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8 화 중국의 손님
제 98 화 중국의 손님
지구의 시간으로 대략 하루가 조금 지난 상태. 아직 많은 시간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막 여유로울 정도는 아니다.
그런 상태에서 손님이라는 것은 그다지 반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저를 찾아오셨다구요?”
“네, 최시우 씨가 대한민국의 가장 강력한 대영주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메이린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자가 그렇게 말한다. 중국의 정보력이면 그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을 거로 예상하기에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다.
“그래서요?”
“저희 중국을 도와주십시오.”
“일단 내가 그렇게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난 대한민국에 속한 게이트의 대영주이자, 예비 군주이다. 경복궁 게이트를 공략해야 하는 사명이 있다는 것을 제외하더라도 일단 내가 다른 곳에서 외부에서 힘을 투사하는 것은 몰라도 남의 게이트에서 힘을 사용할 수 없다.
그러니 다른 나라를 돕는다? 이건 그냥 시스템상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게이트 주인으로서 다른 게이트에서 힘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죠.”
“잘 알고 계시네요.”
“하지만 외부에서라면요?”
“외부에서라면 그냥 중국이 자랑하는 그 많은 무기들을 사용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지 않겠습니까?”
중국은 군사대국이다. 현재 천조국이라 불리는 미국과 유일하게 맞짱을 뜰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곳은 중국이 유일할 것이다. 러시아는 이미 그럴 힘이 없다는 것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밝혀진 것이나 다름없다.
뭐 두 나라가 합쳐야 천조국과 맞짱이 가능할까 싶긴 하지만. 물론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게······ 가능하지가 않습니다. 게이트 변이가 일어난 지역이라.”
샤오핑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가 말한다. 그러니까 게이트 변이가 저쪽에서도 일어났고, 그 게이트 변이가 일어난 지역의 소탕을 의뢰하고 싶은 것 같다.
문제는 내가 그래야할 이유가 없다는 것.
“그렇군요. 그런데 아실지 모르겠지만, 지금 우리나라에도 서울 한복판에 게이트 변이가 일어난 상태입니다. 그래서 제가 중국으로 갈 이유를 모르겠군요.”
“소국의 변이와 대국의 변이를 같은 선상에서 두고 생각하는 겁니까?”
정중한 말투지만 내용이 재수없다. 역시 중국 애들은 자신들이 대국이라고 생각하는 저 정신나간 사상은 어떻게 못하나보다. 세상에서 손꼽히는 영토와 국민수를 가지고 있으면서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속이 좁은 나라. 내가 생각하는 중국은 그렇다.
아니나 다를까?
샤오핑은 딱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에도 협조를 구한 상황이예요.”
“대한민국 정부가 국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라라고 생각하나보군요? 그게 가능할 것 같습니까?”
“당신에게 많은 것을 드릴 수 있습니다.”
“그게 제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하세요?”
평행선을 걸을 수밖에 없는 협상. 애초에 난 중국에 갈 생각 자체가 없으니 뭐라고 해도 나를 움직이기는 힘들 것이다.
“당신은 우리를 도울 생각이 없군요.”
메이린이 입술을 깨물며 말한다.
“맞아요. 그러니 괜한 수고하지 말고 돌아가세요. 그 시간에 당신들을 도울 수 있는 다른 사람을 찾는 것이 빠를 겁니다.”
“하지만, 당신이 아니라면 어려워요.”
“그게 제 사정은 아니죠.”
“방금 샤오핑이 한 말은 사과를 드리죠. 그게 거슬렸다면.”
“사과를 한다고 생각이 바뀌는 것은 아니죠. 어차피 당신들은 그렇게 생각할 것 아닙니까? 소국인 대한민국이 대국인 중국을 도와야 한다고. 그런데 소국이고 대국이고간에 난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니 대국을 대국적인 차원에서 도울 수 있는 사람을 구하시면 되겠네요.”
물론 아무 악감정이 없다고는 하기 어렵다. 기분이 나쁘니까.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어요.”
이제는 감정에 호소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거 아십니까? 게이트가 변이를 일으킨 것은 누군가 욕심으로 게이트 주인을 살해했을 때 벌어지는 일이라는 거. 즉, 당신네 게이트 변이는 누군가 그 게이트의 주인을 살해했기에 벌어진 일이겠죠. 그런데 사람이 죽어간다고 도움을 요청한다? 아니죠. 변이를 일으키게 한 범인을 게이트에 집어 넣으세요. 그럼 간단히 해결될 일이지 않습니까?”
물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게이트는 그냥 변이를 일으키지 않는다. 분명 누군가 그 게이트의 주인을 살해했을 것이다. 그리고 중국에서도 그것을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간단한 해결방법을 두고 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것부터 웃기지 않습니까?”
“후회할 겁니다. 소국이······.”
“그만!”
샤오핑이 발작적으로 뭐라고 얘기하려는 순간 메이린이 그의 입을 틀어막는다. 이것으로 봐도 메이린이 상급자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한 가지는 말씀드릴 수 있어요. 당신은 오늘의 결정을 후회하게 될 거라는 것.”
“그럴지도 모르죠. 모든 선택을 후회를 불러올 수 있는 것이니까. 그런데 내가 당신들을 따라가면 후회할 일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그걸 누가 장담하죠? 그렇다면 난 내 신념에 따라 행동할 겁니다. 그리고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당신이 방금 한 말은 분명 훗날 당신도 후회하게 될 거라는 것입니다.”
내가 예언자도 아닌데 그런 일이 벌어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상대가 저렇게 말하는데 그냥 당하고 있기 싫어서 한 말이다. 그런데 의외로 내 말에 메이린이 살짝 움찔한다.
두 사람 중에 메이린이 게이트의 주인이고, 샤오핑은 메이린의 게이트에 속한 헌터다. 레벨은 40레벨 중반이다. 이정도면 세계적으로도 상당히 고레벨 헌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메이린은 관찰 스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나에게 관찰 스킬을 사용하지 못했다. 정확히는 사용했지만 막혔다. 나보다 관찰 스킬 레벨이 현저히 낮았기 때문이다.
메이린의 관찰 스킬 레벨은 겨우 3레벨. 그것으로 나를 관찰하기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그러니 메이린은 지금 상당히 당황을 하고 있을 것이다.
“휴우. 오늘은 일단 물러나겠어요.”
“앞으로도 찾아올 필요는 없을 겁니다. 최소한 한달 동안은 난 아무곳도 갈 생각이 없으니까.”
“최소한 한달인가요?”
“네, 그 후에 내가 후회할 상황이라는 것이 생긴다면 그때 생각해보던가 하죠. 물론 그 전에 우리나라의 게이트 변이가 해결되는 것이 먼저여야겠지만요.”
이렇게 말한 것은 조문성이 그 안으로 들어갈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한달이 지나서도 달라지는 것은 없을 테니까.
사실 조문성이 그 안으로 들어간다고 해서 내가 중국으로 갈 이유는 없긴 하다.
이래저래 난 가기 싫다는 뜻을 보인 것이다.
“겨우 게이트 하나를 얻었다고 기고만당하기는.”
샤오핑이 이를 간다.
“그 게이트 하나를 겨우 얻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당신 처지가 더 불쌍하다는 생각은 안 듭니까?”
“이놈이 끝까지!”
샤오핑은 화가 났는지 기운을 끌어 올린다. 그리고 그런 샤오핑의 뒤에 언제 나타났는지 호야가 등장해서 샤오핑의 뒤통수를 진짜 아프게 후려쳤다.
냥! 툭.
외마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샤오핑은 그대로 기절을 하고 말았다.
“지병이 있나보군요. 잘 데려가세요.”
메이린은 내 말에 꼼짝도 하지 못한다. 가만히 참고 있던 호야의 살기에 몸이 굳은 것이다. 그 모습을 보니 좀 웃기긴 했다. 난 호야를 끌어 안으며 말했다.
“지지야, 아무거나 막 만지고 그럼 안 돼.”
냐앙?
뭔 개소리냐고 한다. 하지만 난 그런 호야에게 짜먹는 간식을 내주었다. 그러자 살기가 풀리고 메이린이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사람 불러야 되는 상황입니까?”
“아, 아니에요. 제가 처리할게요.”
메이린은 힘도 좋아서 충분히 샤오핑을 짊어지고 나갔다.
“호야, 왜 그랬어?”
냥냥냥! 냥냥!
“봐주기 힘들게 까불어서 그랬다고? 큭큭. 잘 했다. 자, 하나 더 먹어.”
난 귀여운 호야에게 간식을 더 조공했다. 사실 내가 패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내가 패면 문제가 생길 것이었다. 그것을 알고 그랬는지 호야가 적절하게 패주는 바람에 10년 묵은 채증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역시 우리 호야가 세상에서 제일이다.
난 중국 애들을 보낸 후에 정기훈에게 연락을 했다. 알아봐 달라는 부분에 대해서 묻기 위해서다. 겨우 하루긴 하지만, 정기훈이라면 충분히 알아보았을 거라 생각했다.
-네, 시우 씨가 알아봐 달라는 부분에 대해서 알아봤는데, 몇몇 나라가 이미 공략을 시작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보인 곳은 거의 없습니다.
이것이 정기훈의 답변이었다. 하긴 그럴만 하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대성역의 공략은 쉽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심지어 시간비가 5대 1일 우리도 그런데 다른 곳은 쉬울까. 절대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또 다르게 생각하면 모두에게 가능은 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게이트의 최종목적이 뭔지는 몰라도 완전 불가능한 미션을 줄 것 같지는 않으니까.
다만 그 안에서 얻는 것은 다를 것이다.
“중국에 무슨 일이 있는지 좀 알아봐주십시오. 중국에서 사람이 찾아왔더군요.”
-아, 그 메이린이랑 샤오핑이란 사람말입니까?
“네, 알고 계시네요?”
-우리 그룹하고도 연관이 있는 인물들입니다. 중국에서 매우 서열이 높은 인물들이죠.
“그렇군요. 아무튼, 그것도 좀 알아봐주십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정기훈은 어느순간 내가 지시를 내리면 그것을 당연하다는 듯이 이행한다. 의외로 능력이 있는 부관을 얻은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근데 그게 너무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어서 참 희한한 기분이다.
-그럼 다시 연락 주십시오.
“네, 그럴게요.”
난 정기훈과 통화를 끝내고 인터넷을 확인했다. 인터넷에서는 점점 조문성이 게이트로 들어가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해지고 있다.
책임질 일을 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물론 조문성이 그렇게 할까 싶기는 하지만.
그 외에는 특별한 일은 없었다. 그래서 난 다시 게이트로 들어갔다. 외부에서 오래 있는 것은 그다지 좋은 일은 아니니까.
“가자, 호야.”
냐앙!
***
게이트로 들어와서 경복궁 게이트로 넘어가니 아주 시장판이 따로 없다. 난이도가 올라간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 영지민들의 레벨도 같이 올라서인지 또 그렇게 막 어렵지는 않게 진행되고 있었다.
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위험해보이거나 부상자가 생기면 그것을 챙기기만 했다. 아무래도 한동안은 다른 것은 신경쓰지 않고 공략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
그러면서 난 결계 스킬의 레벨을 올리는데 집중했다. 1구역까지 대성역이 활성화 된 상황에서 그 경계에 결계를 설치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초급 결계를 중급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우리는 5구역까지 공략을 마쳤다.
하지만 6구역부터는 다시 난이도가 엄청나게 올라갔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저거 헤르티안 검술 맞지?”
선우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중급에 이른 헤르티안 검술이다.
“아무래도 중간 보스라도 등장할 것 같은데?”
시연이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정말 중간 보스라고 할 수 있는 존재가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