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6 화 임시 관리자?
제 96 화 임시 관리자?
우리가 서 있는 입구 부분은 대성역의 영역으로 바뀌었다. 바꿔 말하면 저 안은 다 아니라는 얘기다.
“대성역인 경복궁 게이트 안에 있는 왕성이 언데드 천국이라니. 뭔가 엄청 언발란스 하지 않냐?”
선우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런데 달리 생각해보면 말이지.”
“어.”
“저들이 원래 이 대성역의 주민들이었을 거다.”
“원래 주민이라고?”
“예전에 내가 헤르티안 검술의 초급 마스터 얘기 했었지?”
“아!”
“아마 그쪽 라인의 꼭대기가 여기가 아닐까 싶다.”
내 말에 선우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 언데드도 영주였다고 했었지?”
“그치. 영주가 땅을 잃고, 언데드가 되었던 거지. 그럼 그 군주가 그 영역을 잃으면 이렇게 되지 않겠냐?”
“그러니까 여기가 대성역은 맞다는 얘기겠네. 경복궁처럼.”
“그럴 것 같아. 대성역의 설명중에 대성역을 잃으면 해당 국가의 영지들이 급격히 쇄락한다고 했거든. 아마 그 결과가 헤르티안 영주와 이곳 대성역이 아닐까 싶다.”
이야기를 하면서 나도 생각을 정리하는 중이었는데, 방금 내가 말한 것이 가장 진실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럼 만약 경복궁을 잃게 된다면 우리 나라 자체가 이렇게 될 수도 있다는 거야?”
시연이의 말에 난 순간 소름이 끼쳤다. 대성역을 침범하려는 이들. 일단 조문성은 계속해서 경복궁에 들어오려고 난리를 치고 있었다.
“아무래도 난 잠깐 나갔다 와야겠다. 나 없는 동안에 일단 오크 기사단을 불러줄 테니까 조심스럽게 공략을 좀 해보고 있어.”
“그래, 갔다와라.”
선우의 말에 난 바깥으로 향했다.
***
경복궁 게이트가 위치한 곳은 근정전 내부의 왕좌가 있는 곳이다. 원래라면 일반인은 이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경복궁 자체가 허락받지 못한 이들은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니 내가 이곳에 있다고 해도 이것을 막을 수 있는 사람 자체가 없는 것이다.
“왕이 되면 이런 기분인가?”
왕좌가 있는 곳에서 내려다보니 뭔가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물론, 난 달라진 것은 없지만.
“스마트폰도 안 되는군.”
대성역도 게이트의 영역으로 분류가 되는 것 같았다. 스마트폰이 작동을 안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여기를 어떻게 관리하지?”
내가 혼잣말로 물으니 시스템이 대답한다.
-대성역 관리 메뉴를 보시겠습니까?
“그래.”
-대성역의 임시 관리자에게 부여된 권한은 출입 제한 뿐입니다. 현재 경복궁 대성역의 출입은 모두 제한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이것을 변경하시겠습니까?
“아니, 그런데 출입 제한을 풀지 않으면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나?”
-출입 제한이 풀리지 않는 이상은 외부에서 대성역으로 들어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임시 관리자라는 것은?”
-게이트 공략을 시작한 시점에서 지구시간으로 한 달 안에 공략을 마치지 못하면 임시 관리자는 권한을 잃고, 대성역은 사라지게 됩니다.
“그러니까 지구시간으로 한달 안에 게이트 안의 왕성을 정복해야 한다는 거지?”
시스템은 더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정확한 것이리라.
오늘부터 한 달.
그 사이에 게이트 공략을 끝내지 못하면 한국은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아마 원래 주인은 공략 자체를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것도 없이 게이트 주인이 되어서 리빙아머를 상대한다는 것은 당연하게도 불가능할 테니까.
즉, 공략을 시작한 시점부터 한 달이라는 것이고, 이 말은 내가 주인이 되었기에 시련이 닥친 것이라고 할 수 있다는 이야기.
“염병, 똥 밟았네.”
욕이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욕만 할 일은 아니다. 내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게 게이트가 넘어갔다면 어땠을까? 과연 리빙아머라도 이길 수 있었을까?
한 달이라는 시간. 결국 가장 한국에서 이 대성역을 공략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것은 나일 것이다.
“이걸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
냐앙! 냥냥!
“그래, 아빠가 아니면 어차피 우리나라는 끝장난단 말이지?”
호야도 내 생각에 동의하는 얘기를 한다. 어차피 이 대성역을 공략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나뿐이라는 이야기.
“그렇다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서 공략을 하는 수밖에 없겠네.”
냥냥!
“알았어. 아빠가 어떻게든 해볼게. 일단 여기서 좀 나가보자. 이러 상황이 우리한테만 벌어질 리는 없을 거 아냐?”
냥냥냥냥!
호야가 좋다고 해서 호야와 함께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으로 나왔다. 그 앞에 조문성이 진을 치고 대성역으로 들어가려고 생쇼를 하고 있다.
“다, 당신 뭐야? 강철맨!”
그러고보니 박쥐맨이 아니라 강철맨 슈트를 입고 있었다. 그런 마당에 조문성에게 한 마디를 해주었다.
“가서 게이트 변이를 막아라. 아니면 내가 널 죽이러 찾아갈 거다.”
조문성은 내 말에 엄청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다, 당신이 무슨 권리로.”
그렇게 말하는 조문성에게 난 질주로 달려가서 놈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권리 같은 게 중요해? 어차피 힘이 중요한 거 아닌가? 네가 살아오던 세상도 그랬을 텐데? 아닌가?”
“세, 세상에는 법일는 것이 있다!”
“내가 원시인으로 보이나? 닥치고 3일 준다. 3일 안에 게이트 변이를 막지 않으면 넌 내 손에 죽는다. 명심해.”
그 말을 남기도 난 질주로 재빨리 사람들의 시선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곧장 우리 집으로 돌아왔다.
냥냥.
호야가 나에게 잘했다고 한다. 솔직히 모르겠다 방금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른 거지? 조문성에게 한 말은 평소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이긴 했다. 하지만 그렇게 과격하게 얘기를 한다고?
“이것때문인가?”
난 강철맨 슈트의 슈트를 벗었다.
강철맨 슈트는 얼굴도 가려준다. 사람이 얼굴을 가리면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할 수도 있다. 그게 익명의 무서움이다.
“무슨 예비군 훈련복이냐?”
예비군을 가본 사람은 알 것이다. 예비군복을 입고 있지 않으면 멀쩡한 사람들도 예비군복만 입으면 개차반이 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예비군복은 이름도 대부분 붙어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예비군복을 혼자 입고 있으면 개판을 치지 못한다. 그런 이들이 집단을 이루고 있으니 개판을 칠 수 있는 것이다. 이것도 일종의 익명성과 비슷하다. 상대가 이름을 본다고 내가 누구인지를 알지는 못하니까.
“내 성격이 이상한 걸까, 호야?”
냐앙!
“아니라고? 그놈은 더 해도 되는 놈이라고?”
냥냥!
호야가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 그런가보다 생각한다. 다만 앞으로는 이부분에 대해서 스스로 조심을 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히려 가끔은 가면을 내세워서 과격한 행동도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든다.
“어디 보자.”
난 일단 게이트 주인 커뮤니티에 접속해서 대성역에 대한 정보가 있는지를 알아보았다. 하지만 그런 정보는 따로 없었다.
이 커뮤니티에 떠들썩한 이야기는 조문성에 대한 이야기다. 대략 70프로의 사람들은 조문성이 스스로 게이트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고, 나머지는 절대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얘기하고 있다. 이것으로 조문성에게 가담한 이들을 대충은 알 수 있었다.
모두가 조문성에게 가담한 이들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의심해봐야 할 이들이다.
“다행히 반도 되지 않는 것 같네.”
냥냥!
호야는 그것도 많다고 한다. 하긴 그럴 수도 있다. 예전에 나라를 팔아먹었던 놈들의 숫자는 전체로 보면 이보다도 적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놈들은 그 수로도 작심하고 나라를 팔았으니까.
“네 말이 맞다. 적은 수는 아니지.”
확실히 우리 호야가 나보다 더 똑똑한 것 같다.
“이러면 결국 정기훈 씨한테 전화를 해봐야겠네.”
냥!
어서 해보란다. 그러면서 나를 빤히 쳐다본다.
“알았어.”
이건 전화를 빨리 하라는 것이 아니라 간식을 달라는 거다. 난 눈치껏 재빨리 간식을 조공한 후에 전화를 걸었다.
-네, 시우 씨.
“다른 나라에 있는 대성역에 대해서 알아봐주실 수 있습니까?”
-대성역 말씀입니까?
“네, 내 생각에 국가별로 대성역이 되는 곳은 한곳만 있을 것 같습니다.”
-역시 경복궁이 대성역이 맞았나보군요?
“그거야 관찰로 살펴볼 수 있는 부분 아닙니까?”
-제 관찰 레벨로는 제대로 살펴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정기훈의 관찰 레벨로는 경복궁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그럼 이상한 것이 있다. 조문성은 어떻게 경복궁을 노릴 수 있던 걸까?
현재 한국에 관찰 스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나와 정기훈 단 둘뿐인데.
“그럼 조문성은 어떻게 경복궁을 노릴 수 있었죠?”
-일본에서 관찰 스킬을 가진 이를 초빙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
친일파라더니 진짜 일본의 도움을 받는 것 같다.
-그런데 대성역은 왜 알아보라고 하시는지?
“대성역의 게이트는 공략이 필요합니다. 경복궁 게이트는 그렇죠. 그리고 지구 시간으로 한달 내에 공략을 하지 못하면 대성역은 사라집니다.”
-대성역이 사라지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해당 국가에 있는 모든 영지들은 급격히 쇄락한다고 하니······ 아마 망하는 거겠죠.”
-그, 그게 정말입니까?
“제가 정기훈 씨에게 농담을 할 이유는 없겠죠? 그리고 이 대성역은 한국에만 등장하지 않았을 겁니다. 다른 나라도 등장을 했겠죠? 그런데 제가 궁금한 것은 난이도입니다. 경복궁 게이트의 입구 몬스터의 레벨이 60정도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 그걸 어떻게 공략하라는 건가요?
“그거야 제가 알아서 할 일이고, 다른 나라도 그런 수준인지가 궁금합니다. 이부분에 대해서 좀 알아봐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혹시 필요한 것이 있다면 말씀하십시오.
“어차피 다른 영지의 헌터를 파견할 수도 없는 일이니 우리가 해결을 해야 되는 일이겠죠. 최대한 정보를 알아봐주시고, 조문성의 처리를 지켜봐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정기훈의 태도가 더 많이 달라졌다. 아마 대성역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도 알고 있을 거다. 대성역이 사라진 나라는 어떤 꼴이 될지.
그러니 최선을 다해서 나를 서포트 해야 될 것이다. 그의 야망이 뭔지는 아직 잘 모르더라도.
“호야, 이리와.”
호야는 날아와서 내 품에 안긴다.
냐앙.
세상 귀여운 목소리. 고양이들은 다 목소리가 다르다. 그래서 내 고양이의 목소리는 분명히 구분이 간다. 특수한 상황이 아닌 보통의 목소리는 분명히 다르다.
난 호야의 목소리가 좋다. 호야의 목소리는 마치 새끼 고양이 같이 가녀리지만, 귀엽다.
그런 호야를 안고서 난 호야의 배를 살살 긁어주었다.
“호야, 우리가 할 수 있겠지?”
냥!
당연하단다. 호 선생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그럼 갈까?”
냐앙!
좋단다. 그래서 게이트를 넘었다. 그리고 내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이건 뭐죠?”
내 질문에 어머니가 답하신다.
“전쟁 준비지! 아주 작살을 내야지.”
“모두 힘을 합쳐서요?”
“그래야하지 않겠니? 저게 경복궁이랑 이어진 거라며? 우리나라 경복궁은 우리가 지켜야지.”
내가 밖의 상황을 안에 전했었나?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렇게들 영지민들이 모두 힘을 합쳐서 공략 준비를 한다고 하니 내심 기뻤다.
그리고 한 쪽에서는 기사단들이 출동을 준비하고 있다.
크롹!
“그래, 까짓 거 해보자.”
크롸롹!
카르독의 대답에 괜시리 힘이 나는 기분이 든다. 어차피 해내지 못하면 끝장이다. 그러니 해내야 한다.
“가자!”
냐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