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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학개론-58화 (58/182)

제 58 화 이래서 그랬어?

제 58 화 이래서 그랬어?

난 영지로 돌아와서 가족들을 만났다. 아버지도 회사 일을 어느 정도 하신 후에 영지로 돌아와 계신 상태였다. 선우 역시 마찬가지.

“얘는 레오라고 해요.”

“레오?”

강아지를 좋아하시는 어머니가 곧장 레오를 안으려고 하신다. 레오는 그런 어머니의 행동에 잠깐 나를 쳐다본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니 레오가 쏙하고 어머니 품을 파고든다.

포메라니안은 원래 성격이 좀 까칠한 녀석들이다. 하지만 그것은 모르는 사람에게 그런 것이고 가족들에게는 보통 강아지 같은 애교쟁이들인 경우가 많다.

레오의 경우는 그냥 보통 강아지들보다 더 애교가 많았다. 사랑받고 자란 아이라는 것을 이런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은 사람을 경계하고, 무서워한다. 하지만 하카시에게 충분히 사랑받았을 레오는 곧장 어머니의 품에 안겨서 낑낑거린다.

“그러니까······.”

난 게이트에서 있던 일을 가족들과 선우에게 말했다.

“아이고, 애가 얼마나 무서웠을까.”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레오를 꼭 안으신다. 아버지도 안타까운 눈빛으로 레오를 쓰다듬으신다. 그리고 시연이와 선우는.

“가자.”

“가야지!”

“어딜?”

“어디긴 자위대 새끼들 다 작살내야지.”

선우의 말에 시연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있어봐, 내가 강철맨 헬멧을 만들던 게 몇 개 있어. 그거라도 쓰고 가자.”

“오? 대단한데?”

“얼굴 팔리면 곤란하니까. 난 태풍의 전학생이 될 생각이었거든.”

“와, 멋지다. 오빠도 해보고 싶었는데 전학을 안 가서 못했다.”

“역시 오빠는 뭔가 통하는 거 같아. 저 꼰대 오빠랑은 달리.”

“꼰대가 듣고 있거든?”

내 말에 둘은 상관없다는 듯이 떠든다. 그리고 정말 갈 생각인지 대장간으로 향한다.

“아버지 말려주세요.”

내 말에 아버지는 분노에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물으신다.

“우리 가족이 약한 거냐?”

“네? 그건 아니겠죠?”

“그럼 네가 지켜줄 자신이 없는 거냐?”

“그것도 아니긴 하죠?”

“그럼 쟤들 데리고 가라. 살인을 하라고 떠밀 수는 없지만, 인간이 아닌 것들은 세상에서 치우는 게 세상을 위해서 더 나은 선택이라고 본다.”

아버지도 매우 성격이 화끈하셨다.

“하아. 엄마. 애들 것도 조끼 만들어주세요. 쟤들 탈 말이랑 백호 것까지.”

“그래, 금방 해줄게.”

그러면서도 어머니는 레오를 내려놓지 않으신다. 그리고 아버지는 질주 스킬까지 쓰셔서 레오가 먹을 고기를 가지고 오셨다. 질주 스킬을 이럴 때 쓰는 거였나보다. 아버지도 잘 표현을 안 하셔서 그렇지 강아지와 고양이를 매우 좋아하신다. 나름의 애정을 보이기도 하시고.

“많이 먹어라. 다 먹으면 더 주마. 그리고 싸우러 가야 한다고? 그럼 좋은 걸 먹어야지.”

다시 질주를 사용하셔서 다른 것들을 잔뜩 챙겨서 오신다. 레오는 아버지가 주는 것들을 잘도 받아먹는다. 그 중의 백미는 역시 미노타우르스 꼬리곰탕.

그것을 먹고 레오는 질주 스킬이 생겼다. 랜덤이라는데 어째 아버지의 스킬을 받은 것은 뭔가 좀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것도 나름대로 괜찮은 거라 내가 시스템에게 딴지를 걸만한 일은 아니다.

레오는 행복해 보였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그래서 굳이 레오를 데리고 사냥을 가겠다는 생각은 접었다. 어차피 지금 레오만 해도 충분히 자위대를 압살할 수 있을 테니까. 대신에 레오의 능력치를 올릴 수 있도록 이런저런 것들을 먹였다. 그리고 난 시연이를 찾아갔다.

시연이는 열심히 강철맨 가면을 튜닝하는 중이다. 시리즈 별로 가면이 다르게 생겼다나?

“몇 시간이면 준비 될 것 같냐?”

“음, 두 시간만 줘. 대충 가면 만들고, 갑옷을 좀 튜닝하면 될 것 같아.”

“저거 입는 거 꺼림칙하지 않냐?”

시연이가 들고 있는 것은 언데드 기사단이 입던 갑옷이다. 내 하의 갑옷도 같은 것이다. 난 좀 꺼림칙한데 쟤는 그런게 없어 보인다.

“빨았어.”

“판금갑옷을?”

“아, 몰라! 남자가 뭐 쪼잔하게 그런 걸 따지고 있어.”

이게 남녀의 문제인가? 그렇게 따지면 오히려 시연이가 더 따져야 할 문제가 아닌가? 하지만 결국 난 더는 말하지 못했다. 내가 쪼잔한 남자가 되는 거니까.

“됐다. 아무튼 그럼 두어 시간 뒤에 온다.”

“어디 가게?”

“새로 생긴 게이트에 뭐가 있는지는 알아봐야지.”

“아, 그러네. 갔다 와.”

“그래.”

새로 생긴 게이트는 우리 집으로 향하는 게이트 바로 옆에 생성되어 있다. 하지만 묘하게 다른 부분이 있는데, 이건 입장용과 퇴장용의 차이랄까? 미묘하게 색이 다르다. 얘는 우리집에 있는 게이트와 완전히 동일한 색을 가지고 있고, 게이트 안에 있는 게이트는 조금 더 색이 진하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이게 차이라면 차이다.

“호야, 갈까?”

냐앙!

호야가 내 어깨 위로 올라온다. 그것을 확인하고 난 호야와 함께 게이트를 건넜다.

***

게이트를 건너오기 전에 모래시계를 그 앞에 두고 하나는 가지고 왔다. 혹시 시간비가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가지고 들어온 모래시계를 세워두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기 보이는 게 내 눈에는 광산으로 보이는데, 호야?”

냐앙?

“광산이 뭐냐고? 그거야 철 같은 것들을 캐는 곳을 말하지. 그걸로 뭐하냐고? 시연이가 무기랑 방어구를 만들지.”

냐앙.

호야는 먹을 게 아니라는 부분에서 실망을 한 것 같았다. 하지만 난 반대였다. 먹을 것들이야 우리 영지에 남아 도니까.

“일단 가보자.”

광산으로 보이는 곳은 게이트 입구에서 겨우 3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곳까지는 숲의 지형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숲에서 몬스터나 동물들이 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고, 나무들이나 식물도 특별한 것은 없었다.

“들어가 보자.”

냥!

호야와 함께 광산의 입구로 들어섰다. 그러자 어디선가 본듯한 모습의 광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디서 봤느냐?

다큐멘터리에서 봤다. 군함도나, 다카시마 탄광 같은 곳을 다룬 강제징용 관련 탄광들의 다큐멘터리였다. 거기에서 본 탄광과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이것은 자위대 놈들이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난 광산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러자 메시지가 뜬다.

-지구인들이 개발한 광산이다. 대량의 철과 석탄, 은과 금, 그리고 미스릴이 묻혀 있다.

“미스릴?”

판타지 소설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아마 대부분 알 것이다. 아, 여기서 판타지 소설은 외국 것이 아니라 한국 것들. 그런 판타지 소설에는 미스릴이 거의 필수라고 할 정도로 나온다. 아마 시스템은 나에게 익숙한 용어로 안내를 해주는 것 같다.

“여기에서 미스릴이 나온다니. 하카시를 그렇게 하려고 한 이유가 있었군.”

예나 지금이나 진짜 일본 놈들은 정이 안 간다. 왜 내가 이렇게 일본인들을 싫어하냐고? 이유는 간단하다. 증조 할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하던 분이라서 그렇다.

물론, 나는 전혀 기억이 없다. 내가 태어나기 한참 전에 돌아가신 분이니까. 그런데 웃기는 것은 난 어려서부터 증조 할아버지의 그늘에서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점이다. 원래 우리집안은 만석꾼 집안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나라가 없는데 돈이 무슨 소용이냐고, 재산을 처분해서 독립운동을 하는 데 쏟아 부었다고 들었다. 겨우 집 한 채를 남겨두고. 나중에는 그 집까지 처분해서 독립자금으로 썼다고 하니 할아버지는 무척이나 힘든 성장기를 보내셨단다.

그래서 독립이 되면 좀 나아져야 하는데 친일파들이 경찰이 되고, 할아버지는 공산주의자로 낙인이 찍혀서 살았다고 한다. 그 낙인은 아버지때까지 이어졌고.

후에 증조 할아버지의 독립운동이 인정을 받아서 명예는 되찾았지만, 실질적으로 남은 것은 없었다고. 웃긴 것은 원래 할아버지는 증조할아버지를 미워했는데, 친일파 순경들이 경찰이 되어서 탄압을 해오니 왜 당신의 아버지가 세상을 바꾸려고 하셨는지 이해를 하셨단다.

뭐 실질적으로 내가 피해를 본 것은 없다. 오히려 난 독립운동가의 자손이라고 사람들에게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도 알고 싶었다. 왜 그렇게까지 했었는지.

이건 뭐 원래 활자 중독이던 내 취미였던 부분이다. 그래서 이런저런 일본의 만행들을 알게 된 것이고.

내가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이 광산은 인간을 갈아 넣어야 만들 수 있는 광산이라는 거지. 그리고 그렇게 인간들을 갈아 넣은 이유가 아마 미스릴 때문일 거고. 그놈들은 그게 미스릴인 것은 알고 있었을까?”

하카시는 관찰 스킬을 가진 것 같지 않았다. 그의 일기장에 그런 얘기는 없었으니까. 관찰 스킬이 있었다면 레오의 상태를 쉽게 파악했을 테니까.

어쩌면 관찰 스킬을 가진 다른 게이트의 주인에게 확인을 했을 것이다.

“호야. 이게 문제의 미스릴인가 보다.”

-관찰 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아이템: 미스릴(10레벨)

여러 가지 도구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재료다. 엄청난 마나전도율을 가지고 있다. 강철의 열 배 이상의 강도를 자랑하며, 무게는 강철의 반 정도이다. 높은 레벨의 장비를 만든다면 장비에 랜덤하게 스킬이 붙는다. 매우 희귀하다.

“와, 미친.”

재료인데 레벨이 10이다. 지금까지 본 아이템 중에 가장 레벨이 높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이 미스릴은 미쳤다는 점이다. 미스릴로 만들 수 있는 것들은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걸 가지고 나가서 가공을 할 수 있다는 거지.”

미스릴을 아이템으로 만드는 것은 생산 스킬을 가진 사람이 필요할 거다. 하지만 이 자체로도 매우 뛰어난 재료다. 이것을 현대 기술로 가공해서 만든다면?

“진짜 강철맨이 튀어나올 수도 있겠네.”

스킬이 붙는 높은 등급의 장비를 밖에서 만들 수 있을까? 그 부분은 실험을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것도 있는데 밖에서 똑똑한 놈들이 뭔 짓을 할지 어떻게 알겠는가.

“호야 만약에 자위대 놈들이 이미 미스릴로 장비를 만들었다면?”

나와 시연이, 그리고 선우 셋에 레오면 자위대 정도는 쓸어버릴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변수가 생긴 것이다. 미스릴이라는 변수가.

“일단 이것들 가지고 돌아가자.”

냥!

웃기지 말란다. 그래서 왜 그런가 했더니 호야가 광산 안쪽을 쳐다보고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엄청난 덩치의 무엇인가가 천천히 걸어나오고 있었다.

“와······.”

놀랍게도 그것은 미노타우르스였다. 그런데 내가 알던 미노타우르스가 아니다. 삐까번쩍한 장비를 착용하고 있는 미노타우르스.

관찰로 살펴보니 레벨도 장난이 아니다.

“42레벨 미노타우르스라고?”

저 정도 레벨은 가진 놈의 템빨까지 죽여준다면 나를 죽여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놈은 어느 정도 선까지 와서는 더는 다가오지 않는다. 내가 한 걸음 앞으로 가보았지만,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난 조금 더 앞으로 가보았다. 그랬더니.

쾅!

내가 서 있는 곳의 세 걸음 앞 정도에 할버드를 내리찍는다.

“거기까지 오면 죽인다는 뜻이냐?”

대답 없이 미노타우르스는 다시 할버드를 들고 나를 노려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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