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5 화 새로운 영지민들 -1
제 65 화 새로운 영지민들 -1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난 게이트 밖으로 나왔다. 호야는 나를 호위······할 생각은 1도 없어 보이는 표정으로 캣타워로 올라가서는 스크레처에 열심히 발톱을 간다. 마치 철천지원수를 만난 것처럼.
마음먹는다면 캣타워 정도는 한방에 날려 버릴 수 있는 호야인데 저러고 있는 것을 보면 웃긴다. 세상 진지한 표정으로.
그런데 저 행위는 고양이의 스트레스를 낮추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 곳곳에 스크레처를 설치해두는 편이 좋다. 호야는 스크레치를 하면서 나를 빤히 쳐다본다. 뭔가 바라는 게 있다는 의미. 난 즉시 바람처럼 움직여 짜먹는 간식을 대령한다.
흡족한 표정으로 간식을 음미하는 호야. 고양이들이 이 짜먹는 간식을 먹을 때의 표정은 세상 귀엽다. 대부분의 고양이들이 다 그렇다.
“자, 일단 인터넷을 좀 보자.”
난 현재 상황을 다시 한번 체크하기 위해서 인터넷에 접속했다. 너튜브에는 수많은 게이트 주인들의 영상이 올라와 있다. 그리고 각 국가에서 제작한 홍보영상도 올라와 있다. 자신의 국가로 오면 게이트 주인에게 어떤 것을 해줄지에 대해서 어필하고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몬스터들의 영상도 올라와 있다. 당연히 게이트 안에서 찍힌 것은 아니고 게이트 밖으로 튀어나온 것들이다.
게이트가 일정 조건에 충족하면 게이트 밖으로 몬스터를 내보낸다는 이야기와 함께.
고블린만 있던 때와 다르게 이번엔 오크도 등장했다. 오크들은 몬스터로 분류하기도 하고, 내 경우는 영지민으로 받아들였으니 아인종으로 봐야 할 것도 같고, 애매하다.
뭐, 그건 내 입장이고,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몬스터로 보일 뿐이라는 점. 댓글 반응은 뜨거웠다. 오크형이라는 애들부터 시작해서 이제 보존식을 쟁여둘 때라는 애들까지 난리도 아니다. 하지만 오크들이 등장한 곳도 도심과 거리가 있고, 민가가 그렇게 많은 곳은 아니라 피해는 경미하단다.
워낙 땅덩어리가 큰 캐나다에서 벌어진 일이니까.
뭐, 중요한 것은 이제 헌터가 되려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훨씬 많아지고 있다는 점. 소설처럼 각성을 해야 헌터가 되는 것이 아니라, 게이트에 들어가서 사냥을 하면 헌터가 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으니 문턱은 소설보다는 훨씬 낮은 편.
그래서인지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헌터가 되기를 바라기도 한다. 하지만 게이트 주인들은 아무나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통제를 따라주는 사람만 받아줄 테니까. 뭐 일단 게이트에 소속이 되면 따를 수밖에 없다고 해도 사고를 칠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그러니 기본적인 인성이 중요하다.
다른 경우라면 국가가 운영하는 게이트인 경우. 그 경우는 국가에서 필요한 인재를 집어넣고, 키울 테니까.
그러다가 어떤 영상을 보았다. 게이트 주인이 자신의 게이트를 광고하는 영상이다.
-내가 가진 게이트는 지구와 시간비가 1:2로 구성되어 있으며, 레벨업을 할 때마다 받는 미분배 포인트가 무려 3이나 됩니다. 게이트 입장권을 딱 20장 팝니다. 경매로 진행할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제 시간비의 비밀까지 털어 놓고 있었다. 그러면서 게이트 출입권을 경매로 팔겠다고 한다. 쌈박한 시도라고 본다. 하지만 겨우 저런······ 거라고 생각하기에는 이미 수 많은 댓글들이 달려 있다.
경매를 어디서 진행하냐는 것부터 시작해서 얼마가 되었건 자신이 사겠다는 사람까지 각양각색이었다. 포인트는 출입권을 사겠다는 것.
“호야, 우리 게이트의 출입권을 팔면 얼마나 할까?”
문득 그게 궁금해졌다. 하지만 우리 호선생은.
퍽!
응징을 가하셨다. 개소리 말란 의미리라. 그래서 개소리를 접고 그냥 우리 영지의 새로운 영지민을 만나러 집을 나섰다.
***
집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카페.
이 카페도 우리 회사 명의로 인수를 했다고 들었다. 아마도 여기에서 아버지는 커피를 파실 생각일 거다. 물론 직접 파시는 것은 아니고, 영지민을 통해서. 파실 거다.
그 카페에 지금 우리 영지민이 되실 분들이 모여 있었다. 여기 있는 분들은 가평의 아버지가 살던 마을에서 사시던 분들로 평소에 친분이 있으셨고, 수년 동안 인성을 봐온 분들.
한 마을에 또라이가 없는 경우가 드문데 특이하게 이 마을 사람들은 모두 심성이 곧았다. 나름 축복받은 마을이라는 이야기. 거기에 마침 마을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라면 우리 영지의 영지민으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안녕하세요, 이장님.”
“그래, 시우구나. 그런데 우리를 불러 모은 것이 너니?”
“아, 네.”
“네 아버지 말로는 농사를 지을 곳을 알선해준다고 들었는데.”
“그것도 맞는 말씀이구요. 그보다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내 말에 이장님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내 귀에 속삭이신다.
“혹시 게이트니?”
“어떻게 아셨어요?”
“네가 준 것이랑, 네 아버지가 준 것이 범상치가 않았으니까.”
의외로 사람들은 참 눈치가 빠르다. 그것으로 게이트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을 보면. 아니, 애초에 숨기려면 아무에게도 게이트의 물건들을 줘서는 안 되었던 것이겠지. 하지만 당시 게이트는 게이트의 물건들을 퍼트리길 바랐다.
솔직히 아직도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게이트는 결국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려고 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일본에서 벌인 일도 그렇고.
“네, 맞아요. 그리고 제가 가지고 있는 게이트가 조금 특별해요. 마을 분들이 현재 농지를 잃은 상태니까. 거기에서 한번 제대로 농사를 지어보시면 어떨까 싶어서요.”
“우리한테 그 헌트인가 뭔가가 되라는 거니?”
“그럴리가요. 그냥 농사를 지으시면 됩니다. 전투를 할 인원들은 따로 있어요.”
“농사만 지으면 된다라······.”
“아마 수익면에서는 이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버실 수 있을 거예요.”
내 말에 이장님은 잠깐 생각을 하다가 말씀하신다.
“어디 수익때문이겠니. 먹고살 걱정이라면 여기에서 그렇게 힘든 사람 없다. 하던 일이 사라지니까. 그게······.”
아마 상실감이 더 큰 문제였던 것 같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거기는 심는대로 자랍니다. 그것도 훨씬 빠르게. 그리고 상태도 최상급이라고 말하기도 미안할 정도로 좋은 결과를 얻으실 거구요.”
“그게 가끔 네 아버지가 가지고 오는 것들이겠구나.”
“네, 참고로 대부분은 밖에서 가져다 심은 것들이에요. 그리고 우리 게이트에는 농사일을 전문적으로 할 분들이 필요하죠. 수익은 3할을 드릴게요.”
3할이라는 말에 이장님의 인상이 찌푸려진다. 소작농에게 3할을 준다고 하면 아마 뒤집어 엎어 버릴 것이다. 무슨 조선시대도 아니고.
하지만 아직 잘 모르셔서 저런 표정이실 거다.
“들어가서 보시면 3할이 절대로 적지 않은 거라는 것을 알 수 있으실 겁니다. 한번 가보시겠어요?”
“잠깐들 상의를 해보마. 그동안 너희 집안 식구들이 우리 마을에서 해온 것들이 있었고, 우리 뒤통수를 치려고 이렇게까지 준비를 하진 않았을 테니까.”
이장님이 나서서 사람들을 설득한다. 그런데 눈이 반짝이는 녀석들이 있다. 시연이와 한 살 터울인 남자아이 둘과 여자아이 하나. 얘들은 시연이와 같은 학교를 다녔었다. 그래서 시연이가 골목대장 역할을 했다고나 할까?
세 명은 게이트라는 말을 듣자 아주 그냥 눈이 반짝인다. 내가 다 쟤들의 눈빛에 눈이 부실 정도로. 아마 헌터가 되고 싶은 것 같다.
“저, 형님.”
“어, 말해.”
나에게 말을 건 녀석은 유도 선수를 하다가 그만둔 녀석이라고 들었다. 이녀석이 유도 선수를 그만두게 된 이유는 부상. 그리고 그 부상은 아마 헌터가 되면 회복되리라 생각된다.
“시연이 누님의 검이 심상치 않던데 혹시······?”
“맞아. 헌터가 된 거지.”
“저, 저도 할 수 있을까요?”
“너 생명을 죽이는 것이 그렇게 쉬워 보이냐?”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 그러고 싶습니다.”
잘나가던 유도 유망주에서 갑자기 부상으로 인해 그냥 꼴등이 되어버린 아이. 이 아이에게는 헌터가 간절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저, 저는 공부를 잘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헌터가 될 수 있을까요?”
꼴등과 일등이 단짝이라는 것이 웃기긴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같이 컸을 테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넌 마법사가 잘 어울리겠다. 이과지?”
“문관데요······.”
“아, 미안. 그럼 뭐.”
“근데 수학경시대회에서 경기도 1등했었어요.”
“이시키! 반전이 있네.”
마법사로 딱이다. 얘로 마법사 스킬 생성에 대해서 실험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전 시연 언니 직속 후배예요.”
마지막으로 여자아이. 얘는 시연이와 같은 검도부란다. 애초에 시연이가 롤모델인 것 같고. 시연이 이름을 말할 때 눈이 반짝였다.
“근데 너희들 부모님한테 허락은 받았냐? 그거 너희 마음대로 막 하고 그럼 안 된다.”
“저희는 성심원 소속이예요.”
성심원은 우리 마을 외곽에 있던 보육원이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워낙에 좋아서 여러 가지 지원을 해줘서 아이들이 구김이 없다. 확실히 여러 가지로 대단한 마을이다.
“그럼 너희는 성심원 대표로 온 거야?”
“네, 원장 엄마랑이요.”
애들의 집안 사정에 대해서 몰랐는데, 성심원 소속이라니 괜히 더 마음이 간다.
“어? 방금 뭔가 불쌍하게 보는 표정으로 우리를 본 것 같은 느낌인데요?”
“아닌데? 됐고. 그래서 헌터가 되겠다는 얘기지?”
“네!”
“다른 애들 중에는?”
“다른 애들은 헌터를 시키기엔······.”
“너희가 제일 큰 애들이냐?”
문과 수학 천재가 대답한다.
“지금은 그래요. 예전에 있던 형들이랑 누나들은 독립했거든요. 뭐 강제 독립이긴 했지만.”
스무살이 될 때에 보육원에서 나가야 한다는 국가의 법이 있다. 돈 몇백을 쥐여주고 세상으로 애들을 내던지는 거다. 원래도 부모의 도움을 받지 못했던 아이들을 그렇게 세상에 던진다.
“그 친구들은 성격이 어떤데?”
“독해요. 하지만 나쁘진 않아요. 우리한테는 엄청 잘 해주기도 했고, 지금도 한 번씩 찾아와서 애들 챙겨주거든요.”
그 정도 인성이면 일단 합격이라고 봐야하지 않을까? 의도치 않게 헌터 후보생들도 생기는 느낌이다.
“그 친구들도 오라고 그래. 돈 잘 벌 수 있다고.”
“진짜요?”
“그럼 내가 어린 너희들 데리고 뻥치겠냐?”
“그런 어른들이 많거든요.”
할말이 없다.
“미안. 하지만 난 그런 어른은 아니야. 그런 어른이 되면 요녀석이 날 용서치 않을 거거든.”
호야가 뭔 개소리냐는 듯이 나를 쳐다본다. 하지만 안다. 호야는 나를 바른길······.
퍽!
닥치고 간식이나 내놓으란다. 난 재빨리 주머니에서 간식을 꺼냈다. 서른이 넘어가는 최시우. 준비를 할줄 아는 남자다.
“그럼 바로 연락해볼게요.”
“그래. 억지로 하라고는 권하지 말고.”
“네!”
아이들이 연락을 돌리러 자리를 뜨자 이장님이 돌아오셨다.
“가세. 가서 보고 판단함세.”
“그러시죠. 그럼 20분 후에 출발하겠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게이트로 들어가기로 했다. 서류나 그런 것들은 의미가 없다. 어차피 이제는 내가 게이트 주인이라는 것을 거리낌없이 드러내도 되는 환경이 만들어졌고, 저들은 내 게이트에 속하면 나에게 반기를 들면 능력을 잃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