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7 화 영지의 발전 –2
제 47 화 영지의 발전 –2
축사도 잘 돌아가고 있었고, 밭도 잘 돌아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집에서 농사를 짓는 것이 나름 취향에 맞으셨는지 농사 스킬이 생긴 후로는 사냥을 할 때가 아니면 농사를 계속 돌보고 계셨다. 거기에 양계장과 축사까지.
축산 스킬도 생성되셨고, 농사 스킬은 이미 4레벨이시다.
“이게 심으면 쑥쑥 자라니까 농사짓는 재미가 쏠쏠해.”
아버지의 말씀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농사를 지어보지 않았던 나도 그게 그렇게 재미있었는데, 아버지는 오죽하랴.
“아버지, 그런데 얘는 뭐예요?”
“보면 모르냐? 인삼이지.”
“이번에 인삼 씨앗을 가져 오셨어요?”
“그건 아니고, 집에 누가 인삼이라고 선물로 줘서 얼떨결에 여기 출발할 때 챙겨왔었지.”
“그럼 그냥 심으신 거예요?”
“어, 그런데 새끼를 치네?”
그러니까 아버지 말씀은 누가 선물로 준 인삼을 그대로 심으셨다는 얘기다.
“누가 선물로 주셨는데요?”
“이장님이. 지난번에 멧돼지가 너무 고마웠다고 챙겨주셨지.”
이장님이 주신 인삼. 아버지는 이것을 인삼이라고 하셨다. 생긴 거야 당연히 인삼스럽게 생겼다. 그런데 이것을 관찰로 보니.
이름: 섬 산삼.
섬에서 키워진 산삼이다. 이계에서 가지고 온 산삼이 이곳에서 씨를 내린 종이다. 영양이 매우 풍부하고, 질병을 치유하는 효과가 있다. 최초 섭취시 체력이 10 오르고, 꾸준히 섭취할 시에 체력이 2 오른다.
“대박.”
“응? 왜? 인삼이 그리 좋냐?”
“아버지, 이장님한테 좋은 것들 좀 챙겨드려야겠는데요?”
“무슨 소리야?”
“저거 인삼 아니에요. 산삼이에요.”
“뭐?”
“처음 아버지가 받아오신 것은 산삼이에요. 30년쯤 된 산삼이요. 그리고 그 산삼을 여기에 심으셔서 나온 이것들도 산삼인데, 영양이 풍부한 것은 당연하고, 질병 치유 효과가 있고, 체력이 10이나 올라요. 꾸준히 먹으면 체력이 2씩 오르구요.”
“헐.”
아버지가 인터넷용어를 쓰신다. 저건 요즘 애들은 안 쓰는 말일 텐데······ 하긴 아버지는 옛날 사람이긴 하시다. 그리고 나도 옛날 사람이긴 하다. 요즘 시연이가 하는 말을 들으면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다.
“아무튼, 대박이라는 말씀이죠.”
“그런 애들이 이렇게 많이 자란다고?”
아버지가 놀란 부분은 이 부분인 것 같다. 산삼이 자라고 있는 밭은 대충 200평쯤 되는 밭이다. 여기에 산삼이 빼곡히 자라고 있다. 원래 산삼은 이런 지형에서 키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자세히는 몰라도 인삼 밭을 보면 대충 어떻게 생겼는지 그려지지 않는가? 그늘막을 만들고, 그 아래에 고이고이 키우는 인삼들. 그런데 산삼밭은 그냥 무밭이나 배추밭처럼 생겼다. 그런데도 산삼이 무럭무럭 자란다.
“이거 팔면 세상이 뒤집어지겠다.”
체력이라는 것은 상당히 직관적인 능력치다. 사람의 몸에서 체력이라는 것이 차지하는 부분이 얼마나 크겠는가? 체력이 떨어지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긴다. 보통 기력이 달린다고 하는 부분이 바로 이런 부분일 것이다. 그런데 체력이 올라가면 사람의 신체적인 능력이 대부분 올라간다.
힘이나 민첩도 직관적인 능력이긴 하지만. 체력이 가장 실감이 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보통 사람의 체력이 10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체력이 10이나 올라간다는 것은 엄청난 물건이라는 의미다.
“일단 이것도 한동안은 우리 가족이랑 선물드릴 분들께만 드리는 걸로.”
“네, 아버지.”
아버지는 그 외에도 이런저런 농작물들을 보여주신다. 대부분이 매우 유용한 것들이긴 했다. 하지만 능력치를 올려주는 것은 없었다.
그때였다.
“시우야!”
오크들이랑 놀러갔던 선우가 달려오면서 나를 부른다.
“왜?”
“여기 꿀벌이 있다.”
그러면서 보여주는 것은 벌통이었다. 벌통을 맨손으로 들고 있다. 저거 안 아픈가?
“야, 벌이 너 쏘······는 게 아닌가?”
벌이 벌침을 날리는 것은 꼬리에 있는 침을 이용해서 쏜다. 그런데 저 벌은 선우의 손등에서 꼬리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입으로 뭔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난 조금 더 자세히 꿀벌을 살펴보았다.
-관찰 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이름: 섬꿀벌.
섬에서 키워진 꿀벌다. 꿀벌이 좋아하는 냄새를 가진 사람에게 매우 친화적이며 대상의 살냄새를 맡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대상에게 키워진 꿀벌의 꿀은 매우 영양이 뛰어나고, 맛있다. 최초 섭취시 정신력이 5오른다. 그 후에 꾸준히 섭취하면 일정양을 먹을 때마다 정신력이 1씩 오른다.
그러니까 저 꿀벌이 저러고 있는 이유가 선우 때문이라는 거다. 뭔가 페로몬 같은 것을 내뿜나보다. 선우를 가만히 관찰해보니 예전에 없던 부분이 있다.
칭호: 꿀벌의 친구.
칭호라는 처음 보는 항목이다. 나는 없는 것인데 저 녀석은 있다. 그러니까 저 녀석은 양봉에 매우 최적화된 녀석이라는 의미일 거다.
“와, 네 재능을 발견했다.”
“뭐? 내 재능을 발견해?”
“어, 너 양봉해라.”
“양봉? 갑자기?”
“저 꿀벌들이 왜 너한테 달라붙어 있고, 너를 공격하지 않을까?”
“음? 그런가?”
“너를 우리 영지의 양봉업자로 임명해주마.”
“뭔 개소리야?”
“그럼 넌 날로먹을라고 그랬냐? 시연이 저 여린 것이 저기 망치질 하고 있는 거 안 보여?”
보일 거다. 겁나 시끄럽게 망치질을 몇 시간째 하고 있으니까.
“그, 그렇지.”
“그럼 양봉업자가 되시겠습니까? 김선우 씨?”
“알았어. 근데 그게 되겠다고 해서 그냥 되나?”
“기다려봐. 그렇지 않아도 양봉을 나중에 해보겠지란 생각을 하면서 내가 만들어둔 것이 있다.”
양봉도 가능할 거라는 생각은 이미 예전에 했었다. 그래서 양봉을 하는 분들이 사용하는 벌집을 너튜브에서 배워서 만들어둔 것들이 있었다. 문제는 여왕벌을 그 안에 자리 잡게 하지 못해서 아직 양봉을 하지 못 했던 것이다.
그런데 양봉에 소질이 엄청난 녀석이 있으니 놀게 할 수 없다. 그런 벌집이 열 개나 된다. 대량으로 천연꿀을 먹고 싶었던 나의 야망이 불러온 참사였다.
다행히 선우는 그것을 보고 대충 오크들과 함께 옮기기 시작했다. 숲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리를 잡고는 뭔가 사부작사부작 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차피 ‘꿀벌의 친구’인 녀석이니까 알아서 하리라.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난 다시 영지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일단 오크들에게 뭐가 먼저 필요할까? 역시나 선우와 얘기했던 것처럼 얘들이 살 수 있는 집을 조금 더 좋게 지어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카락.”
크롹?
“놀고 있는 오크들 데려와라. 집을 만들자.”
크락!
카락이 신났다. 이런 일을 할 때 카락은 대장이다. 그래서 그런지 신나서는 오크들을 데리고 온다. 양봉장을 만들고 있던 오크들은 제외.
대충 오크들을 데리고 오니 열 명 쯤이 된다. 모두 성인남자오크들이다. 그 중에는 내가 눈여겨 보던 손재주 좋은 녀석도 포함되어 있다. 얘들을 데리고 일단 벽돌 가마를 크게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벽돌을 만들 흙을 가르쳐주고, 그것을 퍼오게 했다. 수레를 이용하면 크게 어렵지 않다. 거기에 일을 할 소는 널렸다. 소를 세 마리씩 연결해서 수레를 끌게 하니 수레의 속도가 람보르기*를 빰친다.
그렇게 벽돌 가마를 크게 만들고, 재료를 가지고 오게 한 후에 그것들로 벽돌을 굽게 했다. 내가 직접 붙어서 할 필요는 없다. 오크들도 머리가 막 나쁜 애들이 아니라 가르쳐주면 잘 한다. 거기에 똑똑한 카락이 있으니 더 잘 할 것이다.
“앞으로 이 공터가 모두 벽돌로 까마득하게 덮일 정도로 벽돌을 만들어, 알았지?”
크롹!
카락이의 말에 난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카락에게 그 일을 일임했다. 이제 벽돌이 쌓이면 그것으로 이것저것 만들면 된다. 벽돌은 참 생각보다 많은 쓸모가 있으니까.
***
다시 일주일이 흘렀다. 그 사이에 벽돌은 정말 산을 이룰만큼 만들어지고 있었고, 놀고 있는 오크들을 이용해서 집을 만들기 시작했다. 2층집도 가능은 하겠지만, 단층으로 만들었다. 난방은 일단 생각하지 않았다. 호야에게 물어보니 여기는 늘 이 날씨라고 한다.
그래서 난방은 제외.
에어컨이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은 불가능하니 통풍이 잘 되도록 집을 설계했다. 덕분에 설계라는 스킬까지 생겼다. 내친김에 난 며칠동안 설계에 매달렸고, 설계 스킬의 레벨이 4가 되었다. 그렇게 해서 설계 4레벨의 능력으로 오크들의 집을 설계했다. 여기에서 익숙해지면 나중에 우리집과 선우네 집을 만들 생각이다.
“자자, 너희들이 살 집이니까 잘 만들도록 해. 알겠지?”
크락!
오크들이 힘차게 대답하고 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벽돌을 쌓아가며 집을 짓는다. 오크들은 집단 생활을 하지만 집도 같이 쓴다는 의미는 아니다. 각각 오크들은 가정을 꾸리고, 한 가정이 움막 하나를 사용한다. 그것을 기준으로 오크 가족들을 한 집에 살게 한다는 계획.
현재 우리 오크 가족들은 숫자가 좀 늘어서 총 20가구다. 오크들의 전체적인 숫자는 거의 80에 달한다.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는 시간이 거의 미쳤다. 그렇게 해서 이제 우리 영지민의 숫자는 곧 100명을 넘을 것이라 예상한다.
오크 단지.
난 오크들의 집들을 한곳에 모아둘 생각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집과 집이 가까운 그런 모습은 아니다. 미국의 전원주택 같은 느낌이랄까? 그런식으로 좀 떨어져서 나름 괜찮은 주거환경을 만들어주려고 한다.
신기한 것은 내가 오크 단지를 만들어도 내 영지의 크기에서 그것이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공간확장이 오크 단지에도 적용이 된다. 정해진 공간 안에서 계속해서 집을 지어도 겉보기에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이야기.
이건 이 섬의 규칙 같았다. 섬은 어느 정도 공간 확장의 기능이 있는 것 같다는 것을 예전부터 느낀 거지만 이번엔 더 확실해졌다.
그 사이에 가족들과 선우는 열심히 사냥을 해서 레벨을 올린다. 오크 전사는 이제 열로 늘었다. 애들이 겁나 쑥쑥 자란다. 아직 다섯은 견습이지만, 견습이라도 예전 카락보다는 강하다. 물론 지금 카락에게는 비할 바가 못 된다.
가족들과 선우는 각자 맡은 일을 하면서 렙업을 했다. 이제 레벨이 조금만 더 오르면 나처럼 숲의 초입을 넘어가야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놀고 있지는 않았다. 그동안 트롤을 꾸준히 잡아서 레벨을 45까지 끌어올렸다. 이제는 하루에 1렙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아마 호야의 도움이 없었다면 더 어려웠을 거다.
호야가 같이 싸워주냐고? 절대 아니다. 호야는 날 강하게 키우고 있다. 하지만 옆에 호야가 있다는 것만으로 난 힘이 난다. 최악의 경우는 면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니까. 그 후로 오크단지가 완성되었고, 숙련된 오크 작업단은 우리들의 집을 새로 만들기 시작했다. 통나무집은 기념삼아 남겨두기로 했다. 그래서 지금은 선우의 창고로 쓰인다. 그렇게 우리는 알차게 5주의 시간을 게이트 안에서 보냈고, 가족들과 선우는 모두 40레벨을 달성할 수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거기에서 더는 레벨이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마 어떤 리미트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이제 슈퍼 가족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 가족이 다시 세상으로 나가야 된다. 물론 그 전에 시연이는 엄청난 강도의 정신교육을 받았다. 괜히 힘을 잘못 쓰게 될까봐.
“가요.”
“그래.”
우리는 게이트를 넘었다. 그리고 그 5일 사이에 세상에는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