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93화 (93/182)

제 93 화 경복궁 게이트.

제 93 화 경복궁 게이트.

한국에서 가장 상징적인 궁은 어디일까? 이것에 대해서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경복궁이라고 할 것이다.

경복궁 자체는 대원군때 다시 만들어진 곳이다. 최초에 경복궁을 만들었던 것은 태조 이성계때이다. 그것이 임진왜란때 선조가 런을 때리는 바람에 성난 민중에 의해서 불타버렸다.

그 후에 흉물스럽게 남아 있던 경복궁 터를 결국 고종때 대원군이 중심이 되어서 다시 만들어졌다. 그로 인해서 안 그래도 바닥을 치던 조선의 경제가 작살이 났다는 것은 뭐 유명한 얘기다.

하지만 경복궁을 다시 재건해야 한다는 것은 대원군만이 아니었다. 선조 이후의 많은 왕들은 그것을 다시 세우고 싶어했다.

왜 그랬을까?

아마 모르긴 해도 그 자체가 조선의 상징이 되는 법궁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조선왕조의 상징.

그리고 그 조선은 500년을 이어왔던 역사적인 나라이다. 대부분 한국에 세워진 왕조들은 한 번 세워지면 오래도 왕조가 이어졌다. 중국과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아무튼, 마지막 조선 왕조의 상징이랄 수 있는 경복궁이 성역이 되었다는 것은 뭐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거기에 게이트가 어떻게 생겼냐는 부분.

보통 게이트는 집에 생기는데 경복궁에 사는 사람은 없으니까.

“어떻게 경복궁에 게이트가 생길 수 있습니까?”

“아, 거기 관리하던 분이 게이트의 주인이 되었다고합니다.”

“겁나 희박한 확률이었겠네요.”

“네. 아무래도 그렇겠죠. 덕수궁을 비롯한 다은 궁에는 게이트가 생기지 않은 것을 보면 희귀한 경우죠.”

다른 궁에는 게이트가 생기지 않았다. 그런데 경복궁에는 생겼다. 참 신기한 일이다. 그러다가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혹시 경복궁 관리하던 분이?”

“네, 왕의 후손입니다.”

“아, 그러면 그럴 수도 있었겠군요.”

실제로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왕의 후예가 예전에 경복궁에서 살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중에 한 명은 가수로도 활동을 했다고 들었고. 어릴적 들었던 ‘비둘기 집’이라는 노래를 불렀던 사람으로 마지막 황손이라는 글을 본 기억이 있다.

어쩌면 그 후손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더라도 워낙에 이씨 조선의 후예들은 많을 테니까.

“대영주입니까?”

“아닙니다. 그냥 영주죠. 하지만 가급적이면 그냥 영주로 있게 하고 싶습니다.”

정기훈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경복궁 게이트는 매우 상징적이다. 그가 어딘가의 대영주 아래로 들어간다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물론, 지금 이런 상황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상당히 적겠지만 말이다.

“경복궁으로 가보실 생각입니까?”

정기훈의 말에 난 고개를 저었다. 굳이 거기에 갈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전 가급적이면 시우 씨가 가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휘하 영지를 받을 수 있다면 동맹 영지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아직 저도 시도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정기훈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경복궁 게이트는 동맹 영지로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욕심이 나서가 아니라, 보호를 하기 위해서? 우리 증조할아버지가 지키고 싶어했던 조선, 아니 대한제국이었을 테니까. 아닌가? 증조할아버지가 지키고 싶었던 것은 왕조는 아닐 거라는 생각도 들긴 한다.

“시간 나면 한 번 가보도록 하죠. 그런데 우리나라에만 성역이 있지는 않겠네요?”

“물론입니다. 다른 나라도 상징이 되는 곳들이 성역으로 변화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정기훈은 역시 재벌가답게 정보가 많은 인물이다.

“우리 회사 사장님에게 그래서 우리 게이트에 자리를 잡으라고 추천하신 겁니까?”

내 말에 정기훈이 살짝 웃으면서 말한다.

“그 말을 그대로 들으셨나봅니다. 그 형님 참 추진력은 알아줘야겠네요. 솔직히 저도 지금 제가 대영주가 아니라면 시우 씨 휘하로 들어가고 싶을 정도입니다. 딱 한 번 시우 씨를 겪어봤지만,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뭐, 그건 별로 중요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시우 씨는 그렇게 느낄 수도 있죠. 하지만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앞으로도.”

정기훈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한다.

“그나저나 저 게이트의 변이는 결국 어떻게 해결할 생각입니까?”

“저들이 여론을 움직이니 저도 여론을 움직여볼 생각입니다. 결국 조문성이 대가를 치르지 않는 이상은 안 끝날 일이니까요.”

“그게 되겠습니까?”

솔직히 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세상이 등을 떠민다고 해도 조문성이 그렇게 할까? 아니라고 본다. 그런 인간이 자신을 희생할리가.

“아마, 쉽지는 않겠죠. 하지만 다른 나라도 비슷한 결정을 내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게이트의 변이를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다른 나라요?”

“대표적으로 미국이 그런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입니다. 내부적으로는 이미 그렇게 결정했다고 들었습니다.”

미국이 그렇게 한다면 그것이 표준이 된다. 보통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도 그렇게 넘어갈 수 있을까? 솔직히 모르겠다.

“솔지히 잘 모르겠군요.”

“네, 저도 확신은 못합니다. 하지만 나쁠 것 같지 않습니다. 변이가 계속 이뤄지게 된다면 결국 사람들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되겠죠. 그리고 저 변이가 되돌릴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 얘기를 듣다가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생각났다.

“그런데 변이로 인해서 지형이 변하는 것은 그렇다치고, 저기 몬스터도 계속 그럼 나온다는 얘깁니까?”

문제는 이것이다. 변이 자체는 도시가 자연이 된다는 의미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자연이 몬스터를 품고 있다면 얘기가 다르지 않겠는가? 그렇게 되면 사용할 수 없는 땅이 될 테니까.

“미국의 경우 그렇다고 하더군요.”

“그건 좀 심각한데요?”

“네, 좀 그렇습니다.”

“한 가지는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네.”

“저를 이용할 생각을 하지 마십시오. 그랬다가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

“하하, 시우 씨를 이용할 생각은 없습니다. 협조라면 구할 수 있겠지만, 그것도 결국은 시우 씨의 결정을 따를 문제겠죠. 전 오래 살고 싶습니다. 앞으로 변화할 세상에 대한 기대도 크고. 괜한 일에 목숨을 걸고 싶지는 않다는 얘깁니다.”

정기훈이 말을 할 때 난 그의 말이 진실인지를 스킬로 확인했다. 다행히 그의 이야기는 진실이었다. 최소한 나를 이용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것. 물론 나에게 협조를 구할 생각은 진심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 나에게 협조를 구할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까?”

“일단 이 상태가 계속해서 유지될 거라는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세상은 크게 변할 겁니다. 이번에는 게이트의 분노로 인해서 게이트가 변이를 일으켜지만, 과연 그 이유만으로 변이가 생기는 것일까요? 전 시간이 지나면 게이트가 우리 세상에 침범을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게이트는 호의적인 모습으로 다가왔지만, 그 호의가 언제까지 지속될 거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으니까요.”

정기훈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본다. 게이트는 결국 우리 세상에 왜 등장했을까?

아무 대가도 없이 우리에게 게이트의 자원들을 제공해준다? 그것을 우리 세상에 퍼트리기를 바란다? 아무 대가도 없이? 세상에 공짜밥은 없는 법이다. 결국 그 대가를 우리는 치르게 될 날이 올 것이다.

“이번 일은 지켜보겠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 내가 어떻게 행동할지를 정할 생각입니다.”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정기훈의 말에 맘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우리는 같은 대영주인데 왜 정기훈 씨는 저를 대영주 이상으로 대한다는 느낌이 들죠?”

“전 같은 대영주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결국 누군가는 영주, 대영주를 넘어서서 군주가 되지 않겠습니까? 전 그 위치에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 최시우 씨라고 생각합니다.”

군주.

현대의 대한민국에서 군주라는 말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하긴 대영주라는 것도 말이 안 되긴 한다. 그런데 정기훈은 나에게 ‘군주’를 언급한다. 그것도 매우 그것에 대한 의지가 있어 보인다.

물론 아직 나에게는 와닿지 않는 이야기다.

“결국 현재 국가의 형태는 무너지진 않더라도 상징적으로 각국은 군주를 내세우게 될 겁니다. 그리고 전 대한민국이 강한 군주를 가지길 바랍니다.”

정기훈의 야망은 저런 것인가보다. 대한민국이 강해졌으면 한다는 것. 그리고 거기에 현재 가장 부합하는 인물은 나일 것이고.

레벨때문인가?

퍽! 냥!

호야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나를 쳐다본다. 어쩌라는 건지 이건 모르겠다. 그냥 한심하게 본다. 이렇게 한심해보니는 내가 군주가 된다? 이상하다.

“뭐, 아직은 전 그런 생각 자체가 없으니 차차 지켜보도록 하죠.”

“네. 그럼 전 조문성 일을 해결하러 가보겠습니다.”

“네, 그리고 박쥐맨은.”

“하하, 알겠습니다.”

긴 얘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은 참 편한 것 같다.

그렇게 난 정기훈과 헤어진 후에 내 망토 안에 호야를 집어 넣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런데 호야가 내 품에서 말한다.

냥냥! 냥냥냥냐앙!

“음? 경복궁에 가보자고? 굳이 지금?”

냥!

그렇단다. 호야가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 일단 한 번 움직여보기로 한다. 어차피 멀지 않으니까.

난 곧장 광화문으로 이동했다. 그랬더니 그 앞에 익숙한 인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조문성?”

조문성이 광화문 앞에서 진을 치고 있다. 신기한 것은 그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광화문이 언제부터 통제된 거지?”

딱히 통제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조문성은 광화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광화문은 경복궁의 정문이다. 그리고 현재 경복궁에는 게이트가 존재하고, 경복궁 자체가 성역인 상태이다. 정기훈이 그렇게 말했다.

그래서 나도 관찰을 사용해보았다.

-관찰 스킬을 사용하였습니다.

-대성역을 발견하였습니다.

대성역: 경복궁.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 고궁이다. 많은 역사와 많은 염원이 집중된 곳으로 대성역으로 새롭게 변화되었다.

*대성역에 있으면 빠르게 체력과 마나가 빠르게 회복된다. 상처와 질병이 성역에 있는 것만으로도 자연적으로 치유된다.

*대성역은 한 국가에 단 하나만 존재한다. 그것을 잃게 되면 국각에 존재하는 모든 영지들이 급격히 쇄락한다.

“헐. 이거 실화냐?”

경복궁은 그냥 성역이 아니었다. 앞에 대(大)라는 글자가 붙는 대성역이다. 심지어 이 대성역의 영역은 대한민국 전체를 관장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 대성역을 잃게 되면 국가에 존재하는 모든 영지들이 급격히 쇄락한단다.

내가 황당해하고 있을때 누군가 나에게 다가온다.

“대영주 최시우 씨죠?”

상대를 보니 그가 경복궁 게이트의 주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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