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6 화 또 다른 게이트의 상품
제 76 화 또 다른 게이트의 상품
어떻게 아냐고? 간단하다. 호야를 보고 감히 으르렁 거리는 대형견을 보고 관찰을 사용했었기 때문이다.
-관찰 스킬을 사용하였습니다.
[예삐(21레벨)]
반려인: 고연주.
[고연주(24레벨)]
쌍방향 게이트 92AC의 주인.
반려동물: 예삐.
저 여자의 이름이 고연주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나름 잘 나가던 연예인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고연주가 게이트 주인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진짜 우리 예삐가 그런 애가 아닌데.”
예삐라고 불리고 있는 대형견. 불독을 닮은 것 같은 외형인데, 보통의 불독보다 훨씬 큰 덩치를 하고 있다. 얼굴은 더 많이 찡코인 것 같고.
“예······삐군요?”
“네, 얼마나 착한데요.”
난 내 어깨의 호야를 잠깐 쳐다보았다. 호야는 관심없다는 듯이 내 어깨에서 자기 앞발을 사탕빨 듯이 빨아먹고 있다. 한번 나도 쟤 앞발은 언제 날 잡아서 한 번 핥아보고 싶다. 진짜 맛있는 지 궁금하니까. 물론 당연히 맛이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이쪽은 호야라고 합니다. 아마 고연주 씨가 게이트 주인이겠군요?”
“어머, 그러 어떻게······ 아, 오늘 오신다는 게이트 주인분?”
“박성환 배우님이 그런 얘기를 하시던가요?”
“당연하죠! 오빠가 얼마나 고마워하고 있는데요. 사실 그 전까지는 절대로 입도 안 열었었는데, 요즘은 게이트 주인이라는 것을 밝혀도 별다른 문제가 안 생기니 저한테 살짝 얘기를 해주더라구요.”
하긴 최근에 연락을 했을 때에 내가 게이트 주인으로 등록했으니 더는 크게 숨기지 않아도 된다고 했었으니 박성환의 잘못은 아니다.
“네, 최시우라고 합니다. 회사원이죠.”
“알고 있어요. 게이트 주인이면서 회사에 다니고 있다는 특이한 사람이라고.”
“아버지가 남자는 직업이 있어야 한다고 하셔서, 하하하.”
“그럼 얘가 시우 씨의 반려동물이겠네요?”
“네, 호야라고합니다.”
냐앙!
호야가 살짝 고개를 까닥인다. 아주 예의가 바른 우리 호야다.
“어머! 예뻐라.”
고연주는 우리 호야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그런 손길을 쉽게 허락할······ 녀석이었다.
골골골, 골골골.
난 호야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끼면서 예삐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예삐가 나를 가만히 살파듯이 쳐다본다. 고연주에게 호야를 안겨주고, 난 예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예삐한테 조용히 말했다.
“너, 쟤 이길 수 있어?”
예삐가 움찔한다. 역시 얘도 말이 통한다.
“쟤 성격 엄청 나쁘다. 그러니까 괜히 자극하지 마. 아, 그리고 우리 호야는 꼭 복수한다.”
끼이잉, 끼이잉.
예삐가 낑낑거리면서 내가 머리를 부비적거린다. 잘 얘기좀 해달라는 거다. 그러게 왜 첫인사에 그런 짓을 했니.
“그리고 그거 알아, 예삐?”
멍!
“나도 엄청 무서운 사람이라는 거.”
그러면서 아주 살짝 난 예삐에게 공포를 보여주었다. 강아지한테 이런 짓을 하는 것은 오바 아니냐고? 아니다. 얘들은 서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녀석들이다. 그래서 처음에 제대로 서열을 각인시켜주지 않으면 까분다.
공포를 맛본 녀석은 내 앞에서 배를 까뒤집는다. 그리고 재발 배를 만져달라고 간절한 눈빛을 보낸다. 그런 녀석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래서 배를 만지작만지작해주니 좋단다.
이렇게 보니 예삐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것도 같다. 무엇보다 이렇게 무섭게 생긴 녀석이 암컷이다. 놀랍다, 생긴 건 아주 대장군감인데 말이다.
“어머, 호야는 어쩜 이렇게 예쁘니? 언니랑 가서 살까? 언니네 게이트도 좋은데.”
그말에 호야가 재빨리 고연주의 품에서 빠져나와서 내 어깨로 돌아온다.
절대 싫다는 얘기다.
“애가 도도하네요.”
“그게 매력이죠. 예삐는 애가 참 순하네요.”
“그쵸? 다들 안 믿던데, 호호호.”
자기 강아지는 다 착하다. 하지만 그것을 남에게 강요하면 안 된다. 예삐 같은 애가 아무리 성격이 좋다고 떠들어봐야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한테는 괴물로 보일 테니까. 그러니까 이런 부분은 반려인이 조심해야되는 부분이다.
다행히 예삐 주인인 고연주는 예삐를 잘 관리하는 것 같다. 입마게까지 씌워져 있으니까. 지인들의 파티라고 하면서 이렇게 하고 온다는 것은 기본적인 자세는 되어 있는 반려인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시우 씨는 관찰 스킬이 있나봐요?”
“네? 그건 왜?”
“처음 저 만났을 때 예삐를 한참 쳐다보길래요.”
“뭐,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게이트 물품들의 정확한 효능을 알고 팔고 있죠.”
이 부분은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굳이 숨기지 않았다.
“어머, 그거 아세요?”
“그렇게 말하면 뭘 알아야 하는지부터가 궁금해지는데요?”
“아, 그러네요. 한국에 있는 게이트를 소유한 사람 중에 관찰 스킬을 가진 사람은 지금까지 밝혀진 것은 딱 두 사람뿐이라는 거. 이제 시우 씨가 관찰 스킬이 있다고 하시니 세 명이네요.”
놀랍다. 관찰 스킬이 그렇게 생성되기 힘든 스킬이었나? 난 들어가자마자 생겼던 것 같은데 말이다. 하긴 브란닭의 게이트 주인도 관찰 스킬은 없었다. 그리고 고연주도 관찰 스킬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고보면 관찰 스킬은 뭔가 선택받은 사람들만 가지게 되는 걸까? 게이트 자체도 선택받은 사람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그런 사람들 중에서 또 선택받은 사람만 관찰 스킬을 가진다.
도대체 그 선택이라는 것은 누가 하는 걸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냐앙!
호야가 갑자기 내 머리를 깨문다. 보통 이럴 때는 내 생각을 비우라는 의미일 것이다.
“알았어. 딴 생각 안 할게.”
냐앙!
“알았다니까!”
그런 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걸까? 고연주가 묻는다.
“호야랑 말이 통해요?”
“아, 보통은 말이 통하지 않아요? 연주 씨는 예삐랑 말이 안 통하세요?”
“아니, 통하긴 하죠. 그런데 뭔가 더 디테일하게 통하시는 느낌이랄까?”
하긴 나에게는 동물친화 스킬이 있다. 그래서인지 호야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인식하고 이해를 한다. 하지만 그런 스킬이 없는 고연주는 그렇게까지 알기는 어려울 것이다.
“뭐라고 하는지 제대로 알아듣긴 해요. 그게 내 스킬이기도 하고.”
“그런 스킬이 있어요? 와······ 부럽다.”
“아마 내가 어떤 스킬이 있는지 아시면 기절하실걸요?”
이건 진심이다. 나도 내가 무슨 스킬이 있는지 다 기억을 못할 정도다. 그리고 별별 스킬이 다 있다. 그러니 놀라서 기절할 정도는 될 거다.
“아무튼, 이제 슬슬 들어가야 되지 않을까요? 저기 박성환 배우께서 부르시는 것 같은데요?”
박성환 배우가 문 앞에서 우리를 향해 손짓하고 있다. 우리는 각자 호야와 예삐를 데리고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아, 내 손에는 시호 와인 다섯 상자도 들려 있다. 무게가 상당함에도 별로 들기 어렵지 않은 것은 내 힘이 이제 보통 사람의 그것이 아니라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괜한 곳에서 내가 이제 일반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
“와, 이게 말이 되나? 내가 와인에 미친놈이라는 말을 들을 정돈데, 이건 내 평생 먹어본 와인 중에 최고다.”
박성환 배우가 흥분을 해서 말한다. 그리고 그의 친구로 보이는 남자는 나에게 말한다.
“한 병에 천 만원이라구요? 일단 열 병만 부탁드립니다.”
“네? 열 병이요? 그럼······.”
“일억이죠. 여기 있습니다. 선금으로 드리죠.”
그렇게 말하면서 일억짜리 수표를 내민다. 사람이 일억짜리 수표를 가지고 다닌다는 것에 일단 놀랐다. 물론 나도 지금 통장에 몇 억 정도는 있다. 하지만 이런걸 지갑에 넣고 다니는 사람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일까?
“아, 재벌 맞아요. 그렇다고 또라이 재벌 3세는 아니구요. 나름 건실한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박성환 배우가 소속된 소속사 사장이거든요. 그리고 시우 씨 회사 사장님이랑 사촌지간이구요.”
“아하.”
그렇다면 이해가 간다. 재벌가의 사람이라는 이야기.
“그리고 참고로 한 가지 얘기를 해주자면 한 달에 딱 스무 병 정도? 그 정도만 공식적으로 판매하세요. 그것도 경매로. 아마 천 만원은 싼 가격일 겁니다.”
한 달에 스무 병만 공식적으로 판매를 하라는 이야기는 무척이나 도움이 되는 이야기인 것 같았다. 중요한 것은 공식적으로 그 정도만 판매를 하라는 이야기니까.
“그리고 다른 계약을 좀 하고 싶습니다. 시우 씨네 게이트에서 나오는 파인애플이랑 포도를 좀 우리 회사에 납품을 해주실 수 없을까 싶어서요.”
파인애플은 피부를 좋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포도는 채지방을 분해한다. 그러니 외모가 경쟁력인 연예인들에게는 매우 중요할 것이다. 그것이 경쟁력이 될 것이고. 그러니 이것을 납품해달라는 것.
“네, 뭐. 그런데 저희가 운송업체는······.”
“알아서 가져가겠습니다. 그 선우네 잡화점에 재고만 따로 빼주시면 됩니다. 어떻습니까?”
“그렇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겠네요.”
“감사합니다. 자세한 실무는 따로 담당자를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드린 일억은 아마 이 와인을 가장 싸게 구매한 경우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이번에 외국의 파티에 가는데 거기에서 선보여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그럼 그때 사용하실 와인은 따로 준비해드리겠습니다.”
“하하하, 정말요?”
“네, 사실 비밀인데 양이 적지는 않습니다.”
“하하, 그건 절대 비밀로 하십시오. 그래야 와인의 맛이 더 깊어질 겁니다.”
이해가 가는 말이다. 진짜 맛있는 와인이다. 그런데 이게 흔하다. 그럼 그 값어치가 제대로 평가될까? 아닐 거다.
“여러가지로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얘기를 나누던 중에 고연주가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리 게이트에서 이번에 나온 특산품을 하나 소개시켜드리려고 해요. 아마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러면서 그녀가 앞으로 내미는 것은 해산물들이었다. 그녀도 섬 지형의 게이트를 가지고 있는 건가? 섬 지형의 게이트는 나만 가지고 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고연주 배우의 게이트는 해안가라고 합니다. 그리고 해안가에 몬스터가 없어서 해산물들이 많이 나온다고 그러네요.”
재벌 3세의 이야기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섬은 아니지만, 해안가에 있다면 저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중의 몇 개는 아직 살아 있었다.
난 관찰로 그것들은 매우 흥미롭게 살펴보았다. 능력치를 올려주는 해산물은 당연히 없다. 하지만 시스템은 저것들이 엄청난 풍미를 가지고 있다고 내게 이야기를 해준다.
그 중에 딱 하나 특이점이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전복이었다.
이 전복은 다른 해산물들과는 다르게 능력치를 올려주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대박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름: 쿨란트 전복.
쿨란트 해안가에 서식하는 자연산 전복이다. 이 쿨란트 전복을 지속적으로 섭취시 닫혀 있는 성장판이 열린다.
바로 키가 자랄 수 있는 전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