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7 화 게이트 등록
제 67 화 게이트 등록
영지민들을 새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여러 가지 충돌을 예상해야 되는 문제였다.
가장 먼저.
“그러니까 자네가 영주라는 거군.”
“네, 일단 시스템은 그렇게 말을 하고 있어요.”
영주라는 것에 대한 이해도가 일단은 필요한 부분이었다. 부모님 세대보다도 윗분들이니 영주라는 것을 이해시키는 문제보다는 일단 거부감을 먼저 보이셨다. 영주라는 직업에 대한 이해도를 예전 악덕지주 정도로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았다.
“시스템이라는 것이 뭐냐?”
“게이트라고 하면 오히려 이해하시기 쉽겠네요.”
“긍께, 게이트라는 것이 너를 영주로 임명했고, 우리는 영지민이라는 얘기지?”
“네, 그렇다고 막 세금을 걷고 그런 것은 아니구요. 이미 계약을 하셨으니 그럴 이유도 없구요.”
“뭔가 상당히 그런 부분이 있구만.”
“어르신들께는 굳이 말씀 안 드려도 될 것 같아요. 전 이장님이 아셔야 할 것 같아서요.”
“그럼 내는 인쟈 이장이 아닌 겨? 하긴 마을이 사라져뿐데 뭔 이장이겠냐만은.”
이장님은 이장이라는 직책에 대해서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계시던 분이다. 그렇다고 권리를 누리고, 그것으로 남을 못살게 군다거나 그런 분은 아니고, 말 그대로 명예로 생각을 하시는 것.
“그럼 이렇게 하죠. 여기에 가평 두본리 마을 촌장으로 임명해드릴게요. 앞으로도 이장님이 촌장으로 마을 분들을 챙겨주세요.”
“그, 시스템인가 뭔가에서 인정을 하는 건가?”
“네, 제가 직접 임명하는 거니까요.”
“하하하, 내가 그런 것을 바란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해봄세.”
“부탁드려요.”
-사호 영지 내에 최초의 공식 마을을 설립하였습니다.
마을 이름 ‘두본리 마을’의 초대 촌장으로 이덕수를 임명합니다.
“상태창이라고 한번 생각해보세요.”
“상태창? 오메.”
아마 촌장님은 헌터로 아직 각성을 하지는 않았지만, 촌장으로 임명이 되면서 상태창이 뜰 것이다. 그리고 난 그것을 옆에서 관찰로 볼 수 있었다.
이름: 이덕수
직업: 두본리 마을 촌장
소속: 시호영지 두본리 마을.
스킬: 민심장악(액티브) 3레벨, 생산 증진(패시브) 2레벨.
아직은 능력치도 개방되지 않았지만, 공식적으로 게이트는 이덕수 촌장님을 촌장으로 인정하고 거기에 어울리는 스킬까지 주었다.
이장, 아니 이제는 촌장님은 싱글벙글하며 돌아갔다. 영주에 대한 문제는 걱정을 하지 말라면서.
“역시 영지 안에 마을을 설립할 수 있구나. 그렇다면.”
난 오크 주거지도 마을로 설립해보았다. 그러자 역시 설립이 가능했다. 오크 마을의 촌장은 카락으로 정했다. 애초에 녀석 말고는 다른 후보가 있을 수 없었으니까.
그리고 따로 영지 경비대를 설립했다. 경비대장은 당연히 오크 전사대의 대장인 카르독으로 임명했다. 그러자 저 멀리고 카락과 카르독이 달려온다.
크롹! 카르륵!
엄청 흥분한 모습이 아마 쟤들한테도 알람이 뜬 것 같다. 그런데······ 쟤들도 문자가 있는 건가? 그걸 어떻게 알아보지?
아무튼, 둘은 나에게 달려와서는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뜻을 전한다.
“카락은 앞으로 마을에 불편한 것이 없는 지 잘 챙기고, 지금 짓고 있는 두본리 마을 건설 잘 챙기고.”
쿠락!
“카르독은 지금처럼 주변 순찰을 잘 하면서 전사들을 키워내고, 앞으로 넌 영지 경비대장이면서 우리 영지 최초의 기사다. 기사가 뭐냐하면······.”
난 카르독에게 기사가 무엇인지 설명을 하고, 그 의무와 권리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주었다. 물론 내가 소설에서 본 것을 참고해서 해준 얘기다.
카락은 절도 있는 모습으로 가슴을 두드리며 인사를 한다. 진짜 기사처럼. 사실 거의 풀 플레이트메일을 입고 있는 카르독은 기사로서 손색이 없는 모습이기도 하다. 저것은 무려 미스릴로 만들어진 것이다.
“제 1 오크 기사단의 단장으로도 임명한다. 앞으로 싹수가 보이는 애들은 키워서 기사로 육성하도록.”
크락!
매우 기뻐한다. 아마 오크 기사단은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의 핵심 전력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때 저쪽에서 시연이와 선우, 그리고 고딩 3인방이 달려온다.
“야! 우리는 왜 기사 안 시켜줘?”
선우의 말에 난 작게 한숨을 쉬고 말했다.
“넌 제 1 인간 기사단의 단장으로 임명한다. 시연이는 부단장. 너희들은 아직 수습 기사 후보생이고. 너희들은 레벨 40되면 그때 정식 기사로 임명해주마.”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선우가 웃으면서 한쪽 무릎을 꿇고 그렇게 말하자 시연이도 따라하고, 얼떨결에 고딩 3인방도 따라한다. 그러다가 전교 1등이 말한다.
“저, 그런데 전 마법사를······.”
“아, 넌 제외. 넌 마법사로 육성할 계획이니까.”
“네!”
고딩 3인발은 각각 유도하던 놈이 성수, 여자 검사를 꾼꾸는 녀석이 미희, 전교 1등이 성민이다.
“성민이 너는 따로 나한테 교육을 받도록 하고, 선우 너는 성수랑 미희한테 기본적인 궁술을 가르치고, 시연이 넌 헤르티안 검술 가르치고.”
“네, 영주님!”
“네!”
“그래, 앞으로 그렇게만 해라. 다들 원래 위치로 돌아가고 선우만 남아.”
“어.”
애들이 돌아간 후에 난 선우에게 물었다.
“부모님이랑 누나는 어떠시다고 하시던?”
“대박이라고 그러지. 그런데 우리 누나가 좀 심상치 않다.”
“뭐? 왜?”
“아마 누나 미국에 있을 때 거기 게이트에 들어갔었나봐. 자세한 얘기는 이따가 하자고 그런다.”
“그래, 그럼 이따가 찾아와.”
“어. 부모님은 여기에 집을 두고 가게만 운영하고 싶다고 하실 정도야. 여기 공기가 좀 좋냐?”
“하긴 건강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지.”
“그래서 집을 만들 생각이다.”
“잘 생각했다. 풍경 좋은 곳을 골라라.”
내 말에 선우가 피식 웃는다.
“여기 풍경 안 좋은 곳을 고르는 게 더 힘들다.”
“하긴 그러네.”
확실히 이곳은 이세계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신세계다. 섬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사방 어디를 봐도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었고, 말이다.
“그럼 이따 누나랑 같이 보자.”
“그래.”
***
아버지는 요즘 제일 바쁘시다. 밖에서 회사를 만드시고, 공장을 알아보시고, 직원들을 모집하신다. 그것을 내가 도우려고 했지만, 아버지는 영지 일에나 신경을 쓰라고 하셨다. 그건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다행인 점은 아버지 레벨도 이제 45가 되셨기에 웬만한 젊은 이들 열 명은 찜쩌먹을 체력을 보유하고 계시다는 점이다. 덕분에 매우 의욕적으로 회사를 만들어가고 계신다.
어머니는 요즘 가내수공업으로 만든 제품들을 여럿 선보이셨는데, 하나같이 놀라운 것들이 많았다. 거기에 아주머니들과 할머니들이 합류하면서 더 많은 디자인의 옷들이 만들어진다.
조만간 아에 디자인 회사에 의뢰를 넣어서 옷들의 디자인을 맡길 생각도 하고 계신다. 그리고 선우의 아버지.
선우의 아버지는 아예 선우 가게와 벽을 허물고, 캠핑용품점을 정리하기로 하셨다. 내가 공식적으로 게이트 주인임을 드러내기로 하면서 아예 우리 시호 영지의 물건들을 전문적으로 내다 파실 생각이시란다.
돈을 긁어모을 거라고 기대가 크시다. 내가 생각해도 돈은 장난 아니게 벌릴 것 같다.
그럼 이제 문제는 내가 게이트 주인이라는 것을 어떤식으로 알리냐는 것이다. 그 도구로 난 이 서류를 쓰고 있다.
최근에 바뀐 법으로 게이트 주인은 정부에 신고를 하면 게이트와 그 주변일대의 매입자금을 지원해준다. 국가에서도 게이트 주인을 잡기 위해서 나름 애를 쓰는 거다.
“여기 접수요.”
“네.”
직원은 서류를 꼼꼼히 살펴보다가 말한다.
“일단 시찰을 한 번은 나가야 하는데 말이죠······.”
시찰이라는 말에 내가 인상을 쓰니 직원의 표정이 굳는다.
“그, 그게 무슨 불이익을 드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게이트가 정말 존재하는지만 확인하면 되는 거거든요.”
“뭐, 그 정도야. 당연히 확인을 해야겠죠.”
“네, 게이트가 존재하고, 그 안에 잠깐만 들어갔다 나오면 시찰은 끝이구요. 원하신다면 직원을 게이트 소유자께서 직접 고르셔도 됩니다.”
“혹시 이름이······ 김미영 팀장님이시네요. 아주 익숙한 이름이네요.”
“호호, 덕분에 곤란한 일도 많긴 해요.”
그럴 것 같은 이름이다. 웬지 전화가 오면 바로 끊어야 할 것 같은 이름.
“김미영 팀장님이 오실 수도 있나요?”
“네, 괜찮아요. 저도 시찰팀에 소속되어 있거든요.”
“그럼 언제 가능하죠?”
“원하신다면 지금이라도 가능합니다.”
“그럼 바로 가시죠.”
“네? 바로요?”
“네, 된다면서요?”
“아,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준비해서 나오겠습니다.”
그렇게 김미영 팀장님과 함께 우리집으로 왔다. 그리고 게이트를 확인시켜주었다. 김미영 팀장님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구청으로 함께 이동했다.
“게이트 소유자라는 증명서구요. 게이트에서 나오는 물품들의 세금은 0.5%로 책정되어 있습니다. 이에 동의하시나요?”
0.5%라면 백만원짜리를 팔면 5천원을 낸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세금이 훨씬 적다.
“네, 동의합니다.”
“봐두신 가게라던가 그런 것이 있을까요?”
“네, 여기요.”
선우의 아버지가 준비해준 서류를 내밀자 곧장 처리를 해주었다.
“생각하시는 게이트 이름이 있을까요? 없으시다면 저희가 임의로.”
“시호 게이트라고 해주세요.”
“시호 게이트로 그럼 기록하겠습니다. 그럼 이 가게는 공식적으로 시호 게이트 상점으로 등록됩니다. 동의하시나요?”
“네, 동의합니다.”
“그럼 일단 게이트 등록 수속은 끝났습니다.”
“감사합니다.”
“혹시 다른 나라로 망명을 생각하신다면 그 전에 저희를 한 번 찾아와주세요. 저희에게 꼭 있어달라가 아니라 저희도 할 수 있는 것을 한 번 알아볼 시간을 부탁드리는 겁니다.”
“그렇게 하죠.”
예전과는 너무 다른 태도다. 그리고 웃긴 일은 게이트 주인들이 공식적으로 게이트를 등록하기 시작하자 이전까지는 알려지지 않았던 물품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는 거다.
새로운 광석부터 시작해서 새로운 동물, 식물들까지. 그래도 대충 살펴보니 우리 게이트보다 좋은 곳은 없어 보인다. 그리고 김미영 팀장은 게이트에 잠깐 들어갔다 나온 것뿐이기에 우리 게이트를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얼핏 보면 그냥 섬이었으니까.
하지만 곧 알게 되리라. 우리 영지가 얼마나 대단한 영지인지.
“한 가지 물어도 되나요?”
“네, 얼마든지요.”
“혹시 게이트 주인간에 다툼이 벌어지기도 하나요?”
내 질문에 김미영 팀장의 표정이 굳는다.
“그, 그런 것을 왜 물으시는지?”
“어디서 본 것 같아서요. 그게 사실인가 싶은 생각에요.”
“그런 일이 있긴 했다고 저도 들었어요. 하지만 그것은 원칙적으로 불법입니다.”
“원칙적으로는 그렇지만, 막을 방법은 없다는 얘기로 들리네요.”
“시호 게이트 주변에 경찰병력들이 순찰을 돌게 될 겁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김미영 팀장은 내가 공격당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난 슬쩍 안심한다는 얼굴을 보이고 구청을 나섰다. 그랬더니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