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48화 (48/182)

제 48 화 선우의 비밀.

제 48 화 선우의 비밀.

5주간의 휴가······라기보다는 수련을 마치고 나오니 몇몇 사건들이 터져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 집이 사라졌다는 얘기네?”

아버지의 말씀. 가장 큰 일은 바로 이것이다. 우리 집, 그러니까 내가 살고 있는 집 말고 부모님이 살고 계신 그 좋은 집을 말한다.

“우리 집이 왜요?”

어머니의 물음에 아버지가 답하신다.

“그러니까 그게······ 지진이라네?”

그래, 지진이 발생했다고 한다. 우리 가족이 게이트에 있는 동안에 태풍이 오고, 집중호우가 쏟아졌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부모님 댁만이 아니라 그 일대가 다 지진으로 난리가 났다는 이야기다. 이걸 정말 우연이라고 할 수 있나? 알아봐야 할 것 같은 부분이다.

“다행히 보험은 들어 있었다. 자연재해에도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특약에 가입했었지.”

보험을 들어두셨다는 말씀에 어머니는 한숨을 내쉬신다. 다만 난 여전히 석연치않은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나갔다 왔을 때, 태풍에 대한 것은 몰랐다. 그런데 갑자기 태풍이 오고, 지반이 약해지면서 지진이 발생했다? 겨우 일주일 사이에?

우리나라에서 그런 일이 벌어질 일이 얼마나 될까? 이게 먼저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인명피해는 없고, 이번 일이 우리집만이 아니라 그 동네가 다 그렇게 되었다고 하니 뭐라고 할 부분은 못 되었다.

“강제로 귀촌 생활을 끝내게 된 거네.”

말 그대로다. 가족들이 원래 살던 우리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이 된 것이다.

이게 가장 큰 사건이고, 다음으로 몇몇 몬스터의 등장. 드디어 이 상황을 제어하는 그 어떤 단체가 제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대단한 몬스터가 튀어나온 것은 아니다.

일주일 전에 강릉에 등장한 몬스터와 같은 고블린들이었다. 문제는 이 고블린들이 한 지역을 점령했다는 부분. 우리나라의 이야기는 아니다. 일본의 이야기다. 아마 아날로그를 사랑하는 나라라 그런 것인지 완전히 제어할 수 없던 부분이 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이 고블린들이 장악한 지역이 원전 사태가 벌어졌던 후쿠시마라는 점이다. 아마도 그래서 알려진 것이 느려졌고, 손을 대기 힘든 부분이 있는 것 같았다.

“일본은 또 난리가 났구나.”

“네,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네 생각에 우리 집을 누군가 노리고 저런 일을 벌였다고 생각하니?”

“그것도 애매한 것이 저 정도로 하려면 대마법사 정도는 되야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그건 좀 현실성이 떨어지는 일이라.”

“하긴 그렇지.”

부모님 댁이 있는 곳에 지진이 난 것은 누군가 인위적으로 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부분이다. 일단 우리 부모님을 저렇게까지 해서 노릴 이유가 있을까 싶고, 그래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없기에.

뭔가 억지스러운 상황이라는 것이 내 감상이다. 우리 부모님과 시연이를 노렸다면 분명 거기에 있는지도 확인을 했을 텐데, 우리 가족은 모두 게이트에 있었다. 그리고 지진이 갑자기 확 일어난 것이 아니라, 대피를 할 시간도 충분히 있었다는 점에서 인위적인 사태라고 하기도 애매했다.

“그래도 한 번 갔다 와야겠다. 동네 분들 괜찮은지도 보고, 시연이 학교 문제도 있고.”

“네, 다녀오세요.”

부모님은 시연이를 데리고 가평으로 향하셨다. 아무래도 다시 집을 지어서 거기에 살게 될 가능성은 낮을 것 같다. 원래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우리 가족이 살던 곳이라 크게 문제는 없다. 그러니 당장은 게이트가 있는 우리 집에서 가족이 살게 될 것 같다.

부모님이 시연이를 데리고 가셨고, 선우만 남게 되었다.

“이게 뭔 난리냐?”

“그러게 말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내가 몇몇 게이트의 헌터들하고도 교류가 좀 있긴 했는데, 이런 일을 인위적으로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아마 네가 현시점에서 가장 레벨이 높은 헌터라고 봐야할 걸? 뭐 네 말대로 아닐 수도 있지만.”

게이트 주인과 헌터의 차이는 자유로움과 권한의 문제일뿐 실상 능력 자체는 비슷할 거다.

“음, 그런데 내가 최고 레벨이 아니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그럴 수도 있겠지. 근데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건 우리나라가 아니라 미국에나 있을걸? 아니면 사람을 갈아넣을 수 있는 중국이나? 그런 사람들이 굳이 너를 노려? 왜?”

“그건 맞지.”

사실 우리 부모님을 노릴 이유가 전혀 없다. 일단 나를 게이트 주인으로 의심하는 이가 있다고 해도 나를 찾아오지 부모님은 다짜고짜 공격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일단의 세력이 공격했다고 하기도 좀 이상하다.

“진짜 이렇게 재수가 없으면서 좋을 수가 있다고?”

내 말에 선우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한다.

“뭔 개소리냐?”

“집이 지진으로 무너진 것은 재수가 없는 일인데, 마침 가족들이 다 이리로 와 있어서 재산피해는 있었어도 다른 피해는 없었으니까?”

“재수가 없는데, 재수가 좋다는 말이 딱이네. 큭큭.”

“후쿠시마 봤지?”

“그러게, 거기는 참 가지가지한다.”

“애초에 그런 지형이라고 그런 것 아닐까? 방사능 때문에?”

“그럼 체르노빌은?”

“거기도 뭐가 있을지 모르지.”

체르노빌은 후쿠시마보다 더 심하게 난리가 났던 지역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지금도 완전히 격리를 해놨다고 했던가? 솔직히 말해서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하지만 체르노빌에도 몬스터들이 등장했다면 그건 막을 수 있나?

못 막을 것 같다. 일본이 그렇게 후쿠시마가 안전하다고 광고를 하고, 난리를 쳤었지만, 실질적으로 대단한 무력을 가진 몬스터도 아닌 고블린을 처리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아무도 들어가려고 하지 않는 거지. 그 사이에 고블린들은 숫자를 엄청나게 불려 나갈 것이고.”

“애초에 저기 고블린이 등장한 이유가 뭘까?”

“글쎄다. 뭐 저 안에 게이트가 열렸고, 게이트 주인이 죽었나?”

“주인이 죽으면 게이트는 사라진다며?”

“그렇다고 알고 있는 것뿐이지. 실제로 어떤지는 모르지. 게이트를 지키고 있는 놈들이 얼마나 양아치들인데 정보를 다 풀었을라고?”

선우는 게이트와 게이트를 위해서 뭔가를 하는 단체에 대해서 상당한 혐오감을 보인다.

“야, 진짜 한 번 묻자. 넌 그 안에서 뭔 일이 있었길래 그렇게 게이트에 대해서 혐오를 가지고 있냐?”

이제는 물을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아, 그래. 얘기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얘기를 한번은 해야겠지. 그러니까 내가 헌터가 된 것은 2년 전이었다. 아는 분이 일 좀 도와달라고 그래서 따라갔더니 게이트더라. 그리고······.”

그러니까 선우는 얼떨결에 게이트에 들어간 것이 맞았다. 그리고 그 후에 헌터로 살게 되었다고 한다. 캠핑용품을 판매하시는 아버지 물건들을 홍보도 할 생각으로 게이트에 다녔고, 처음에는 모두가 약했으니 별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몇몇 사람들이 치고나가기 시작했지. 그리고 사고가 터졌다. 사소한 말다툼으로 시작해서 그게 싸움으로 번졌지. 그리고 사망자가 발생했고.”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게 포인트인 것 같았다.

“게이트 주인은 뭐 하고?”

“그 새끼 사이코야.”

“뭐?”

“사이코패스라고. 우리가 싸우는 것을 즐겼어. 어차피 게이트 주인을 우리는 공격을 할 수 없으니까. 그놈은 더 많은 헌터들을 만들었고, 그러다가 우리그룹처럼 조용히 사냥과 채집을 하던 사람들이 점점 설 자리가 없어졌지.”

“그런 놈이라면 진작 너희 권한을 없앴을 것 같은데?”

“그러고 싶었겠지. 하지만 거기 나름 정부가 관여하고 있던 곳이었고, 우리는 정부에 세금을 내는 헌터였거든. 물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외부에 발설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걸려 있었지만.”

“그걸 강제할 수 있다고?”

“어, 그래서 내가 헌터라는 것을 네가 알아차렸을 때 좀 놀랐다.”

선우는 나의 둘도 없는 친구다. 그런 선우가 나에게 헌터가 된 것을 숨겼다. 왜 그랬을까? 솔직히 그 부분에 대해서 서운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내 침착함 스킬이 작용을 해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단지 궁금했다. 저놈도 친구라고는 나뿐인 놈이다. 그런데 왜 숨겼을까가 궁금했다.

그래도 난 일부러 물어보지는 않았다. 선우가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마 내 생각은 맞았던 것 같다.

“그래서. 거기서 난리가 났던 거냐?”

“우리 팀은 총 열 명이었어. 그리고 살아있는 건 나까지 네 명 뿐이야.”

워낙 천성이 밝은 놈이라 그런 일이 있는지는 몰랐다.

“복수라도 해주랴?”

“큭큭. 나랑 똑 같은 얘기를 하네.”

“뭐?”

“친한 형이 있었어. 그 형이 죽어갈 때 내가 물었거든. ‘복수해줄까?’라고. 그랬더니 그 형이 뭐라는지 아냐?”

“뭐라고 그랬는데?”

“그런 거에 시간 낭비하지 말고 즐겁게 살아라.”

즐겁게 살아지나? 복수를 못했는데?

“그게 되냐?”

“안 될 거라고 생각했지. 그래서 나도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그만하라고 소리를 질렀었고.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살게 되더라. 나름 즐겁게.”

시간이라는 것은, 아니 삶이라는 것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은 살게 된다. 살다보면 웃을 때도 있고, 즐거울 때도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지금도 복수는 생각하지 않냐?”

“내가 성인군자냐? 기회만 되면 싹 죽여버리고 싶다.”

“큭큭.”

결국 복수를 잊은 것은 아니었다. 미룬 것이지. 지금 선우는 상당히 강력한 헌터가 되었다. 레벨만 해도 웬만한 헌터가 떼로 달려들어도 끄떡도 없을 정도다. 능력치는 5주간 거기에서 이것저것 주워먹으며 엄청 키웠다. 아마 우리 가족을 제외하면 선우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제일 죽여버리고 싶은 놈은 그 게이트 주인이었어. 그 새끼는 그런 상황을 즐겼거든. 그 새끼는 진짜 사이코패스다.”

“나도 사이코패스라며?”

움찔.

“이 새끼 솔직한 것 좀 보소.”

솔직해도 너무 솔직한데?

“난 네가 사이코패스라고 해도 친구했을 거다.”

“고오맙다. 그래서 그 게이트는 어디 있는데?”

“종로.”

“종로?”

“어, 예전에 세운상가라고 불렸던 거기.”

“거기 주인이었나보지?”

“아니, 직원이었어. 그런데 그놈이 게이트 주인이었던 거지. 덕분에 지금은 그 가게가 그놈 것이 되었고.”

게이트의 값어치가 가게의 값어치보다 훨씬 많이 나갔을 것이다. 그렇다고 게이트를 치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결국은 직원이었던 그 사이코패스가 가게를 인수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내가 만약에 영지전을 치를 날이 온다면 최소한 그놈부터 처리해주마.”

덥썩!

“역시 넌 내 친구다.”

“사이코패스고?”

“······.”

“대답 안 하냐?”

“내 친구는 위대하시다! 영주님을 찬양하라!”

“그렇다면 내일까지 영주 찬송가 백곡을 만들어오렴.”

“야이!”

“됐고, 너희 가족은 일정을 잡자. 일단 우리 게이트에 믿을만한 사람들을 좀 들이고, 안전을 좀 더 확보해야 할 것 같다.”

“그래, 알았다.”

“그리고 너희 팀.”

“어.”

“그 게이트에서 다 관뒀냐?”

“그렇지.”

“나중에 한번 보자. 그동안 그놈들이랑 동화되지 않았다는 것은 쓸만한 사람들이라는 얘기잖아?”

2년 동안이나 미친놈들 사이에서 제정신을 유지했고, 생존을 해낸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충분히 영지민으로 받아들여도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한번 물어볼게.”

“강요는 하지 말고.”

“당연하지.”

선우는 그렇게 대답하고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난 출근할 준비를 시작했다. 회사 문제도 이제는 슬슬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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