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1 화 대성역들.
제 101 화 대성역들.
난 일단 게이트 밖으로 나가서 정기훈에게 연락을 해보았다. 정기훈은 게이트에 안 들어가는지 잘도 내가 연락을 할 때마다 전화를 잘 받는다.
-네, 시우 씨.
“다른 나라 대성역 공략 상황을 알고 싶습니다.”
-아직 이렇다하게 공략이 진행된 곳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들 고만고만하다랄까? 그나마 미국이 제일 앞서가는 것 같습니다.
“우리 공략 상황은 안 궁금하세요?”
-묻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걸 제가 알았을 때 그 정보가 지켜진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매우 현명한 선택이다. 비밀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뭔가?
간단하다.
비밀을 모르면 된다. 정기훈은 바로 그 얘기를 하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끝나는 시점에서 말씀을 드리도록 하죠.”
-하나만 묻겠습니다.
“네.”
-문제는 없는 거겠죠?
“다행히 그렇습니다.”
-그거면 충분합니다. 전 게속해서 정보를 모으겠습니다.
“네, 그렇게 해주세요.”
-지금까지 모은 자료는 시우 씨 이메일로 보냈습니다. 확인해보세요.
“네, 감사합니다.”
정기훈은 확실히 똑똑한 사람이다. 그리고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그게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솔직히 잘 모르곘다. 난 그럴 그릇이 안 될 것 같다.
각자의 그릇이 있는 것이라고 본다. 정기훈은 나보다 더 빨리 게이트의 주인이 되었고, 격변하는 세상에 나보다 더 잘 예비하고 있던 인물인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는 과감하게 예상을 하고 자신의 길을 정했다.
아마도 대성역을 내가 온전히 소유하게 되면 그때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참, 특이점이 하나 있습니다.
“특이점이요?”
-네, 조문성이 자신의 그룹에서 내쳐질 것 같습니다.
“갑자기요?”
-아마도 중국의 영향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쪽에서 조문성의 그룹을 압박한 것 같습니다.
그 얘기가 떠오르는 부분이 있었다.
“설마······.”
-네, 아마 시우 씨가 그들에게 했던 말때문인 것 같습니다. 자국의 변이도 해결이 안 되었는데, 타국을 도울 수 없다고 말씀하셨던 부분이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그런다고 내가 자신들을 도울 거라는 보장은 없을 텐데요?”
-아마 그것도 있지만, 저들도 확인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게이트 변이를 일으킨 당사자가 해당 게이트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지.
“아, 그거면 좀 납득이 가네요. 아직 그렇게 해결한 곳은 없죠?”
-네, 다들 한국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일본까지 이번에는 조문성과 선을 그었습니다. 최소 그의 그룹은 몰라도 조문성은 스스로 책임을 지라고 말이죠.
“그렇군요. 그런데 중국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그쪽도 사정이 안 좋은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아마 이번에 조문성의 결과를 보고 움직이지 않을까 합니다.
“거기 대성역은요?”
-중국은 자금성 내부에 대성역이 자리잡고 있는데, 그곳의 공략상황은 극비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정기훈과 통화를 끝낸 후에 난 이메일로 받은 자료를 읽어보았다. 세계 각국의 대성역에 대한 자료가 잘 정리되어 있다. 재미있는 것은 모든 국가에 다 대성역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어떤 곳은 몇 개의 나라가 하나의 대성역을 공유하기도 한다.
재미있는 일이다. 그런데 그렇게 대성역을 공유하는 나라에서 분쟁이 생기면 그 대성역은 누구의 차지가 될까?
이미 그들은 분쟁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대성역을 차지하는 곳이 아마도 앞으로 훨씬 우위를 차지하게 될 테니까. 그래서 난 살펴보다가 한 가지를 더 찾아봤다.
바로 북한의 대성역.
하지만 정기훈의 보고서에도 북한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북한 게이트 상황은 외부로 알려진 것이 없었다. 그들이 워낙에 폐쇄적인 것도 있지만, 게이트 간간히 들여오는 소식에 의하면 게이트 주인들은 극단적으로 그 가실을 숨겼다는 얘기가 있다.
가뜩이나 북한은 식량난이 있는 지역인데 게이트 안에서 식량을 수급할 수 있기에 게이트가 생기면 마을 단위로 게이트를 꽁꽁 숨겼다는 것이다.
그러니 정보는 더더욱 감춰지고 있다. 만약 대성역이 발견되었다고 해도 숨기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
“그런데 저기에도 대성역이 과연 존재할까?”
다른 곳은 지역이 묶여서 대성역이 하나만 존재하는 곳도 있는데, 이 작은 한반도에 대성역이 남한, 북한으로 나뉘어져 있을까? 아닐 것 같다.
아마도 지금 우리가 공략하는 대성역이 한반도 전체를 관장하는 곳이 아닐까 싶다.
그 외에 특별할 것은 없어 보였다.
“일단은 공략이 우선이군.”
결론은 그것이다. 다른 나라들이 대성역을 어떻게 하는지는 체크를 해봐야 되는 거겠지만, 제일 우선할 것은 역시 우리 대성역을 완전히 공략하는 것일 거다.
다행히 우리나라에 있는 다른 게이트의 상황은 평온했다.
시청앞 변이 게이트만 해결된다면 당장 밖의 문제는 없어 보인다는 얘기. 난 그것을 확인한 후에 게이트 안으로 돌아갔다.
***
난 사람들에 밖에 있던 이야기를 들려준 후에 공략을 독려했다.
사람들은 내 이야기를 듣고 곧장 외성의 나머지 부분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 외성 북부 지역도 난이도가 확 올라가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부분은 우리 영지민들의 평균 레벨이 올랐기에 남부 지역과 비슷한 수준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결국 포인트는 내성이 될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외성 북부지역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북부의 언데드 주민들의 레벨은 더 높았지만, 우리 영지민들도 레벨이 올랐기에 어렵지 않게 공략을 할 수 있었다.
난 그 사이에 고급 헤르티안 검술의 레벨을 올리는데 집중했고, 레벨은 80을 찍었고, 영지민들의 레벨제한은 70까지 상향되었다.
이번에는 별다른 임무 같은 것은 없었고, 내 레벨이 올라감에 따라서 나보다 10낮은 레벨까지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70에 이른 것은 선우, 시연이, 헬레나 정도다. 아직 고연주는 69레벨이다. 고연주의 레벨업도 엄청난데 그건 70에서 멈춰져서 경험치를 더 받지 못하는 셋의 경험치까지 고연주에게 간 것이 아닐까 싶다.
80레벨의 나는 그렇다면 어떤가? 나 역시도 여기에서 더는 레벨업이 안 되고 있다. 아마도 북부 지역의 공략이 끝나면 해금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우리의 북부 지역의 공략이 거의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남부 지역의 공략과 마찬가지로 중간 보스로 보이는 존재가 등장했다.
“저건 느낌이 쌔한데?”
선우의 말에 나도 동의했다.
확실히 쌔한 느낌을 주는 존재다. 3기사단장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관찰 스킬을 사용하였습니다.
이름: 구칼 헤르티안(72레벨).
국왕의 둘째 동생이다. 국왕과 헤르티안 왕국의 뒤통수를 치고, 나라를 팔아먹은 인물. 하지만 배신하고 붙었던 왕궁에서 버림받아 결국 헤르티안 왕성으로 돌아왔다. 그 후에 북부 외성에 살며 암흑가를 지배했다.
“와, 개쓰레기네.”
내 감상은 그거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이완용인데, 일본한테 버림을 받고, 암흑가 보스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쓰레기가 쓰레기의 길을 아주 잘 찾아간 것이다. 단지 의문은 1구역의 보스는 3기사단장이었다. 인품도 훌륭했고, 그럴만한 사람이었다. 내가 직접 대화도 해보았으닌까.
그런데 왜 이 북부 지역의 보스는 저론 놈이 된 것일까?
난 조금 더 녀석을 관찰했다. 그러자 조금 전에는 뜨지 않았던 메시지가 뜬다.
-관찰 스킬 레벨이 11로 올랐습니다.
구칼 헤르티안은 원래 북부지역의 보스가 아니다. 하지만 보스였던 형 아이젠 헤르티안을 잡아먹고 보스가 되었다.
그러니까 이 구역의 보스는 원래 저놈이 아니라 저놈의 형이었던 아이젠 헤르티안을 잡아먹고 보스가 되었다는 것이다.
몬스터가 몬스터를 잡아먹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고블린 로드에게 개체수를 보존하라고 한 이유도 그런 것이지 않던가.
그런데 그것이 자신의 형이다? 심지어 저놈의 상황을 보면 더 이해가 안 가는 일이다. 아마도 형에게 접근한 후에 결국 뒤통수를 친 것이라 생각된다.
“가자.”
“응? 혼자 상대하는 게 아니고?”
“어, 저건 이완용이 같은 놈이야.”
“이런 개잡놈이.”
우리나라 사람에게 이완용은 그냥 개놈이다. 그런 놈이라는 말 한 마디로 설명도 끝이나.
“우리 다 가?”
“어.”
“좋았어! 시호 수호대 출격!”
시연이의 신난 목소리에 난 살짝 고개를 저었다. 우리끼리만 있는 것도 아니고 뒤에 영지민들이······.
“와! 시호 수호대다! 만세!”
이걸 또 좋아해준다. 정말 내가 이상한 걸까? 한없이 쪽팔린데 영지민들이 저리 좋아한다니. 살짝 고개를 돌려 선우를 보니 선우도 쪽팔려 죽으려고 한다.
어찌 되었건 저건 나 온자 패는 것보다 시호 수호대가 같이 패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아주 인정사정없이 말이다.
“됐고, 가자!”
다섯 명은 한 몸이 된 듯이 달려들었다. 의외로 손발은 진짜 잘 맞는다. 가장 물리적인 딜링을 하는 것은 시연이, 방패를 들고 공격을 막아내는 것은 고연주, 마법 공격을 하는 것은 헬레나, 원거리 활 공격은 선우, 나는 치유와 마법 공격, 그리고 근접 공격 모두를 소화한다.
전투는 일방적이었다. 비겁한 수단으로 보스가 된 녀석에게 당할 정도로 우리는 약하지 않았으니까.
퍽! 퍼버버벅! 쾅! 콰광!
이 새끼는 그냥 인정사정 볼 것도 없고, 딱히 헤르티안 검술이 뛰어나지도 않았다. 거기에 인성도 바닥. 그냥 우리는 그런 놈을 계속해서 공격했고, 30여 분의 전투 끝에 쓰러트릴 수 있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드디어 해금이 되어서 난 81레벨이 되었고, 시호 수호대는 모두 동시에 71레벨에 올라섰다. 아마 경험치가 남았을 것인데, 그것이 모두 고연주에게 몰빵된 것 같다.
-헤르티안 왕성 외성 지역을 모두 공략했습니다. 외성 지역 전체가 대성역의 영역이 됩니다.
-헤르티안 왕성의 공략 시간이 지구 시간으로 일주일 연장됩니다.
드디어 외성의 공략이 끝났다. 그리고 시간도 일주일 연장되었다. 우리가 외성 북부 지역을 공략하는데 걸린 시간도 거의 지구 시간으로 거의 일주일.
외성을 모두 공략하는데 거의 2주가 걸린 것이다. 그리고 이제 남은 것은 내성뿐이다. 내성을 2주 안에 공략해야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수고했어.”
“수고는 네가 제일 많이 했지.”
선우의 말에 난 선우의 어깨를 한번 쳐주고 내성으로 향했다.
내성은 입구부터 중간 보스로 보이는 인물이 서 있었다.
관찰로 살펴보니 헤르티안 2기사단장이다. 역시나 언데드지만 3기사단장과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기사로 보이는 존재였다.
바로 공략을 시작할까 생각했지만, 생각을 바꿨다. 일단 게이트에서 하루 정도는 쉬고 시작하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때문이었다.
“오늘은 대성역에서 일단 쉽시다.”
“네!”
영지민들이 내심 기뻐한다. 아마 영지민들도 그동안 피로가 누적되어 있었을 것이다.
내일부터 시작된 내성은 외성과는 많은 부분이 달라 보였다. 아마 여기부터는 진짜 난이도가 훨씬 올라갈 것이라 예상되는 부분이었다.
“그래도 반은 온 거겠지.”
냥!
호야가 맞다고 한다. 호야가 그렇다면 그런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