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91화 (91/182)

제 91 화 저들의 의도.

제 91 화 저들의 의도.

문제가 되는 것은 내가 경계로 생각하는 부분에 진입을 시도하는 헌터들이다. 그들이 헌터라는 것을 알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요즘 시기에 냉병기를 주로 사용하는 이들은 헌터들 뿐일 테니까.

갑옷을 입고, 검과 창, 활 같은 무기들을 들고 진입을 시도하는 이들. 딱 봐도 그들의 갑옷에 문양이 있기에 그들이 어디 소속인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바로 친일파 재벌 산하에 있는 헌터들인 것이다. 이번 게이트 사태의 배후 인물로 지목되고 있는 이의 아래에 있는 헌터들.

그들은 진입을 하기 직전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사고였습니다. 그로 인해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은 상당히 안타까운 일이지만, 저희들은 최선을 다해서 몬스터를 막아낼 것입니다.

그럴듯한 개소리를 하고 있는 인물.

아마 저놈이 이 사태의 원흉인 것 같다. 나이는 대충 나와 비슷해보이고, 말끔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근간에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뭘 믿고 저러지?”

내 말에 선우가 말한다.

“누구든 그럴듯한 계획이 있기 마련이지. 개쳐맞기 전까지는.”

“큭, 그 말이 맞다. 네가 보기엔 쟤들이 저거 진정시킬 수 있다고 보냐?”

“내가 보기엔 자살특공대로 보이는데?”

나 역시 선우의 말에 공감한다. 저러고 들어간다고 몬스터를 어찌할 수 있을까? 오크도 처리하기 힘들 것이다.

오크가 보통 게임에서는 저렙 몬스터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지만, 내가 겪은 오크들은 그렇게 만만한 애들이 아니다.

우리 영지의 그레이 오크들은 굶주림에 지쳐서 약화된 상태였다. 그리고 지금 잘 먹고 잘 성장한 오크들은 미노타우르스 정도는 가지고 놀 정도로 성장했다.

이 얘기가 뭐냐?

성장의 한계가 다르다는 것이다. 오크는 어찌 보면 인간처럼 성장에 한계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미노타우르스나 트롤, 오우거 같은 애들은 강력한 존재로 태어나지만, 성장 폭은 낮다. 그래서 상대하기 쉬운 것이다. 걔들이 성장폭이 엄청났다면 상대하기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누차 이야기하지만 우리 영지는 축복받은 영지다. 그렇기에 다른 곳과 성장의 속도나, 질을 비교할 수 없다. 이 말을 바꿔말하면 다른 영지의 헌터들은 그렇게 크게 성장하지 못했을 거라는 이야기.

즉, 저들의 전력으로 성장폭이 높은 오크를 상대한다?

선우의 말처럼 자살 특공대라고 하기 딱 좋다.

“그러고 보니 저것들 어디서 본 것 같지 않냐?”

선우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그 반자이 돌격대?”

후쿠시마에서 벌어졌던 반자이 돌격대. 사실 그때 그들은 최면에 당한 것으로 봐야했다. 하지만 지금 저들은 그런 눈빛은 아니다.

“최면보다 무서운 게 뭔지 아냐?”

선우의 말에 난 녀석을 빤히 쳐다보았다. 헌터의 경험이 원래 있던 선우.

“뭔데?”

“희망이지. 저것만 하면 너한테 내가 뭘 해줄 수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죽을 자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달려들 인간들이 많을 거다.”

선우의 말처럼 저들은 자발적으로 동원되었다고 해도 그 이면까지 자발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래서, 내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냐?”

“아니, 절대로 나서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저 개판인 곳에 굳이 우리가 발을 담글 이유는 없겠지. 그리고 저 게이트와 대화를 해봤다며?”

“그랬지.”

“저 게이트는 저 경계를 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겠지. 하지만 그 경계라는게 엄청난 규모인데? 저 정도면 일단 시청은 새로 어디에 지어야 할 것 같고, 그 주변 회사들도 다 작살이 난 것으로 보인다만.”

“그치, 그런데도 정부는 쉬운 해결책을 사용하지 않네.”

선우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항상 무슨 사건이 터질때마다 말이지. 쉬운 해결책은 늘 있었다. 하지만 절대로 국가는 그 쉬운 해결책을 사용하지 않지. 사고가 터지면 해당 책임자는 책임을 지고, 앞으로는 다시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예방을 한다. 그런 방법은 누구나 알고 있어. 하지만 난 살면서 국가, 아니 정부가 그런 쉬운 해결책을 선택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하긴······ 저들에게도 저들의 사정이 있을 수도 있겠지.”

“그렇겠지. 그리고 저렇게 나팔수 역할을 하는 인간들이 떠들고 있잖냐. 우리가 옳다. 우리가 바른 길이다. 그러니까 닥치고 우리를 따르라는 식으로.”

정말 여러 채널을 돌려보았지만, 하나같이 TV에서 떠드는 인간들은 비슷한 논조를 보이고 있다.

게이트에 인간이 굴복을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 애초에 저런 사태를 만든 것 자체가 인간인데 말이다.

“진입한다.”

냐앙.

호야가 한심하다는 듯이 티비를 보고 말한다.

“다 죽겠지. 그런데 그래서 저들이 얻는 게 뭐지? 그걸 모르겠단 말이야.”

저런 전력으로 부딪쳐봐야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저들이 과연 모를까? 절대 아니라고 본다. 그런데도 사람들을 갈아 넣는다.

골때리는 것은 게이트가 정해놓은 경계는 외부에서 카메라로 촬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헌터들의 고분분투가 그대로 송출된다는 거고.

-크악!

-죽어라!

-사람 살려!

난장판이 벌어진다. 아비규환이다. 고블린에 코볼트, 오크들이 협력을 해서 인간 헌터들을 상대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갑옷 정도 입고 있다고 해도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애초에 선우가 말한 것처럼 자살특공대라는 이야기다.

-아악! 살려줘!

-후퇴해! 안 돼!

방송에 저들이 죽어가는 장면이 그대로 송출된다. 모자이크 같은 것도 없고, 방송이 끊어지지도 않는다.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다.

보통 저런 장면이면 어떻게든 방송을 중단하고, 보여주지 않는 것이 일반적일 텐데 말이다.

“뭐지? 왜 그대로 방송하지?”

선우도 나랑 같은 생각인 것 같다.

“뭔가 노리는 게 있는 거겠지.”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방송은 계속해서 현자을 비추고 있었다. 아나운서가 당황하는 모습이 보였고, 출연한 패널들도 당황한 모습을 보인다.

이것이 말하는 것은 저들은 지금 방송국의 저의를 모른다는 뜻일 거다.

아나운서는 어쩔줄 몰라하는 소리만 내고 있고, 패널들은 아예 고개를 돌리고 있다.

그때였다. 다시 현장을 비추면서 원흉의 인터뷰가 나온다.

-지금 헌터들이 장렬히 전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상황을 예상했습니까?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이렇게까지 차이가 날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알았다면 절대로 보내지 않았을 겁니다.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우리나라에는 아니, 정확히 우리나라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인 중에는 엄청난 헌터가 있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사태가 벌어졌을 때에 그것을 해결한 것은 단 세 명이었습니다. 그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아, 그 강철맨 슈트를 입은 사람들을 말씀하시나요?

-맞습니다. 그들의 힘이 필요합니다. 원한다면 일본으로 전세기를 띄울 수도 있습니다. 부디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그들이 와줄 거라는 보장은 없지 않을까요?

-솔직히 희박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국에도 대단한 헌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도 대단한 헌터, 아니 대영주가 있습니다. 그들이 힘을 보태준다면 분명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대영주라는 것은 뭘 의미하는 건가요?

-다른 게이트를 휘하에 두고 있는 게이트의 주인을 시스템은 대영주로 칭합니다. 정산그룹의 정기훈 씨가 그렇고, 시호 영지의 최시우 씨가 그렇습니다. 저 역시 대영주의 직위를 가지고 있지만, 저와는 상대가 안 되는 강함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때였다. 누군가 인터뷰에 끼어들었다. 누군가 했더니 김미영 팀장이다.

-잠깐만요. 이 사태를 일으킨 것은 조문성 씨인데 그들이 왜 도와줘야 한다는 말인가요?

김미영 팀장의 말에 조문성은 인상을 살짝 찌푸리더니 다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사고였을 뿐입니다. 그리고 같은 한국인 아닙니까? 한국의 한복판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돕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 않습니까?

-당신은 반대로 그들의 게이트에 문제가 생긴다면 희생을 감수하고 도울 생각입니까?

-김미영 팀장님. 도대체 왜 이런 질문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럼 이 사태를 어쩌란 말입니까?

-당신 한 명이 저 게이트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해결된다고 들었어요. 왜 쉬운 방법을 두고 어려운 방법을 찾으시는 거죠?

“워, 김미영 팀장 급발진하네.”

선우의 말처럼 김미영 팀장은 급발진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내가 했던 이야기고,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도 하다.

-그럼 저에게 희생을 하라는 얘깁니까? 제가 책임져야 하는 로운 그룹의 임적원들이 우습습니까?

-당신은 희생을 하기 싫으면서 당신의 게이트에 소속된 헌터들을 그렇게 희생시키는 겁니까? 거기에 다른 대영주까지 마치 당연히 희생을 해야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가요?

-저 사람 뭡니까? 끌어 내세요.

조문성이 화가 났다는 듯이 말할 때 난 김미영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접니다. 최시우. 스피커폰으로 바꿔주세요.”

-네, 최시우 씨.

TV에 김미영 팀장이 스마트폰을 마이크에 대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난 말했다.

“이것보세요, 조문성 씨. 당신이 무슨 권리로 나에게 희생을 강요하는지 모르겠지만, 당신이 싼 똥은 당신이 직접 치우십시오. 당신 하나 게이트로 들어가면 해결될 일입니다. 이것은 지금 변이를 일으킨 게이트에게서 직접 들은 이야기구요. 게이트는 바보가 아닙니디. 사고요? 웃기지 마세요. 당신은 저 게이트의 주인을 죽였습니다. 당신도 대영주니 알 거 아닙니까? 시스템이 거짓말을 하던가요? 아니라는 것을 알겁니다. 그러니 자신이 싼 똥은 직접 치우러 들어가세요. 그 후에 더 심각한 일이 벌어진다면 제가 우리 영지의 헌터들을 데리고 출동하겠습니다.”

그렇게 말을 하고 난 전화를 끊었다.

-조문성 씨, 방금 그 얘기는 뭔가요? 시스템이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은 저도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게이트가 당신을 살인자로 지목했다는 것은······.

-다 헛소립니다. 자기를 희생하기 싫어서 하는 소리 아닙니까?

-그럼 당신은 왜 자신을 희생하기 싫어하는 거죠?

-말씀드렸듯이 우리 로운 그룹의 임직원들을 위해서입니다.

-그럼 시호 영지의 대영주는 희생을 해도 된다는 겁니까?

-인터뷰는 더 하지 않겠습니다.

조문성은 그렇게 이야기하고는 자리를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 갑자기 게이트의 경계가 넓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온다. 조문성은 그런 상황을 보고 서둘러 도망가고 인터뷰를 진행하던 여자 리포터는 몬스터에게 금방이라도 공격을 당할 것 같은 상황이었다.

쾅!

그때 일련의 사람들이 등장했다.

“막으세요!”

알고 있는 목소리다. 바로 정기훈의 목소리였다.

왜 저기에 저 양반이 나오는 건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영지에 속한 헌터들을 데리고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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