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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학개론-108화 (108/182)

제 108 화 호야, 네 부하니?

제 108 화 호야, 네 부하니?

난 호야와 함께 대수림을 산책했다. 말이 산책이지 몬스터들을 잡으면서 돌아다니는 중이다.

대충 레벨들은 90레벨 초반의 몬스터들이다. 판타지 소설에 등장하는 몬스터도 있지만, 아닌 것들도 많았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녀석처럼.

“저건 암만 봐도 주작 같은 느낌인데?”

관찰로 살펴보니 이름은 페르포타였다. 생긴 것은 사신수 중의 하나인 주작과 비슷한 모습.

불에 휘감긴 새의 형상이랄까? 하지만 녀석의 공격은 나에게 별로 통하지 않았다. 다행스럽게 난 화염에 대한 저항력이 매우 높은 편이었으니까.

당연히 놈에게도 나의 화염 관련 스킬들은 먹히지 않는다. 그럼 뭐가 남는가?

패는 거다.

냐아! 냥냥!

호야가 응원한다. 이기는 편이 자기편이란다. 치사한 호선생이다.

하지만 딱히 나쁠 것은 없다. 5미터 쯤 되는 크기의 페르포타지만, 놈은 이미 땅에 내려온 상태. 자신의 스킬이 나에게 통하지 않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때가 기회다.

팍! 파바바박!

왜 그런지 몰라도 검으로 죽이는 것보다 검집으로 때리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들어 패고 있다. 이놈 덩치가 있어서 그런 것인지 아주 손맛이 죽인다.

꿱!

잘 패다가 녀석의 목을 제대로 가격했다. 그랬더니 녀석이 오리 같은 비명을 지른다. 그리고는 날개를 파닥거리면서 날아오르려고 한다. 그런 녀석에게 난 달려들어서 등위에 탄 뒤에 다시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레벨 98의 거대한 주작의 모습을 하고 있는 페르포타.

녀석의 몸에서 점점 불길이 사라져간다. 그러더니 결국은 불이 다 꺼졌다. 그리고 불이 없는 모습이 드러났는데, 붉은 깃털을 가진 멋진 새의 모습이다.

꾸엑! 꾸엑!

웃기는 놈이다. 살려달란다. 하지만 난 이 녀석을 살려줄······.

퍽!

호야가 내 뒤통수를 때린다.

“아, 왜?”

냥냥! 냥아냥!

“뭐? 이놈을 길들이라고? 몬스터인데?”

그랬더니 호야가 다시 말한다.

냥냥!

“나한테 날 수 있냐고? 날 수 있을 리가. 아, 그러니까 이놈 길들여서 타고 다니라고? 여기저기 불이나 지를 것 같은데?”

내 말을 들었는지 페르포타가 미친 듯이 고개를 저으며 내 의견을 부인한다.

“불 안 지른다고?”

끄덕끄덕.

“그런데 넌 나한테 길들여지고 싶냐?”

끄덕끄덕.

영혼을 담은 끄덕임이다. 아마 살고 싶은 것 같다.

“너 막 몸을 줄이고 그럴 수 있어?”

내 말에 페르포타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몸집을 줄이기 시작한다.

-희귀 몬스터 페르포타가 완전한 귀속을 원합니다.

희한한 메시지다. 이전에는 없었던 메시지이기도 하다.

완전한 귀속.

이게 무슨 말인지는 잘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날 수 있는 탈 것이 생기는데 딱히 거부할 이유도 없다. 무엇보다 애가 멋지게 생겼다.

“좋아.”

-희귀 몬스터 페르포타를 완전히 귀속시켰습니다. 희귀 몬스터 페르포타는 자웅동체의 몬스터로, 현재 단 한 마리만 남아 있는 개체입니다.

일단 난 녀석의 상태창을 살펴보았다. 능력치는 지금까지 나에게 속한 어떤 녀석들 보다 상위였다.

종족: 페르포타.

이름: 미정(99레벨).

힘 224, 민첩 325, 체력 523, 지능 180, 정신력 542.

스킬: 불의 화신(액티브) MAX, 화염 분출(액티브)MAX, 고속 비행(액티브)MAX, 소형화(액티브)MAX.

놀라울 정도의 능력치를 가진 녀석이고, 스킬도 모두 맥스다. 그런데 왜 방금 나한테 그렇게 쳐맞은 거지?

생각해보니 이유는 하나다. 저놈의 공격 스킬들은 다 화염과 관련되어 있고, 난 군주가 되면서 엄청난 저항력 향상이 있었는데, 단 하나 화염 저항력은 맥스였다. 그러니까 이놈의 공격이 나에게 먹히지 않은 거다.

“그래도 이놈 나랑 맞짱 떴으면 나보다 능력치가 훨 높은데······.”

냐앙! 냥냥!

내 의문에 호야가 대답한다. 얘가 게을러서 늘 화염으로만 공격을 하다보니 몸쓰는데 재능이 없단다. 그렇다면 납득이 간다. 웬만한 놈들은 불로 조졌을 테니까.

그런데······.

“너, 얘 알지?”

냐앙?

호야가 모른척을 한다. 그런 호야에게 손바닥만하게 작아진 페르포타가 쪼르르 달려가서는 머리를 부비적 거린다. 그런 녀석을 호야가 앞발로 밀어낸다.

그러니까 호야와 원래 아는 사이였던 것이 맞는 것 같다. 괜히 죽였으면 호야가 슬퍼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왜 모른척했어?”

냥! 냥냥! 냥냥냥!

“뭐? 우리 호야를 버리고 튄 놈이라고? 이거 안 될 놈일세?”

내 말에 페르포타가 몸을 떤다. 지금 이 녀석의 크기는 참새 크기다. 몸뚱이도 참새 비율로 줄어 있는 상태. 그래서 그런지 패고 싶다는 생각이 급격이 사라진다. 괜히 때리면 죽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튀면 죽는다?”

꼭꼬!

“네가 뭔 닭이냐? 울음 소리가 왜 그래?”

꼬옥?

미친 듯이 고개를 저으며 나름의 사정을 설명한다. 그러니까 얘 이야기로는 당시에 부상을 입어서 회복을 하고 있었는데 호야가 사라졌다는 얘기가. 그래서 호야를 찾아다녔는데 못 찾았단다.

호야가 눈을 가늘게 뜨고 의심스럽다는 듯이 페르포타를 쳐다본다. 하지만 페르포타는 거짓이 아니라는 듯이 가슴을 내밀고 당당하게 맞선다. 그런 녀석을 쳐다보다가 호야가 다가가더니 녀석의 얼굴을 핥짝하고 핥는다. 그랬더니 좋다고 호야에게 달라붙어서는 쫑알쪼알 말이 많다.

뭔가 그동안 자기 혼자서 서러웠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니, 근데 호야랑 같이 있던 것을 알면서 왜 공격했던 건데?”

그 말에 페르포타가 멈칫한다. 그리고 호야는 녀석의 목을 발로 꾹 누른다.

호야에게 눌려진 녀석은 파닥거리며 뭐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호야는 가차없었다.

“호야, 알아서 교육 시켜줘.”

냐앙!

그게 자기가 제일 잘 하는 거란다. 난 페르포타를 그렇게 호야에게 맡기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가 시스템이 나에게 말한 지점이다.

“음, 저 녀석을 얻으라는 거였나?”

그렇다고 해도 이해는 간다. 딱 봐도 대단한 녀석이고, 호야와 관련이 되어 있는 녀석이니까. 하지만 내 직감은 그게 다가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난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한 시간쯤 그렇게 주변에 관찰을 미친 듯이 쓰다가 하나를 발견했다.

-관찰 스킬을 사용하였습니다.

이름: 잊혀진 자의 신전.

지금은 잊혀진 어느 신의 신전이다. 신으로 추앙받았던 존재였으나 지금은 모든 신력을 잃고 이곳에서 소멸되었다. 그 유산이 잠들어 있다.

“그러니까, 잊혀진 신의 유산을 찾으라는 건가?”

신을 깨우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신은 이미 소멸되었다고 하니까. 그런데 그 유산은 남아 있다고 한다.

“이러니까 궁금하네.”

난 신전에 손을 가져다 대봤다. 그랬더니 신전에서 빛이 뿜아져 나왔다. 그리고 나에게 환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환상은 매우 익숙한 존재들에 대한 환상이었다.

“드워프?”

흔히 판타지 소설에 등장하는 드워프로 보이는 이들이다. 이들은 열심히 광산을 개발하고, 이것저것을 만들고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드워프와 매우 흡사한 모습이다. 그리고 술을 먹고 매우 즐거워한다. 하지만 곧 문제가 생긴다.

어둠의 기운으로 보이는 것들이 드워프들을 잠식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드워프는 양쪽으로 갈라져서 치열하게 싸운다.

결국 그들은 신전을 파괴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고 있었다. 그리고 살아남은 소수의 드워프들이 어디론가로 떠나는 것으로 환상은 끝이났다.

-잊혀진 신전의 유산의 일부를 얻었습니다.

-드워프의 발자취를 찾으면 유산을 온전히 얻을 수 있습니다.

“헐, 진짜 드워프가 있었네.”

대장장이 기술을 얻었을 때도 드워프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게이트 안에서 드워프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그것을 궁금하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드워프는 뭔가에 영향을 받아서 내부에서 큰 전쟁이 벌어졌고, 소수만 남은 드워프는 이미 이곳을 떠난 상태였던 것이다.

“아마, 남아 있는 이 위치가 드워프가 있는 곳인 것 같은데?”

냐앙?

호야는 교육을 마친 것인지 페르포타를 질질 끌고 다가온다. 처량한 모습을 하고 있던 페르포타는 나를 보며 똘망똘망한 눈빛을 보낸다.

“호야, 교육 끝냈어?”

냥!

그렇단다. 그럼 이제 내가 나설 차례다.

“넌 앞으로 불새다.”

호야는 경악스럽다는 표정으로 나를 본다. 하지만 불새를 불새로 부르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의외로 불새는 자신의 이름이 마음에 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호야,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드워프들을 찾아야 하는 퀘스트인 것 같아.”

냐앙!

호야가 그러자고 한다. 호야에게 허락을 얻었으니 일단 왕성으로 돌아갈 생각에 난 불새를 보며 말했다.

“불새, 탑승 모드로.”

내 말에 불새가 덩치를 키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화려하게 타오른다.

“야! 불 꺼.”

꾸악!

불새는 곧장 불을 껐다. 그리고 몸을 낮춘다. 난 호야와 함께 녀석의 등 위로 올라탔다. 의외로 깃털들이 쿠션 역할을 해주는 것인지 편했다.

“이쪽으로.”

내가 녀석의 목덜미를 당기니 녀석이 곧장 날아오른다.

***

영지로 돌아온 나에게 시연이가 미친 듯이 달려와서는 불새를 태워달라고 난리를 친다. 그런 시연이의 성화에 불새에게 시연이를 태우라고 했지만, 불새는 완강히 거부를 한다.

그래서 결국 시연이는 불새를 타지 못했다. 난 카락에게 불새의 둥지를 만들어주라고 했다. 그랬더니 불새는 덩치를 줄여서 말 정도의 크기로 줄어들었다. 거기에 맞춰서 둥지를 만들었다.

난 그것을 보고 불새를 그 안에 두게 한 후에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최근에 휘하에 들어온 영주들이 여럿이기에 그들에 대한 보고를 받는 것이 시작이다. 물론, 대부분의 일은 정기훈이 처리를 한다.

“그러니까 여섯 곳의 영지들이 영지전을 하려고 한다는 얘기네요?”

“네, 대상이 된 영지들은 친일파에 속했던 영지들입니다. 그들도 차라리 영지전을 해서 자신의 영지를 뺏어가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허, 왜죠?”

“게이트 주인이 다른 이에게 게이트 권한을 양도하려고 해도 이제는 안 된다고 합니다. 아마······.”

“군주가 생겨서군요?”

“네,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게이트는 계속해서 몰락해가고, 거기에서 언제 몬스터가 튀어나올지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대충 정리를 하자면 나에게 속하지 못한 영지들은 게이트를 포기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거기에서 몬스터 웨이브가 생기면 자신들이 죽을 수도 있으니까. 그렇다고 그 안에서 뭔 생산활동을 하기도 어려우니까.

“그럼 그렇게 하라고 하세요. 그리고 일본 상황을 어떻습니까?”

“일본의 헌터들이 대마도에 집결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대마도요?”

“네, 거기도 우리 대성역의 영역에 속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대마도라는 곳은 일본에도 속하고, 조선에도 속했던 곳이다. 사실상 일본보다 한국과 더 가깝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식량 생산이 어려운 섬이라 늘 중간에서 이리저리 박쥐같은 짓을 해온 곳으로 유명하다.

그런 곳까지 우리 대성역에 속한다는 것은 의외였다.

“그런데 거기는 왜요?”

“현재 대마도에 게이트가 하나 있는데, 그곳을 일본인들이 공격하려는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속한 곳이라면서요?”

“골때리게도 거기에 일본의 대성역과도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정말 골때리는 위치네요.”

“네, 그런데 대마도가 완전히 저들에게 넘어가면 턱밑에 칼을 대고 있는 형국이 됩니다.”

확실히 그런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난 결정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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