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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학개론-72화 (72/182)

제 72 화 의외네, 얘들?

제 72 화 의외네, 얘들?

난 호야는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러자 호야가 내 시선을 피한다. 보통이라면 ‘어쩔?’이라는 식으로 행동할 텐데 말이다.

“너, 뭔가 숨기고 있지?”

냐앙?

세상 귀여운 표정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는 호야. 저 눈빛에 난 추궁은 나중으로 미루기로 한다.

“일단 헬레나.”

“네.”

“궁금한 것이 있는데, 혹시 바람의 일족은 늘 이 모습인 거죠?”

“아, 아닙니다. 사실 이 모습은 우리의 전투형 모습입니다. 보통이라면······ %#$%#$%.”

뭔가 주문을 외우더니 인간 여자의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완전한 여자의 모습으로 변했다.

다만 문제랄 것은.

“이, 이걸로 가리세요.”

하체에 아무것도 입지 않은 모습이 되었다는 것. 난 서둘러 가릴 것을 건냈다.

“궁금하시는 것 같길래.”

부끄러워하는 것을 보니 일반적으로 우리가 부끄럽게 여기는 것을 똑같이 부끄러워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통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변신하고, 옷을 입는답니다.”

“다행이네요. 상식이 우리 인간이랑 같은 것 같아서.”

“우리도 원래는 인간이었으니까요.”

원래는 인간이었다는 말. 그것은 지금은 인간이 아니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이 부분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그런데 변신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게 가장 잘 맞는 말인 것 같네요.”

“네, 변신이라고 하죠. 변신해도 입을 수 있는 옷을 마련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저희도 그 부분을 연구하긴 했지만······.”

못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부분은 우리 어머니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이제 하루에 필요한 바람의 일족 사······ 식량의 규모를 알아야겠죠? 설마 우리에게 모든 식량을 다 책임져 달라는 이야기는 아니겠죠?”

“물론이죠. 대략 500명 정도의 바람의 일족이 먹을 식량이 부족합니다. 나머지는 우리가 자급자족을 할 수 있습니다.”

다행이다. 2천 명을 먹여야 된다면 그건 너무 엄청난 양이니까. 뭐 그 4분의 1이라고 해도 적은 양은 아니긴 하지만.

“그런데 혹시 풀을 그냥 먹지는 않겠죠?”

말이라면 평화롭게 풀을 뜯는 것이 국룰 아니겠는가? 물론 우리 까망이는 고기고 먹긴 한다만.

“말씀드렸듯이 우리는 인간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네. 그래서 최소한 한 끼는 풀이 아닌 것을 먹어야 하죠.”

“으음?”

그러니까 저 말은 두 끼는 그냥 풀을 먹는단 얘기잖아? 뭔가 이 여자 대화법이 요상하다. 결국 하루에 한 끼, 그것도 500명분의 식량이 필요하다는 이야기. 대충 사료로 이것들을 해결하려고 하면 상당한 돈이 필요할 거라는 이야기.

지구의 하루가 여기의 5일이니까 지구 기준으로 하루에 2500명의 사료가 필요하다는 이야기.

“그럼 한 끼 식사량이 얼마나?”

“이게 우리에게 제공할 식량인가요?”

“네, 보시겠어요?”

“우리 전사들에게 배급을 해주고 싶어요.”

“그러세요.”

난 사료 한 포대를 가지고 왔다. 한 포대는 20킬로그램의 대용량이다.

그것을 밥공기에 하나씩 나눠주었다. 그랬더니 전사들이 그것을 음미하며 먹기 시작한다. 참고로 얘들도 다 변신을 해서 인간 모습이다. 인간 모습으로 사료를 먹으니 조금 뭔가 그렇긴 하다. 조금 그렇다는 얘기일 뿐이지, 뭐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벌어진다. 전사들이라면 일단 많이 먹는다. 왜? 몸을 움직이는 애들이니까. 그런데 얘들은 밥공기 하나를 다 먹지 못하고 밥그릇을 내려놓는다.

“입에 안 맞습니까?”

“아뇨. 무척이나 맛있다고 합니다. 오히려 과식을 한 것 같네요.”

“저게요?”

“네, 확실히 이 영지가 풍요로운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하네요.”

“헐.”

얘들 겁나 소식하는 애들인가 보다. 그렇다면 사료를 수급하는데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다행이다.

“그럼 보통때는 이 모습으로 지내나요?”

“네, 이게 훨씬 경제적이니까요.”

하긴 말의 하체로 변신하면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할 것 같다. 아무튼, 걱정은 덜었다.

“앞으로 지내게 될 곳을 알려드리죠, 카락.”

크롹!

카락이 다가오자 헬레나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난 그런 그녀에게 말했다.

“참고로 우리에게 당신들이나 저들이나 같습니다.”

내 말에 헬레나가 멈칫하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편협했습니다.”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이제 당신도 우리 영지민이고, 저들은 당신들보다 먼저 우리 영지민이 되었던 이들이라는 점은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제게 선택을 강요하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카락은 우리의 이야기를 듣다가 미소를 지으며 헬레나와 일행들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

헬레나 일행들은 카락의 안내를 받아서 자신들이 원하는 위치에 자리를 잡기로 하고, 우리 영지의 건설부가 그들의 집을 지어주기로 했다.

일단 현재 우리 영지의 집들은 규격이 정해져 있기에 새로 집을 짓는 것도 금방이다. 벽돌 공장도 잘 돌아가고 있고, 그 외에 필요한 자재들도 알아서 오크들이 잘 수급한다. 정말 오크들은 복덩어리들이다.

숫자도 빠르게 늘고 말이다.

걱정은 헬레나 일족은 여자는 헬레나 하나고, 나머지는 다 남자들이던데······ 성비는 어쩌지? 그런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걱정 정도?

난 그런 걱정을 하면서 유리세공 스킬을 얻기 위해서 다시 유리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내 옆에는 내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 보조를 하고 있는 카락이 있다. 나를 제외하면 웬만한 제작 스킬을 다 가지고 있는 것은 카락일 것이다.

“카락. 재미있냐?”

크락.

카락은 고개를 격하게 끄덕인다. 가만보면 이놈은 참 탐구심이 넘쳐나는 놈이다.

“그래, 한 번 스킬을 만들어 보자. 이게 뭐냐면······.”

난 복습을 하듯이 카락에게 내가 하는 것들을 설명하며 유리를 만들어갔다. 그리고 몇 번의 실패 후에 결국 유리 관련 스킬을 만들었다.

-유리 제작(액티브) 1레벨 스킬을 얻었습니다.

유리 세공을 얻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작을 얻었다.

“일단 오늘은 이걸 더 올리도록 하자.”

난 유리 제작 스킬을 3레벨까지 올린 후에 지구로 향했다.

***

지구에 와서 먼저 회사로 갔다. 회사에서 대량으로 사료를 주문하고, 사료를 우리 집에서 받기로 한 후에 몇몇 일을 처리하고 선우네 잡화점으로 향했다.

선우 아버님은 요즘 싱글벙글하신다. 장사가 잘 된다는 것은 딱히 돈에 욕심이 없어도 장사꾼들에게는 신이 나는 일이라고 하신다.

“요즘은 다른 게이트의 물품들까지 납품하고 싶다는 연락이 자주 온다.”

“그래요?”

“어, 그래서 말인데······.”

“아버님이 알아서 하세요.”

“그럴까?”

“네, 우리 게이트 물품을 판매하기 위해서지, 우리 게이트 물품만 판매하기 위한 것은 아니니까요.”

“역시 그렇지?”

“네.”

“그리고 이 옆에 갈비집 있잖니?”

“네.”

“거기서 소고기를 납품받고 싶다고 그러는구나. 그 옆에 삼겹살집에서도.”

“음. 일단 소고기는 가능할 것 같은데, 돼지 고기는 좀 교배를 해서 ‘그게’ 없는 고기가 생산되면 납품을 하도록 하죠.”

소고기의 경우는 능력치가 붙지 않는 고기의 경우 맛이 뛰어나고, 체력을 회복시킨다는 옵션이 달려 있다. 그러니 판매를 한다면 저 갈비집은 대박이 날 것이다.

워낙에 소는 여러 종을 데리고 와서 교배를 통해서 수를 늘렸기에 그런 결과를 얻었다. 다른 고기는 힘이 붙는 것이 있다. 하지만 섬 멧돼지들은 단일종이라 일단 한돈을 데리고 가서 교배를 해볼 생각이다. 그러니 당장에 상품으로 내놓을 수는 없다.

잡화점에서 판매하는 물품은 능력치가 붙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하니까.

“그래, 삼겹살 집은 좀 기다려달라고 하지 뭐.”

“갈비집 사장님은······.”

“걱정 마라. 나랑 죽마고운데 진국이야.”

“뭐 아버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그리고 치킨집이 장난 아닌데? 하루에 200마리 가능하냐고 하더라.”

“지금 양계장 규모면 가능하겠죠?”

“가능은 하지. 그런데 한곳에만 너무 몰아주는 것은 아닌가 싶어서.”

“그건 아버님이 알아서 조절하세요. 우리 영지 상업부 수장은 아버님이니까.”

“내가? 하하하. 그랬던 거였어?”

“물론이죠.”

선우 아버님이 영지의 상업부 수장이라는 것은 공식적인 직함이다. 왜? 내가 그렇게 정했으니까.

영주의 권한이다.

그리고 아버님은 충분히 잘 하고 계신다. 덕분에 사료값도 충분하다.

“다른 것들은요?”

“없어서 못 팔지. 요즘은 두부랑, 두유가 엄청 나간다. 이게 모발을 튼튼하게 해준다는 것이 점점 효과를 보는 것 같다. 머리 자체를 나게 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탈모를 멈추게 해준다고 그러더구나.”

“탈모를 고칠 수도 있으면 참 좋을 텐데 말이죠.”

“그러게 말이다. 그리고 카페는 아주 난리가 아니다. 주변 학교에서 어머니들이 줄을 서서 사가고, 회사원들도 줄을 서.”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너희 아버님한테 들으니 커피나무들의 수가 크게 늘어서 분점을 내도 될 것 같다고 그러시던데?”

“그래요?”

“어.”

“그것도 그럼 아버님이 알아서 해주세요.”

“그래, 내가 알아서 하마. 강남에 하나, 종로 쪽에 하나, 홍대 쪽에 하나 낼까 생각 중이다.”

“네, 좋네요.”

“사장들은 철저하게 면접을 보도록 하마.”

“네.”

그렇게 얘기를 끝내고 나오는데 치킨집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꼬마가 쭈뼛거리다가 돌아서는 것도 눈에 들어왔다.

“음?”

그때 가게 안에서 사장님이 달려나오시더니 꼬마의 손을 잡고 가게 안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그러자 줄을 서 있던 손님 중 하나가 사장에게 따진다.

“우리가 먼저 줄 서 있었어요.”

그러자 다른 손님들이 그 손님에게 말한다.

“쟤는 원래 먼저 와서 먹는 앱니다.”

“그런 게 어딨습니까?”

“예전부터 여기 사장님이 치킨을 언제든 주기로 약속했던 아이예요.”

“뭐 그런.”

그때 손님의 일행이 손님에게 귓속말로 뭔가를 얘기했다. 그러자 손님이 얼굴이 빨개지면서 말한다.

“치, 치킨만 먹으면 목이 멥니다. 콜라 큰 걸로 제가 계산할 테니 챙겨주라고 그럴라고 그런 겁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웃는다. 아마 형편이 어려운 아이였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런 아이를 위해서 가만히 있던 손님들. 그 모습에 난 미소가 지어진다.

아직은 세상이 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기분 좋은 상태로 난 집으로 돌아왔다. 그랬더니 누님이 몇몇 사람들을 데리고 집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시우야.”

“누나.”

“이분들이 내가 얘기했던 사람들이야.”

연구원들인가보다. 그들은 뭔가 불안한 모습이었는데, 그런데 그중 한 명이 나를 보더니 조금 안심한 듯한 표정이다. 내가 만만해보이는 인상인가?

“저 기억 안 나세요?”

“네?”

“최시우 오빠 맞죠?”

“최시우가 제 이름인 것은 맞긴 한데······ 어? 너 주연이냐?”

“네. 기억나세요?”

기억이 난다. 그 옛날 내 첫사랑······은 아니고 선우의 첫사랑이었으니까.

“통과!”

“갑자기?”

“일단 들어가서 얘기하자.”

“그······ 네.”

난 상황이 재미있었다. 선우는 아직도 주연이를 잊지 못하고 있던데 재미있는 이벤트가 될 것 같았다.

냥! 퍽!

호야가 갑자기 내 뒤통수를 때린다.

“뭐?”

냐우웅.

한심하다는 눈빛. 뭐지? 왜 갑자기 내가 한심해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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