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2 화 결정.
제 102 화 결정.
대성역 내성에도 의외로 많은 언데드들이 있었다. 하지만 언데드들은 세 종류로 크게 나뉘어 있다.
가장 약한 부류에 속하는 시종, 시녀에 속하는 언데드들. 이 언데드들은 몸빵은 강하지만, 공격력은 약하다.
그래서 주로 우리 일반 영지민들이 상대를 한다. 레벨은 70렙이라 경험치도 매우 훌륭하다.
다음 부류는 기사들이다. 왕성이라 그런지 기사의 숫자가 상당히 많다. 기사들은 공격력도 강하고, 몸빵도 강하지만, 왜 그런지 셋 이상 모여다니지 않는다.
아마도 셋이 조를 이뤄 순찰을 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가끔 중간 보스에 버금가는 선임 기사나, 부기사단장도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기사단은 총 다섯 개가 있다. 각각에 기사단장이 존재하고, 기사단장은 시호 수호대가 나서서 잡고, 기사들은 우리 영지 기사들이 잡는다.
마지막 부류는 귀족이다.
이 왕성의 귀족들은 내 선입견에 있는 그런 귀족들은 아닌 것 같다. 언데드임에도 선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 특이한 점은 귀족들의 상당수는 마법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귀족들도 시호 수호대가 전담해서 공략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수가 많지는 않다. 그래도 그들과의 전투에서 난 마법을 몇 가지 훔쳐 배울 수 있었다. 매우 유익한 언데드들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그렇게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거의 흘러갈 때 우리는 내성의 대부분을 공략했다.
이제 내 레벨은 89에 이르렀고, 우리 영지민들은 75레벨대에 대부분 머무르고 있으며, 시호 수호대는 79레벨을 찍고 있다.
“이제 드디어 왕을 알현할 차례인가?”
이제 남아 있는 것은 왕이 주관하던 대회의실 하나뿐이다. 그리고 그 앞을 지키는 시종장.
그는 움직이지도, 먼저 공격을 하지도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기만 한다. 심지어 데미지를 입지도 않는다.
아마 저 시종장 언데드는 쓰러트리라고 있는 존재는 아닌 것 같았다.
관찰로 살펴보니 저 시종장의 정체는 ‘왕께 인도하는 자’라는 이름이었다.
아마도 저 시종장이 우리, 아니면 나를 왕에게 인도해주려는 것 같았다. 난 조용히 그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시종장은 고개를 젓는다.
“오늘은 아니라는 겁니까?”
끄덕끄덕.
“내일 오면 되겠습니까?”
그러자 시종장은 손가락 다섯 개를 펴보인다.
“5일 뒤에 오라는 겁니까?”
끄덕끄덕.
“알겠습니다.”
왜인지 몰라도 5일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 그래서 우리들은 일단 각자 쉬면서 볼일을 보기로 했다.
여기 시간으로 5일이니 지구 시간으로 1일이다. 밖에 볼일이 있는 사람들은 나갔다가 오기로 결정했다.
***
미국은 요즘 매우 골치아픈 상황에 놓여있다. 대성역의 문제다. 대성역 게이트가 등장한 곳은 하버드 대학이다.
1636년에 개교했던 하버드 대학은 미국에서 오래된 곳 중의 하나였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명문 대학교.
그곳에 대성역이 생겼다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캐나다다.
캐나다 지역까지 커버하는 대성역이라는 것이 문제.
즉, 이 하버드를 차지하는 나라가 두 나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다행인 것은 하버드는 분명히 미국의 영토에 있었고, 캐나다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는 것. 단지 캐나다도 공략에 참여하게 해달라는 요청이 문제다.
다행인 것은 하버드 게이트의 주인은 대영주 위치를 가지고 있고, 캐나다 소속의 게이트가 그의 휘하로 들어가는 방식이라는 점.
사실상 큰게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그렇지만 미국의 수뇌부는 캐나다가 공략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거슬렸다. 그렇다고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 캐나다를 배제했다는 것이 알려지는 것도 문제였다.
결국 미국 수뇌부들은 캐나다의 공략 참여를 허가했고, 캐나다에서는 공략대를 보냈다.
문제는 공략을 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공략 중에 대영주였던 클라인이 사망을 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고의적인 살인이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사고로 사망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대영주의 자격.
하필 그게 캐나다의 필에게 넘어가 버린 것이다. 그래서 골때리는 현재의 상황이 되었다.
게이트의 주인은 캐나다인 필이고, 그 위치는 미국에 있는 상황.
그렇다며 이제 주도권은 누구에게 넘어가게 될 것인가?
다행스러운 일은 3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진 공략의 1구역을 공략하면서 시간이 늘어났다는 점.
사람들은 미국과 캐나다가 하나의 대성역을 공유한다는 것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했다. 역사 때문이다, 민족 때문이다 등등.
하지만 정답을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짐작을 할 뿐이었다.
그리고 이런 일은 미국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
난 나와서 정기훈이 보낸 이메일을 확인하고 있었다. 다른 나라의 대성역 공략 상황들이 적혀 있었다. 대부분이 1구역을 공략하고 한숨 쉬고 있다가 2구역 공략을 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
단지 상황이 별로 안 좋은 곳은 일본과 중국이다. 중국의 경우는 파벌이 심해서 분쟁이 생기며 공략이 지체되고 있다는 이야기고, 일본은 한 차례 공략이 거의 실패를 했다는 이야기다. 물론 그렇다고 완전히 실패를 한 것은 아니고,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에 거의 제일 늦은 시간에 1구역 공략을 성공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제는 대성역이라는 것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대충 경복궁 공략이 3주가 되었다. 다른 나라도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대성역을 공략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결국 생각해보면 우리가 가장 빠르게 대성역을 제대로 활성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소식이 더 전해졌다.
조문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조문성을 그동안 벙커 같은 곳에서 한걸음도 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 이유가 나와 만난 후라는 보고가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쟤 내가 죽여버린다고 그랬나?”
사실 그냥 겁이나 먹으라고 한 말이다. 아직 사람을 직접 죽인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놈은 아니었나보다. 내가 자기를 죽일 거라고 생각했는지 나와 만난 후로 계속해서 벙커 같은 안전 시절에 처박혀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집안 사람들의 손에 이끌려서 시청앞 광장에 있던 게이트로 들어가게 되었다고.
의외인 것은 그 후의 결과이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조문성은 죽지 않았다. 하지만, 죽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망가졌다고 한다.
일단 뇌에 어떤 충격이 가해진 것인지 완전히 정신을 놔버렸고, 자신의 힘으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게이트가 왜 이 인간을 살려뒀을까?”
냐앙?
호야가 뭔 개소리냐는 뜻한 표정으로 그루밍을 하다가 나를 보며 운다. 그리고 계속해서 보고서를 읽었다. 그러자 한 가지 깨달을 수 있었다.
조문성은 대영주였다. 그것도 정기훈보다 더 많은 영주를 거느리고 있었다. 문제는 대영주가 바보가 되었다는 것인데 덕분에 그의 대영지는 제대로 운영이 안 된다고 한다.
심지어 대영주가 바보라 그의 대영주 권한의 계승도 안 된다고 한다. 즉, 조문성의 대영지 자체가 바보가 되었다는 것이다.
게이트가 만약 조문성을 죽였다면 대영주는 다른 사람에게 계승되었을 것이다. 내가 광산 게이트를 받았던 것과는 다르게 대영주와 영주들이 있을 때 대영주가 죽게 되면 다른 영주에게 그 권한이 넘어간다고 한다.
골때리는 것은 조문성은 바보가 되었는데 그를 죽이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게이트는 그에게 영구적인 실드를 걸어주었는데, 그게 대형트럭에 치여도 안 죽을 정도로 성능이 매우 좋단다.
결국 조문성은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고, 죽이고 싶어도 죽지 않는 존재가 된 것이다. 그렇게 그의 대영지는 말라갈 것이고 그곳에 속해 있던 영주들은 그의 휘하에서 탈출 할 수도 없이 같이 고사되어 가게 된 것이다.
어떻게 보면 매우 잔인한 것 같지만, 난 오히려 잘 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했던 일은 절대로 하면 안 되는 일이었으니까.
웃긴 것은 이놈은 내가 자기를 죽일 걸로 생각했다는 부분이었다.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어쩌면 내 카리스마 수치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현재 내 능력치는 이렇다.
힘: 173 민첩: 163 지능: 358 정신: 425 체력: 224 손재주: 99 카리스마: 178.
예전과 비교하면 말도 안 될 정도로 올라간 능력치들. 힘과 민첩은 음식과 전투를 통해서 올라간 부분이 컸다. 그리고 지능과 정신력 중에 정신력을 더 많이 올린 이유는 마법을 많이 사용하게 되어서다. 이제는 진자 마법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난 많은 마법을 배웠다. 귀족 언데드들을 통해서다.
“호야! 아빠 이제 좀 강해진 것 같지 않아?”
풉!
호야가 웃는다. 아직 한참 약한가보다.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호야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니까.
“알았어. 앞으로도 열심히 렙업할게. 됐지?”
냐앙!
됐으니까 간식이나 달란다. 난 그래서 간식을 바로 조공했다. 나란 남자는 고양이의 말을 세상에서 제일 잘 들으니까. 심지어 부모님 말씀보다 잘 듣는다. 부모님도 호야말을 잘 들으라고 하실 정도니 할 말이 없다.
그렇게 호야에게 간식을 주고 호야와 오랜만에 누워서 뒹구르고 있는데 전화가 온다.
“네, 김미영 팀장님.”
-안녕하세요?
“네, 안녕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시청앞 광장 이야기는 들으셨죠?
“네, 잘 해결된 것 같더군요.”
-다행히 그쪽 집안에서 그렇게 해서 해결을 했어요. 그런데······.
“무슨 일이죠?”
-대통령님께서 시우 씨를 만났으면 합니다.
“갑자기요?”
-그게 사실은 갑자기는 아니고 계속해서 저에게 연락을 해보라고 했었는데······.
“더는 미룰 수가 없었나보군요?”
-맞아요.
“만나자고 하는 이유는 대성역때문입니까?”
-그게 공식적으로는 국가 소유의 땅이기는 하니까요.
경복궁.
그 주인이 누구일까? 당연한 일이지만, 국가다. 그런데 현재는 내 허락을 받지 않으면 경복궁에 들어오지도 못한다.
실질적인 소유는 나라는 이야기다.
확실히 이 문제는 어떻게든 매듭을 짓긴 해야 할 것 같다.
“세계적으로 대성역의 소유권을 게이트 주인에게 인정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계시죠?”
-네, 당연하죠. 그리고 아마 그것을 뺏을 생각은 아닐 거에요. 가능할 리도 없을 거구요.
김미영 팀장은 믿을만한 사람이다. 그녀가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최소한 경복궁을 돌려달라거나 그런 이야기는 아닐 거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대통령은 어떤 사람입니까?”
-그냥······ 정치인이죠.
그냥 정치인이라는 말. 솔직히 말해서 최악이라는 의미로 들린다. 착한 정치인은 정치를 안 하는 정치인 뿐이라고 선우가 늘 이야기한다. 나도 동감이다. 그러니까 정치의 최전선에 있는 대통령을 좋은 사람일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 위치에 있으면 당연한 거겠지만 국익이 제일 우선일 테니까.
“제가 거부하면요?”
-많은 이들이 곤란하겠죠.
“일단 만나보겠습니다. 시간이 오늘밖에 안 될 것 같은데 오늘 됩니까?”
-네, 바로 연락해보고 연락드릴게요.
김미영 팀장과 전화를 끊고 잠깐 생각을 해보았다. 내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해서. 그리고 난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