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7 화 몬스터 웨이브 -1
제 77 화 몬스터 웨이브 -1
난 전복의 효과를 보고 조금 놀라 있는데, 그것은 나만 그런 것 같았다. 어쩌면 고연주도 저 전복의 효능에 대해서는 잘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한국에 관찰 스킬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고, 그 중에 고연주와 친한 게이트 주인이 있을까? 있을 수도 있겠지만 고연주가 지금 하는 얘기를 봐서는 모르는 것이 확실한 것 같았다.
“이 전복은 하나에 10만원에 팔고 있으니 많은 이용 부탁드려요.”
전복의 값이 하나에 10만원이다. 효능 같은 것은 전혀 얘기하지 않는다. 그냥 게이트산이고 맛있으니 보통 전복보다는 좀 비싸다는 느낌?
“그거 다 제가 살게요.”
내 말에 그녀가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오늘 전복은 모두 시우 씨한테 팔게요.”
어차피 여기가 경매장도 아니고, 친분이 있는 사람끼리 모여서 노는 자리였기에 복잡한 그런 부분은 없었다. 단지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내게 다가온다.
“시우 씨!”
“네.”
“이거 뭐 있죠?”
“네, 있습니다. 관찰 스킬 가진 다른 사람에게 한 번 보이시지 그러셨어요?”
“보였어요. 그런데 맛이 뛰어나다는 얘기뿐이었는데요.”
관찰 스킬을 가진 사람이 봤는데 맛이 뛰어나다는 얘기뿐이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이 속였거나······ 레벨이 낮아서 못 봤거나. 하지만 속였을 가능성은 그닥 높지 않을 것 같다. 느낌이 그렇다. 요즘 이런 느낌은 웬만해서 다 맞았던 것을 생각합면 한국에 있는 관찰 능력을 가진 게이트 주인들의 관찰 레벨은 그다지 높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내 경우에도 관찰은 참 레벨업이 잘 안 되는 스킬 중의 하나니까.
“음······ 일단 더 연구를 해봐야겠지만, 이 전복 성장판을 열어준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지, 진짜요?”
“네. 연주 씨 게이트에 이 전복 많은가요?”
“네, 양은 상당히 많아요. 특히 저희 삼촌이 전복 양식을 하던 분이라 와서 양식을 하고 계세요.”
“전문가가 계시는군요.”
“네.”
“그럼 시우 씨는?”
“제 게이트는 섬이라는 거 들어 보셨어요?”
“아, 맞다. 그랬죠? 그럼 거기에서 한번 양식을 해보시게요?”
“네. 다른 전복이랑 어떻게 교배 같은 것도 시도를 해볼 생각이에요.”
“그렇군요. 이따가 싱싱한 애들로 챙겨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다른 것들은······?”
“맛이 좋다고 하네요.”
“역시 그렇군요.”
고연주는 크게 실망하는 것 같지 않았다. 애초에 그녀는 연예인으로 유명했고, 게이트 주인이 되었다고 해서 크게 다른 삶을 살고 있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게이트의 물건을 파는 것은 부업을 하는 것 같은 느낌?
“그런데 시우 씨.”
“네.”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어요.”
“말씀하세요.”
“따로 얘기를 좀.”
주변을 둘러보자 그녀의 말에 다들 자리를 비워주었다. 그러자 그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혹시 영지라고 들어보셨어요?”
“영지요?”
“네, 조금 부끄러운 얘기지만 제가 영주가 되었다고 그러더라구요. 게이트가.”
영주가 되었다. 아마 그녀도 나처럼 영지민을 받아들인 것이리라. 내 경우는 가족들보다 카락을 먼저 받아들이면서 영주가 되었지만, 그녀는 아마 가족들이었을 것 같다.
“네, 저도 같아요.”
“그럼 그 영주라는 것은 뭘까요?”
“소설 같은 거 안 보셨어요?”
“보긴 했어요. 영지물이라는 것도 찾아보고. 그런데 잘 모르겠어요.”
“확실한 것은 게이트의 주인을 밖에서는 게이트의 주인이라 부르지만 게이트는 영주고 규정한다는 거죠.”
“확실히 그러네요.”
“그리고 연주 씨가 들어간 그 영역이 연주 씨의 영지일 거구요.”
“내가 들어간 영역······.”
“네, 영주는 자신의 영지를 가꾸고, 발전시킬 의무를 가지고 있죠. 그렇지 않으면 다른 영주에게 빼앗길 테니까요.”
난 조금 더 나간 얘기를 해주었다. 아마 이정도 얘기는 해주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이트 주인은 다른 게이트에 들어갈 수 없죠?”
“원칙적으로는 그럴 거예요. 그러면 문제가 생기는 것 같았어요.”
정확히 무슨 문제가 생기는지는 나도 아직 모른다. 그런데 아마 예상을 해보자면 다른 게이트에 들어가는 순간 영지전이 발발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군요. 그런데 솔직히 전 영주가 되고 싶지 않은데······.”
천성이 여린 여자 같았다. 게이트 주인이 되는 것은 게이트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게이트 주인이 되는 사람의 선택은 아니다. 고연주는 오히려 게이트 주인이 되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가 원해서 게이트 주인이 된 것은 아니죠.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포기를 할 생각인가요?”
“그건······.”
“포기를 할 생각이 아니라면 레벨을 올리세요. 최소한 자신의 영지를 지킬 힘은 가지고 있어야죠.”
고연주의 레벨은 겨우 24레벨.
높은 편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녀가 사냥으로 레벨을 올렸는지, 아니면 다른 행위로 레벨을 올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레벨을 더 올려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시우 씨의 레벨은?”
“아마 연주 씨보다는 훨씬 높겠죠?”
“그, 그렇군요. 저도 레벨이 낮은 편은 아니라고 들었는데.”
“그래요? 제가 보기엔 많이 부족해 보여요. 최소한 게이트를 지키기 위해서는 더 올리셔야 할 것 같아요.”
그 외에도 고연주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헤어졌다. 일단 그녀에게 위험이 닥칠지는 알 수 없지만 대비를 해두라고 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
파티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박성환과는 앞으로 형동생으로 지내기로 했고, 와인은 전부 판매할 수 있었다. 덕분에 최씨 아저씨의 입이 찢어지는 것을 구경할 수도 있었고.
최씨 아저씨 덕분에 우리 게이트에는 한 가지 붐이 불었다. 뭐든 한 가지를 파고 들면 돈이 된다.
양조 기술로 몇 억을 벌게 될 거라고 누가 생각을 했겠는가. 하지만 그것을 직접 보게 되었고, 양조라는 특수한 스킬이 아니라도 뭐든 한 가지를 파고들면 어느정도 경제적인 여유를 가지게 된다는 것은 모두가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그때부터 이런저런 스킬을 생성시키는 것과 그것을 발전시키는데 상당히 애를 쓰기 시작했다.
난 그것이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전복.
양식장을 만드는 일은 어르신들이 협동해서 의욕적으로 만드시기 시작했다. 해안가에 있던 몬스터들은 오크 기사단의 손에 분쇄되었다. 해안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했으니까.
원래라면 우리는 굳이 해안을 개발할 필요성을 못 느꼈었다. 낚시 정도야 얼마든지 가능했고, 굳이 해안가를 개발하지 않아도 우리가 풍족하게 사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전복을 가지고 오면서 어르신들의 반응이 달라졌다. 자신들은 몰라도 손주들의 키를 걱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장판을 열어주는 전복이 등장했다?
이건 돈의 문제가 아니다. 당장에 촌장님을 필두로 해안가 개발이 시작된 것이다. 어르신들은 알아서 게이트와 지구를 오가며 전복 양식에 대해서 공부를 하시고, 전복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알아서 영지가 돌아간다는 점은 매우 재미있는 일이었다. 굳이 내가 뭘 하지 않아도 알아서들 하고 있으셨다. 그리고 게이트 시간으로 한달 정도 시간이 흘렀을 때 전복 양식이 성공했다.
그리고 우리 게이트에서 만들어진 전복은.
이름: 섬 전복.
매우 맛이 뛰어나고, 식감이 예술이다. 섭취하면 성장판이 열리고, 10개를 섭취하면 0.5cm의 키가 자란다. 최고 15CM까지 키가 더 자랄 수 있다. 원하면 스스로 성장을 멈출 수 있다.
정확히 몇 개에 키가 얼마나 크는지에 대한 설명이 붙었고, 섬 전복이라는 새로운 종으로 구분이 되었다. 어르신들은 만세를 부르셨다. 이제 손주들의 키는 걱정이 없겠다고 하시면서.
이것은 상품으로 판매하는 것은 일단은 보류했다. 키가 크면 무조건 좋을까? 내 키는 180이 넘는다 여기에서 15센티미터가 자라면 곤란할 것 같다. 다행히 전복의 옵션에는 스스로 원하면 멈출 수도 있다는 부분. 이게 사실 난 제일 마음에 들었다.
뭐가 되었건 다시 우리 게이트의 히트상품이 만들어진 것이다.
일단 아이들에게는 전복 섭취를 금지시켰다. 아이들의 성장이 어느 정도 멈춘 후에 먹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게이트는 평화롭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평화는 오래 가지 않았다.
***
내가 지구로 나와서 업무를 보려고 할 때다 아버지가 심각한 얼굴로 TV를 보시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무슨 일이 있어요?”
“저거 봐라.”
아버지는 TV를 가리키셨고, 나도 TV를 보았다. 그러자 속보로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대한민국에 등록된 게이트 중 다섯 곳이 사라졌다는 소식입니다. 게이트의 주인들의 생사도 확인이 되지 않고 있으며, 게이트 안에 있지 않았던 헌터들은 능력을 잃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게이트 안에 있던 헌터들 역시 게이트 주인과 마찬가지로 실종 상태입니다.
게이트 중에 다섯이 사라지고, 게이트 주인들의 생사도 확인이 안 되고 있다. 거기에 게이트에 들어가 있던 헌터들 역시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
아무래도 게이트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영지전일까?”
“글쎄요. 영지전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한 부분이 있다. 영지전이 동시에 다섯 곳에서 발생한다? 이것 자체가 부자연스럽다. 그렇다면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게이트 자체가 게이트 주인을 공격했다면?”
“게이트가요?”
“정확히는 게이트 안에 있는 몬스터들이라고 해야겠지? 아빠도 요즘 소설 읽는다. 그러니까 몬스터 웨이브? 그런 것이 벌어진 것이 아닐까?”
아버지의 말씀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런 것이라면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그렇다는 것은 우리 게이트도 안전할지를 살펴봐야 된다.
“들어가봐야겠네요.”
“아빠도 가자.”
“아뇨. 아마, 우리는 저랑 호야만 들어가도 될 것 같아요. 우리 기사단도 이제 50명이 넘는걸요.”
“하긴 우리는 다른 게이트랑은 다르지.”
우리 게이트의 기사단은 최소 40레벨의 오크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거기에 미스릴로 만들어진 장비를 사용한다. 웬만한 몬스터 웨이브는 우리한테 해당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난 아버지한테 말씀드리고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알람이 뜬다.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합니다. 지금으로부터 4시간 후······ 해당 게이트는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지속적인 몬스터 토벌로 몬스터 웨이브의 요건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음? 그러니까 몬스터 웨이브라는 것이 게이트들마다 발생할 일이었는데, 우리는 몬스터를 주기적으로 토벌해서 발생하지 않는다는 건가?”
내 말에 옆에 다가온 선우가 말한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데? 나도 밖에서 뉴스 보고 들어온 참인데······.”
“그러게 말이다. 뭐, 우리야 늘 평소에 몬스터들을 토벌하니까. 하지만 그러지 않은 게이트들은 이번에 상당히 곤욕을 치르겠어.”
“그 고연주 씨는 괜찮다니?”
“글쎄다. 뭐 그럴 정도로 가까운 사이는 아니라서.”
고연주와 인사를 하고 가끔 톡을 하고 지내기는 하지만, 내가 그녀의 안전을 책임질 정도로 가까운 사이는 아니다. 물론 하려고 마음먹으면 할 수는 있을지도 몰라도.
“야박한 놈. 네가 그러니까 여자가 없는 거야.”
“그러는 지는?”
“나? 나 주연이랑 다시 만나는데?”
선우의 말에 난 큰 충격을 받았다. 동지인줄 알았는데 배신자라니.
“배신자.”
“갑자기?”
“배신자!”
“시끄럽고 고연주 씨한테 연락이나 해봐.”
“흥.”
난 선우의 뒤통수를 한태 후려갈기고 게이트 밖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