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4 화 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제 64 화 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지구 시간으로 일주일이 흘렀다. 우리 영지에서는 5주라는 시간이 흐른 것이고, 2번 게이트 안에서는 10주라는 시간이 흐른 것이다.
눈치는 광산에 사는 코볼트라는 몬스터들을 부려서 광산을 개발했다. 재미있는 것은 코볼트는 영지민이 아니라 노예로 표기가 된다는 것이다. 그 중에 똑똑한 놈을 대장으로 임명하고, 녀석들에게 매일 채광해야 하는 양을 정해주었다.
신기하게 코볼트는 채광만 할줄 아는 것이 아니라 제련 과정까지 할 수 있는 능력 있는 노예들이었다. 놈들에게 부족한 것은.
코락! 코락!
바로 식량이었다. 식량으로 난 회사에서 더 많은 사료를 사들여서 놈들에게 공급을 해주었는데, 처음에는 미친 듯이 먹다가 자율 배식대에 늘 사료를 채워주니 어느 순간부터는 배가 고플 때만 먹게 되었다.
마치 강아지들의 자율배식 훈련 같은 느낌이다. 코볼트는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흉측하게 생기지는 않았다. 나름 귀여운 구석이 있다랄까?
내 광산에서 열심히 일 하는 애들이라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광산이 광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안에 던전 같은 사냥터가 있다. 주로 나오는 것은 미노타우르스들.
눈치의 말에 따르면 저들은 타락한 미노타우르스들이라 내가 죽여도 아무 상관이 없단다. 그리고 그전에 게이트에 들어온 놈들은 뭣도 모르고 코볼트들을 사냥했는데, 그건 안 좋은 일이라고 한다. 얘들은 일꾼이니까. 아마 그래서 그동안 자위대 놈들은 인력을 갈아서 광산을 개발했던 것 같다.
“눈치야.”
음머!
“너 혹시 드워프 본 적 없냐? 물건 같은 거 잘 만들고, 키는 내 가슴 정도 올 것 같고?”
도리도리.
모른단다. 이 게이트에는 드워프는 없는 걸로.
“얘기 끝났으면 사냥이나 하자꾸나.”
아버지다.
“미스릴로 만든 방패가 아주 쓸만 하네.”
어머니다.
“미녀 대장장이 님의 망치를 받아랏!”
시연이다. 그런 시연이를 보고 선우가 묻는다.
“야, 넌 주무기가 검이잖아? 검술도 있는 애가 웬 망치?”
“아, 컨셉이야. 싸울 때는 검들고 싸워.”
“아······ 참 재미있게 사는 애구나.”
“인생 뭐 있어? 즐기면서 사는 거지.”
우리 모두를 통틀어서 인생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것이 시연이가 아닐까라는 의문이 든다. 얘는 늘 직관적이다. 그래서 스트레스도 제일 적어 보인다.
이틀 전부터 학교에 등교하게 되었지만, 태풍의 전학생에 대한 꿈은 포기했단다. 애들이 너무 공부만 한다고. 그래서 학교가 끝나면 쏜살같이 날아와서 게이트로 들어온다.
아버지는 밖에서 회사 일 때문에 바쁘게 움직이시고, 난 회사가 창립될 때까지 대기 상태라 굳이 회사에 나갈 필요는 없다. 아마 사장님이 게이트 주인이라는 것을 알고 배려를 해준 것일 거고, 동시에 나를 잡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다.
굳이 월급도 챙겨주면서 불편하게 만드는 것도 없는데 회사를 나올 필요는 못 느낀다.
어머니의 경우는 대부분의 시간을 게이트 안에서 지내신다. 공기가 좋고, 무엇보다 오크들이랑 친하시다. 그리고 이제는 오크들의 건축 레벨도 오르면서 아예 영주성을 건축하기 시작했는데, 밖에서 영주성이라는 이미지가 어떤 것인지 사진을 가지고 와서 보여주니 카락이 아주 의욕이 불타오른다.
“그럼 다들 사냥 다녀오세요. 눈치, 넌 알지?”
음머!
아직 호야와 나를 제외하면 가장 강한 것은 눈치였기에 눈치에게 우리 가족과 선우를 지켜주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난 시호 영지로 돌아와서 카락이 영주성을 건축하는 것을 잠깐 보고 숲으로 향했다.
아, 그리고 바깥세상에서는 자위대의 만행이 알려지면서 자위대를 군으로 승격시키자는 일본의 움직임까지 쌍욕을 먹는 중이다. 인체실험을, 그것도 자국민을 상대로 한 인체실험을 했다는 것도 문제지만, 게이트 주인을 산송장으로 만들어서 제어하려고 했다는 사실에 세계의 게이트 주인들은 분노를 표출했다.
그 일이 알려지면서 일본에 있던 게이트 주인들은 국적을 바꾸기 시작했다. 보통이라면 망명을 가면 자국으로는 입국할 수 없게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특이했다.
세계는 일본에 거주하는 게이트 주인들을 자신들의 나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움직였고, 게이트 주인은 망명을 해도 자국에 머물 수 있다는 세계적인 특별법을 발의했다.
당연하게도 일본을 제외한 모든 나라들은 여기에 찬성표를 던졌다. 내가 보기엔 저건 자신들의 발등도 찍을 수 있는 특별법일 텐데 말이다.
하지만 게이트 주인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훨씬 많은 선택지가 생기는 것이니 좋은 일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게이트 주인들에 대한 대우가 달라질 거라는 생각도 든다.
현재 게이트 주인들은 움직임에 제한을 받는다. 자신의 게이트를 옮길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까. 결국 게이트에서 멀리 가기 힘들어진다는 얘기다.
그러니 태어난 김에 산다고 자신이 태어난 국가에 귀속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저 특별법으로 인해서 게이트 주인은 외국으로 망명을 갈 수도 있고, 망명이 받아들여지면 게이트 주인의 거주지는 한시적으로 그 게이트 주인이 속한 국가의 땅으로 조차된다.
물론, 거기에 대한 비용은 해당 국가가 지불하게 된다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익인 상황. 게이트 주인들에 대한 각국의 경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의도치 않게 게이트 주인들에게 자유를 준 것 같단 말이지.”
냐앙.
호야는 관심없다는 듯이 하품을 하면서 내 어깨에 자리를 잡고 존다. 내가 움직이는데 그 위에서 저렇게 졸 수 있다는 것만 봐도 얘는 참 대단한 애다.
“그래서 오늘은 어디로 가자고?”
내 질문에 호야가 한 방향을 가리킨다.
“저기 뭐가 있는데?”
냥!
시끄럽고 가보란다. 그래서 가보았다. 그러자 트롤들이 잔뜩 서식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아빠가 뭐 잘못했니?”
퍽!
시끄럽고 사냥이나 하란다. 그래서 난 호야님의 말씀에 따라서 사냥을 시작하기로 했다. 불을 켜려고 하니 트롤들이 미친 듯이 달려온다. 그래서 불맛을 보여주었다. 한국인의 불맛이 원래 맵다.
하지만 트롤들은 불에 휩싸인 상태로 그대로 달려온다. 가만보니 실시간으로 불에 탄 곳이 아물고 새살이 돋아난다. 그리고 난 소름이 돋는다. 이놈들은 불로 처리할 놈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 근데······.”
그런데 한 가지 다른 생각이 들었다. 불에 맞고서 놈들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재생을 하기 위해서다. 완전히 불이 꺼지고 원래대로 돌아오지만, 그 전엔 느려진다. 물론 그 사이에 내가 얘들을 검으로 끝낼 수도 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불 제어를 더 확실하게 레벨업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다시, 불 제어!”
트롤 다섯 마리는 그렇게 불 지옥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난 불 제어 스킬을 10레벨까지 올릴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 난 계속해서 불이 움직이는 것과 이런저런 것들을 관찰하고 이해했다. 그러자 드디어 내가 바라던 것이 생겨났다.
-불에 대한 이해도가 기준치 이상으로 올랐습니다. 불에 관련된 마법을 직접 창조할 수 있습니다.
불에 대한 이해가 기준치 이상으로 올랐다는 시스템의 메시지. 지금까지 내가 마법을 사용하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이 이해도의 부족이었나보다. 생각해보면 그게 맞는 것 같다.
소설 같은 곳에서 마법사가 마법사가 되어가는 과정을 생각하면 엄청난 이론 교육을 받고, 마나를 회전시키는 방법을 훈련받고, 그 후에 원소 마법을 익히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현실이 소설과 같다고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많은 소설들이 그런식으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그게 타당하게 생각되기 때문이라는 점.
사람의 상상이라는 것은 대부분 거기에서 거기인 경우가 많은데, 뭔가를 배운다는 상상을 한다면 ‘아마, 이래야 할 거야.’라는 틀이 만들어진다는 것.
즉, 난 마나 자체에 대한 이해도는 상당히 올라간 편이었지만, 정작 불이라는 것에 대한 이해도는 떨어졌던 편이라는 것. 실제로 내가 불을 다루던 직업에 있던 사람도 아니니 당연한 일이다. 보통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불이라고는 가스레인지의 불이 전부일 테니까.
어디 놀러 가면 그래서 그렇게 모닥불을 보고 불멍을 때리는 것 같다. 익숙하지 않은 불의 움직임에 마음을 빼앗긴다랄까?
아무튼, 내가 지금 해야 할 것은 가장 기본적인 불 마법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파이어 애로우!”
-스킬 파이어 애로우(액티브) 5레벨이 생성되었습니다.
역시 애로우 자체에 대한 이해도는 그렇게 낮지 않았다. 시연이가 물 화살을 만드는 것을 여러 번 봤으니까.
근데 왜 불 화살이라고 안 하고 파이어 애로우라고 하냐고? 그냥 있어 보일라고 그런다. 내 마음이다. 그리고 시스템도 내 의지에 반응해서 파이어 애로우로 스킬을 등록시켜주지 않았던가.
5레벨의 파이어 애로우는 나름 강력했다. 트롤의 심장을 그대로 관통하면서 불태워버렸으니까.
다섯 마리의 트롤들은 그렇게 운명을 달리했다. 그리고.
퍽!
“아, 왜!”
호야에게 따지니 호야가 한숨을 쉬면서 내 가방을 가리킨다.
“아, 피.”
심장을 태워버렸으니 피가 나오지 않는다.
“저쪽으로 가실까요, 호 선생님!”
난 재빨리 다른 트롤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세 가지의 마법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파이어 애로우, 파이어 볼, 파이어 실드. 각각 레벨은 5, 3, 7이다. 파이어 실드가 가장 높은 이유는 실드와 결합을 한 형태라서 그런 것 같았다.
그리고 정신없이 트롤들을 잡았고, 내 레벨은 52레벨까지 오르게 되었다. 난 화력을 올리는 의미에서 지능에 다 투자했다.
“가자.”
호야는 만족한 듯이 내 어깨에 올라섰다. 오늘은 여기까지 해도 된다는 의미.
***
영지에서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가족들과 선우가 돌아온다. 다들 레벨이 많이 올라서 43레벨이 되었다. 그리고 표정들이 매우 밝다. 가장 밝은 것은 역시 시연이.
시연이는 뭔 미스릴을 수레에 잔뜩 실어왔다. 그 수레를 끄는 소가 무려 네 마리다. 그만큼 양이 많다는 이야기. 하지만 뭐라고 할 문제는 아니다. 저게 결국 우리들에게 돌아올 거니까. 요즘 실패작이랄까? 실패를 한 것은 아니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로 오크들을 무장시키기 시작했다.
오크들은 이제 알아서 사냥을 했고, 이제 30대 중반까지 레벨을 올렸다.
“먼저 와 있었구나.”
“네, 치료제 만들고 있어요.”
난 우윙과 함께 치료제, 그러니까 포션을 만드는 중이다. 오크 치료사인 우윙의 지혜를 빌려서 소설에나 나오는 그 힐링 포션을 만들려는 것이다.
어차피 재료가 되는 가장 중요한 것은 트롤의 피니까. 마침 오늘 트롤의 피를 거의 드럼통 몇 개는 될 정도로 담아왔기에 이런저런 실험이 가능했다.
“이제 가평 사람들을 불러오는 게 어떠냐?”
“아, 숙소 문제는 해결 된 건가요?”
“마침 이 주변에 집을 내놓은 사람들이 많더라.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다 인수하기로 했다. 회사 명의로.”
“그럼 가평 분들은 회사에서 고용하는 형식인가요?”
“그렇지. 그래야 서로 편할 테니까.”
자기 땅이 없으면 남의 땅에서 농사를 지어야 한다. 그것을 소작농이라고 한다. 가평 마을 사람들은 현재 자신들의 땅이 지진으로 농사를 짓기 어려운 상태. 그래서 우리 게이트로 들어와서 농사를 지어서 그것을 우리 회사에 납품하는 형식으로 생계를 유지하기로 했다는 얘기.
“내일부터 바빠지겠네요.”
“그렇지. 이제 영지를 본격적으로 키워야지?”
“그래야죠.”
영지를 키운다. 이것은 곧 나와 게이트에 속한 영지민에게 힘이 되는 일이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제대로 영지의 힘을 키울 생각이다. 어느 정도는 대놓고.
자위대 사건으로 게이트 주인들이 좀 자유로워졌으니까. 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게이트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