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5 화 어쩌라고.
제 105 화 어쩌라고.
내 단호한 말에 아버지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셨다.
“맞다. 네가 잘 생각하고 있고, 그걸 응원한다. 사람들이 호의가 계소되면 그걸 권리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지. 특히 정치인이라는 것들은 애초에 호의라는 것은 싹을 잘라야 한다고 본다.”
우리 아버지는 독립 운동가의 후손으로 대학생때 학생 운동을 했던 분이다. 정치에 매우 관심이 많으셨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당시에 민중을 위해서 같이 애쓰고 학생 운동을 했던 이들이 지금 정치판에서 썩은 정치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을 보고 환멸을 느끼셨다고 한다.
난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한다. 한때 독재자를 몰아내자며 같이 운동하던 사람이 다른 독재자에 빌붙어 있는 꼴을 보고 무슨 생각이 들까.
“하지만 그래도 정말 사정이 딱한 사람에게는 인정을 베풀었으면 좋겠다.”
“네, 그랬으면 좋겠는데······ 그런 사람을 어떻게 알아보죠?”
“촌장님을 이용하면 되지 않겠냐?”
“아, 맞네요. 큭큭.”
물론 나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보통 다른 영지민들은 모른다. 그러니 촌장님을 내세우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 심지어 촌장님은 남을 돕는 것을 매우 좋아하시는 분이니까.
“아무튼 정치인들에게 흔들릴 일은 없다는 거지?”
“네, 그리고 지금 대통령 님이 우리 휘하 영주로 들어올 거예요.”
“아, 그렇다고 했었지? 그 아이는 괜찮겠니?”
“저도 궁금하네요. 대성역이 루게릭 같은 병도 고칠 수 있는 것인지.”
솔직히 세상의 모든 질병을 고칠 수 있을까? 이건 조금 의심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게이트가 질병을 고친다고 했으니 분명 효과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 가서 대통령 님을 휘하 영주로 받아들이고 오겠습니다.”
지난번에는 영주로 받아주기로만 약속했었다. 그 부분은 극비이기에 다음에 만나서 정식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게이트의 위치가 대통령의 본가에 있기에.
오늘 가서 아예 휘하 영주로 받아주고 올 생각이다.
“그래, 그렇게 해라.”
“네, 나가서 확실히 확인도 해볼겸.”
경복궁의 대성역을 확인하고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난 게이트에서 나왔다. 내가 나온 곳은 경복궁이다.
주변에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가 허락하지 않는 이상은 이곳에 발을 디딜 수 없으니까.
“어디보자······.”
난 이제 예비 군주에서 정식 군주가 되었고, 또.
-대성역의 정식 관리자가 되었습니다.
임시 관리자에서 정식 관리자가 되었다. 그리고 정식 관리자가 되면서 몇 가지 권한이 생겼는데 그 중에 하나는 이것이다.
-대성역의 출입을 자유롭게 허락할 수 있습니다. 단, 대성역의 효능은 관리자가 권한을 부여한 사람에게만 통용됩니다.
“오호?”
경복궁은 대한민국의 문화유산이다. 그런 경복궁을 내가 개인적으로 차지를 한다? 솔직히 이 부분은 나도 썩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이다.
그런데 시스템의 이야기를 보면 경복궁 자체는 아무나 들어오게 하고, 대성역의 효능은 내가 허락한 사람만 받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되면 문화제를 사유화 한다는 이야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된다. 쓸데 없는 충돌은 피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난 그대로 경복궁을 둘러보다가 광화문으로 나섰다. 그러자 그 앞에 많은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난 어떻게 할까 하다가 그냥 선글라스를 하나 착용했다. 어차피 내 얼굴은 알려질 대로 알려져 있을 것이다.
여기서 숨긴다고 해봐야 뭔 의미가 있을까? 그렇게 호야를 어깨에 두고 난 광화문을 나섰다.
찰칵찰칵찰칵찰칵!
여기저기에서 사진을 찍는 기자들 난 가만히 그들이 진정되기를 기다렸다. 그때 딱 봐도 국회의원이라고 거들먹거리면서 앞으로 나서는 이가 있었다.
“최시우 씨! 잠깐 얘기 좀 합시다.”
“그러세요.”
막상 그러라고 하니 말문이 막히는지 멈칫한다. 그래도 정치인 짬밥은 어디 안 가는지 다시 표정을 고치고 말한다.
“경복궁은 대한민국의 신성한 문화유산입니다. 알고 있습니까?”
“당연하죠.”
“그런 경복궁을 사유화 한다는 것은 국민으로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그 말에 난 피식 웃고 물었다.
“경복궁에 게이트를 만든 것이 저였나요?”
“그, 그건.”
당연히 내가 만든 것이 아니다.
“그럼 경복궁 게이트를 공략해서 대한민국이 최초의 대성역을 활성화 시킨 나라로 만든 것이 잘못인가요?”
“아, 아니 그런 얘기가 아니잖습니까? 경복궁이라는 문화유산을 당신 혼자서 독차지하려는 것이 문제라는 말입니다.”
“제가 그런다고 했나요?”
그런 말을 난 꺼낸 적도 없다. 저들이 마음대로 상상을 하고 결론을 내렸을 뿐.
“그, 그렇다면 경복궁을 개방하겠다는 뜻입니까?”
“애초에 제것도 아닌데 개방하고 말고 할 게 있나요? 경복궁이 돈주고 살 수 있는 물건도 아닐 텐데요?”
“마, 맞습니다.”
“그러니 관리청에서 출입은 알아서 하셔야겠죠?”
“오, 옳습니다.”
꿀꺽.
국회의원은 침을 삼키며 나를 본다.
“문화유산 경복궁은 당연히 대한민국의 소유입니다. 물론 그게 정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당연히 국회를 의미하지도 않겠죠? 모든 국민들이 것이니까?”
“당연합니다.”
“네, 그동안은 이 안으로 들어오면 위험할 수 있기에 결계가 자동으로 발동된 것이지 제가 막은 것이 아닙니다. 이부분에 대해서는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 아닙니다. 세계 최초로 대성역을 공략하고 활성화 하신 일은 국가차원에서 응당 칭찬할 일입니다.”
“말씀만으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이시간부로 경복궁 게이트의 공략은 끝났으니 경복궁에 들어가고 싶은 분들은 얼마든지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단.”
“단?”
“대성역을 얻은 것은 저고, 그것에 국가의 도움은 없었다고 봐야죠? 도운 게 있나요?”
“그건······.”
“그러니 대성역에 들어온다고 해서 대성역의 효과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은 버리시기 바랍니다. 대성역의 효과를 받을 사람은 정하는 것은 온전히 제 권한이니까. 자, 다들 경복궁 구경하세요. 안에 꽃이 예쁘게 펴 있네요.”
그 말을 하고 난 광화문을 빠져 나오려고 했다. 그런 나를 국회의원이 붙잡는다.
“잠깐만요.”
“왜 그러시죠?”
“그 대성역을 최시우 씨 혼자서 독점을 한다는 것은 부당합니다.”
“아, 그런가요?”
“물론입니다.”
“그럼 당신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모두 나눠주세요.”
“뭐요?”
“그 재산은 당신이 모은 거겠죠? 그런데 그걸 가난한 사람들에게 그냥 나눠주라고 하면 나눠주겠습니까?”
“경우가 다르지 않습니까?”
“뭐가 다릅니까? 내가 대성역을 공략할 때 당신이 몬스터에게 활이라도 한번 쐈습니까? 돌맹이라도 하나 던졌어요? 그런데 어딜 와서 이런 강짜를 부립니까?”
“난 국민의 대표입니다.”
“그럼 계속 대표하세요. 어쩌라구요.”
“당신이 그러고도 대한민국에서 발을 붙이고······.”
저 소리가 왜 안 나오나 했다.
“아, 그러네요? 그럼 뭐 이민가죠. 모르긴 해도 나를 원할 나라는 많을 것 같은데요? 근데 내가 이민을 가면 한반도에 있는 대성역은 사라지겠죠? 그럼 과연 그 피해는 누가 보게 될 것 같습니까? 그 책임은 당신한테 있다고 보면 되겠네요?”
내 말에 국회의원은 하얗게 질려서 대답을 하지 못한다.
그때 정기훈이 사람들 사이를 뚫고 나에게 다가온다.
“군주님!”
참 사람이 빠르다. 이 사람은 내가 군주가 되었다는 것을 벌써 하고 있는 것이다.
“군주?”
“방금 군주라고 하지 않았어?”
“군주가 뭐야? 왕이라는 거야?”
“저 사람 정기훈이잖아. 대영주인 정기훈이 군주라고 부른다는 것은 최시우 대영주가 정식으로 군주다 되었다는 얘기 아냐?”
기사들은 정신없이 서로 떠들고 있다. 아마 정기훈은 고의로 나를 군주라고 불렀을 것이다. 이런 반응들을 끌어내려고.
“차를 준비했습니다. 모시겠습니다.”
정기훈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여기서 내가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할 이유는 없으니까.
“그러죠.”
정기훈의 차를 타고 이동을 시작하자 정기훈이 묻는다.
“혹시 어디로 가실지······.”
“일단 정기훈 씨 게이트가 있는 곳으로 가죠. 어차피 제 휘하로 들어오려는 생각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럼 그리 이동하겠습니다.”
그리고 난 정기훈의 게이트로 가서 그를 정식으로 휘하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의 휘하에 있던 영주들도 자동으로 내 휘하로 들어오게 되었다.
대한민구에서 나 다음, 아니 규모로만 보면 나보다 더 큰 대영지를 가지고 있던 정기훈은 별다른 이견없이 내 휘하에 들어왔다.
애초에 군주라는 자격을 얻은 나로서는 대한민국에 있는 영주들을 휘하로 받아들일 생각이다.
물론, 인성에 문제가 없는 이들만. 문제가 있는 이들은 알아서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선별은 굳이 내가 할 필요가 없다. 여기 나를 대신해서 그 일을 할 사람이 있으니까.
“정기훈 씨는 공식적으로 우리 왕성의 재상(宰相)으로 임명합니다.”
-시호 왕국의 재상으로 정기훈을 임명합니다.
이제는 시호 영지가 시호 왕국이 되었다. 시스템이 바로 그렇게 인정한 것이다.
그리고 아마 알람은 정기훈에게도 떴을 것이다.
“충심을 다하겠습니다!”
정기훈을 재상으로 삼는 것은 시호영지에서 이미 의논된 일이다. 현재 게이트와 지구를 오가면서 내 업무를 대신 할 수 있는 인물로 정기훈 만한 인물이 없는 것도 사실이니까.
“그럼 정기훈 씨가 우리나라에 속한 영지의 영주들을 파악해서 알아서 휘하에 거두세요. 그럴 권한은 있으니.”
“알겠습니다. 그리고 보고할 일이 있습니다.”
“네.”
“친일파 그 두 기업이 기업을 매각하고 일본으로 갔습니다.”
“조문성은요?”
“그냥 폐인이 되어서 그는 버리고 간 것 같습니다.”
“참······ 대단한 집안이군요.”
“원래 그런 인간들입니다.”
“그렇군요. 다른 나라의 대성역 공략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아직 성공한 곳은 대한민국이 유일합니다. 그리고 아마 경복궁 대성역의 관할이 북한을 넘어서 만주까지 이어져 있지 않나 싶습니다.”
북한은 예상했지만 만주쪽은 의외다.
“그걸 어떻게 알죠?”
“대성역이 클리어 되었을 때 게이트 주인들에게 공지가 떴습니다. 해당지역의 대성역이 클리어 되었다고 말이죠. 물론 저도 받았구요. 그런데 그게 만주에 있는 게이트 주인들에게도 같은 메시지가 떴다고합니다.”
생각해보면 자금성 대성역의 위치가 이쪽까지 영향을 미칠 것 같지 않긴 하다. 아마도 그러니 만주 지역 거기에 정기훈의 이야기를 들으니 블라디보스토크 쪽까지 게이트의 주인들은 대성역의 주인이 나라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가진 게이트가 나에게 영향을 받게 될 거라는 사실도. 그래서 정기훈에게 연락을 해왔다는 이야기. 상당히 흥미롭다.
“재미있네요. 그럼 그쪽 게이트도 알아보세요. 아무래도 우리 관할 지역이면 알아보긴 해야겠네요. 어디까지가 우리의 관할인지부터.”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전 다른 약속이 있어서.”
“대통령과 약속이면 제가 준비해두었습니다.”
이래서 내가 이 사람을 내칠 수가 없는 거다.
“그럼 가죠.”
“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고, 그 시간 국회에서는 난리가 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