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78화 (78/182)

제 78 화 몬스터 웨이브 -2

제 78 화 몬스터 웨이브 -2

게이트 밖으로 나와서 인터넷을 살펴보니 몬스터 웨이브에 대한 얘기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이들은 당연히 게이트 주인들과 국가들이다. 게이트 주인은 당연히 자신들의 권리를 잃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들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

국가의 경우는 게이트에서 나오는 물산을 지키기 위해서.

지이이잉!

스마트폰이 울린다. 그래서 받아보니 김미영 팀장이다.

“네, 팀장님.”

-안녕하세요? 시우 씨 게이트는 괜찮은가 해서요.

“아, 저희는 이미 상황 종료입니다.”

내 말에 김미영 팀장은 잠시 대답이 없다가 말한다.

-상황 종료라는 말씀이?

“몬스터 웨이브 끝났다구요.”

-아하, 다행이네요.

“다른 게이트들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벌써 한 곳은 게이트가 사라졌어요.

“게이트 주인은요?”

-다행히 무사하세요.

게이트가 사라진다고 게이트 주인이 꼭 죽는 것은 아닌가보다. 그런데 게이트 주인은 살아 있는데 게이트가 사라졌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어떻게 그게 가능하죠?”

-죽기 직전에 게이트 소유를 포기하겠냐는 메시지가 떴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럼 그렇게 하니 게이트가 사라지고, 목숨은 건졌다?”

-네, 그래서 조금 논란이 있긴 한데. 상황은 그래요. 대외비인 것은 아시죠?

“굳이 뭐 이런 얘기를 할 필요가 있겠어요?”

-국가차원에서 최악의 경우 게이트 소유권을 포기하는 것을 권하고 있어요. 일단은 생명이 더 중요하니까.

“그럼 그 게이트의 헌터들은?”

-사망했습니다. 마지막까지 살아 있던 것이 게이트 주인이었던 거죠.

“그렇군요. 문득 궁금해지는데 그 헌터들은 산재처리 되나요?”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말이 많네요.

“그냥 한 번 물어봤어요.”

-네, 시우 씨네 게이트는 멀쩡하다고하니 다행이네요. 그쪽 게이트에서 나오는 물건들이 인기가 워낙 많으니.

“네, 걱정마세요.”

-알겠습니다.

“참, 혹시 고연주 씨네 게이트는?”

-거긴 곧 몬스터웨이브가 있을 거라고 그러더라구요. 그런데 헌터의 수가 적어서 걱정이네요. 비상시에는 게이트 포기를 선언하라고 해둔 상태입니다.

고연주의 레벨은 낮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녀가 레벨을 어떻게 올렸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당시 관찰로 살펴본 그녀의 스킬 중에서 전투에 관련된 스킬이 없던 것을 보면 아마 전투로 레벨을 올릴 것 같지는 않다.

-혹시 두 분이 아는 사이신가요?

“네, 한 번 만난 적이 있어요.”

-그럼 도움을······.

“도와주고 싶어도 딱히 방법이 없네요. 아시다시피 우리 게이트 헌터를 거기로 보낼 수도 없으니까요.”

헌터는 자신이 속한 게이트 외의 게이트로 들어가려고 하면 소속을 포기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애초에 도움이 안 되는 것이다.

-그렇죠? 안타깝네요. 거기 해산물들이 연구에 많이 쓰이고 있는데.

“네, 괜찮은 것들이 있더라구요.”

-아, 그리고 이번에 사라진 게이트의 주인이 관찰 스킬을 가진 사람이었어요. 아쉽게도 관찰 스킬은 물론이고, 아예 능력이 사라졌다고 하더군요.

관찰 스킬을 가진 사람이 하나 더 사라졌다. 그럼 한국에 관찰을 가진 것은 나를 포함해서 두 명이 전부인 것 같다.

“일단 알겠습니다.”

고연주의 게이트는 이번 몬스터 웨이브를 넘기지 못할 가능성이 커 보였다. 다행인 것은 그녀라면 게이트를 포기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굳이 게이트가 아니라고 해도 먹고 사는데 문제가 없는 사람이니까. 아마 별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이이잉.

다시 스마트폰이 울린다. 누군가 보니 고연주다. 이 사람도 양반되기는 글렀나보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저 고연주예요.

“네, 알고 있습니다.”

-시우 씨.

“네, 말씀하세요.”

-혹시 시우 씨 게이트는 안전한가요?

“안전의 기준이 뭐냐에 따라서 대답이 달라지겠네요.”

-이번 몬스터 웨이브요.

“그거라면 저희는 이미 끝났습니다. 평소에 몬스터를 많이 잡아서 웨이브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거든요.”

-······그런 것도 가능한 거였어요?

“저도 이번에 알았네요. 우리 게이트에는 워낙에 사냥을 좋아하는 이들이 많아서.”

사람들이라고 하지 않고 이들이라고 한 것은 오크들 때문이다. 오크 전사들은 밥먹고 하는 일이 수련하고, 사냥하는 것이 존재의 이유라.

-혹시 시우 씨.

“네.”

-저희 게이트를 하부 게이트로 받아주실 수 있나요?

“네?”

하부 게이트로 받아달라. 이 이야기에 난 잠깐 멍한 기분이 들었다. 게이트의 소유권을 넘겨받은 적은 있다. 지금도 열심히 눈치가 관리를 하고 있는 광산 게이트.

하지만 그것은 게이트 주인인 하카시가 죽고, 뭉치한테 게이트 소유권이 넘어간 후에 다시 내가 뭉치를 받아들임으로 소유권이 넘어온, 조금 복잡한 상황으로 편입된 게이트였다.

그런데 하부 게이트? 이건 뭔 얘기일까?

“그게 무슨 얘기인가요?”

-게이트가 저에게 방법을 제시했어요. 몬스터 웨이브를 자력으로 막던가,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다른 게이트 주인의 아래로 들어가서 몬스터 웨이브를 막는 방법이 있다구요.

“아······ 그게 마치 대영주 아래로 들어가는 영주 같은 그런 얘기인가요?”

대충 이해가 갔다. 예전에 영지의 시절에는 대영주라는 존재들이 있다. 대영주는 말 그대로 큰 영지를 가진 영주를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작은 영지를 가진 영주들 여럿을 거느리고 있는 영주를 의미하기도 한다.

아마 시스템은 영지전 외에 이런 것도 준비를 해둔 것 같았다.

“음······ 그렇게 해서 고연주 씨에게 도움이 될 일이 있을까요?”

-솔직히 전 욕심이 없어요. 현재 게이트에 들어와 있는 헌터들도 전부 가족과 지인들 뿐이구요. 여기가 제주지만, 제주보다 더 공기도 좋고, 바다도 예쁘거든요.

그러니까 게이트를 지키고 싶다는 얘기인 것 같았다.

“일단 알겠습니다. 고연주 씨가 원한다면 제가 고연주 씨의 게이트를 받아들이도록 하죠.”

-그럼 바로 신청할게요.

“그게 가능합니까?”

-네, 시우 씨 게이트 번호만 좀.

“아, 네. ‘73A’입니다.”

-잠시만요.

잠시 후에 나에게 메시지가 뜬다.

-쌍방향 게이트 92AC의 주인이 쌍방향 게이트 73A의 주인에게 영지를 의탁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받아들인다.”

92AC는 고연주의 게이트를 의미한다. 아무튼, 받아들이니 다시 알림이 뜬다.

-쌍방향 게이트 92AC로 통하는 게이트가 73A게이트 안에 새로 생성됩니다.

-축하합니다. 직업 영주가, 직업 대영주로 진화합니다. 휘하에 영주 1명을 두고 있습니다.

역시나 대영주라는 직업으로 진화를 했다.

“대충 작업이 완료된 것 같네요? 연주 씨.”

-네, 대영주님.

“아, 그런 호칭은 좀······.”

-큭큭, 알았어요.

“아마 이제 우리 게이트에서 연주 씨네 게이트로 넘어갈 수 있게 되었을 것 같네요. 잠시 게이트 안에서 대기하세요. 제가 찾아뵙도록 하죠.”

-네!

고연주와 통화를 마친 후에 난 다시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생각해보니 제주도에 있는 연주의 게이트와 연결이 되었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지 않나?

우리 게이트 사람들은 제주도로 바로 이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니까. 아마, 그런 것이겠지?

후쿠시마로 향하던 게이트는 사라진 상태다. 그래서 조금 아쉬운 마음이 있었는데 새로운 곳으로 연결이 되었다니 기분이 좋았다.

***

난 게이트로 넘어와서 내 상태를 확인했다.

[최시우(59레벨)]

반려동물: 호야.

길들인 동물: 백야, 까망이, 뭉치, 레오.

직업: 대영주.

휘하영지: 92AC.

휘하영주: 고연주.

전투직업: 진리를 이해하는 자

HP: 1140 MP: 2300

힘: 77 민첩: 63 지능: 215 정신: 230 체력: 114 손재주: 42 카리스마: 63.

레벨이 59까지 올랐다. 희한한 것은 60이 되는 것은 상당히 힘들다는 점이다. 59가 된 후에 60이 되려고 상당히 많은 사냥을 했음에도 그 턱을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아마, 이것도 무슨 특별한 조건이 있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그때다.

-레벨 제한이 풀렸습니다.

-레벨업을 하셨습니다.

레벨이 60으로 올랐다. 그동안 쌓아둔 경험치가 반영된 것 같다. 그러니까 영주라는 직업으로는 59까지밖에 레벨을 올릴 수 없었던 것이다.

아마 그 전에도 레벨 제한은 있었을 것 같다. 하카시의 게이트를 얻으면서 그 제한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풀렸을 지도 모르고.

“뭐냐? 나간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돌아오냐? 제주도 가는 거 아니었냐?”

선우다.

“갈 건데?”

“뭐 두고 간 것이라도?”

“아니, 게이트 통해서 갈 건데?”

“너 포탈 마법이라도 배웠냐?”

“그런 걸 배웠겠냐?”

“그런데 뭔 소리야?”

“그러니까······.”

난 고연주와 있던 일에 대해서 설명을 했고, 선우의 표정이 기괴하게 변했다.

“난 반댈세!”

“뭔 개소리야?”

“난 고연주 씨를 받아들일 수 없다.”

“네가 뭔데 받아들이고 말고를 결정해?”

“네 친구? 난 내 친구가 연예인과 사귀는 거 반대.”

“아까만해도 잘 해보라는 뉘앙스로 말하지 않았냐?”

“그건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을 했······.”

퍽!

“배신자 주제에.”

냐앙.

우리 둘의 투닥거림을 보다못한 호야가 끼어든다.

“뭐? 어차피 안 될 거라고?”

“호야가 그러냐?”

“그렇다는데?”

“그럼 뭐 그런 거겠지. 잘 다녀와.”

선우의 표정이 뭔가 개운해졌다. 그리고 내 기분은 더러워졌다.

“덤벼라.”

“난 감히 그냥 영주도 아니고, 대영주에게 대들만큼 간덩이가 부어오르지 않았습니다. 대영주!”

“아, 이시키를 어떻게 괴롭히지? 아무튼, 따라와. 저쪽 게이트에 곧 몬스터 웨이브 생길 것 같으니까.”

“그럼 기사단을 끌고 가야 되는 거 아냐?”

“그럼 아마, 우리를 적으로 생각하지 않겠냐?”

“아······ 그런가?”

“그렇겠지? 일단 우리 둘이 넘어가자는 거야?”

“그럴라고.”

그때였다. 시연이가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다.

“오빠, 오빠!”

“왜? 왜?”

“게, 게이트가 새로 생겼어.”

아마 제주로 향하는 게이트를 발견한 모양이다.

“알아. 내가 만들었어.”

“와씨, 우리 오빠가 이제 게이트도 만들어? 미쳤따리.”

“아, 그런 의미는 아니고, 영지를 하나 휘하게 두게 되어서 생성된 거야.”

“아하? 그럼 그 고연주 언니네?”

“어떻게 딱 아냐?”

“오빠가 모르는 사람의 게이트를 바로 받아들였을 것 같지는 않으니까?”

“예리한데?”

“당연하지. 가자.”

“너도 가게?”

“당연하지. 우리 강철맨 1, 2, 3호는 하나라고.”

“우리가 번호도 있었어?”

“몰랐어? 오빠 가슴에 1이라고 써 있을 텐데?”

내가 갑옷을 확인해보니 작게 1이라고 써 있다. 그리고 시연이가 3호, 선우가 2호다. 나름 장유유서가 바로잡혔다고 칭찬을 해줘야 하나?

“아무튼, 일단 가자.”

“어.”

“그래.”

우리 셋은 강철맨 세트를 착용한 상태로 제주로 향하는 게이트로 들어갔다. 그리고.

꺄아아아악!

고연주의 놀란 비명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몬스터가 나타났냐고? 아니다. 그냥 우리를 보고 비명을 지른 거다. 우리 모습이 나름 충격적이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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