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7 화 게이트의 분노
제 87 화 게이트의 분노
밖으로 나왔을 때 나를 반긴 것은 뉴스들이었다.
게이트의 주인들이 사라진 것은 몬스터 웨이브 때에 벌어진 일이다. 문제는 그렇게 사라진줄 알았던 게이트가 변이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원래 사라진줄 알았던 게이트 자리에서 게이트가 오픈되면서 주변의 환경을 바꾸기 시작했다는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게이트 내부의 환경이 밖에 영향을 끼친 것인데, 가장 심각한 것은 화산지대에 있던 게이트.
이 게이트는 한국에 있던 게이트는 아니고, 일본에 있던 게이트다. 그 게이트가 변이를 일으키면서 주변을 화산지대로 만들었다고 한다. 문제는 그것이 도코 한복판이라는 부분이고, 도코에 있던 고층 빌딩이 몇 개 사라지면서 그 자리에 화산이 자리를 잡은 것이다.
한국의 경우도 비슷한 경우가 몇 곳에서 벌어졌는데, 서울 한복판에 초원이 생겨나서 주변 빌딩들을 모두 삼켜버린 일이 벌어졌다.
문제는 사라진 빌딩은 어디로 갔냐인데, 다행인 점은 그 빌딩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튕겨나와서 게이트 주변에 흩뿌려졌다는 점이다.
즉, 인명 피해는 없었고, 물적 피해가 발생한 것인데, 그 물적 피해가 상당했다.
강남 한복판이 초원으로 변할 거라고 누가 상상을 했을까?
더 심각한 문제는 그곳에서 몬스터가 리젠될 수도 있다는 상황이 생긴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변이를 일으킨 지역에서는 게이트와 마찬가지로 기계류와 전자기기들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고장이 난 것은 아니지만, 그 지역 내에서는 작동을 안 한다. 그곳을 벗어나야 정상 작동을 한다. 이것은 게이트에 그런 것들을 가지고 들어갔들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이런 난리가 곳곳에서 벌어지자 게이트 관리국도 난리가 났다.
“네, 김미영 팀장님.”
-시우 씨의 게이트는 멀쩡한 상태인거죠?
“네, 우리 게이트는 아무 이상 없습니다. 몬스터 웨이브도 잘 막았구요.”
-휴, 다행이네요. 지금 여기저기 게이트 주인들이 멘붕에 빠져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대영주? 그런 것을 구한다고들 난리가 났어요.
대영주를 구한다는 것은 자신의 영지를 다른 곳에 의탁하겠다는 의미다. 고연주가 그랬던 것처럼.
“아실지 모르겠지만, 고연주 씨의 게이트도 우리 게이트의 휘하에 들어온 상태입니다.”
-그렇군요. 오히려 다행이네요. 그런데 정말 시우 씨의 게이트에서는 별 일이 없었나요?
“네, 생각보다 우리 영지가 강력합니다.”
내 말에 김미영 팀장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한다.
-저, 그렇다면 다른 게이트를 혹시 더 휘하에 두실 생각은?
“당장은 없습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휘하에 두기도 애매하구요.”
-그런 것이라면 이미 시우 씨와 알고 있던 사이라고 하시던데요.
“저랑 알고 있다구요? 아, 혹시 천안의 브란닭이 나오는 그 게이트 말씀입니까?”
-네, 그쪽에서 대영주를 찾고 있다고합니다.
브란닭의 게이트는 나와 만난 적이 있다. 계약서까지 작성을 했었고, 공장장님과 지인이던 분이셨다. 인상도 괜찮고, 브란 게이트를 관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그쪽이 원한다면 그렇게 하도록 하죠. 거긴 저랑도 인연이 있고, 우리 회사랑도 관련이 있는 곳이니.”
-네, 그럼 제가 그쪽 게이트 주인분과 연락을 해보겠습니다.
“네, 하지만 정말 그것을 원하는 것인지도 잘 알아봐주시기 바랍니다.”
-네, 그렇게 할게요.
김미영 팀장과 전화를 끝낸 후에 난 게이트 주인들의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그러자 정말 대영주를 찾는다는 게이트 주인이 몇 보였다.
재미있는 것은 대영주라고 해도 휘하 영지를 받는 것에 아무 제약이 없는 것이 아니라는 부분.
정기훈의 대영지는 이미 그 자리가 풀로 찬 상태였기에 더는 영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공지를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은근히 정기훈은 나에게 의탁할 방법을 알아보라는 이야기를 남겼다.
이건 친일파 재벌들이 영주들을 줍줍하는 것을 막기 위한 거라 생각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난 아무 영지나 받앋들일 생각이 없었다.
그렇기에 일단 브란 영지 정도만 받아들이고, 좀 더 지켜볼 생가기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렇다고 대영주가 되겠다고 나서는 게이트 주인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아니면 대영주가 될 수 있는 조건이 따로 있던 건가?”
냐앙!
호야가 내게 다가와서 애교를 부린다. 이런 애교는 목적이 분명하다.
“네네, 드립지요.”
짜먹는 간식을 짜주자 호야가 냥냥거리면서 먹는다. 자그마치 3개를 연속으로 짜주었다. 그랬더니 호야가 내 옷을 물고는 당긴다. 당기는 방향을 보니 침대다. 침대로 가라는 거다. 그래서 침대에 누우니 내 팔을 베고서 눕는다.
골골골골.
요즘 자주 내 팔을 베고 누우려는 느낌이다.
“호야, 어디 아픈 거 아니지?”
냐앙?
호야가 반짝이는 눈동자로 나를 쳐다본다. 그런 호야의 모습에 난 호야를 꼭 안았다. 그랬더니 더 크게 골골거리면서 잠든다.
“그러고 보니 우리 호야를 찾은 다음에 제대로 호야와 시간을 보냈다고 하기가 힘들구나.”
호야를 찾고, 호야가 보호자처럼 나를 보호하면서 같이 지내긴 했지만, 원래 우리가 유대관계를 가지면서 지내온 시간들과는 달랐다. 그래서 난 호야가 자는 동안에 호야를 쓰다듬어 주면서 아무래도 오늘은 그냥 호야랑 놀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시간쯤 호야가 자고 일어났다. 그래서 난 호야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꺼냈다.
애니매이션 중에 장화를 신고 돌아다니는 고양이에 대한 애니매이션이 있었다. 거기에서 잔뜩 폼을 잡던 고양이가 레이저 포인트를 보고 환장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 호야는 이미 에전에 레이저 포인트의 비밀에 대햐서 깨달았다. 그래서 레이저 포인트를 가지고 놀아주면 화를 낸다. 그래서 반짝이는 것이 붙어 있는 낚싯대를 준바했더니 그것은 참 좋아했다.
난 짐들이 있는 곳에서 호야의 장난감들을 다 꺼냈다. 그리고 호야를 위해서 혼신의 힘을 다해서 장난감을 흔들어주었다. 어느 순간 내가 장난감을 흔들고 있는 것인지 장난감이 나를 흔들고 있는 것인지도 구분이 안 갈 정도로.
호야는 정말 아깽이처럼 신나서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한번씩 숨바꼭질 놀이도 한다. 내가 숨고 호야가 나를 찾는 것이다. 호야는 이 놀이를 좋아한다.
어쩌면 예전에도 호야는 그냥 나랑 노는 것이 좋았는지도 모른다. 고양이가 후각이 얼마나 뛰어난데 내가 숨은 것을 모를까.
그런데 이렇게 고양이와 놀아주는 것은 고양이의 스트레스를 낮춰주는데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고양이는 스트레스에 약한 존재들이다. 스트레스로 인해서 사람이 죽음까지 이르는 경우가 있긴 해도 그게 급속도로 진행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고양이는 스트레스가 심하게 쌓이면 그로 인해서 여러 가지 병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런 고양이를 본 적도 있다. 그래서 반려인은 어떻게든 고양이의 스트레스를 관리해줘야 한다. 아마 호야도 나름대로 스트레스가 쌓여 있었나보다.
하긴 그 안에서 수십년을 혼자 살았을 호야의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했을까? 나를 다시 만난 후에 스트레스가 낮아졌다고 해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한참 여러 가지로 놀아주니 호야도 다시 내 팔에 기대서 잠이 들었다.
“이렇게 작은데······.”
우리 호야는 아메리칸 컬 중에서 상당히 몸집이 작은 편이다. 미국에서 보통 캣쇼에 출전하는 아메리칸 컬을 덩치가 큰 편이다. 하지만 호야는 유독 작고, 몸무게가 4킬로그램도 나가지 않는 작은 고양이다.
난 조심스럽게 호야를 품에 안았다. 호야 특유의 털의 감촉이 내 마음에 위안을 준다. 털이 있는 동물들은 그 털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그 털이 큰 위안을 주기도 한다. 특히 우리 호야의 털은 보통의 고양이 털과는 차원이 다르다. 아메이칸 컬의 특징이다. 약간은 기름진 털이라 매우 부드럽다.
그리고 놀랍게도 아메리칸 컬은 털이 잘 엉키지 않는다. 이부분도 참 축복받은 유전자인 녀석이다.
“호야, 아빠는 너 없으면 어떻게 살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 것인지 호야는 냥냥거리면서 내 팔을 꼭 잡는다.
그렇게 호야의 감촉을 느끼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
내가 잠에서 깨어난 이유는 김미영 팀장의 전화를 받아서다.
-도와주세요!
다급한 목소리. 난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로 가면 됩니까?”
-시청앞 광장이요.
“알겠습니다. 잠시 후에 거기에서 뵙도록 하죠.”
난 택시를 잡아타고 호야와 함께 시청앞 광장으로 향했다. 그러면서 스마트폰으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살펴보았다.
“이게 뭔 말도 안 되는.”
시청앞 광장 근처에서 게이트가 하나 변이를 일으켰다. 갑작스러운 변이라고 뉴스는 말하고 있다. 원래 주인이 사고로 죽으면서 게이트가 변이를 일으켰다고.
그래서 무슨 사고인가 봤더니 황당하게도 교통사고란다.
게이트 주인도 당연한 일이지만, 교통사고가 나면 죽을 수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 게이트 변이가 발생한 후에 교통사고로 사망을 했다?
뭔가 수상한 기운이 느껴진다.
화지만 더는 자세한 정보가 인터넷에 올라오지는 않았다. 이미 시청앞 광장 주변에 군부대가 파견되어서 인원을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택시에서 내리자 김미영 팀장이 마중을 나와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까?”
내 말에 김미영 팀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한다.
“실시간으로 게이트 변이가 진행되고 있어요. 저기 보이시죠?”
시청앞 광장에 작은 산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광장에 산이 있을 리가 없었다. 저것은 게이트의 지향이 이쪽이 편입이 되는 것이다.
“몬스터는요?”
“아직은 없어요. 하지만 이 상황이라면 언제든 몬스터가 등장해도 이상할 것이 없겠죠.”
맞는 말이다.
“그럼 저에게 도와달라는 부분은 뭡니까?”
“관찰로 살펴봐주세요. 정기훈 씨는 현재 한국에 없어서.”
그러니까 관찰 스킬을 가진 유일한 한국인이 현재 나뿐이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난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관찰을 사용했다.
-관찰 스킬을 사용하였습니다.
-게이트 변이 진행중 36%.
게이트 변이가 진행중이다. 게이트 주인이 살해당했다. 게이트는 주인의 상실에 상당히 화가 난 상태이다. 게이트가 자신의 의지대로 이 세상에 자신의 게이트를 투영하려고 한다. 그리고 진행도 80%를 넘어가면 몬스터들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사태는 매우 심각했다. 게이트는 의지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글고 그 의지를 통해서 게이트 주인을 보호하려고 하기도 한다. 게이트 주인은 교통사고로 사망을 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관찰로 살펴본 바로는 게이트 주인은 살해를 당한 것이다.
그리고 게이트는 자신의 주인을 죽인 대상을 용서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게이트 변이를 일으켜서 몬스터를 내보내서 살해를 한 당사자를 찾으려는 것일까?
분명한 것은 관찰을 통해서 한 가지는 분명했다.
“게이트가 분노하고 있군요.”
게이트가 분노를 하고 있다는 것. 내 게이트가 아닌 것을 보면 게이트 각각이 각각의 의지가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