난 녀석에게 물었다.

“그래서 싫으냐?”

“아니, 싫을 리가. 하지만 쉬는 것에는 나도 찬성. 그리고 쉬면서 이런저런 생활 스킬을 익히는 것도 괜찮을 것도 같고.”

쉬면서 생활스킬을 익히자는 얘기는 상당히 좋은 얘기였다. 어머니는 이미 ‘요리’와 ‘직조’스킬을 익히셨다. 여자 오크들과 어울리며 여자 오크들이 옷감을 짜는 것을 같이 하시다보니 그런 것이다.

시연이는 그쪽에 재능이 없는 것인지 그쪽으로는 스킬을 얻지 못했다. 아버지는 농사와 축산 스킬을 익히셨다. 사냥이 끝나면 카락과 함께 일을 하시더니 그렇게 되었다.

선우는 그 사이에 건축이라는 스킬이 생겼다 이것는 나와 동시에 생긴 것으로 통나무 집을 거의 둘이 만들다가 생긴 것이다. 아버지는 통나무 집을 만드는 것보다 농사와 축산 쪽에 더 관심이 많으셔서 어느 순간 나와 선우가 통나무집을 완성하게 되었다.

현재 두 체의 통나무집을 지었다. 하나는 어머니와 시연이가 사용하는 투룸으로 만들어진 통나무집이고, 하나는 쓰리룸으로 아버지와 나, 그리고 선우가 쓰고 있는 통나무집이다. 그리고 이제는 오크들도 달라붙어서 통나무집들을 더 만들기를 원했기에 그들에게도 통나무 집을 만들어줄 생각이다. 이렇게 각자 생활스킬을 익힌 상황에서 시연이는 아무것도 익히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난 시연이에게 내가 잘 쓰던 것을 내밀었다.

“야, 너도 영어 해?”

나한테 하는 말이 아니라 책 제목이다. 영어 회화책. 학생인 시연이는 당연히 이런 생활 스킬을 익혀야되지 않겠는가.

“왜? 불만있어? 잘 생각해봐. 네가 영어를 2레벨만 만들어서 나가도 헐리우드 영화나 미드들은 자막도 없이 볼 수 있다?”

“오오오! 그러면서 내가 넘어갈 줄 알았어? 누굴 바보로 아나!”

시연이 분노했다. 그래서 난 시연이에게 영어로, 그리고 일본어, 중국어로 이야기를 해주었다. 물론 시연이가 내 말을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현대인이라면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능숙한 것인지 정도는 대충 눈치로 알 수 있지 않는가.

“와, 뭐야? 진짜 이게 스킬로 등록이 되고, 오빠처럼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오빠가 언제 유학을 간 적이 있냐?”

“아니지.”

“그럼 이게 부럽지 않아?”

요즘은 우리 때보다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일단 한국 고등학교에도 원어민 교사가 있는 경우가 많다. 시연이네 학교는 가평에 있지만, 그곳에서 원어민 교사라고 해서 미국 출신 여교사가 한 명 있다고 들었다. 영어는 아직까지는 세계 공용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언어. 이것만 제대로 익혀도 솔직히 할 수 있는 일의 폭은 넓어질 거라고 본다.

“진짜지?”

“오빠가 언제 너한테 거짓말을 하던?”

“어, 많이.”

“인정. 근데 이건 진짜야.”

“알겠어.”

그렇게 시연이는 영어를 배우도록 했다. 아직은 고딩이니까 최소한 도움이 되는 것도 배우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그리고 나와 선우는 다시 건축에 대해서 의견을 나눈다.

“그러니까 벽돌집을 만들어보자는 거지?”

벽돌이라면 이미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만들어 보기도 했고, 그리고 우리는 통나무집보다는 이쪽이 더 익숙하다. 물론 우리가 살고 있는 집들은 콘크리트로 지어진 집들이겠지만.

“그게 낫지 않을까? 결국 영지민은 더 늘어나지 않겠냐?”

여자 오크들은 배가 부른 이들이 많다. 임신을 한 것이다. 오크의 임신 기간이나 자라는 시간 같은 것은 잘 모르겠지만, 인간보다는 빠를 거라는 것은 알 수 있다. 통나무로 집을 만드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지만, 견고함으로 볼 때에 벽돌로 만드는 집이 더 나은 것은 사실.

“해보자.”

내 말에 선우가 미소를 짓는다. 건축 스킬은 내가 1레벨 선우가 2레벨이다. 왜 선우가 나보다 높으냐? 얘가 예전에 소위 말하는 노가다를 많이 했었단다. 참 친절한 시스템이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 취향과 필요에 따라서 생활 스킬을 익히고, 휴식을 취하면서 일주일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참고로 아버지와 선우는 모두 낚시 스킬을 생성시키기도 했다. 아버지의 경우는 낚시가 무려 4레벨이시다.

***

3일 정도 휴식을 취하면서 가족들과 선우는 각자 생활 스킬을 숙련시키고 있었고, 난 그사이에 호야와 함께 숲으로 들어갔다. 호야와 단둘이서.

“호야. 여기 이 선은 뭐야?”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선이 있었다. 숲의 초입에서 조금 더 들어간 위치였다. 호야는 그것을 발로 탁탁 치며 내게 냥냥거린다.

냥냥! 냥냥냥! 냐웅냥!

“그러니까 여기부터 숙련자 코스다 뭐 그런 거지?”

호야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 다리에 머리를 부비적거린다. 그런데 평소의 애교와는 다른 느낌이다. 뭔가 자신의 냄새를 내게 묻히려고 그런 느낌? 원래 고양이가 일명 박치기라고 하는 머리를 들이밀며 부비적거리는 행동은 자신의 냄새를 상대에게 묻히는 행동이다. 그렇게하면서 안정을 얻고, 자신의 편이라는 것을 마킹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지금 호야는 상당히 꼼꼼하게 자신의 냄새를 내게 묻히고 있다. 마치 이것이 나를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것처럼.

난 호야의 상태창을 살펴보았다. 그 사이에 호야는 52레벨이 되어 있다. 예전에 47레벨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레벨이 오늘 것이다. 아니면.

“최근에 내 관찰 레벨이 4레벨이 되었었지.”

어쩌면 호야의 상태창을 나는 지금까지 다 볼 수 없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가 확인할 수 있는 레벨의 맥스가 52레벨인 것인지도 모르고.

“호야, 너 52레벨보다 더 높지?”

냐앙?

호야는 가소롭다는 듯인 나를 쳐다본다. 어쩌면 진짜 호야는 만렙냥일지도 모르겠다. 하긴 이 안에서 호야는 수십 년을 살았다. 그러니 애초에 47레벨밖에 안 되었던 것이 이상한 부분인지도 모른다.

“뭐, 네가 만렙냥이면 어떠냐? 그래봐야 내 새끼지. 그치?”

냥!

호야가 대답을 하면서 내 얼굴에도 머리를 부비적거린다.

“넘어가 보자.”

선이라는 것은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다. 지금 내 레벨이 41인데 40레벨일때도 몰랐던 부분이다. 그렇다는 것은 이 선을 넘기 위해서는 입장레벨이 최소 41레벨이라는 뜻이 아닐까?

그렇게 선을 넘어갔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가을?”

지금까지 섬의 계절은 여름이었다. 지금도 아마 여름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는 선을 넘어왔을 뿐인데 가을이다. 쌀쌀하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때는 잘 못느끼지만 어느 순간 확 춥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지 않은가? 바로 그런 날씨다. 봄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 감각은 가을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여기부터 또 다른 세상이구나?”

냐앙.

호야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여기는 레벨이 더 높은 몬스터들이 나온다는 얘기겠지?”

냥!

그렇단다. 호야가 나를 이리 데려온 이유는 여기에서 레벨업을 하라는 얘기일 것이다. 그때 저 멀리서 거대한 덩치가 하나 눈에 들어온다. 내 키만한 몽둥이를 들고 있는 괴물.

“트롤?”

관찰로 난 녀석을 살펴보았다.

-관찰 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이름: 섬트롤(38레벨).

섬의 숲에 살고 있는 트롤이다. 고기가 매우 질기고, 삼키기 힘들다. 섭취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단, 트롤의 피는 치료제로 사용될 수 있다. 머리가 파괴되지 않으면 죽지 않는다.

진짜 트롤이었다. 키는 대충 3미터 정도 된다. 난 내 각궁을 들고, 녀석에게 조준했다. 그리고 녀석의 머리에 한 발을 날렸다.

쾅!

“내 화살을 피한 건 네가 처음이야!”

웬지 재벌이 신데렐라 여주에게 할 법한 대사를 내뱉고, 난 곧장 다시 화살을 걸고 연사로 놈에게 활을 쏘기 시작했다.

쾅쾅! 푹!

놈은 내 화살을 대부분 쳐냈지만, 한 방이 놈의 심장에 박혔다. 순간적으로 몸이 굳는 트롤.

난 검을 빼들고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아버지의 모습에서 배운 질주 스킬까지 사용해서.

서걱!

난 이것저것 볼 것 없이 그대로 점프를 해서 녀석의 머리를 잘라버렸다. 내 남은 마나를 대부분 사용해서.

다행히 도박 같은 내 시도는 그대로 먹혔다. 놈의 머리가 몸에서 분리된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퍽!

순간적으로 내 등에 엄청난 고통이 몰려왔다. 난 그대로 땅에 쓰러졌다가 곧장 몸을 일으켰다. 그랬더니 목이 잘린 트롤의 몸에 붙어 있던 팔이 날 공격한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더는 공격이 이어지진 않았다.

아마도 머리가 분리되면서도 한동안은 저 몸이 살아 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완전히 멈춰진 몸을 보고 그제야 난 안심을 했다. 그때 호야가 트롤의 몸에서 피를 자기 앞발에 묻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뭐해?”

호야는 그대로 피를 묻혀서는 내 등에 그것을 문질렀다. 그러자 놀랍게도 통증이 곧장 사라지기 시작했다.

“야, 그거 감염되면 어쩔라고 그래.”

냥!

“괜찮다고?”

하긴 시스템도 트롤의 피가 치료제라고 했으니 괜찮은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난 나를 치료한 호야를 안고서 호야의 앞발에 묻은 피를 내 옷으로 닦아주었다. 고양이 중에는 물장난을 즐기는 애들도 있고, 극혐하는 애들도 있다. 호야는 후자에 속한다. 그런데도 나를 위해서 피를 발에 묻힌 것이다. 그 마음이 기특해서 말했다.

“근데 호야, 나 치료 스킬 있거든?”

냐앙?

호야가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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