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1 화 징벌의 시작 -1
제 61 화 징벌의 시작 -1
퍽! 퍼버벅! 퍽퍽!
웃참 첼린지가 이렇게 힘든 거다. 결국 미노는 웃음을 터트렸고, 난 분노를 터트렸다. 그래서 정신교육이 이어지고 있는 거다.
“앞으로 네 이름은 눈치다.”
음머?
“눈치를 챙기라는 이 주인님의 깊은 뜻이 담겨 있는 뜻이다. 불만이냐?”
불만을 표할 수 있을까? 내 손에 몽둥이가 들려 있는데?
도리도리.
수호자 눈치.
이름을 잘 지은 것 같다. 얘는 눈치가 정말 필요한 놈이니까. 애초에 눈치가 있었으면 덤빌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 눈치가 없었기에 덤볐고, 쳐 맞았다. 그러니 눈치를 챙겨야 한다.
“자, 그럼 이제 광산을 안내해봐. 그리고 너 스킬이 어디보자······. 채광이 7레벨에, 케인의 미늘창술이 5레벨? 그 외에 자잘한 스킬들이 있고, 능력치는 전형적인 전사형이구나. 쓸만하겠어.”
수호자였던 놈이라 그런지 능력치도 상당하고, 네임드 미늘창술을 가지고 있다. 케인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얘가 케인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미늘창이라는 것은 할버드처럼 생긴 무기를 칭하는 것으로 할버드를 잘 다뤘던 것에는 이유가 있던 것이다.
“가서 적대적인 미노타우르스 한 마리 잡아 와.”
음머!
눈치가 겁나 달려 간다. 빨리 나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리라. 뭐가 되었건 미노타우르스는 확보를 한 것 같고, 이제 광산을 천천히 둘러볼 차례다. 입구쪽은 채광을 할 수 있게 해줬다고 했는데, 입구 쪽만 해도 미스릴이 상당히 많았다. 그러니 자위대가 상당한 양의 미스릴을 확보하고 있다고 가정해야 한다.
자위대는 미스릴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그들보다 레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킬도 많다. 하지만 다시 약점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숫자가 훨 적다.
그렇다고 오크 전사들을 데리고 나가기는 그렇다. 오크 전사들은 우리 영지민들이지만, 세상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을 테니까. 아마 무슨 마왕 정도로 묘사하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 영지민을 영지전도 아닌 일에 동원하고 싶지는 않다.
또 우리가 유리한 점은 기동력이다. 저들은 자동차를 동원할 수 있으니 기동력이 더 뛰어날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말이나 백호를 탄 우리는 그 자체로도 공격수단이기도 하고, 방향전환이나, 지형적인 이점을 살릴 수도 있다.
깡, 깡, 깡.
이 생각을 하는 것은 계속해서 채광을 하면서다. 미스릴을 더 가지고 가서 장비를 업그레이드 할 필요가 있으니까.
***
내가 영지로 돌아온 것은 거의 12시간이 지나서다. 물론 시호 영지 기준으로는 여섯 시간 정도.
눈치는 이쪽 영지로 넘어올 수 없었다. 녀석은 그곳의 수호자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데 호야는 어째서 사방팔방 돌아다닐 수 있는 걸까?
“호야, 너 뭔가 수호자가 아니라 더 대단한 뭔가인 거 아냐?”
풉!
호야가 앞발로 입을 가리며 웃는다. 저건 분명 뭔가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대답을 안 해줄 것 같기에 포기한다. 난 포기가 빠른 남자니까.
“시연아, 오빠 왔다.”
“와! 오빠다!”
“오빠다를 외치면서 왜 미스릴로 가지? 미스릴이 네 오빠였니?”
“따지는 남자는 인기 없어!”
“괜찮아, 난 원래 인기 따위 없었으니까. 전혀 데미지를 안 받는데?”
“자랑이다.”
“내 유일한 장점이지. 여자 관계가 깨끗하다는 것. 너무 깨끗해서 청정지역이야.”
“하아, 오빠. 진짜 여자를 만나라. 호야만 끼고 살지 말고.”
시연이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본다. 그런 시연이에게 난 말해주었다.
“너 착각하는데, 내가 호야를 끼고 사는 게 아냐. 호야가 날 끼고 사는 거지.”
냐우우웅.
호야가 한숨을 쉰다.
“됐고, 빨리 준비해줘. 오빠도 도울 테니까.”
“알았어.”
시연이와 나는 열심히 미스릴을 녹이고, 그것으로 장비를 만들기 시작했다. 미스릴을 어떻게 녹이냐고? 멍청한 질문이다. 우리가 익히고 있는 대장장이 기술이 누구것인가? 바로 드워프의 대장장이 기술이다. 그렇기에 미스릴을 다루는 것 정도는 바로 가능하다.
그렇게 남매 대장장이의 하루가 지나갔다.
***
꼬박 7일의 시간이 걸렸다. 미스릴로 된 장비를 만드는데. 시연이의 고집 때문에 결국 우리는 강철맨 3인방이 되어버렸다. 전신 피규어 실물 사이즈를 선우가 사와서 그것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실제로 첫 번째 갑옷을 만드는데 시간이 제일 많이 들었고, 그 후에는 일사천리였다.
그리고 난 주로 무기를 만들었다. 무기를 만들면서 검에 불의 기운을 넣는 것에 성공했고, 그럴듯한 무기가 생겼다. 무슨 무기냐고?
아이템: 불의 미스릴 장검(10레벨).
공격력: 274~343.
효과: 검술 레벨+4, 치명타 적중률 20%상승, 불의 검(액티브) 2레벨.
숙련되어가는 드워프 대장장이 기술로 만들어진 검이다. 미스릴로 만들어져서 강도가 매우 높으며, 마나전도율이 매우 높다. 불의 기운이 깃들며 불의 검(액티브) 2레벨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미스릴로 인해서 스킬이 붙은 아이템이 세 자루나 만들어졌다. 랜덤하게 스킬이 붙는다더니 불의 기운을 집어넣으면서 내가 가진 스킬 불의 검이 붙어 버렸다. 재미있는 것은 내가 사용할 때는 불의 검 스킬이 +2가 된다는 점이다.
“와······ 진짜 아이템다운 아이템이네.”
선우가 감탄한다. 그리고 시연이는 상당히 기분이 나쁜 모양이다.
“대장장이 기술은 내가 더 높은데 어째서 오빠것만 그렇게 스킬이 붙은 건데?”
“글쎄다. 네 노오력이 부족한 것 아닐까? 아니면 정성?”
“시끄러!”
“네네.”
솔직히 시연이가 기분 나빠할 일이긴 하다. 더 노력하고, 대장장이 레벨이 더 높은 것은 시연이었으니까. 그냥 내 직업의 문제다. ‘진리를 이해하는 자’로 전직을 한 후에 뭔가를 할 때 이해도가 확 올랐다. 그래서 가능했던 것.
“됐고, 출발하자. 레오는?”
선우가 우리 남매 사이에 끼어들었다.
“레오는 부르면 오지. 레오!”
내 부름에 어디선가 신나게 달려오는 작고 하얀 포메라니안 한 마리. 그리고 그대로 달려와서는 내 품에 쏙 안긴다. 얘는 진짜 뭔 적응력이······.
“레오, 하카시 복수하러 가자.”
왕왕!
좋단다. 우리는 준비를 하고 고블린 숲으로 들어갔다. 여전히 고블린 숲에서 하카시의 집 근처로 게이트가 있기에 그곳을 이용해서 일본으로 갈 예정이다.
아버지와 선우의 인맥을 다 동원해서 알아본 바로는 고블린은 이미 민가를 습격하고 다닌다고 한다. 자위대는 몇 번 출동을 했지만, 고블린들은 그 와중에도 번식을 해서 숫자를 크게 불렸단다. 뭔 새끼를 낳는 것도 아니고 바로 전투원이 늘어나다니 몬스터는 확실히 몬스터였다.
“출발!”
***
하카시의 집에 도착하니 우리를 맞이하는 놈들이 있었다.
“멈춰라!”
딱 봐도 자위대의 일원으로 보이는 놈들이었다.
“왜?”
“뭐? 그 불손한 말투는 뭐지?”
“그런 네놈의 말투는 공손했고?”
“허, 이건 뭐 하는 놈들이지?”
상대는 하카시 게이트, 그러니까 2번 게이트에 속한 헌터로 소속은 자위대로 보인다. 이름은 이토 히로시라고 내 관찰 스킬이 말해준다. 그 뒤에 있는 놈들 역시 2번 게이트에 속한 놈들이다. 즉, 나를 공격할 수 없는 놈들이라는 얘기.
난 느긋하게 놈들을 살펴보았다. 미스릴로 된 일본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이템으로 등록될 정도의 물건들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보통의 무기나 방어구 정도는 씹어먹을 위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자위대다. 감히 자위대에게 반항을 하겠다는 거냐?”
“자위대는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서 있는 애들 아냐? 너희가 시민들의 위라는 얘기냐?”
“당연하다. 우리는 위대한 황군이다!”
“지랄.”
아, 지랄은 그냥 한국말로 내뱉었다.
“한국인?”
“맞아, 한국인이야. 근데 왜? 너희가 그랬잖아. 여기 있던 게이트가 한국인 소유라며? 그래서 한국인 게이트 주인이 몬스터를 풀었다며?”
“이, 이놈.”
“그래서 그 말을 진실로 만들어주기로 했어. 어차피 아니라고 해봐야 너희들은 그게 진실이라는 식으로 사람들을 선동할 텐데, 하지도 않은 짓으로 욕먹는 것보다 너희가 바라는대로 해주는 편이 낫지 않겠냐? 물론 너희가 생각하는 순한 맛은 아닐 거야. 한국인들은 매운맛을 엄청 좋아하거든.”
그때 내 눈에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있는 고블린 한 마리가 들어왔다. 놈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깜짝 놀란다. 그놈이다.
“숨으면 죽는다.”
“무슨 소리냐?”
“아, 너한테 한 말 아니야.”
그대 고블린들이 슬슬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저놈 빼고 다 데려가.”
내 말에 그 고블린이 다른 놈들에게 명령을 내린다. 이미 저놈이 대장이 된 것이다. 그리고 때에 맞춰서 난.
“게이트 출입 권한 삭제.”
자위대원들의 이름을 확인한 이상 놈들의 게이트 출입 권한을 삭제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이, 이게 무슨.”
“몰라? 너희들은 이제 일반인이라는 얘기지. 잘 해봐. 그리고 너, 이토 히로시! 넌 가만히 있어. 할 얘기가 많을 거야.”
고블린들은 신나서 자위대원들을 잡아간다. 혹시 몰라서 저놈들은 여기에 대기를 했던 것 같다. 저 고블린 대장놈은 나중에는 고블린 로드 정도로 성장하지 않을까? 싹수가 보이는 놈이다.
“야, 저렇게 해도 되냐?”
“그럼 네가 처리하던가.”
“그건 또 내키지가 않는데?”
“피라미라서?”
“잘 아네.”
시연이는 의외로 침착했다. 나를 닮아서 그런가? 잘 살펴보니 시연이에게도 침착함 스킬이 생긴 것이 보였다. 1레벨이긴 해도.
“너, 너희들 뭐야?”
“정확히는 내가 뭐냐고 물어야 할 텐데?”
“뭐?”
“얘 못 알아보겠냐?”
난 레오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이토 히로시가 놀란 표정을 짓는다.
“그 개가 어떻게······.”
“내가 살렸지. 그리고 얘가 너희들이 그렇게 찾던 게이트 주인이었어. 하카시를 너희가 죽인 후에.”
“······.”
몰랐다는 표정이다. 하긴 그럴 거다. 반려동물에게 권한이 넘어갈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한 가지만 물어보자. 하카시를 그렇게 만들면 너희가 게이트 권한을 받을 거로 생각한 거냐?”
“나, 나는 모르는 일이다.”
“아니, 넌 알고 있어. 네가 여기를 지키고 있었고, 레오를 알아보는 것만으로도 넌 이 일에 깊게 관여한 놈이라는 생각이 들거든.”
그때였다.
왕왕! 왕왕왕!
레오가 나에게 얘기를 해주는데 이건 침착함을 가진 나로서도 상당히 놀랄 정도의 일이었다.
“저놈이 하카시의 친구였다고?”
왕왕!
“이 새끼 이거 진짜 쓰레기네.”
챙! 서걱!
난 검을 뽑자마자 놈의 왼쪽 팔을 그대로 잘라버렸다. 처음으로 사람을 베었지만, 사람을 베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친구라고 다가가서 친구를 이용하려고, 친구에게 그런 짓을 했냐?”
놈들이 하카시에게 한 짓. 그것은 하카시에게 마약을 먹여서 제정신을 유지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하카시가 잠깐 정신이 돌아왔을 때 집안에 카메라를 설치했고, 덕분에 저들이 자신에게 하려고 하는 짓을 알게 되었다고 일기장에 써 있었다.
그 카메라에는 다른 얘기도 있었다. 하카시를 죽지 않을 정도로만 살려둔 상태로 제어하려고 했다는 것. 최면까지 사용해서. 내가 저들에게 분노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끄아아악!”
뒤늦게 놈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진다. 이제 시작이다. 이 일에 관여한 놈들은 모두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