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4 화 보상, 달달하다.
제 104 화 보상, 달달하다.
내가 예비군주에서 군주가 된 후에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지구 최초의 군주의 자격을 획득함으로 다음과 같은 권한을 부여합니다. 소유 혹은 휘하 지구의 게이트 위치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이 권한은 지구 시간으로 한 달에 한 번만 가능합니다.
바로 이부분이었다. 게이트의 위치를 바꿀 수 있다는 것.
“경복궁에 있는 게이트를 우리 영지로 옮기면 경복궁은 대성역이 아닌 것이 되나?”
-대성역의 경우 위치를 변경해도 최초 등장 위치에 설정된 대성역 범위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단, 게이트를 소실할 경우 대성역은 사라집니다.
그러니까 대성역 게이트인 경복궁을 내 섬 게이트로 입구를 옮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난 곧장 광산 게이트 옆에 대성역 게이트, 그러니까 왕성으로 가는 게이트 위치를 옮겼다.
하지만 이것은 최초의 군주 자격을 얻은 보상이고, 아직 나에게는 추가 보상 두 가지가 남아 있었다. 대수림 안의 두 곳의 위치가 전부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먼저 첫 번째 보상.
-지구에서 최초로 대성역을 공략하였습니다. 다음과 같은 보상이 주어집니다.
보상: 게이트 동기화.
소유, 혹은 휘하 게이트와 군주의 게이트를 동기화합니다. 동기화를 하면 시간비가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대박!”
이건 진짜 대박이다. 다른 휘하 영지들의 시간비를 5대 1로 할 수 있어서? 물론 그것도 좋은 거긴 하지만, 광산 게이트와 경복궁 게이트가 대박인 거다. 두 게이트는 내 게이트 안에 존재한다. 즉 광산게이트에서 5일이 내 게이트의 1일이 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광산게이트의 25일이 내 게이트의 5일, 그리고 지구의 1일이 된다.
즉, 지구와 시간비가 25대 1이 된다는 얘기다.
경복궁, 아니 이제 왕성 게이트라고 부르는 게이트도 마찬가지.
그리고 이어지는 두 번째 보상.
-공략 제한 시간보다 일찍 공략을 마쳤습니다.
보상: 대성역 강화.
대성역의 힘이 강해집니다. 기존의 성능의 2배가 됩니다. 이는 다른 이들이 공략 제한 시간 업적을 깨기 전까지 유지됩니다.
대성역의 강화.
그래서 난 바로 대성역의 정보를 관찰로 확인했다.
*대성역에 있으면 매우 빠르게 체력과 마나가 빠르게 회복된다. 상처와 질병이 성역에 있는 것만으로도 자연적으로 빠르게 치유된다.
*대성역은 한 국가 혹은 지역에 단 하나만 존재한다. 그것을 잃게 되면 해당 지역에 존재하는 모든 영지들이 급격히 쇄락한다.
*대성역에 속한 영지들의 발전도가 오릅니다.
먼저 달라진 점이라면 빠르게 체력과 마나가 회복된다가 ‘매우’라는 것이 붙었다는 것이고, 자연적으로 치우된다의 사이에 ‘빠르게’가 붙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원래는 없던 정보.
대성역에 속한 영지들의 발전도가 오른다는 메시지.
“대박이네.”
“뭐가?”
“어? 이번 공략 보상이 대박이라고.”
“뭔데?”
“그러니까······.”
내 설명을 듣고, 시호 수호대의 표정들이 모두 놀라움을 담고 있다.
“뭐 당장에 우리가 달라질 것은 없으니 헬레나는 바람의 일족을 잘 다스려주시고, 연주 씨는 제주 게이트 시간비가 5대 1로 바뀌었으니 잘 공지하시구요. 선우랑 시연이는 하던 일 하고 있고. 난 대수림을 다녀와야 할 것 같아.”
“네.”
“알았어.”
“그래.”
그렇게 시호 수호대를 내보낸 후에 난 왕좌에 앉을까 하다가 잠시 망설여졌다. 내가 왕인가? 내가 왕이 될 상인가? 그런 영화의 대사가 떠올랐다.
냥!
사실 난 왕좌에 앉을 생각이 없었는데 호야가 닥치고 가서 앉으라고 한다. 가서 앉으니 처음처럼 영지의 모든 정보가 내 머릿속으로 들어온다. 그래서 이번에는 대수림 쪽을 살펴보았다.
내 머리에 표시된 곳의 정보를 알기 위해서. 하지만 그곳은 살펴볼 수 없었다.
“내 영지의 영역이 아니란 얘기겠지.”
냐앙!
호야가 그렇단다.
“그런데 호야 저기 뭐가 있는지 알지? 너 나랑 이 지도 공유되는 거지?”
냐앙?
모른다는 표정. 애초에 몰랐으면 저런 표정 안 짓는다. 앙큼한 녀석. 하지만 귀엽기도 하고, 나보다 훨 강하니까 그냥 넘어간다.
난 원래 잘 굽힐 줄 아는 남자니까.
“저기를 내가 가봐야 한다는 거지?”
냐앙!
그러고 보니 공략이 끝났을 때 저 지도가 내 머리에 새겨진 것은 보상이 아니라 어쩌면 다음 임무를 가리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게 맞는 거 같은데?”
아무래도 그게 맞는 것 같았다. 애초에 이건 보상이 아니라 퀘스트였던 거다.
“호야, 이거 내가 공략해야 하는 거지?”
냥!
맞는다고 그런다.
“방금 전엔 모른다며?”
냐앙?
모른단다. 이놈의 고양이가! 하지만 그 순간 호야의 발톱이 나오는 것을 보고 난 빠르게 표정을 풀었다.
“간식먹을까?”
냐앙!
알아서 잘 하란다. 그래서 알아서 잘 할 생각이다.
왕좌가 있는 대회의실에서 나와서 난 다른 방들을 구경하다가 왕의 방을 찾았다. 신기하게도 이 왕의 방에 캣타워로 추정되는 물건이 있다는 점이다.
호야는 익숙하다는 듯이 캣타워에 가서는 자신의 냄새를 묻히고, 그 위에 올라가서 그루밍을 한다.
“호야! 너 여기 와봤지?”
호야는 못들은 척을 한다. 그리고 곧장 자는 척을 한다. 매우 의뭉스러운 고양이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난 그것을 따질 용기따위는 없으니 그냥 넘어간다.
호야는 왕이니까.
그러고 보니 저 캣타워 꼭대기가 대충 봐도 황금 비스무리한 것으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마법진이 새겨져 있다.
관찰로 살펴보니 보온과 청결유지를 해주는 마법진이다. 놀랍다. 캣타워에 저런 것을 새겼다는 것이.
그리고.
“엇! 내가 마법진도 알아봐?”
더 놀랐다.
“어? 그럼 저 마법진 나도 만들 수 있나?”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고.
-초급 마법진 제작(액티브) 1레벨 스킬을 얻었습니다.
시스템이 나에게 이야기를 해준다. 마법진을 만들 수 있다고. 하지만 그건 나중에 해보기로 하고, 일단 오늘은 자는 거다.
“호야, 거기 있을 거야?”
냐앙?
귀찮다는 듯이 울더니 내 품에 쏙 들어온다. 난 왕이 사용하던 침대에 호야와 누워서 잠을 청했다. 정말 꿀잠이다.
***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혔다. 세계 최초로 대성역이 활성화 되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고, 정작 그 대성역에 아무도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였다.
이미 대성역의 존재는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그 효과가 어떤 것인지 다른나라 사람이 인터넷에 올리는 바람에 이미 유명해진 것이다.
상처 치유 같은 것은 둘째치더라도, 질병이 치유된다는 것은 정말 간절한 이들이 많았다.
그렇기에 거기에 해당하는 당사자들이나 가족들은 시위를 하기 시작했다.
대성역을 공개하라는 시위였다.
정작 대성역이 얼마나 질병을 낫게 하는지도 잘 모르면서 말이다. 그리고 이것은 대한민국에서만 난리가 난 것이 아니었다.
다른 나라들도 대한민국에 집중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대성역 활성화, 그럼 거기를 어떻게 처리할것인지 주목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외국에서는 사절을 보내기도 했다. 대성역 공략의 팁이라도 얻기 위해서.
물론, 그것이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겠지만.
대한민국은 현재 게이트 변이를 최초로 해결한 나라이고, 대성역을 최초로 활성화시킨 것으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달갑지 않은 이들이 있다. 바로 조문성의 집안과 그 집안과 손을 잡고 있는 친일파 집안이다.
“아무래도 그자가 군주의 자격을 얻었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조 회장은 보고를 듣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제거는 가능한가?”
“불가능합니다. 우리 실험으로 볼 때 저격용 소총 같은 것도 보통 50레벨이 된 헌터에게는 통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그의 레벨은 짐작도 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그놈이 우리를 배척하게 되면 어떤 일이 생기지?”
“군주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한 영주의 길은 하나입니다.”
“하나?”
“네.”
“귀찮게 굴지 말고 말해라.”
“몰락입니다.”
“음······.”
대성역을 손에 넣었어야 했다. 그랬다면 이 작은 땅덩어리는 분명 자신들의 손아귀에 들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등장한 최시우라는 인물로 인해서 모든 계획이 망가졌다.
심지어 자신의 손자를 조 회장은 스스로 버려야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더 비참한 꼴이 되었다.
조문성과 그에게 속한 영주들은 계속해서 말라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자신들이 자초한 일이지만, 그런 생각을 할 이들이 아니다. 잘못된 이유는 최시우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지?”
“손자분을 버리시고, 일본으로 망명해야 합니다. 그게 유일한 살길입니다.”
양 가문에서 가리고 뽑은 참모다. 그의 의견에 두 가문의 회장들은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대를 이어 일구어온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화가 나는 일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세상은 지금까지 일구어온 가업보다 다른 것들이 중요할 세상이다. 아직 군주의 권한이 어떤 것인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군주인 최시우가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하지만 군주의 권한에 영지의 몰수 같은 것이 있다면? 군주라면 그정도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참모의 말처럼 자신들 가문은 그대로 여기에서 몰락의 길을 걸어야 할 것이다.
“가지, 일본으로.”
조 회장의 말에 장 회장도 고개를 끄덕인다. 두 가문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인 리더는 조 회장이다. 그가 결정한다고 무조건 따를 필요야 없겠지만, 지금은 따르는 것이 낫겠다고 장 회장은 생각했다.
“회장님 말씀에 우리 가문도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의 자산들은 빠르게 정리를 하도록 하죠.”
“제값을 받지 못한다고 해도 매각하게. 그게 나을 걸세.”
“네, 그럴 생각입니다.”
재계 서열 5위 안에 드는 두 가문은 그렇게 대한민국에서 자신들을 자신들의 손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재게의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일이었다.
***
“왜 이렇게 시끄럽지?”
냐앙.
호야가 짜증을 낸다. 자다가 깨운 것이 불쾌하다는 것이다. 호야는 아마 나보다 먼저 일어났을 거다. 나보다 훨씬 예민하니까.
난 침대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와봤다. 그러자 아버지가 날 찾아와서 기다리고 계셨다.
“어? 아버지? 절 깨우시지.”
“자는 것 같아서.”
“들어오세요.”
난 아버지를 방으로 모시고 들어왔다. 참고로 부모님과 시연이 그리고 선우의 가족들은 모두 내성 안에 방을 차지하고 있다.
“밖에 난리가 났다.”
“밖이요? 그래 보이지 않는데요?”
“아니, 그러니까 지구 말이다.”
“지구에서 왜요?”
“대성역때문이지.”
“음······ 그게 뭐 난리가 날 일인가?”
난 순간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이야기는 달랐다.
“대성역을 공개해야 한다고 시위를 하고 있다는구나. 국회에서도 대성역을 공개해야 한다고 법안을 발의중이고.”
“큭, 웃기는 짓들을 하네요.”
정말 웃기는 짓들이다. 누구마음대로 대성역을 공개하고, 그런 법안을 만든다고 내가 꼼짝을 할 거라는 생각을 하는 건가?
“어떻게 할 생각이냐?”
“어떻게 하긴요. 우리가 고생해서 얻은 것을 왜 그들과 공유를 해야 하죠? 전 그럴 생각 없어요.”
난 분명히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