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0 화 야! 이거 아냐!
제 60 화 야! 이거 아냐!
가드 미노타우르스의 공격은 무질서하지 않았다. 정확히 급소를 노리고 제대로 공격을 하며, 과한 힘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것이 말하는 것은 녀석이 검술처럼 제대로 된 뭔가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
음머!
기합성이 좀 웃긴다는 것이 순간순간 내 집중을 깨트린다. 하지만 소리가 순한 소 같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
부웅!
방금도 놈의 할버드가 내 눈앞을 스쳐갔다. 심지어 풍압으로 인한 소리까지 낼 정도. 이것을 아무리 내가 강철맨 슈트에 미스릴 도금 강철검을 들고 있다고 해도 그냥 받기는 무리라고 본다. 그래서 난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녀석의 도끼는 원을 그리듯이 돌아와서 나를 향해 내리찍힌다.
퍽!
도끼가 땅에 박혔다. 그 순간의 틈을 이용해 난 도끼자루를 검으로 강하게 내리쳤다.
깡!
다른 미노타우르스의 도끼 자루들은 어렵지 않게 잘라낼 수 있었는데, 이놈의 할버드는 그런 도끼들과는 차원이 다른 것 같았다. 쇠가 부딪치는 소리를 내면서 내 검에 반발력이 강하게 일어난다.
“야! 도끼 자루를 미스릴로 만드는 건 반칙 아니냐?”
피식.
이놈도 비웃는다. 호야가 가르쳤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호야도 여기는 처음 와보는 곳일 테니까 안면이 있는 미노는 아닐 거다.
하지만 곧 미노타우르스의 표정이 굳어졌다. 왜? 도끼 자루를 못 잘라도 그만이었다. 최소한 땅에 박힌 도끼를 더 깊게 박아 넣을 수 있었으니까.
피식.
이번에는 내가 비웃은 거다.
“왜? 더 웃어 보지?”
미노타우르스가 당황한다.
“형아가 소고기를 참 좋아해. 미노타우르스들은 먹으면 랜덤 스킬을 주더라? 그리고 넌 내가 처음 보는 미노타우르스고? 그럼 넌 얼마나 맛있을까?”
관찰로 본 녀석의 정보는 42레벨의 광산 미노타우르스라는 정보와 고기를 최초 섭취 때 랜덤하게 스킬을 얻는다는 정보. 중요한 것은 놈은 ‘섬 미노타우르스’가 아니라 ‘광산 미노타우르스’로 시스템이 따로 분류하는 종이라는 점이다.
“그럼 이제 좀 구워볼까?”
난 라이터를 켰다. 그리고 불 제어 스킬을 이용해서 놈에게 커다란 불을 날렸다.
음머!
아까는 뚫고 나왔는데, 난 그때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한다. 놈은 할버드로 내 불을 갈랐었다. 하지만 할버드가 없는 지금이라면?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불이 붙지는 않았다. 살짝 그슬렸을 뿐. 그러니까 내 불 제어 스킬로는 놈을 죽이기 힘들다는 결론.
“그래도 남자가 불을 켰으면 뭐라도 태워야지! 얍!”
난 불 제어 스킬에 마나를 더해서 내 검에 불을 휘감게 했다. 불이 직접 타격을 못 준다면 썰면서 구우면 될 일이다. 그러자 시스템이 나에게 대답을 한다.
-불의 검(액티브) 3레벨 스킬을 얻으셨습니다.
불의 검.
이름부터 아주 그냥 폼이 나버린다. 마나의 소모가 평소보다 훨씬 커지긴 했지만, 만족스럽다. 그런데 이 시도는 예전에도 했었다. 그때는 안 되고, 지금은 되는 이유는?
“미스릴 때문이군.”
마나 전도율이 획기적으로 높은 미스릴. 미스릴을 도금한 것만으로도 그전에는 안 되던 것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만 봐도 미스릴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자, 2차전이다. 소대가리!”
미노타우르스는 장비빨이었다. 통짜 미스릴로 만든 것으로 보이는 저 할버드가 하필 미스릴 덩이에 깊게 박힌 것이 놈의 불운이다.
서걱!
미노타우르스의 가슴에 검상이 크게 만들어졌다. 하지만 피는 나오지 않는다. 그대로 불에 데인 상태로 화상을 입은 상태라 그런 것 같다.
음머!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미노타우르스가 무릎을 꿇은 것이다.
“야! 이거 아냐! 난 너 먹어야 하는데?”
얘를 먹으면 마법사가 된 후니까 마법 스킬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니까 난 얘를 먹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항복을 해온다고? 솔직히 사양하고 싶다.
음머어어어!
잘못했단다. 뭘?
“뭘 잘못해? 넌 나를 공격하려는 게 당연하지. 넌 가드잖아.”
음머! 음메! 음음음.
“하, 이 새끼 봐라.”
그러니까 저 미노가 말하는 것은 자기가 원래 이 게이트 주인의 수하라는 의미다. 단지 종으로서 주인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스스로 판단을 한단다. 그래서 나에게 까불었다는 얘기다.
음메, 음머, 음음머.
저걸 알아듣는 내가 참 웃기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래도 알아들어야지.
“그러니까 그 전 게이트 주인은 너무 허약해서 이 광산이 완성된 후에 다른 놈들이 채광을 못하게 막았다는 거지? 그런데 애초에 왜 광산을 만들려고 하는 단계에서 안 막은 건데?”
음머?
“호, 이 시키 생긴 건 소대가린데 대가리 굴리냐? 그러니까 네가 광산을 만들기는 너무 힘이 들어서 완성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스틸을 했다?”
음머! 음머!
“그래도 입구 부분은 캐갈 수 있게 자비를 보였다? 일단 좀 맞자. 드루와. 어여.”
가드 미노타우르스는 그렇게 처절하게 소울음 소리를 내며 내게 얻어맞았다. 슬슬 이게 구타도 스킬로 등록될 것도 같은데.
-정신교육(액티브) 6레벨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역시.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어떤 때는 생성이고, 어떤 때는 얻었다고 그러고 기준을 모르겠다. 뭐, 하지만 스킬이 생기는 것은 마찬가지니까. 그리고 또 하나.
-쌍방향 게이트 HF842의 수호자에게 인정을 받아 온전한 주인이 되었습니다.
-시호 영지의 규모가 중급이 되었습니다.
-레벨이 크게 올랐습니다.
그러니까 가드라고 생각했던 미노의 역할은 수호자였단다. 그리고 수호자에게 인정을 받아서 온전한 주인이 되었다고 하고. 그렇다면 원래 시호 영지가 있는 곳에도 수호자가 있나? 그런 건 못 봤는데? 난 호야를 쳐다보았다.
“호야, 네가 혹시 우리 영지의 수호자였니?”
냐앙!
“알면 잘 하라고? 그러니까 네가 진짜 수호자였어?”
냥냥!
그렇단다. 그런데 어쩌다가 지구에서 건너간 호야가 수호자가 된 거지? 혹시······ 수호자를 잡아먹었나?
“너 원래 수호자를 잡아먹은 거니?”
퍽!
아닌가 보다. 그러니까 호야 덕에 난 게이트에 들어와서 호야를 만나자마자 우리 게이트의 온전한 주인이 되었던 것이다. 반려동물인 호야가 수호자니까 그 반려인인 나는 뭔가 하이패스를 끊은 것 같은 느낌?
메시지도 없었다는 것이 놀랍긴 하지만 애초에 그런 것은 필요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수호자가 된 호야가 내 방에 게이트를 만들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호야, 혹시 아빠 보고 싶어서 아빠 방에 게이트 만든 거야?”
냐앙?
호야가 잠시 고민을 한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와······ 뭔가 엄청 계산적인 고양이신데요? 왜 짜먹는 간식은 포기할 수 없었냐?”
움찔.
“헐!”
또 다른 이면의 진실을 목격한 기분이다. 결국 난 짜먹는 간식을 조공하기 위해서 게이트 주인이 되었다는 얘기다. 뭔가 살짝 서글퍼지······기는 개뿔. 호야가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나를 게이트 주인으로 만들었을까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게 마음 편하니까.
그보다는 호야가 게이트의 수호자가 되었던 과정이 궁금하다. 호야는 자신의 게이트 삶에 대해서는 얘기를 하기 꺼려한다. 그게 그만큼 힘들었기 때문일까? 그래서 굳이 계속 물어보지 않았다.
내가 가는 눈으로 호야를 쳐다보니 호야가 조용히 미노타우르스의 앞에 간다. 그리고는 앞발로 미노타우르스의 오금에 냥냥펀치를 먹인다.
음머!
미노타우르스의 눈높이가 호야와 맞춰진다. 한 마디로 미노타우르스가 자빠졌다는 얘기다.
냥냥! 냥냐아앙! 냥냥! 냥!
한참 설교를 한다. 그리고 교육을 하는 것 같다. 미노타우르스는 자빠진 상태에서 엄청 열심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고 보면 실제 대장은 호야다. 사실 레벨도 호야가 제일 높다. 관찰 레벨이 올라서 호야의 레벨을 보았더니 지금 내게 보이는 레벨은 68.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닐 거다.
난 둘이 대화하는 것을 듣고 있는 것보다 내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오랜만에 외친다. 상태창!”
[최시우(50레벨)]
반려동물: 호야.
길들인 동물: 백야, 까망이, 뭉치, 레오.
직업: 영주.
전투직업: 진리를 탐구하는 자.
HP: 930 MP: 2000
힘: 77 민첩: 63 지능: 150 정신: 200 체력: 93 손재주: 24 카리스마: 26
잔여 포인트 : 0
스킬들은 너무 많아서 조만간 정리가 필요할 것 같다. 레벨이 크게 올랐다더니 50레벨을 찍었다. 그리고 길들인 동물에 레오가 추가되었고, 능력치들이 전반적으로 크게 증가했다.
중요한 것은 50레벨이 되면서 생긴 변화다.
-영지민들의 레벨업 1차 제한이 풀렸습니다. 현재 영지민들은 60레벨까지 레벨을 올릴 수 있습니다.
이게 내가 50렙이 되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영지가 중급이 되어서인지 모르겠다는 것이 불만이라면 불만이다. 그런 내 불만을 들은 것일까?
-중급 영지의 영지민 레벨 제한은 60레벨입니다.
이어지는 알림에 난 정확히 알 수 있었다. 나의 레벨과 상관없이 영지의 규모가 문제라는 것을. 시연이의 예상이 맞았던 것이다.
하지만 50레벨의 선물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진리를 탐구하는 자’의 1차 전직이 시작됩니다. ‘진리를 이해하는 자’로 전직됩니다.
‘진리를 탐구하는 자’가 원래 내 전투직업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자동으로 ‘진리를 이해하는 자’로 전직이 된다는 얘기. 아쉬운 것은 전직의 선택지는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리를 이해하는 자’를 관찰로 살펴보고 불만 따위는 없었다.
-진리의 단서를 취합하며 새로운 진리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됩니다.
진리의 단서를 취합하여 새로운 진리에 더 쉽게 접근한다. 추상적인 얘기지만 난 이것이 대단할 거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난 곧장 실험을 시작했다. 라이터를 가지고. 라이터를 켰다가 껐다가. 계속해서 그 작업을 반복하면서 불이 켜지는 것을 관찰했다. 그렇게 몇 시간을 그짓만 하고 있는데, 결국 라이터 기름이 다 없어지는 바람에 중단되고 말았다.
하지만 난 만족했다. 불이 생성되는 과정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난 손가락을 튕켰다.
딱! 화르륵!
“아씨! 드디어.”
-불 생성(액티브) 1레벨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드디어 라이터 없이 불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물론 아직은 살짝 불이 켜졌다가 꺼지는 수준이다. 무슨 말이냐고? 라이터를 쓰는 편이 훨씬 효율이 좋다는 얘기다. 하지만 결국 스킬로 등록이 된 이상 스킬 레벨을 올리면 라이터를 이길 수 있을 것이다.
“내 경쟁상대가 라이터라니······.”
뭔가 현타가 오는 느낌이다. 하지만 괜찮다. 결국 내가 이길 테니까.
“야, 미노.”
음머?
“솔직히 말해. 여기 너 말고 광산 미노타우르스가 또 있을 거야. 그치? 있어야 할 거야. 없으면 내가 널 잡아먹을 것 같거든.”
으, 음머! 음머, 음머.
“오호? 그러니까 말을 안 듣는 미노타우르스 종족이 있다고? 저 광산 끝부분에?”
음머!
그렇단다. 다행히 친구를 팔아먹는 놈은 아니었나보다.
“한 마리만 잡아와.”
음머!
미노가 할버드를 가리킨다. 그러니까 저거 없으면 안 된다는 얘기.
“성가신 놈.”
난 할버드를 잡아서 그대로 빼······려고 했지만, 안 빠진다. 할버드는 안 빠지고 모양이 빠져 버렸다. 그때.
냐앙.
한숨을 쉬는 호야. 그리고 툭하고 할버드를 아래에서 치니 할버드가 쑥 빠진다. 나와 미노가 눈을 마주친다. 미노가 뭔가 웃음을 잔뜩 참는 표정이다.
“참아, 웃는 순간 네가 꼬리곰탕이 될 테니까.”
나, 최시우. 쪼잔한 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