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63화 (63/182)

제 63 화 야마토의 최후.

제 63 화 야마토의 최후.

애초에 이름부터가 이놈은 야마토 히데요시다. 야마토라는 말은 일본을 의미한다. 그리고 히데요시는 임진왜란을 일으켰던 풍신수길의 이름이다. 그러니까 애초에 이놈은 이름부터가 자기 정체성을 말하고 있다는 얘기.

레벨은 무려 32레벨. 지금까지 본 외부 헌터들 중에서 가장 높은 건가? 기억이 잘 안 난다. 하지만 대단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스킬들도 심상치가 않다. 더군다나 가장 큰 문제는 이놈은 내 소속 헌터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원래 헌터인 상태로 이곳에 온 놈이라는 얘기. 특이점은 시간비가 1:2인 하카시의 게이트에서 다시 크지 않고 원래를 유지했다는 것.

하긴 32레벨이라는 레벨이 아까웠을 것이다. 그래서 이놈은 이토 히로시를 통해서 게이트를 제어하려고 한 것일 테고.

“네놈이냐?”

“응, 나야. 근데 뭐가?”

현재 시연이와 선우는 실험을 당했던 피해자들을 찾으러 간 상태다. 레오는 내 옆에 있다. 호야를 태운 상태로. 거대화를 했기 때문.

“네놈이 일을 망친 건가? 감히 대일본 제국의 일을?”

“이거 진성 또라이네. 어쩌라고.”

‘어쩌라고’라는 말은 나도 모르게 한국어로 말했다.

“한국인?”

“어, 한국인이야. 너희가 그랬잖아. 한국인이 게이트 주인이라며? 그래서 게이트를 인수받았어. 싸게 분양하더라고.”

“싸게?”

“어, 네 목숨 정도면 싼 거지.”

“멍청한 하카시. 조센징을 믿었다니.”

“어이 일본인. 그 하카시한테 너희가 한 짓이 있는데 그렇게 말해도 되나? 양심 너무 없는 거 아냐?”

“네놈이 그걸 어떻게?”

“뇌가 있으면 생각이라는 걸 해봐라. 내가 여길 왜 왔겠냐? 그리고 얘를 봐. 얘가 너한테 볼일이 있다고 하니까.”

“무슨······.”

놈이 레오를 쳐다본다. 레오도 놈을 쳐다본다. 레오의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는 것 같다.

으르르릉.

“이 늑대는 뭐지?”

“소개해줘? 그걸 원하면 소개해줘야지. 얘가 바로 하카시가 키우던 강아지야. 근데 왜 이렇게 크냐고? 내가 레벨업을 시켰거든. 그리고 너희가 그렇게 간절하게 찾던 하카시 게이트의 소유권을 넘겨받았던 녀석이기도 하지.”

“그게 무슨.”

“무슨은 너희가 지금까지 헛짓거리하고 있었다는 얘기지.”

챙!

놈이 미스릴로 만든 일본도를 꺼내든다. 놈이 가진 스킬은 일도양단과 검술 스킬, 그리고 닌자들이나 가지고 있을 법한 분신술, 그리고 도주술까지였다.

나머지는 전투 관련 스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는 상당한 양이다. 일단 검술 관련 기술로 보자면 만만한 놈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놈의 문제는······.

촹!

일단 무기의 차이. 놈의 검은 내 검을 이기지 못한다. 그리고.

“일도양단!”

스킬명을 외치며 스킬을 사용하는 놈. 하지만 놈에게 단점이 있는데, 바로 느리다는 점이다.

슬쩍.

내 민첩의 반도 안 되는 민첩을 가지고 있는 놈이다. 그러니 스킬을 쓴다고 해도 내가 피하는 것이 빠르다는 얘기.

“죽을 때 후회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

내가 놈의 스킬을 보려고 하는 것은 내 직업과 관련된 행위다. 놈의 일도양단이 어떻게 작동을 하는지 그런 것을 관찰하기 위해서.

놈의 일도 양단은 순간적으로 검에 마나를 불어 넣으면서 그것을 폭발시키듯 휘두르는 기술이다. ‘일도양단’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은 것에 비해서는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기술.

하지만 저런 스킬명이 있다는 것은 내가 보는 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저놈이 그걸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는 것일 뿐. 놈은 몇 번이나 일도양단을 시전했다. 하지만 모두 나에게 먹히지 않자 나름 빠른 판단을 한다.

바로, 분신술이었다. 분신술은 재미있어 보였다. 자신이 서 있던 자리에 있던 물건에 착시를 걸어서 자신으로 보이도록 하면서 자신은 다른 곳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여기서 포인트는 착시를 건다는 것. 이게 포인트인 것 같은데, 문제는 내게 명경지수라는 사기급 스킬이 있다는 것. 즉, 나에게 착시 같은 것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뭐하냐?”

퍽!

“크헉! 어떻게 나의 분신술을.”

이런 놈들의 종특은 자신의 것은 대단하다는 착각을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분신술은 지금까지 실패한 적이 없었나 보다. 내가 보기엔 지 자리에 뭔가 냅두면서 후다닥 튀는 걸로 보일 뿐인데.

그래서 난 놈을 발로 차버렸다. 그랬더니 저러고 있는 거다.

“가관이다. 겨우 그따위 실력으로 대일본제국이라고 등신 같은 소리를 한 거냐? 어이가 없네.”

“이놈! 나를 모욕해도, 대일본 제국은 모욕할 수 없다.”

“그걸 왜 네가 정하는데? 내가 정해. 너도 등신이고, 너네 일본도 등신이다. 너 같은 것을 삼등육좌씩이나 만들어서 여기에 파견한 것을 보면. 거기에 마약으로 사람을 식물인간 상태로 만들 생각을 해? 진짜 쌈박하다. 근데 그건 아냐? 게이트는 의지가 있어. 너희는 그 의지에 정면으로 덤빈 거란 말이지.”

“웃기는 소리! 무생물인 게이트 따위가.”

“너 그말도 게이트가 듣고 있다? 게이트는 세상 어디든 있거든.”

“말도 안 된다.”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얘기다. 그냥 내가 개소리를 하고 있는 거니까. 왜? 놈이 슬슬 도주술을 펼칠 것 같아서. 솔직히 이제는 좀 궁금해진다. 도주술은 뭘까? 분신술이 저따위면 도주술은?

펑!

콩알탄 100개 정도가 터지는 소리를 낸다. 실제로 저놈이 바닥에 던진 것은 콩알탄 비슷하게 생긴 것이었다. 그러자 엄청난 연막이 발생한다. 그러니까 애니 같은 것을 볼 때 닌자들이 뭔가를 터트리고 튀던 바로 그것 그대로라는 얘기.

“헐, 저게 스킬로 등록될 정도라고?”

하지만 놈의 의도는 레오에 의해서 가로막혔다. 연막이고 뭐고, 사람이 눈을 속일 수는 있을지 몰라도 놈의 냄새를 지우지는 못한다. 강아지들의 후각은 매우 뛰어나다. 거기에 레오는 야마토를 원수로 생각하고 있다. 놈이 도망가는 것을 지켜볼 생각이 없던 것이다.

“끄아아악!”

난 연기가 사라지길 기다렸다. 1분 정도 기다리니 연기는 사라졌고, 레오에게 다리가 물린 야마토가 모습을 드러냈다. 결국 도주술도 별것 없었다는 얘기다.

“32레벨이라는 레벨이 아까운 쓰레기네.”

“죽여라!”

“어, 그럴 거야. 그 전에 좀 찾아볼 게 있어서. 너희가 한 실험자료가 여기 어디에 있을 것 같거든.”

“웃기는 소리.”

“너희는 아날로그를 좋아하잖아. 그래서 다 손으로 작성했을 거고, 그걸 어디 클라우드에 올려 놓을 생각도 안 했을 테니 여기 어디에 있겠지. 아마 여기쯤?”

그림을 치우니 금고가 모습을 드러낸다. 난 그것을 검으로 갈라버렸다. 강철로 만든 금고지만, 미스릴로 만든 검을 막을 수는 없다. 문제는 한 번에 잘리지 않아서 여러번 잘라야 했다는 정도.

금고를 여니 내가 원했던 자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것은 인터넷을 통해 공개할 생각이다. 게이트 주인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음과 동시에 일본의 만행을 드러낼 생각이다. 그렇게 해야 다시는 이런 시도를 하려고 할 때 잠깐이라도 생각이라는 것을 할 것 같으니까.

그렇게 자료를 다 챙긴 후에 야마토를 처리하려는 순간이었다.

“대일본 제국 만세!”

그 말과 함께 야마토가 검으로 자신의 배를 찌르려고 한다. 그래서 난 구경을 하려고 했다. 저게 말로만 듣던 할복인가 싶어서.

푸욱!

자기 배에 칼을 찔러 넣는 것까지는 어찌 했는데, 칼이 한 10센티미터도 들어가지 않았다. 자기 배에 자기 손으로 칼을 박는다는 것이 역시 쉬운 일은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왜? 더 찔러야지? 그리고 양쪽으로 갈라야 되는 거 아냐?”

“이, 이놈 신성한 의식을 모욕하지 마라.”

“모욕이 내 취미라서 그건 어렵겠네. 어서 계속해. 방해는 안 할게.”

지손으로 지가 쓰레기를 치우겠다는데 환영이다. 거기에 덧붙여서 보는 재미까지 선사하고 있으니.

하지만 놈은 더 이상 칼을 박아넣지는 못했다.

“모, 목을 쳐줘라.”

“왜?”

“무, 무사로 죽게 해주길 바란다.”

“꼴값하고 있네. 그냥 피 흘려서 과다출혈로 죽어. 그게 딱 너한테 어울리는 죽음이야. 무사는 무슨 쓰레기는 쓰레기답게 죽어야지.”

난 놈에게 신경을 끊고 자료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자료에는 그동안 실험을 했던 기록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무려 74명에 대한 기록이다. 처음에 이 실험을 왜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개요부터 시작해서 한명, 한명을 어떻게 했었는지.

그들의 출신지가 어디인지까지 다 적혀 있다. 매우 꼼꼼한 놈이었다. 그리고 이것으로 최소한 이 자위대가 한 짓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친절하게 사진과 동영상 자료까지 첨부를 해놓은 야마토가 고마울 정도. 물론 동영상 따로 저장장치에 담아두었다는 기록이 있어서 알게 된 거다.

이것들을 다 챙겼을 때, 야마토는 아직 살아 있었다. 배에서 피를 철철 흘리면서. 하지만 난 그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레오, 죽이고 싶어?”

왕왕!

죽이고 싶단다.

“하지만 굳이 내가 직접 죽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상대를 지금 죽이면 오히려 고통을 줄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둔다면 놈은 고통 속에서 죽어갈 것이다. 난 그부분을 레오에게 설명했다. 그러자 레오가 납득한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리 쓰레기라지만 레오의 손을 더럽히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이 내 안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레오는 이제 우리 영지에서 사랑받으면서 자랄 아이니까.

난 계속해서 야마토가 실시간으로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러자 야마토가 힘겹게 입을 연다.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결국 너도······.”

악당에게 잘 어울리는 마지막 대사를 남기고 야마토는 죽었다. 관찰로 살펴봐도 사망으로 나오니까. 난 이곳에 불을 지를까도 생각을 했지만, 그래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여기는 이대로 남아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난 야마토의 스마트폰으로 자료들과 동영상들을 모두 세계 여러 나라의 사이트에 업로드를 했다. 그리고 너튜브에도 올렸다.

야마토의 휴대폰으로 올린 것이니 추적을 해봐야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이놈은 미국 스마트폰을 써서 지문인식이 쉬웠다. 그렇게 처리를 하고 내 지문은 깨끗하게 지운 후에 밖으로 나오니 생존자들이 몇 명 눈에 들어온다.

시연이와 선우가 그들을 찾아낸 것이다. 난 다시 야마토의 휴대폰으로 그들의 인터뷰를 따서 세계 여러 사이트에 또 올렸다. 그리고 그들에게 자위대에 있는 돈이 될만한 것들을 챙겨서 도망가라고 얘기를 해줬다.

이것으로 징벌이 되었는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기분은 더럽다. 왜 저렇게 하려고 하는 것인지 이해를 못하겠다. 자기들끼리 잘 먹고, 잘 살면 안 되는 일인가? 왜 굳이 남의 것을 빼앗으려고 하고, 그것을 정당하다는 식으로 스스로를 세뇌하는 걸까?

사람을 죽인 것보다 그런 생각이 오히려 나를 괴롭게 했다.

냐앙!

호야가 내 얼굴을 핥는다. 이건 애교다. 그런 호야를 보다가 호야를 품에 안았다. 그랬더니 레오도 안아달라고 두 발로 일어선다. 그런 레오도 안았다. 그리고 까망이를 타고 시연이와 선우와 함께 우리 영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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