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7 화 언데드의 미소
제 97 화 언데드의 미소
바람의 일족의 기사단은 이미 경복궁으로 가 있는 상태였다. 다행인 것은 시간비는 내 영지를 중심으로 경복궁 게이트도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광산 게이트처럼 10배 시간비가 되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5배 시간비이니 지구의 시간으로 5달이라는 시간이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시간이 널널한 것은 절대 아니다.
대상은 무려 왕성이다. 그것도 외성의 규모만 보아도 작은 도시라고 하기에 충분했다.
그런 곳을 5개월 안에 공략해야 하는 것이다. 말이 공략이지 언데드들을 모두 물리치고, 왕성을 점령해야 하는 점령전이다. 이 과정에서 난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우리 영지민들의 희생을 최소화 할 생각이다.
그래서 양대 기사단도 불러모았고, 제주 게이트 소속의 헌터들도 모두 집합 시킬 생각이다.
광산의 눈치도 데리고 올까 생각했지만, 눈치는 광산을 관리하는 것이 우리를 돕는 것이기에 그냥 두기로 했다.
***
“다들 열심히 하고 있네.”
내가 경복궁 게이트로 넘어와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시호 수호대와 바람의 기사단은 언데드를 풀링해서 잡고 있었다. 내가 가기 전에 말했던대로 안전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라는 얘기를 잘 따르고 있는 모습.
“오셨어요.”
헬레나가 활짝 웃으며 나를 반긴다. 그리고 고연주는 제대로 인사를 할 기운이 없는지 바닥에 앉아서 고개만 숙여서 인사를 대신했다.
여기랑 밖이 시간비가 5대 1이니 내가 밖에 나갔다 온 시간을 생각하면 이미 상당한 시간동안 전투를 했을 것이다.
“자, 일단 먹고 합시다.”
“와아아아!”
이쪽으로 오면서 우리는 섬 칡소를 몇 마리와 섬멧돼지도 몇 마리 잡아왔다. 잘 먹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니까.
일단 기력을 회복할 수 있는 고기가 중요한 포인트일 테니까.
바람의 기사단도 오랜만에 사료가 아닌 고기를 먹으니 기운들이 나는지 신이 났다. 웃긴 것은 그럼에도 종특인지 매우 소식을 한다는 거다.
“상황은?”
선우에게 물으니 질린다는 얼굴이다.
“장난 아니다. 일단 게임으로 말하면 링크몹이라고 할까?”
“링크몹? 풀링을 하면 같이 따라오는 애들이 있다는 거지?”
“맞아. 그게 최소 열 마리 단위다.”
“최소가 열 마리?”
최소한 열 마리가 한번에 덤빈다는 얘기다. 60레벨대의 언데드 몬스터들이.
“전투력은?”
“그게······.”
“왜? 힘드냐?”
“아니, 반대야. 오히려 쉬워. 네가 60레벨이라고 얘기 안 해줬으면 아마 한 40레벨 정도의 몬스터로 생각했을 거다. 그런데 경험치 들어오는 것을 보면 60짜리가 맞다는 말이지.”
“음? 뭔 소리야? 잡기 쉽다고?”
“뭐랄까? 엄청 애들이 피통은 큰데 공격력은 약해. 그래서 시간이 걸리는 거지 막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아.”
대충 무슨 얘긴지 알겠다. 아마도 게이트도 아무 생각이 없던 것은 아니었나보다. 최소한의 장치가 아닐까 싶다. 게이트 주인이 생겼을 때 언데드를 물리칠 수 있는.
어떻게 해서든 하나만 쓰러트리면 광렙을 할 테니까. 그러면 그 후에는 점점 쉬워질 것이다.
물론 우리는 아마 래밸이 높았기에 큰 혜택을 못 보는 것인지는 몰라도.
“연주 씨.”
“네, 영주님.”
“그 호칭 좀.”
“큭, 네.”
“헌터들은 다 호출했나요?”
“네, 그렇지 않아도 다 스케쥴 취소하고 온다고 그러더라구요. 개중에는 드라마랑 영화에 출연 예정이었던 것까지 고사하고 올 정도로 열정들이 넘쳐요.”
“아니, 뭐 그렇게까지.”
“이번이 아니면 영지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힘들지도 모른다고 했거든요.”
난 그들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보통의 직장인과는 다른 점이 있으니까.
그런데 오히려 일을 다 때려치우고 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뭔가 마음에 드는 구석들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 상황은 아직 모르는 거죠?”
“네.”
“그럼 식사하면서 대기하고 계세요. 저도 한 번 살펴보고 올게요.”
“네.”
냐앙!
호야가 내 어깨에 올라타고, 난 까망이에 올라탔다. 뭔가 먹고 먹히는 사이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지만, 뭐 어차피 우리 호야가 짱인 거다.
***
진리를 이해하는 자라는 직업은 놀라운 직업이다. 처음에 난 이것이 마법사의 종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광범위하다.
일단 이런 것도 내가 이해를 하면 가능하다.
“신성 코팅!”
난 까망이에게 신성 코팅이라고 이름붙인 기술을 사용했다. 이것은 신성력으로 까망이를 둘러싸게 하는 것으로 언데드와는 상극이 된다. 정확히는 언데드에게 상극이다. 그리고 나와 호야에게도 신성 코팅을 사용했다.
이제 언데드들은 우리를 공격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 상태로 난 외성에서 위험할 것이 있는지를 일단 살펴볼 생각이다.
“까망아 겁 먹지 말고. 알았지?”
히이이잉!
까망이는 겁따위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게 외성의 구역을 도는데 입구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가면 더는 전진할 수 없도록 막 같은 것이 있는 것이 보였다.
난 그 결계에 다가갔다. 에전에도 본 적이 있다. 우리 영지의 숲에서. 일정 지역을 해결하지 않으면 넘어갈 수 없는 결계.
문득 난 이 결계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결계에 손을 대고 관찰을 사용했다.
-관찰을 사용하셨습니다.
이름: 조건부 결계.
결계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통과할 수 없다.
결계의 정보가 뜬다. 그래서 난 더 자세히 결계를 살펴보았다. 어쩌면 이것으로 나도 결계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그렇게 한참 결계와 씨름을 하니 시스템이 다시 알려준다.
-초급 결계(액티브) 1레벨 스킬을 배우셨습니다.
초급 결계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역시 진리를 이해하는 자라는 내 직업은 개사기였다. 거기에 관찰 10레벨은 더 사기다.
아마 현시점에서 지구인중에 나보다 관찰 스킬이 높은 이는 없을 거라는 자신감이 막 샘솟는다.
퍽! 냥!
“알았어. 정신 차리면 될 거 아냐!”
호야가 내 근자감에 초를 친다. 건방떨지 말라는 주옥과 같은 말씀이시리라.
“일단 첫 번재 구역에는 딱히 위험한 언데드는 없는 것 같네, 이런 구역이 앞으로 몇 개나 있을지는 몰라도.”
냐앙!
호야는 나에게 나서지 말고 영지민들을 레벨업 시키라고 말한다. 나도 그럴 생각이었다.
“나도 그럴 생각이거든.”
냥냥! 냥냥냥!
“우리 부모님까지? 음, 알겠어.”
일단 모든 영지민들의 레벨을 올릴 기회라고 얘기를 하니 모든 영지민들의 레벨을 어느 정도 쩔을 해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베이스 캠프로 돌아오니 이미 영지민들과 오크들까지 모두 넘어와 있는 상황이었다. 아에 대성역 부분에 거대한 임시 캠프를 만들고 있었다.
거기에.
“어이구, 이게 뭔 일이다냐? 내 신경통이 기냥 사라진 느낌인디?”
어르신 한 분이 말씀하신다. 생각해보니 대성역에서는 상처와 질병이 치유된다고 했다. 아마 그 영향인 것 같았다.
“그것만 그런줄 아는감? 나 어제 넘어져서 여기 상처 난 거 기억하지?”
“나 아직 치매 아녀.”
“암튼! 그 상처났던 자리 보라고.”
“워메, 상처가 어디 갔다냐? 치유 물약 쓴 거 아녀?”
“뭐 그런 자잘한 거에 그 귀한 것을 쓴댜. 여기 오니께 없어졌구만.”
“오메 신기한 것.”
어르신들은 각자 가지고 있던 만성 통증들이 사라졌다는 것에 매우 놀라시면서 기뻐하신다.
진작 말씀드리고 모시고 올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이 하나 더 있었다.
우리가 복구한 대성역은 그다지 크지 않은 땅이었다. 그런데 거기에 캠프를 만드니 대성역 자체도 내부에서 확장이 되었다. 마치 우리 영지의 특징처럼.
어쩌면 메인이 되는 영지의 특징을 공유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뭐 나에게는 나쁠 것이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대박이다. 이곳에 대성역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영지민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이니까.
“와, 여긴 뭐냐?”
“누나.”
“여기 정확히 뭔지 말해봐.”
“여긴 대성역이라는 곳인데요. 그러니까······.”
“대박! 완전 개 대박! 질병을 치유한다고? 와, 그게 말이 되나?”
누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내가 거짓을 말할 리가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연구실도 여기로 옮겨야겠다.”
“그 전에 연구원들하고 레벨좀 올리세요. 여기 입구에서 선우 따라다니면 레벨 한 50까지는 어렵지 않게 올릴 수 있을 거에요.”
“그거 올려서 뭐하게?”
“음······ 체력이 올라가면 연구를 더 오래 할 수 있고, 지능이나 정신이 올라가면 집중력도 장난 아니게 오를걸요?”
“선우 불러라. 당장 시작하자.”
역시 누나는 이게 직빵이다.
난 누나에게 선우를 붙여주고, 고딩들을 데리고 대장간을 만들고 있는 시연이를 잠깐 살펴본 후에 고연주에게 갔다.
“다들 각오는 하셨죠? 우리는 이 영지에서 많은 혜택을 받고 있어요. 그렇다면 우리도 쓸모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맞습니다!”
“맞아요, 선배님.”
“그러니까 오늘부터 우리는 이 외성의 언데드들을 사냥할 거예요. 무기는 시연이가 만들어줄 테니까 열심히 사냥을 해보도록 해요.”
“네!”
“아싸!”
오히려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본 후에 오크들과 바람의 기사단의 모습을 살폈다. 두 기사단은 묘한 경쟁관계에 있다.
그렇다고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누가 더 대단한 기사단이 될 것이냐로 경쟁을 한다는 이야기.
카르독은 오크 기사들을 독려하고, 헬레나도 바람의 기사단을 독려한다. 그리고 그들이 가장 먼저 돌격을 준비한다.
저들이 한번 훑고 지나가면 언데드들의 링크가 무너진다. 그럼 언데드들을 한 마리씩 나머지 영지민들이 상대하게 될 것이다.
이 계획을 세운 것이 시연이라는 점에 난 솔직히 좀 놀랐다. 아무래도 시연이는 옛날에 태어났다면······ 대가집 규수가 되었겠군.
오히려 이 시대에 태어나서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두 기사단이 출격할 준비를 마치고 나를 쳐다본다. 그래서 난 영화에서 본 대로 말해주었다.
“진격하라!”
크롹! 우우우!
두 기사단이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가는 모습은 매우 장관이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에서 난 희망을 보았다. 다섯 달이라는 시간 안에 우리는 분명 이 왕성을 정복할 것이다.
그게 한국을 위해서라고 할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테니까.
기사단들이 훑고 지나자면 그 뒤에 대기를 하고 있던 헌터들이 진입을 한다. 그리고 쓰러진 언데드들을 상대한다.
언데드들 하나에 여러명이 붙어서 공격을 가하니 언데드들의 생명력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영원한 소멸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신기한 것은 완전히 소멸되는 언데드 하나의 얼굴을 보았는데 그 얼굴에 미소가 드리워진 것 같아 보였다는 점이다. 그래서 다른 언데드도 살펴보니 그들 역시 소멸되는 순간에 미소를 보인다. 어쩌면 소멸은 저들에게 있어서 구원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우리가 해내지 못하면 우리가 저 처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며칠동안 우리는 첫 번째 구역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구역은 첫 번째 구역보다 난이도가 훨씬 높은 곳이었다.
난 잠깐 밖에서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왔는데, 나를 찾아온 손님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전 중국에서 온 메이린이라고 해요. 시우 씨를 정말 보고 싶었어요.”
“샤오핑입니다.”
중국에서 온 손님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