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46화 (46/182)

제 46 화 영지의 발전 -1

제 46 화 영지의 발전 -1

호야의 충격먹은 얼굴은 뽀뽀를 부른다. 그래서 호야의 양볼을 잡고 뽀뽀를 했더니.

퍽!

“야! 그럴 수도 있지.”

호야는 단호했다. 사실 그렇게까지 뽀뽀를 싫어하는 애도 아니었는데, 게이트 속에서 보낸 시간이 우리 호야를 변하게 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살짝 든다. 고양이들은 사람과의 스킨쉽에 대해서 여러 반응을 보인다.

가장 대표적으로 안는 것을 싫어하는 고양이가 많다. 좋아하는 애들이 상당히 적다고 표현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근데 반응이 상당히 다르다. 크게 셋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일단 겁나 싫어하는 애들. 얘들은 그냥 안으면 싫어한다. 발버둥을 치거나, 그래도 안 놔주면 공격적 성향을 드러낼 수도 있다. 그리고 다음은 참아주는 애들. 얘들은 한 30초에서 1분 정도는 참아준다. 그 뒤는 첫 번째 애들과 비슷한 반응.

마지막은 좋아하는 애들이다. 얘들은 안아주면 잠이 들기도 한다. 호야는 두 번째와 세 번째 그 사이 어딘가에 속하는 애다. 쉽게 말해서 지 기분에 따라서 스킨쉽을 받아줄 때도 있고, 때릴 때도 있다.

“오늘은 날이 아닌 거지? 오케이. 난 쿨하니까 이해해.”

냥냥! 냥냥냥! 냐앙냥!

“알았어, 방심하지 않을게. 뭐 그렇게까지 난리를 쳐.”

냥!

“네, 사부! 명심하겠습니다.”

호야가 화가 난 것은 내가 트롤한테 얻어맞았기 때문이다. 그것을 내가 방심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 방심한 것이 맞긴 하다.

“다시는 안 그런다고. 그러니까 화 풀어.”

냥!

호야는 그렇게 대답하고, 내 어깨에 올라온다. 그리고는 내 얼굴에 자기 머리를 부비적거린다. 이쯤이면 화가 풀린 거다.

“이제 피 받자.”

트롤은 재생력이 뛰어나다. 왜 그런지 몰라도 이게 상식이다. 생각해보면 웃기는 일이다. 소설의 몬스터들이 어떻게 게이트 안에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이 몬스터들이 소설가들이나 만화작가들의 상상 속으로 침투를 한 것일까? 뭐가 되었건 관찰로 살펴본 바로는 트롤의 재생력은 바로 놈의 심장에서 비롯된다. 그렇기에 머리가 잘린다고 해도 한참동안 피가 콸콸 나온다는 얘기다.

“어우, 대박이다.”

정말 트롤 피는 콸콸쏟아지고 있었다. 문제는 이 피를 어디에 받느냐인데, 다행히 접는 약수통을 난 가지고 다닌다. 왜? 숲에서 뭐가 나올지 모르니까. 엄청난 고로쇠물 같은 것이 나오면 받아와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용도로 챙겨온 것인데 다행히 트롤 피라는 엄청난 것을 얻게 되었다.

“와, 많다.”

접는 약수통이기에 내 가방에는 네 개나 통이 있었고, 그것들을 꽉꽉 채울 정도로 트롤의 피는 충분히 나왔다. 난 그것을 꼼꼼하게 잘 챙겼다.

“근데 호야, 이 피에 기생충 같은 것은 없을라나?”

냐앙?

이해를 못하는 표정이라 그냥 호야의 턱을 살살 긁어주었다. 그랬더니 금방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이건 뭔가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조금 더 들어가도 돼?”

냐앙!

호야가 단호하게 안 된다고 한다.

“그럼 매일 들어와서 한 마리씩 잡는 것은?”

냐앙.

호야가 고개를 끄덕인다. 솔직히 고통은 가셨다고 해도 나도 일단은 돌아가야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호야를 어깨에 올리고 양손에 트롤 피를 든 상태로 영지로 돌아갔다.

***

“그러니까 그 엄청난 트롤의 피라는 얘기지?”

트롤의 피를 알아본 것은 선우였다. 선우는 헌터로 활동을 했기에 이것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어, 트롤의 피 맞아. 내가 직접 받아왔거든. 근데 이걸 아냐?”

“뭐랄까? 도시 전설처럼 전해져오는 얘기랄까? 솔직히 내가 갔던 게이트에서도 트롤은 없었어.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트롤이 있었다고 해도 누가 잡겠냐? 헌터들이라고 해봐야 20레벨 좀 넘는 수준인 것이 최상급이라고 할 수 있는 건데.”

하긴 트롤의 레벨을 생각하면 트롤을 만났다고 해도 보통의 헌터라면 튀는 것이 정상일 거다. 그러니 트롤의 피를 얻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어야 정상.

“야, 그럼 트롤의 피를 어떻게 아냐? 잡은 사람이 없을 텐데.”

“어? 그거야 소설에 많이 나오잖냐. 잡기만 하면 대박일 거라고 사람들이 다 난리가 아니었는데?”

“이건 내가 특별히 너한테 주마.”

난 트롤의 피를 선우에게 줬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냉장고냐?”

“여기 냉장고도 없는데 그럼 트롤의 피를 그냥 버리리?”

보존이라는 대단한 스킬을 가지고 있는 선우는 참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녀석이다. 참 좋은 친구다.

“뭐, 일단 내가 냉장고가 맞긴 하니까 그렇게 하자.”

선우도 딱히 불만은 없는 것 같았다. 어차피 트롤의 피를 버릴 수도 없는 부분이니까.

“이건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서 알고 있는 법한 오크가 있지.”

난 곧장 우윙을 불렀다. 그리고 트롤의 피를 보여주니 맛을 보고는 깜짝 놀란다.

코록! 코코콕, 코코콜!

“이걸로 치료제를 만들 수 있어?”

우윙이 고개를 격하게 끄덕인다. 그래서 난 우윙에게 트롤의 피를 맡겼다. 그리고 선우와 함께 천천히 영지를 둘러보기로 했다.

“영지라니. 21세기에 이게 말이 되냐?”

“내가 만들었냐? 그리고 님하가 잘 모르시나본다 님도 내 영지민이거든?”

“어익쿠 영주님, 그러셨세요.”

“시끄럽고, 조용히 따라오던가, 아니면 그냥 가서 네가 할 일을 하던가.”

“네, 영주님! 이쪽으로 가시죠!”

“에헴 잘 안내해라, 김집사.”

“눼이눼이.”

일단 양계장은 잘 돌아가고 있다. 오크들이 이런 쪽도 잘 하는 것인지 남자 오크들 중에 전사로 선발된 오크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일을 한다. 그 중 몇몇 오크들은 당연한 거지만 일을 나눠서 한다. 양계장을 맡은 오크들은 정말 열심히 닭들을 관리하고, 달걀을 한쪽에 잘 쌓아두고 그런다.

병아리의 관리도 철저한데 우리 양계장이 자연 방목 스타일의 양계장이라 병아리들도 뛰어놀고, 닭들도 잘 뛰어논다. 그래서 그런지 양계장의 규모도 날로 커지고 있다. 다행인 점은 오크들은 육식을 참 좋아한다는 점이다.

“양계장은 오케이.”

“네, 영주님.”

“그만해라.”

“네, 영주님.”

가끔 호야가 왜 날 때리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냥 때리고 싶다.

“다음으로 가지, 김집사.”

“네, 영주님!”

이놈이 맛들렸다. 뭐 딱히 해가 되는 것도 아니고, 영주와 집사 놀이를 좀 더 해야겠다.

다음으로 우리가 찾은 곳은 축사다. 소들이 살고 있는 바로 그 축사. 소들은 정말 무럭무럭 자랐다.

“와, 이게 어떻게 벌써 100마리 가까이 늘어날 수가 있는 거지?”

소들의 종류는 크게 칡소처럼 생긴 녀석들과 젖소처럼 생긴 녀석들이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얘들의 용도는 다르다. 일단 섬칡소들은 일도 하고, 나름 근육도 단련시키고, 젖소들은 주로 우유를 생산한다.

이 젖소의 젖을 짠 원유들은 따로 모아두고 있다. 물론 소유는 선우의 것이다. 아주 만능 냉장고나 다름이 없다. 그래도 앞으로는 선우가 없을 때를 대비해서 뭔가 우유를 처리할 방법을 찾아야한다.

“치즈를 만들어보면 어떠니?”

어느새 다가온 어머니가 물으신다.

“치즈라······ 괜찮을 것 같은데요? 여러 가지 치즈를 만들어보도록 하죠. 엄마가 오크들에게도 가르쳐주세요. 그럼 얘들도 더 튼튼한 오크가 되겠죠.”

“호호호, 이미 너무 튼튼한 거 아니니?”

오크는 누가봐도 튼튼해보인다. 여기서 더 튼튼해지면? 더 강력해질 거라는 이야기다. 얘들이 몬스터라면 문제겠지만, 내 영지민들. 내 영지민들이 강해지는 것은 영주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니까.

“그럼 만들어보자. 일단 몇몇 필요한 도구들이 있는데······.”

치즈를 만드는데 필요한 도구들을 어머니는 주문하셨고, 나는 그것을 만들기 위해서 선우와 함께 대장간으로 향했다. 요리를 만드는 도구 정도는 밖에서 가지고 올 수도 있지만, 그것조차 여기에서 나오는 것들로 만든다면 더 특별한 뭔가가 만들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렇게 대장간에서 쇳물을 녹이고 있는데, 시연이가 깡충깡충 뛰어온다. 정말 깡충깡충 뛰어온 거다.

“왜? 뭐?”

“오라버니!”

“어허! 감히 영주님께 이 무슨 무례한 짓인가!”

“어머, 제가 무례했사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집사님.”

“다음부터는 주의하도록 하라.”

“네. 선처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영주님?”

쌍으로 논다.

“니들 뭐하냐?”

“뭐? 내가 틀린말 한 것도 아닌데.”

선우는 당당하다. 뭐 사실 크게 틀린 것은 아니긴 하다. 확실히 난 영주긴 하니까.

“근데, 내가 영주고 시연이는 내 동생인데 김집사보다는 위치가 높지 않겠냐?”

“헉!”

“맞네. 그게 맞지.”

이렇게 일차원적인 것들이 친구고 동생이라니.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오빠.”

“왜?”

“나에게 엑스칼리버를 만들어줘.”

“엑스칼리버가 뭐하는 물건인지는 알고 있는 거지?”

“당연하지. 바위에 똭! 그걸 뽑아서 똭!”

“일단 그 바위를 찾아오련?”

“아, 그러네······라고 할줄 알았냐? 만들어달라고!”

“되겠냐? 엑스칼리버면 최소 성검인데, 쪼렙 대장장이 주제에 그게 가능하겠냐고.”

“음······ 오빠가 쪼렙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 내 잘못이다. 그럼 뭔가 대나무 사이에 들어가는 그런 검을 만들어줘.”

“대나무를 구해오련?”

“대나무는 숲에 있을 거 아냐?”

“있긴 하지.”

“그럼 그걸로 만들어주면 안 돼?”

“일단 만들어준다고 치자. 그런데 그걸로 뭘 하게?”

“정의를 실천하는 정의로운 검사가 될 생각이야.”

“요즘 검찰은 칼들고 다니니?”

“뭐래, 말 그대로 검을 드는 사람의 검사!”

“대학 나온 검사가 되렴.”

“대학따위.”

“죽을래?”

시연이의 말에 난 어이가 없어서 물었다. 진심이다.

“오빠, 세상이 변했어. 그리고 나도 변했어. 더는 세상의 악한 것들을 용서할 수가 없어!”

“그전에는 왜 용서했는데?”

“용서라니! 난 외면했을 뿐이야.”

“너무 당당한 거 아냐? 그래, 외면이라고 치자. 왜 외면했는데?”

“그거야 내가 힘이 없었으니까?”

“그리고 이제는 힘이 있고?”

“당연하지. 내가 레벨이 몇인데! 후후훗.”

“그러니까. 예전에는 힘이 없었는데, 이제 힘이 생겨서 정의를 실현하겠다?”

“당연한 거 아냐?”

옆에서 선우가 배를 잡고 음소거로 미친 듯이 웃고 있다.

“우리 시연이가 참 해맑은 아이구나? 우리 시연 어린이 꿈이 박쥐맨이었어요?”

“꿈은 강철맨이야. 하지만 강철맨은 돈이 많으니까.”

“박쥐맨도 많아, 돈.”

“아, 그렇지. 아무튼, 난 히어로가 될 거야.”

“히어로도 대졸 히어로가 되렴.”

“오빠는 너무 속물이야!”

“인정. 그런데 넌 그 속물한테 기생하는 중이란다. 왜냐면 여기는 내 영지거든.”

“내 히어로의 꿈이 이렇게 끝나다니. 이럴 수는 없어!”

“됐고, 네가 직접 배워서 만들던가.”

“그러면 내가 못할줄 알고? 직접 만들고 만다.”

시연이는 그렇게 말하더니 정말로 내 옆에서 대장장이 일을 배우기 시작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시연이가 이쪽으로 재능이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정말 나랑 같은 스킬까지 생성된다. 놀랍다. 시연이의 재능이 이런 쪽일 줄은 몰랐다.

점점 가족들이 자기 일을 찾아가는 느낌이랄까? 마음이 푸근해진다. 이제 이 쓸모 없는 놈을 처리하면 될 것 같은데······.

“뭐? 내가 뭐?”

선우는 찔리는지 승질을 낸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