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94화 (94/182)

제 94 화 예비 군주

제 94 화 예비 군주

경복궁 게이트의 주인 이규성.

역시나 ‘이’씨 성을 가진 것을 보면 아마 저 성이 전주 ‘이’씨가 아닐까 싶었다.

“네, 제가 최시우 맞습니다.”

“다행이 늦지 않게 오셨군요.”

“네? 제가 올 것을 알고 있었습니까?”

“한국에서 가장 강한 대영주 아닙니까?”

웃으면서 말하는 이규성. 그런 그의 모습에 약간 위화감이 느껴진다.

“뭐, 그렇다 치고. 그래서 저를 기다린 이유는 뭡니까?”

“경복궁 게이트를 당신에게 맞기기 위해서입니다.”

“저한테 맡겨요? 제 휘하 영지로 들어오시겠다는 의미입니까?”

“아닙니다. 말 그대로 소유권을 넘길 생각입니다.”

소유권 자체를 넘긴다. 물론 이것도 가능은 할 수 있을 수 있다. 스킬을 사용해보니 이 남자의 말을 진실이었다.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별로 대단한 이유는 아닙니다.”

“그래도 제 입장에서는 들어야 할 것 같아서요.”

“그······ 알겠습니다.”

이규성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다시 입을 연다.

“사실 제 선조가 정조대왕이었다고 합니다. 뭐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살았죠. 사실 그런 이들이 은근히 많으니까요.”

사실 한국 성씨에서 그런 경우는 은근 많다. 그렇다고 해서 무슨 이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잠깐 어깨가 으쓱하는 정도가 아닐까?

“그래서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덜컥 그것때문인지 경복궁 게이트의 주인이 되어버렸습니다. 황당한 일이죠. 숙직실에서 대기를 하다가 게이트가 생겨났으니.”

그건 그럴 것 같다. 경복궁이 집도 아니었고, 그냥 거기에서 숙직인 날에 게이트가 생기고, 그 주인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래서요?”

“그게 사실 제가 퇴직을 며칠 앞두고 있었던 상황입니다. 그리고 퇴직을 하면 계획이 있었거든요. 꼭 평생 가보고 싶었던 곳에 가고 싶었습니다.”

평생 가보고 싶었던 곳. 그게 한국 내에 있는 곳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웃기는 얘기지만, 이규성 씨는 게이트 주인이 되면서 오히려 그 계획을 이룰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무한테나 넘기셔도?”

“그게 가능하지가 않더군요. 전 처음에 제 동료에게 게이트를 넘기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불가능했습니다.”

듣다보니 이 사람의 입장에서는 게이트라는 것이 매우 계륵같은 것이었을 것이다. 게이트 주인이 되었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을 테니까. 내가 느낀 위화감은 그런 것이었나보다.

“그런데 저는 가능하다?”

“솔직히 저 앞에 있는 조규성? 저 사람한테도 가능은 하더군요. 하지만 저도 생각이라는 것이 있는데, 저 양반한테 경복궁을 넘길 수야 없지 않겠습니까?”

“아마, 많은 것을 약속했을 텐데요?”

“당연히 평생 다 쓰지 못할 정도로 많은 돈을 약속했죠. 하지만 그런다고 나라를 팔 수야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정조 대왕이 제 선조라는 사실이 아니라도 말입니다.”

이규성의 말에 난 웃음이 나왔다. 대한민국은 참 희한한 나라다. 지난 수백 년 사이에만 해도 많은 위기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위기때에 그 위기를 이긴 것은 대부분 정부가 아니다. 대부분은 민초들이 나서서 나라를 지켰었다.

해외의 많은 역사 학자들이나 사회학자들은 이점이 한국의 특이한 점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이미 한국은 민족의 정체성이 천년도 전에 자리잡은 나라라고. 유럽도, 가까운 중국과 일본도 한국 같은 정체성은 찾기 힘들다고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한다.

난 솔직히 그런 것을 그냥 국뽕 방송이겠거니 하고 너튜브에서 웃으면서 봤다.

그런데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정조의 후예라고 해도 사실 그런 것을 신경쓰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평생 써도 못 쓸 정도로 많은 돈을 준다고 하는데, 그것을 무시하고, 별다른 것을 제시하지도 않은 나에게 게이트를 넘기려는 이규성.

개인적으로 나라면 저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독립운동가의 후예라서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가난에는 장사가 없는 법이다. 물론, 우리집은 그렇게까지 가난하지 않았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보통은 하기 힘든 결정이 분명했다.

“알겠습니다. 경복궁 게이트 제가 받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정조 대왕께 부끄럽지 않도록 경복궁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거면 충분합니다. 그럼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겠군요. 하하하.”

이규성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쌍방향 게이트 1A의 소유권을 게이트 주인 이규성이 대영주 최시우에게 넘기려고 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받아들인다.”

-쌍방향 게이트 1A의 소유자가 되었습니다.

-쌍방행 게이트 1A는 대성역입니다. 대성역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영지의 규모가 특대로 변경됩니다. 직업이 ‘대영주’에서 ‘예비 군주’로 변경됩니다.

여러 가지 알림이 떴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예비 군주’로 직업이 변경되었다는 점일 거다. 이게 이렇게 빨리 나에게 다가올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아오! 이제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겠네요.”

“그렇군요. 혹시 어디를 가실 생각이었습니까?”

“하얼빈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하얼빈이요?”

“네, 안중근 대장의 팬이라서요. 하하하. 그리고 임시정부가 있던 곳도 가보고, 그 뒤에는.”

“뒤에는?”

“이비자로 가서 질릴 때까지 놀 생각입니다. 하하하.”

스페인의 이비자는 클럽으로 유명한 곳이다. 뭔가 하얼빈과 임시정부, 이비자는 괴리감이 있었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랴. 자신의 꿈이 그렇다는데.

“제가 많은 것은 못 드리겠지만, 당장에 한 20억은 여행비로 지원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1원도 받지 않을 겁니다.”

“네?”

“1원이라도 받으면 제가 스스로에게 부끄러워질 것 같거든요.”

“아!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질리게 놀다 오면 게이트 안에 제 거처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언제든 찾아오십시오.”

“네, 그거면 됐습니다. 하하하. 그럼 전 이만.”

이규성은 아무 미련도 없다는 듯이 안으로 들어가더니 여행용 가방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나에게 손을 흔들면서 경복궁을 빠져나간다.

***

그런 그를 배웅한 후에 난 일단 경복궁 게이트에 들어가보았다. 그랬더니 놀라운 풍경이 내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성?”

성이었다. 그것도 보통 성이 아니라 엄청난 규모의 왕성이었다. 성에 가까이 다가가보니 성문이 스르르 열린다. 그리고 그 앞에 거대한 갑옷을 입고 있는 기사가 보인다.

“인간?”

저 갑옷 안에 인간이 있다면 그것은 이계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난 그 기사를 관찰로 살펴보았다.

-관찰 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이름: 리빙아머(59레벨).

왕성을 지키려던 근위기사의 영혼이 변한 존재이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생전의 기술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인정받지 못한 이의 출입을 철저히 막는다.

한 마디로 리빙아머라는 몬스터가 되었다는 것이다.

냐앙.

호야가 내 어깨위로 올라오더니 빤히 리빙아머를 쳐다본다.

“역시 우리 호야지! 호야, 네가 처리 할 거야?”

냐앙?

“뭔 개소리냐고? 그럼 왜 그렇게 보고 있는데?”

냥냥! 냥냥냥!

“처음 보는 애라 신기해서 보고 있었다고?”

그냥 처음보는 몬스터라 쳐다보고 있었다는 호선생의 말씀. 그럴 수 있다. 갑옷이 혼자 움직익고 있으니 얼마나 신기한가?

“저거 잘 연구하면 시연이가 원하는 슈트를 만들 수도 있겠다.”

리빙아머는 결국에는 갑옷이지 않겠는가? 그럼 인공지능을 가진 강철맨 슈트랑 비슷하지 않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행인지 리빙아머는 나에게 달려들어서 공격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그래서 나도 조금 거리를 두고 리빙아머를 살펴보기만했다. 그때 내가 들어온 게이트 옆에 게이트가 하나 더 생겨난다.

게이트를 관찰로 살펴보이 우리 영지로 향하는 게이트였다.

광산 게이트를 얻었을 때는 게이트 자체가 우리 영지로 들어왔었는데, 이번 경우는 좀 다른 것 같다. 아무래도 그냥 게이트가 아니라 대성역이라는 중요 거점이었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난 일단 우리 영지로 돌아갔다.

***

“뭐냐? 새로 게이트가 생겼다고 해서 은근 기대하고 있었는데, 네가 튀어나오냐?”

선우의 반가워하는 인사에 난 녀석의 아구창을 살짝 날려버릴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만 했을 뿐인데, 녀석이 방어 자세를 취한다.

“음? 살기감지가 작동하네?”

“엿까는 소리하네. 너 그런 스킬······ 있었네?”

그 전까지 없었던 것이 있는 것을 보니 선우도 나름 이 안에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뭐야? 너 나 때릴라고 그랬지? 어머니! 시우가 사람 때려요.”

“아직 안 때렸거든? 진짜 함 패줘 볼까?”

“아닙니다, 군주님.”

“뭔 개소리야?”

“개소리는 우리한테 다 알람이 떴었는데? 대영주 최시우가 예비 군주의 자격을 얻었다고.”

“헐.”

그런 알람이 영지민들에게도 떴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예비 군주는 뭐야?”

“그게······.”

난 선우에게 지금까지 있던 일을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선우가 크게 웃는다.

“야, 그 양반 그냥 런한 거 아냐? 정조 후예가 아니라 런조 후예였다거나?”

“뭐?”

“딱 봐도 그 양반 그 성에 들어가지도 못했을 텐데, 게이트가 발목만 잡았다면 개짜증나지 않았겠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하지만.

“그럼 조규성한테 수천억 받고 팔지 않았겠냐?”

“아, 그건 그러네. 나라면 비싸게 주고 팔지.”

“그렇지. 넌 그럴 놈이지.”

“넌 아닌 것처럼 말한다?”

“솔직히 나도 장담은 못하지.”

친구라서 할 수 있는 이야기다.

“암무튼 시호 수호대 집합시켜라. 그 성을 공략해봐야겠다.”

“오케이! 시호 수호대 블루 출동!”

“이 생퀴 즐기고 있네.”

“당근이지. 얼마나 즐겁냐? 큭큭큭.”

“거기 입구 몹이 59렙이다.”

“엇? 그건 그닥 즐겁지 않은데?”

“그러니까 단단히 준비해서 오라고 그래. 오크 기사단이랑 바람의 기사단도 같이 출동할 생각이니까.”

경복궁 성은 아마 아직 주인으로 나를 인정하지 않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정을 하게 해주어야 한다. 거기에도 분명 수호자가 있을 것이고, 수호자는 가장 안쪽에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시연이가 달려오더니 외친다.

“옐로우 출격 준비 끝!”

시연이의 말에 옆에 있던 헬레나가 웃으면서 말한다.

“화이트 출격 준비 끝!”

그리고 마지막 울상을 하고 있던 핑크 고연주가 울먹이며 외친다.

“핑크 출격 준비 끝!”

그리고.

“블루 출격 준비 끝!”

선우까지 동참한다.

“어쩌라고!”

네 사람은 자기들만 죽을 수 없다는 듯이 나를 본다.

계속해서 나를 본다.

죽을 때까지 나를 볼 것 같다.

결국 난.

“레, 레드 출격 준비 끝. 야, 근데 이걸 왜 하는 건데?”

“큭큭큭, 오빠 놀리려고? 덩달아 연주 언니도 놀리고.”

시연이의 솔직한 말에 시연이와 선우가 배를 잡고 웃는다.

내가 이런 것들을 믿고 경복궁을 정리하러 가야되나 싶고, 막 회의감이 밀려온다. 하지만 일단은.

“출동!”

“예썰!”

우리는 경복궁 게이트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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