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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학개론-83화 (83/182)

제 83 화 재벌집 첫째 손자

제 83 화 재벌집 첫째 손자

정기훈이 나를 알아본 것은 관찰을 통해서가 아니다. 그냥 내 얼굴을 알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저 인간에게 내 얼굴은 상당히 중요한 얼굴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떤 면에서는 고연주보다 더.

“네, 제가 최시우입니다. 정기훈 씨.”

내 말에 정기훈은 미소를 짓는데, 그 뒤에 있던 부하 1, 2가 발작을 한다.

“감히 대영주님께!”

“이놈!”

와, 진짜 대영주라고 부른다 그냥. 대영주가 맞긴 한 것 같지만 밖에서 저렇게 부르는 것은 좀 쪽팔리지 않나? 그리고 쟤가 대영주면 나도 대영주다. 그런데 감히 영주끼리의 대화에 부하 1, 2가 나선다?

이건 상대가 나를 몰라서 하는 짓일까? 아니면 정기훈 외엔 눈에 보이는 게 없다는 뜻일까?

정작 정기훈은 부하 1, 2의 행동을 그다지 말릴 생각이 없는 것 같아 보인다.

“정기훈 씨,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될까요?”:

“감히!”

내가 무슨 발작버튼을 누른 것도 아닌데 부하들이 지랄을 한다. 난 그것을 깔끔하게 무시하고 정기훈을 쳐다봤다. 그러자 정기훈이 흥미롭다는 듯이 말한다.

“얼마든지 물어보십시오.”

“네, 그럼 물어보죠. 정기훈 씨는 재벌집 장손으로 태어나서 싸가지가 없는 겁니까? 아니면 그 레벨을 믿고 그렇게 싸가지가 없는 겁니까?”

“이놈!”

내 말에 부하 1, 2가 내게 달려든다. 이 부하 1, 2의 레벨도 40렙 정도인 것을 보면 헌터들 중에 최상급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문제는 내가 무적의 레드······ 아니지. 내가 이놈들한테 당할 레벨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

1번 부하가 주먹을 휘두른다. 그래서 난 그를 위해서 같이 주먹을 휘둘렀다.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지냐? 상대 주먹과 내 주먹이 그대로 충돌을 하게 된다는 얘기다.

이렇게.

빠각!

“끄아악!”

1번 부하가 비명을 지른다. 아마 손의 뼈가 다 작살이 났을 것이다. 2번 부하는 그 사이에 돌려차기를 시도한다. 깔끔한 돌려차기인 것을 보면 원래 유단자였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일반인을 상대하는 것이었다면 엄청난 위력을 보였을 법한 발차기다. 아마 국가대표 상비군 정도의 실력은 되지 않을까 싶은 발차기다.

하지만 그것은 일반인을 상대할 때의 이야기.

빠각!

난 그의 발을 향해 주먹을 뻗었고, 내 주먹과 충돌한 놈의 발은 부하1과 같은 처지가 되었다.

“아악!”

부하 1, 2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는지 정기훈은 상당히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는데, 두 녀석이 내게 한방에 당하자 표정이 굳어졌다.

“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왜? 당신 부하들이 나를 공격할 때는 가만히 있더니 부하들이 나한테 당하니까 무슨 일이냐고? 그거 너무 양심 없는 거 아닙니까?”

“그, 그건······.”

“태어나보니 재벌집 장손. 운도 좋게 게이트의 주인이 되고, 그 얻기 힘들다는 관찰 스킬도 가지고. 다른 영지들을 복속시킨 것인지 아니면 뭐 회유를 한 것인지 몰라도 대영주의 자격을 얻고, 세상이 다 당신 마음대로 돌아가는 것 같지? 그래서 고연주 씨를 협박을 하던 회유를 하던 휘하로 끌어들이려고 한 것일 거고. 안 그래?”

“무슨 말도.”

“당신이 보기에 어때? 당신이 전력으로 나한테 덤비면 이길 가능성이 1이라도 있어 보여?”

“······.”

싸가지가 없다고 머리가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아마 정기훈은 전력으로 머리를 굴리고 있을 것이다. 자신과 내가 부딪쳤을 때에 이익과 손해에 대해서.

아마 지금까지 세상이 편했으리라. 재벌가에 장손으로 태어나서 엘리트 교육을 받고, 세상 부족한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살았을 테니까.

실질적으로 현시대에 귀족 중의 귀족이라고 할 수 있는 재벌가의 장손. 예전으로 따지면 공작가, 혹은 대공가의 후계자 정도는 되었을 상황이다.

거기에 운도 좋아서 게이트를 얻고, 관찰 스킬을 얻었다. 한국에 관찰 스킬을 가진 사람은 나를 포함해서 총 세 명.

그 중 한 명은 게이트를 잃으면서 일반인이 되었을 것이고, 남은 관찰 스킬 보유자는 정기훈과 나, 두 명이다. 정기훈은 자신이 먼저 게이트의 주인이 되었으니 내 수준을 그렇게 높이 보지 않았을 것이고, 언제든 회유하거나 협박해서 자신의 아래에 둘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뭔지 몰라도 그런 것이 눈에 들어오니 갑자기 확 짜증이 치밀었다. 원래 내 성격이라면 그냥 넘어갔을 것 같은데. 이것또 게이트의 영향일까? 하지만 내가 가진 명경지수를 생각하면 아닐 것이다.

아마 내가 대영주가 되면서 마인드가 바뀐 것인지도 모르겠다.

상대는 그냥 영주도 아니고 대영주다. 휘하의 영지 수는 나보다 많다. 그런 대영주가 나를 우습게 본다. 이건 나만이 아니라 우리 영지를 우습게 보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내 영지가 소중하니 그것은 참기 힘든 일이다.

“왜 말이 없습니까? 잘나신 대영주님?”

“너, 넌.”

“너는 반말이구요. 재벌가 장손이나 되는 사람이 그런 기본적인 교육을 안 받았을 리는 없고, 아, 자기들 외엔 사람으로 안 보니 그런 것은 안 배우는 건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우리 집안은 그런 정신나간 재벌집이랑은 달라.”

“근데 왜 계속 반말이실까?”

“그······ 죄송합니다. 제가 무례했습니다.”

순식간에 감정을 추스른다. 그리고 자세를 바로하고는 내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해온다. 이건 또 이것 나름대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먼저 공격을 한 사람들에 대한 처우는요?”

“이들의 헌터능력을 삭제시키겠습니다.”

40레벨까지 레벨을 올리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정기훈은 바로 그렇게 이야기를 한다.

“그 정도면 넘어가드리도록 하죠.”

“네.”

정기훈은 곧장 두 사람의 게이트 출입권한을 삭제했다. 그리고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난 관찰로 두 사람을 살펴보았다. 그러자 두 사람이 일반인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난 고통스러워하며 쓰러진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치유 스킬을 사용했다. 현재 내 치유 스킬이면 저 정도의 부상은 바로 회복이 가능하다.

내 손에서 빛이 모였다가 두 사람에게 스며든다. 사실 내가 가진 치유 물약을 먹이거나 상처에 부어서 치료를 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그게 더 손해다. 내 마나는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찰 것이고, 치유 물약은 그 존재를 드러내고 싶지 않으니까.

“그, 그건 치유 마법.”

“네, 다들 이 정도는 하지 않습니까?”

내 말에 정기훈이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기만 한다.

“솔직히 말하죠. 지금 전 관찰 스킬로 당신을 살펴볼 수가 없습니다. 그게 당신이 한 것입니까?”

“예상하고 있는 대로입니다. 당신의 관찰 스킬 레벨이 내 관찰 스킬보다 낮기에 나를 비롯한 우리 영지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해서 관찰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저를 죽일 생각입니까?”

이건 뭔 개소리지? 내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정기훈을 쳐다보니 정기훈의 표정이 굳는다.

“당신은 지금까지 다른 게이트 주인을 그렇게 죽였습니까?”

“그럴리가요. 아무리 재벌이라고 해도 살인까지 커버를 치기는 무리입니다.”

“저기 누워 있는 둘을 이용하면 가능했을 것 같은데요?”

“저들은 과잉충성을 보인 겁니다. 어느 순간 그게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고 누리고 있었나봅니다.”

뭐지? 왜 이렇게 솔직하게 나오는 거지? 정기훈이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니 오히려 내가 정기훈에게 뭐라고 하기가 어려워진다.

“의외로 솔직하게 나오는군요?”

“당신도 대영주가 맞습니까?”

“맞습니다.”

“그럼 저 고연주 씨는.”

“제 휘하영지의 영주시죠. 몬스터 웨이브를 막기 위해서 우리 영지에 의탁해오신 거구요. 그런데 당신은 어떻게 휘하 영지를 6개나 늘린 겁니까?”

“오해를 할 만한 일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방금 저 친구들이 그런 짓까지 했으니. 하지만 사정이 있습니다. 첫 번째 휘하 영지는 우리 회사의 신입사원이 게이트의 주인이었습니다. 우리 회사 신입사원이 게이트 주인이 되었다는 얘기에 그를 만났고, 그가 갑자기 저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싶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시스템 알림이 떴겠군요?”

“맞습니다. 그래서 휘하 영지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리더 나머지 다섯 게이트의 주인들은.”

“돈입니까?”

“네, 맞습니다. 돈을 주고 휘하 영지로 받아들였습니다.”

의외로 불법적인 일을 사용한 것 같지 않았다. 난 그가 거짓을 말하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촌장님의 스킬을 카피했었으니까.

이런 때에 사용하기 위해서 그 스킬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저 쓰러져 있던 부하 1, 2가 과잉 충성을 보인 것이라는 것도 사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뭐 당신의 말이 사실이라고 합시다. 그래서 나를 찾은 이유는 뭡니까? 게이트 주인들의 커뮤니티에서 나를 만나자고 했던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일단 현재 상황에 대해서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네요. 첫 만남이 좀 안 좋게 보였겠지만, 사실 전 다른 세력과 싸우고 있습니다.”

다른 세력과 싸우고 있다는 말에 난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우리 정산 그룹은 정산 정기철 선생의 유지를 받들어 만들어진 기업입니다. 혹시 아십니까?”

정산 정기철 선생님은 우리 할아버지와 같이 독립운동을 하셨던 분이라고 알고 있다. 그리고 정산 그룹이 그 유지를 받들어서 생겨났다는 것도 들은 기억이 있다.

하지만 재벌이기에 독립 운동가의 후손이라는 것은 뭔가 좀 언발란스한 느낌이라 별로 믿어지지 않았다.

“그래서요?”

“우리와 대척점에 있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로주 그룹과 유선 그룹입니다.”

정산과 로주, 그리고 유선 그룹이 우리 나라 재벌 3대장이라고 할 수 있는 곳들이다. 그 중에 로주 그룹은 일본 자본으로 세워진 곳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그룹의 대부분이 한국에서 돈을 벌고 있으면서 정작 본사가 일본에 있다. 그리고 유선 그룹은 그런 부분에서는 특별히 들은 적이 없다.

“계속 해보세요.”

“지금 우리 나라 게이트 주인들의 7할은 그 두 기업에 넘어간 상태입니다. 두 기업은 모두 친일파의 후손들이 세운 기업입니다.”

뭐지? 그럼 이 재벌집 첫째 손주는 오히려 우리나라를 위해서 게이트 주인들을 만나고 다녔다는 얘긴가? 얘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래서 하고 싶은 얘기가 뭡니까?”

“우리나라 게이트를 지켜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겁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상한 사람들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이상한 사람들이요?”

“네, 강철맨 슈트를 입은 세 명의 헌터들을 찾는다는데 그들이 일본에서 중요한 게이트 하나를 강탈해갔다고 합니다. 그 게이트가 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 게이트는 미스릴 게이트다. 그리고 그 게이트를 강탈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가지고 온 것이 맞고. 그러니까 그들이 나와 선우, 시연이를 찾는다는 얘기다. 그때 옆에서 뜨거운 눈빛이 느껴진다. 그래서 고개를 돌려보니 고연주가 나를 빤히 보고 있다. 그러면서 소리는 내지 않고 입모양으로 말한다.

‘레드’라고.

아, 그러고 보니 고연주는 저 말에서 우리를 연상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자세한 얘기를 듣도록 하죠.”

“네,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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