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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학개론-59화 (59/182)

제 59 화 바보 전략

제 59 화 바보 전략

저 미노타우르스는 아무래도 가드 같은 녀석인 것 같았다. 그러니까 일정 지역 안으로 들어가면 공격을 시작하는 그런 존재. 바꿔 말하면 여기에서 내가 뭔 짓을 해도 놈은 공격하지 않는다는 얘기.

시험삼아 난 각궁을 꺼내서 녀석에게 쏴 봤다. 하지만 화살은 놈의 앞에서 그대로 터져 버린다. 마치 게이트 주인인 나를 게이트 주민이 공격할 때처럼.

“그럼 뭐, 굳지 지금 공격할 필요는 없겠네.”

냐앙?

“겁먹은 거 아냐. 약속이 있어서 그래.”

피식!

호야가 나를 비웃는다. 하지만 난 호야는 무시했다. 왜? 진짜 약속이 있으니까. 그리고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곡괭이를 하나 발견했다.

“이제 채광 스킬을 얻으면 되는 건가?”

난 냅다 미스릴 광석이 있는 곳을 향해 곡괭이를 내리찍었다. 그러자 시스템은 친절하게 말해준다.

-채광(액티브) 1레벨 스킬을 얻었습니다.

역시 시스템이랑 대화가 통한다. 열심히 채광을 했지만, 미노타우르스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더 열심히 채광을 했다.

“진짜 아공간 마법 같은 것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게 딱 필요한 시점인데.”

필요하다고 시스템한테 징징거려봐야 시스템은 그냥 주지 않는다. 관련된 행위를 했을 때 그것을 스킬로 만들어줄 뿐이다. 그런데 아공간 마법을 만들기 위해서는 뭘 해야 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난 열심히 곡괭이를 휘둘렀다. 그리고 삼십 분 정도를 채광한 후에 멈췄다.

“일단 이 정도만 가지고 가자.”

냐앙.

“교관은 나에게 실망했다고? 어디서 그런 말을 배운 거야?”

냥냥!

“시연이가 오크들을 그렇게 훈련시킨다고? 아니 지는 뭐 얼마나 했다고. 어이가 없네.”

우리 호야의 학습능력이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저런 표현을······ 내가 이해를 한다는 게 더 놀라운 건가? 동물 친화 만세다.

“하카시를 그렇게 만든 놈들에게 심판을 내린 후에 명예롭게 싸울 것이다. 저 미노타우르스랑. 응? 아빠가 아직 갑옷의 하의도 없잖니? 이러고 싸워야겠니? 저 잘 차려입은 놈하고?”

호야가 나와 미노타우르스를 번갈아 본다. 그리고는 한숨을 쉬고 돌아선다. 뭔가 이건, 이것대로 기분이 나쁘다.

“야! 너 그러다가 갑옷 입히는 수가 있어.”

피식.

할 수 있으면 해보란다. 하긴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하지만 난 최시우. 포기를 금방 아는 남자다.

“포기. 가자.”

게이트 출구 앞에서 모래시계를 회수한 후에 난 우리 영지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앞에 둔 모래시계를 확인했다.

“헐. 리얼리?”

***

“미스릴? 그 미스리이이일?”

선우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나를 쳐다본다. 나도 어이가 없는데 쟤도 그렇겠지. 그리고 시연이는 눈을 미친 듯이 반짝인다.

“나, 나! 나줘!”

“자.”

“뭐지? 왜케 쉽게 주는 거지?”

“네가 우리 영지의 1등 대장장이니까?”

“훗, 이 미녀 대장장이의 진가를 알아봤군. 기다려봐. 내가 뭐라도 만들어볼게.”

“시간 다 된 거 아냐?”

선우가 묻는다.

“하카시의 게이트에서 미스릴이 나왔어. 그리고 거기는 이미 광산을 만들어둔 상태지. 그럼 자위대에 미스릴이 있을까? 없을까?”

내 질문에 선우의 표정이 심각해진다.

“있겠지. 그럼 그 반자이 돌격 하던 놈들은 뭐지?”

“내 생각에 말이야. 뭔가 있어.”

“뭐가?”

“21세기의 일본이 아직도 20세기를 벗어나지 못한 짓들을 많이 하긴 하지. 그런데 그 반자이 돌격은 아무리 그래도 좀 이상하지 않았어?”

“글쎄다. 난 그냥 일본이 일본한다는 생각뿐이었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 그런데 내가 광산을 발견했잖아?”

선우는 인상을 찌푸린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현대의 도구를 사용할 수 없는 게이트 안에서 광산을 만드는 것은 사람을 갈아 넣어야 가능하지. 하지만 모든 사람이 죽지는 않았을 거야. 인부 중에는 살아 있는 사람이 당연히 압도적으로 많았겠지?”

“그러니까 그 반자이 돌격을 하던 사람들이 그 인부들이다? 걔들이 뭐가 좋아서 반자이 돌격을 하냐?”

“최면.”

“아!”

최면이라는 한 마디에 그들의 행동이 이해가 간다. 그때 우리가 보기에 저건 미친 짓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무모했다. 그리고 실제로 고블린들에게 피해를 주지도 못했고.

“자위대 대가리는 그 인부들을 처리할 방법을 찾고 있었을 거야. 여차하면 싹 죽여버릴 생각도 했겠지. 그런데 고블린들이 등장했네? 그럼 손도 안 대고 코를 풀게 된 상황 아니겠냐?”

“하긴 미스릴을 보유하고 있을 놈들이 그런 허접한 장비들을 가지고 돌격을 할 리는 없겠지.”

우리 둘의 얘기에 시연이가 끼어든다.

“근데 손도 안 대고 코를 풀면 너무 더러운 거 아냐?”

“하아. 우리 시연이 커피 마시자. 여기.”

“음? 왜 기분이 나쁘지?”

“기분 탓이야.”

“그 기분이 나쁘다니까?”

“자, 우유도 넣었다. 우리 시연이 무럭무럭 자라야지?”

“됐거든.”

시연이에게 커피를 물려주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후에 내가 만난 랜이라는 놈은 거기에서 사냥을 한다는 뉘앙스로 말했어. 자위대의 사냥터라고. 그러니까 정작 키워야 할 자위대 헌터들은 장비를 잘 채워서 고블린으로 레벨업을 시키고, 아닌 인부들은 거기에서 처리를 한 거지. 마치 아직 일본은 이런 나라라고 광고를 하듯이.”

내 말에 선우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한다.

“그러니까 의도적으로 바보 전략을 쓴다는 거지?”

“뭐, 내 생각이긴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

현재 일본은 세계의 조롱거리다. 21세기에 헌터들이 반자이 돌격을 했다. 아날로그를 신봉하는 나라답다고 떠든다. 근데 웃긴 것은 그런 일본이 몇몇 군 사무기는 매우 훌륭하게 만들고, 자동차도 잘 만든다는 거다.

경제력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나라가 정말 바보들만 있는 곳일까? 선동을 잘 당하는 나라기는 하지만 모두가 그럴 리는 없다. 거기에 오타쿠라는 말이 탄생한 나라가 일본이다. 미스릴로 뭔 짓을 할지 상상도 안 된다.

“너무 비약이 심한 거 아니냐?”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적이 최고일 거라는 가정하고 작전을 세워야 한다고 본다. 적이 등신일 거라고 생각하고 작전을 세웠다가 우리가 당할 수도 있으니까. 시스템이 있고, 상태창이 있다고 이게 게임은 아니잖아?”

“방금 뭔가 되게 최시우 같았어.”

“뭔 개소리야?”

“그냥 그렇다고. 아무튼, 공격은 좀 더 뒤에 가자는 거지?”

“맞아. 그리고 그쪽으로 보내둔 간첩도 있고.”

“간첩? 일본에 친구 있냐?”

“큭. 이 동네 살던 고블린 한놈이 엄청 똑똑하더라고.”

“카락 같은 놈이네.”

크락!

마침 시연이의 일을 돕기 위해서 온 카락이 자기 이름이 나오자 의아한 얼굴로 묻는다.

“아냐, 너 똑똑하다고.”

크락크락크락!

“오크 중에 네가 제일 똑똑하다고?”

끄덕끄덕.

“우윙은?”

움찔.

크로락!

“우윙 다음으로 똑똑하다고?”

끄덕.

“그렇다고 치자.”

내 말에 카락이 기뻐하며 시연이의 일을 돕는다.

“내 생각에 그놈은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 있을 거라고 보거든.”

“그래, 그리고 그 게이트 다른 건 없었어?”

“아, 시간비가 1대 2더라.”

내 말에 선우는 심드렁한 표정을 짓는다.

“뭐, 나름 대단하긴 한데. 여기랑 비교하면 별로다.”

“그치. 근데 그건 생각 안 하냐?”

“뭐?”

“게이트 입구가 여기에 있다는 거.”

“그거야 내 눈에도 보이······ 뭐? 그럼 여기랑 1대 2라는 거야?”

“그렇지. 그러니까 지구랑은 1대 10이 되는 거지.”

“미쳤네······. 수험생들한테 돈 받고 개방해도 되겠다. 큭큭.”

“여기 야생의 수험생이 한 마리 존재하잖냐.”

풀무질을 하던 시연이 갑자기 나를 째려본다. 뭔가 쟤는 자기 욕할 때는 진짜 귀신같이 안다.

“뭐? 왜?”

“아냐, 일해. 미녀 대장장이 마스터가 되야지?”

“흥.”

시연이는 다시 풀무질에 집중한다.

“그리고 일본의 정보를 외부에서도 알아봐야 할 것 같다.”

내 말에 선우가 고개를 끄덕인다. 헌터쪽의 인맥은 나보다는 아무래도 선우가 더 많으니까. 애초에 난 제로라고 봐야 한다.

***

“어? 그러니까 박씨 아저씨가 예전에 광산 개발을 했던 분이라구요?”

“그렇다고 하더라.”

가평 분들을 더 빨리 모시고 와야 할 이유가 생긴 것 같다. 아버지의 말대로라면 박씨 아저씨는 광산을 잘 아는 분인 것 같으니까.

“그런데 그 자위대 놈들의 권한을 삭제하는 편이 낫지 않겠니?”

아버지의 말에 난 고개를 저었다.

“그럼 아마 다른 게이트로 가서 다시 헌터가 될 거예요. 그리고 내가 권한을 삭제하지 않는 이상은 놈들은 다른 게이트에 들어가지 못할 거구요.”

이게 포인트다. 다른 게이트에 들어가지 못하게 발목을 잡는 것과 결정적인 순간에 게이트 권한을 삭제해서 자멸하게 만드는 것.

“하긴, 어차피 게이트 입구가 여기에 있으니 들어오지도 못하겠구나.”

“그렇죠. 놈들은 아마 혈안이 되어서 게이트를 찾고 있을 걸요.”

“그건 나름 고소한 일이군.”

“그렇죠. 그리고 미스릴을 가지고 있으니 놈들은 뭔가를 하려고 할 거예요.”

일본은 늘 자신들이 미국의 최우방이라고 떠든다. 그럼 미스릴을 미국에 넘겨줬을까? 아마 아닐 것 같다. 물론, 미국에서도 미스릴을 발견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처럼 대량으로 미스릴이 있을까? 그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 인맥 중에 일본 인맥이 있으면 한 번 알아봐 주세요. 그렇다고 무리해서 알아보시면 오히려 우리한테 해가 되니까.”

“적당히 알아보마.”

“네, 그럼 일단 전 광산의 미노타우르스를 어떻게 해보고 올게요.”

“그래. 조심하고.”

“호야가 있으니까 죽진 않을 거예요. 아마?”

내 말에 아버지는 호야를 안으며 호야에게 말한다.

“호선생, 우리 아들 잘 부탁해.”

냐앙!

호선생이라는 말에 호야가 기분 좋다는 듯이 알겠다고 한다. 그럼 된 거다. 난 곧장 2번 게이트로 향했다. 편의상 거기를 2번 게이트라고 부르기로 했다. 원래 이름은 좀 부르기 편하진 않으니까.

***

난 나름 준비를 하고 게이트를 넘어왔다. 2번 게이트 안에서 주변에 관찰을 사용해보았지만, 아직 여기가 내 영지라는 시스템의 알림이 없다. 난 분명 이 게이트를 인계받았는데. 아마도 미노타우르스를 처리하고 그 광산을 온전히 소유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미노타우르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여전히 놈은 자리에 서 있었다.

“안 힘드냐?”

음머.

개소리 말라는 거겠지.

“형이 쉬게 해줄게. 영원히 쉬면 얼마나 좋아?”

크게 보강을 해 온 것은 없다. 급한 김에 내 검에 시연이가 미스릴을 도금해주었을 뿐이다. 그것만으로도 아이템의 레벨이 오르고, 마나 전도율이 훨씬 높아졌다.

하지만 난 일단 미노타우르스에게 검부터 휘두를 생각이 없다. 다들 착각을 하는데 난 마법사니까!

선을 넘기 전에 라이터에 불을 켜고, 선을 넘자마자 불 제어 스킬을 극도로 발휘해서 미노타우르스를 덮치게 했다.

음머!

하지만 불을 무시하고 달려든다. 마법사라고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은 나였나? 난 서둘러 검으로 놈의 할버드를 막았다. 그렇게 놈과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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