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6 화 새로운 영지민들 -2
제 66 화 새로운 영지민들 -2
마을 사람들의 숫자는 대략 70여 명이다. 그들에게 난 임시 출입허가를 내주었고, 다들 안으로 들어왔다.
성심원 소속으로는 원장님과 고딩 3인방인데 고딩 3인방은 쪼르르 시연이에게 달려갔다. 덕분에 난 대부분이 어르신인 주민들을 모시고 농장 투어를 시작했다.
“이쪽이 여러분이 농사를 지으실 곳입니다.”
“생각보다 크지 않은데?”
이장님의 말씀에 난 웃으면서 말했다.
“참고로 사방 어느쪽으로 개간을 하셔도 됩니다. 보시기엔 넓어 보이지 않지만 개간은 무한으로 하실 수 있습니다. 내부 공간이 넓어지거든요. 게이트의 특수성입니다.”
게이트의 특수성이라는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이럴 때는 오히려 잘 몰라서 잘 먹히는 부분이다. 어렵게 공간이 어쩌고 하는 설명은 필요 없었다.
“일단 여기에 대파를 좀 심어두겠습니다. 그리고 한 바퀴 돌고 와서 대파가 어떻게 되었는지 살펴보도록 하죠.”
대파는 잘 자란다. 밖에서도 잘 자라는데 여기서는 더 잘 자란다. 그러니 아마 투어를 끝내고 돌아오면 다 자라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식물의 성체, 그러니까 다 자란 상태에서는 성장이 멈춘다는 점이다. 아니라면 괴물처럼 자라 있는 대파 숲을 보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마을 분들은 꼼꼼하게 여기저기를 살펴보셨다. 축산 관련 일을 하시던 분들은 축사들을 살펴보시며 조금 표정이 풀렸다.
처음에 몇 마리로 시작해서 지금 몇 마리라는 것까지 알려드리자 손이 근질근질 하시는지 축사의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여기는 이렇게 해야 한다, 저기는 저렇게 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신다. 그 말에 따라서 오크들이 빠릿하게 움직인다.
그리고 아주머니들과 할머니들은 어머니가 계신 오크 수공업 공장으로 항하셨다. 그곳에서 어머니는 모두를 반갑게 맞이해주셨고, 아주머니들과 할머니들은 어머니의 작업장에 매우 관심을 크게 보이셨다.
아주머니들은 그렇게 어머니의 공장에 빠져들었고, 아저씨들은 두 부류로 나뉘셨다. 한 부류는 농사 쪽에 관심을 보이셨고, 한 부류는 축산 쪽에 관심을 보이신다.
난 마을 사람들이 알아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그대로 지켜보았다. 그러다가 시연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
시연이는 아이들을 두고 일장연설을 하고 있다. 그러니까 요지는 미래는 게이트라는 이야기다. 그 얘기는 엄청 폼잡고 떠들고 있는 거다. 아이들은 또 거기에 엄청 빠져들어 있다.
“내가 미노타우르스랑 맞다이를 뜨는데 말이지. 얘가 막 뿔로 나를 찌를라고 그러잖아? 이 연약하고 아름다운 몸을 어디 찌를 곳이 있다고! 안 그래?”
“네!”
“그러취! 하지만 내가 누구냐? 미녀 검사라는 말씀 내가 이 검으로 슉슉, 이것은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다. 내 검이 휘둘러지며 풍압으로 나오는 소리다. 참고해라.”
“네!”
“······해서 결국 그 미노타우르스에게 영원한 안식을 선물했다는 얘기지. 훗.”
가관이다. 실제로 시연이가 미노타우르스랑 맞짱을 뜰 실력은 되고, 맞짱도 떴겠지만, 저게 저렇게 얘기할 건더기가 있나?
그런데 놀라운 것은 저 아이들의 눈빛이 마치 세계적인 아이돌을 직접 영접한 것 같은 눈빛이라는 거다.
“넘어갔네.”
냐앙.
호야가 흐뭇하게 시연이를 쳐다본다. 뭔가 호야는 사장님이고, 시연이는 영업부장 정도 되는 느낌이다. 저러지 않아도 어차피 넘어올 애들이라는 것이 함정.
“어디 보자. 너희들 사이즈를 좀 측정하고, 이 내가 직접 장비를 만들어 주겠노라.”
“우와아아아!”
아무래도 아이들은 시연이에게 맡기는 편이 가장 잘 맞는 일인 것 같았다. 그래서 난 모른척 하고 나오는데, 선우가 내 어깨를 툭 친다.
“시연이가 원래 저런 애냐?”
“태풍의 전학생이 꿈인 애다. 뭘 바라냐?”
“거참······ 헌터로 타고난 아이일세.”
이놈은 또 뭘 감탄을 하고 있지? 내가 어이가 없어서 선우를 쳐다보니 선우가 웃는다.
“야, 저게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냐. 보통 헌터가 되겠다고 들어와서 늑대 한 마리 죽이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뭐? 왜?”
“뭐가 왜야? 하긴 너 같은 사이코패스는 이해하기 어렵겠지. 보통은 말이다. 생명체를 죽인다는 것에 본능적인 거부감 같은 것을 가지기 마련이거든.”
“안 죽이면 내가 죽는데?”
“그런 상황까지 가는 경우는 별로 없지. 선배 헌터들이 지켜보고 있으니까.”
“아, 그런가? 난 애초에 안 죽이면 내가 죽겠다는 생각으로 싸워서.”
“호야가 있는데?”
“그땐 호야가 사라졌었어. 정확히는 매복하고 있었지만 내 눈에는 없어진 것으로 보였지.”
“뭐, 보통은 그래서 헌터를 포기하는 사람이 많거든. 하지만 너희 가족은 처음부터 잘 죽였잖아.”
“그건 오크들의 도움이 있었지.”
정확히는 워크라이 덕분이었다. 버프를 받고, 전투에 대한 거부감을 지웠던 것이니까.
“아무튼, 여기는 축복받은 곳이다. 이따가 우리 가족도 넘어올 거야. 알지?”
“어, 모시고 오면 나 불러.”
“그래, 그러자.”
선우의 가족들, 정확히는 부모님과 아직 시집을 안 가신 누님이 오신단다. 뭐 누님이라고 해봐야 우리랑 한 살 차이라 시집을 안 간 것이 이상할 것은 없다. 요즘은 결혼이 늦으니까.
그 누님의 경우 우리가 어린시절부터 봐와서 그런지 내 친누나 같기도 하고 그렇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른 나라에 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마침 들어왔나보다.
“그럼 이따가 보자.”
“어.”
난 그 후에 어르신들의 투어를 마치고 대파를 심어두었던 곳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장님을 비롯해서 어르신들은 깜짝 놀라신다.
“이게 아까 심은 그거라고?”
“네, 맞습니다. 보시다시피 우리 밭에서는 작물이 밖에서보다 훨씬 빨리 자랍니다. 그래서 제가 3할이라는 조건을 건 것이고, 이 대파의 경우는 변비에 매우 뛰어난 효능을 보이고, 반 개를 먹은 시점부터 일주일간 면역력을 크게 증가시킵니다. 한 마디로 감기 같은 것은 물론 웬만한 바이러스성 질병에 안 걸린다는 얘기죠.”
“그건 원래 대파도 가지고 있는 성질이 아닌가?”
이장님의 말씀에 다른 어르신들도 고개를 끄덕이신다.
“막연히 그렇다가 아니라, 이건 바로 효과를 봅니다. 변비가 있는 사람이 대파를 3분의 1만 먹어도 바로 시원한 변을 볼 수 있죠. 아, 그렇다고 멀쩡한 사람이 갑자기 급똥을 싸게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호! 진짜로?”
“네.”
“그럼 어디 내가 한 번 먹어보지.”
어르신 한분이 나서신다. 나이가 들면 대장운동 기능이 떨어져서 변비를 겪게 되는 어르신들이 많다. 그리고 마을에도 그런 분들이 많으셨다. 그중 한 분이 나오신 거다.
“그냥 드셔도 되겠어요? 맛은 밖에서 나는 대파보다는 달긴 하지만.”
“뭘 이런 걸 가지고.”
와작.
어르신의 눈이 동그랗게 떠지신다.
“이거 그냥 날로 먹어도 시원하고, 달달한 것이 장난이 아닌데?”
그러시면서 거의 하나를 다 드신다. 그리고 5분쯤 뒤.
“화, 화장실이 어디야?”
“저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다녀옴세.”
다른 어르신들도 놀라신다. 그리고 몇 분이 대파를 슬쩍 가져가신다. 그리고 맛있게 드신다. 그리고 우리는 투어를 잠시 중단했다.
***
“그것 외에도 이 딸기는······." 난 여러 작물들의 효능을 말씀드렸다. 그리고 다들 놀라신다.
“그게 참말이란 말이지?”
“네, 제가 괜히 농담을 할 이유가 없죠. 게이트에서는 그런 것들이 생산됩니다.”
“별천지구만.”
“그러게 말이여.”
“다들 어찌 생각해요?”
이장님의 말씀에 어르신들이 고개를 끄덕이신다. 그러다가 한 어르신이 말씀하신다.
“일단 여그 공기가 우리 가평보다 더 좋구만.”
“그건 그렇죠.”
“우리들이야 이제 집도절도 없는데, 그냥 여서 살아도 되는 거 아녀? 보니까 오쿠인가 하는 애들이 집도 잘 만들더구만.”
의외로 어르신들은 오크에 대해서 별다른 거부감을 보이지 않으셨다.
내가 걱정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였다. 오크들이 힘도 좋고, 일도 잘 한다는 말에 좋아하신다. 농촌에는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사라졌다. 그래서 그런지 오크들을 일꾼으로 생각하고, 마음에 들어하시는 거다.
기술이 있으셔도 그것을 실현시킬 체력이 조금 부족한 분들이 많으시니까. 오크들은 그런 어르신들의 손발이 되어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오크들의 숫자는 빠르게 불어간다. 아마 내 생각에는 어느 정도 규모가 될 때까지는 계속 불어났다가 규모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어르신들마다 오크 한 명 정도씩은 일꾼으로 충분히 쓰실 수 있다. 그렇다고 노예는 아니다. 오크들도 나름 얻는 것이 있을 테니까.
오크들이 뭘 얻냐고? 그건 오랜 세월 농사와 축산을 하신 어른들의 지혜와 노하우다. 우리 오크들은 세계 최강의 오크 주민들이 될 거다. 오크들은 어른들을 공경한다. 나이가 많은 오크가 적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지혜롭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오크들은 노인오크가 없다. 생존을 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어르신들을 오크들도 반긴다.
“물론, 원하시면 이 안에서 거주를 하셔도 됩니다. 주거환경은 제가 마련하겠습니다. 하지만 밖에서처럼 편리함은 아마 한참 지나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게 뭔 대수라고. 우리 어릴 적에는 다 그랬는데.”
하긴 그럴 만도 하다. 어르신들의 집 중에는 수세식 화장실을 쓰지 않는 집도 있었을 정도니까.
“그럼 다들 의견을 모은 것 같으니, 정하자고. 다들 찬성하십니까?”
이장님의 말씀에 다들 동의를 표하신다.
“근디 자식들이 놀러오겠다고 하면 어쪄?”
“아, 그럴 때는 밖에서 만나시면 됩니다. 밖에 숙소들은 그대로 유지를 할 테니까요.”
“그런감? 그럼 별 문제도 아니겠구만.”
“사실 애들이야 서울에 있는 애들이 대부분이잖여. 그럼 직접 놀러갔다 오면 되지 뭘 그랴?”
“하긴 것도 그러네.”
공기가 끝내주는 섬인데다가 농작물도 쑥쑥자라고, 일꾼도 있고, 작물들은 비싼 값에 팔 수 있다고 하니 어르신들은 매우 흡족해 하셨다.
그렇게 새로운 영지민들이 총 75분 등록을 하셨고, 이제 성심원 쪽만 결정을 하면 된다.
***
“아이들은 교육이 필요해요.”
“물론입니다. 밖에 성심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 건물을 하나 알아보겠습니다.”
원장님은 매우 온화한 인상을 가진 분이다. 아이들은 친자식처럼 돌보시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 헌터가 되겠다는 녀석들은······.”
“완전히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어이없이 다치게 하지는 않겠습니다. 그건 약속드릴게요. 아이들을 무방비한 상태로 내몰지는 않을 겁니다.”
“그거면 됐어요. 그런데 차라리 우리 아이들도 이 안에서 생활을 해도 될까요? 학교야 여기에 있다가 나갔다 오면 될 테니까.”
“그렇게 하세요. 그럼 넓은 터에다가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성심원을 만들도록 하죠.”
“고마워요.”
그렇게 성심원 식구들 36명도 영지민이 되었다. 아직은 갓난아이부터, 어린 아이들이 대다수였지만, 마을에는 원래 아이들이 뛰어놀아야 사람 사는 맛이 나지 않겠는가.
그리고 이제 난 우리 게이트를 공개할 생각이다. 자세한 것까지는 아니고 게이트의 주인이 나라는 것과 우리 게이트에서 특별한 것들이 나온다는 것 정도는 공개하려고 마음먹고 있다.
오히려 이걸 공개하는 편이 우리 게이트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다. 아, 미스릴은 감출 거다. 아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