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9 화 먹죠, 우리가.
제 109 화 먹죠, 우리가.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200리······로 시작하는 노래는 한국인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노래다.
그것이 가리키는 곳은 바로 독도.
일본이 수탈해가기 전에는 강치들의 천국이었고, 일본의 수탈이 시작된 시작된 후로는 강치의 지옥이 된 곳.
이제 독도 강치는 세상에서 찾아보기 힘든 환상의 동물이 되었다.
그런 강치의 고향인 독도를 일본은 꾸준히 자기들 땅이라고 우긴다. 기록도 제대로 된 자료로 제시하지 못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우리도 우겨볼만한 땅이 있다.
바로 대마도다.
이것을 이유는 간단하다. 대마도는 일본보다 한국에 더 붙어 있으니까.
그리고 역사적으로도 대마도는 조선에 신속했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임진왜란때 일본의 전초기지 역할을 했고, 대마도는 사실상 한국이나 일본의 땅이라기보다 중간에서 박취처럼 옷을 갈아입던 곳으로 유명하다.
이런저런 이유를 다 빼고 본다면 대마도는 확실히 한국과 더 붙어 있는 땅이다.
솔직히 한국인 중에서 대마도를 우리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실질적으로 대마도는 일본어를 쓰고, 일본 국적을 가진 이들이 거주를 하는 곳이니까.
그래서 나도 사실 대마도에 대해서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시스템은 대마도를 우리 대성역의 영역에 넣었다고 한다. 문제는 일본의 대성역과도 겹친다는 것인데, 정말 누가 시스템을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골때리는 일이다.
일부러 분쟁지역을 만든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럼 뭐······ 우리가 먹죠, 대마도.”
“진심이십니까?”
“네, 문제될 것 있나요?”
“문제될 것이야 많을 겁니다. 하지만 사실상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시끄럽게 떠들긴 하겠지만, 끝장을 보려고 하지는 않을 겁니다.”
“전쟁 상황이 될 가능성은요?”
“지금 세상이 그럴 정신이 있겠습니까? 하지만 조금만 지켜보는 것이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조금만 지켜보자?”
“네, 현 대마도의 게이트 주인은 일본에 감정이 좋지 않은 상태라고 합니다.”
“그럼 오히려 잘 된 일이지 않습니까? 그 게이트 주인을 제가 휘하로 받아들인다면?”
“물론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일본의 공격을 받고, 그들이 먼저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를 기다리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정기훈의 말에 난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확실히 정기훈의 말은 일리가 있다. 굳이 우리가 먼저 나서서 먼저 그들을 받아들인다면 그것을 일본이 꼬투리 잡을 수도 있을 거라는 이야기다.
굳이 게이트의 문제를 국가간의 분쟁으로 가지고 가지는 말자는 이야기니 일단은 지켜보기로 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대마도를 차지할 생각이다.
***
대마도 게이트의 주인은 평범한 팬션을 운영하던 사람이다. 그리고 대마도에 거주하는 사람들 중에 친한파에 속하던 인물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와 그의 가족을 먹여살려주는 것은 일본인들이 아니라 한국인들이었으니 그렇다.
대마도에서는 혐한파인 사람들도 많다. 상점을 운영하면서 혐한을 하는 사람들. 자신들의 상점에서 돈을 써주는 것은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들임에도 한국을 폄하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덕분에 여러 가지 사건사고도 있었다. 그러다가 일본 총리의 멍청한 짓 때문에 한국의 분노가 폭발하고, No Japan운동이 벌어지게 되었을 때 그들은 한국이 얼마나 대마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당장 생계가 어려울 지경이 되었지만, 일본은 마치 그 옛날처럼 대마도에 대한 지원에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그 전까지는 한국인이 많이 와서 대마도를 찾지 않는다고 말하던 수많은 일본인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정작 한국인이 찾지 않는 대마도가 되었을 때 대마도를 찾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가기가 불편해서.
한국에서 대마도는 부산에서 배를 타면 금방이다. 웬만한 한국의 섬들보다 가까울 정도로 대마도는 한국과 가까운 곳이니까.
하지만 정작 일본에 속한 대마도이지만 일본인들은 대마도를 찾아주지 않았다.
예로부터 대마도는 자력 생존이 어려운 곳이었다. 워낙에 땅이 척박했기 때문이다. 그런 곳이기에 조선에 붙었다, 일본에 붙었다를 해온 것이기도 하다.
현대에 와서는 관광지로 살아남았는데 정작 그 관광객 대부분을 차지하던 한국인들이 대마도를 보이콧하자 상황이 그 옛날로 돌아간 듯이 자력 생존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이 상황에서도 한국인을 오히려 욕하는 이들도 있었다. 지금까지 그들 때문에 살아왔다는 것도 잊은 듯이, 아니 그랬기에 더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상황에서 게이트 주인이 된 타치바나 켄은 다행히 게이트 안에서 식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의 게이트는 농사를 짓기 수월했고, 식량 생산량도 상당히 많았다.
벼만이 아니라, 밀가루, 과일과 채소들도 무럭무럭 자라났다. 게이트에 몬스터도 거의 없었기에 매우 쾌적한 곳이었다.
생산물에 별다른 효능은 없었지만 맛도 훌륭했기에 자생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켄은 그것을 대마도 사람들에게 싸게 공급하면서 펜션을 할 때보다 오히려 더 나은 삶을 영위하게 된다. 거기에 일자리를 잃은 이들이 그 안에서 헌터로 등록하고 생산활동을 하면서 대마도는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그게 벌써 몇 년이나 이어온 일이다. 그런데 갑자기 일본 정부에서 일본에 협조를 하라며 사람이 찾아왔다.
자신도 일본인이니 일본에 협조를 하는 것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의 요구사항이었다.
대마도 게이트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들을 모두 일본에 제공을 하란다. 대규모 농장과 축사를 운영하고 있던 켄에게 내려진 일종의 명령이었다.
그럼 대마도 사람들은 뭘 먹고 살아야 하는가?
이 부분에서 일본정부는 농산물을 싸게 공급해주겠다는 이야기를 해왔다. 그리고 대마도 게이트의 농산물은 거의 공짜나 다름없이 강탈을 해가고 말이다.
당연히 켄은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일본 정부의 명령을 들은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에게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게이트 J5432은 군주 최시우와 군주 이토 히로유키의 영역에 겹쳐 있습니다. 영주 타치바나 켄은 두 군주 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놀라운 일이었다. 최시우라는 이름은 딱 봐도 한국인이었다. 그리고 이토 히로유키는 딱 봐도 일본인이다.
즉, 대마도는 그 옛날처럼 한국이냐 일본이냐를 선택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뭐가 다르지?”
-군주 최시우의 세율은 10%로 최저 세율을 적용중입니다.
-군주 이토 히로유키의 세율은 70%로 최고 세율을 적용중입니다.
이 한 가지 정보만으로도 켄은 어디를 선택해야 할지 알 수 있었다.
거기에 이토 히로유키는 TV에 나와서 공공연하게 대일본제국을 언급하면서 다시 한 번 일본을 위대한 국가로 만들어야 한다는 연설을 했다.
이제 일본은 충분한 힘이 있다면서 말이다.
켄은 최시우의 영상도 찾아보았다. 그는 오히려 국회의원을 물먹이면서 인간적인 면모를 보임과 동시에 자신의 휘하에 있는 영주들을 흔들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공표를 했다.
두 군주의 성향은 이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필 양쪽에 겹쳐 있는 곳이라니······. 아니지 오히려 그게 나은 것인가? 최소한 선택은 할 수 있으니까?”
일본에서는 어서 휘하로 들어오라는 압박을 해왔고, 한국에서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켄은 정기훈이라는 인물이 주고간 명함을 살펴보았다.
마음은 자꾸 그쪽으로 끌리고 있다. 하지만 자신도 일본인이기에 결국 이토 히로유키의 휘하로 가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때 사건이 터졌다.
켄의 여자친구가 일본에서 파견된 헌터에게 성희롱을 당하고, 성폭행을 당할뻔한 사건이 터진 것이다.
일본은 혐한 정서가 강한 이들을 헌터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대마도를 마치 자신들의 발 아래에 있는 것처럼 굴었다.
그리고 한국을 공격할 때 대마도가 전초기지 역할을 해야한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다녔다.
켄이 보기에는 인성에 문제가 많은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마치 정복자라도 되는 것처럼 대마도의 이곳저곳을 마음대로 들쑤시고 다녔다.
경찰에 신고를 해보았지만, 경찰은 오히려 참으라는 말을 했다.
켄의 여자친구는 울면서 켄을 찾아왔고, 켄은 결국 결단을 내리게 되었다.
“타치바나 켄입니다. 최시우 군주의 휘하에 들어가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도움이 필요합니다.”
-바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정기훈에게 전화를 한 후에 켄은 오히려 마음이 후련했다. 그리고 한 시간쯤 지났을까?
밖이 소란스러운 것을 느끼고 밖으로 나가보니 거대한 불새를 타고 누군가 자신의 펜션 앞마당에 등장한 것을 보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최시우라고 합니다.”
그는 바로 군주 최시우였다.
***
정기훈의 이야기를 듣고 난 바로 대마도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배로 가야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현재 부산에서 대마도로 향하는 배편은 운영하고 있지 않았다.
찾아가는 사람이 없으니 배편도 멈춰버린 것이다.
그래서 따로 배를 알아보려고 할 때 호야가 뒤통수를 때렸다.
냥! 냐앙! 냥냥냥!
“뭐? 바보냐고? 내가 왜?”
호야는 한숨을 쉬더니 구석에 짱박혀서 졸고 있는 병아리를 가리켰다. 요즘 내 집무실에서 식량을 축내고 있는 불새였다.
“아!”
호야가 뭘 말하는지 알 수 있었다. 저걸 타고 가라는 거다.
“그런데 저걸 밖에서 막 타고 다녀도 되나?”
냥! 냥냥냥!
“된다고? 그럼 호야 널 믿는다?”
호야는 가슴을 내밀며 자신을 믿으라고 한다. 그래서 난 졸고 있는 불새를 들고 게이트 밖으로 나왔다.
“불새 크게 변신해.”
꼬꼬!
불새는 내 말을 듣고 크기를 키웠다. 그리고 난 녀석의 등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대마도가 어느 방향인지를 가늠하려고 하는데 시스템은 나에게 대마도 방향을 알려주었다.
그래서 난 바로 불새를 타고 대마도로 날아갈 수 있었다.
불새 위에서 난 정기훈에게 전화를 해서 불새는 내가 타고 가는 거니까 정부에 괜한 오해 없도록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왜 그런지 몰라도 불새는 레이더에 잡히지 않았단다.
그렇게 대마도로 날아가는데 속도는 내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빨랐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난 게이트의 위치를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게이트가 있는 펜션의 앞마당에 불새와 함께 착륙?이라고 해야 되나? 아무튼 내려왔다. 그랬더니 나의 휘하로 들어오겠다는 영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세요? 최시우라고 합니다.”
내 말에 상대는 크게 놀랐다. 아마 불새 때문에 놀란 것 같았다. 그래서 불새를 병아리 크기로 줄인 후에 그에게 다가갔다.
“제 휘하로 들어오시겠다는 연락을 받고 왔습니다.”
“아, 네. 일본어를 잘 하시네요?”
“네, 뭐 어쩌다보니?”
일본어 스킬 때문에 일본어로 대화를 하는 것에는 별다른 무리가 없었다.
“군주님의 휘하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영주 타치바나 켄은 그렇게 이야기했고, 시스템도 동일한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래서 그를 받아들인 순간.
-대마도는 군주 최시우의 영역으로 인정됩니다. 현재 대마도 내에 타국의 헌터들이 있습니다. 이들을 추방하시겠습니까?
“혹시 여기 있는 다른 게이트 소속 헌터들 내쫓아도 되겠습니까?”
“무, 물론입니다. 부디 그렇게 해주십시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추방한다.”
난 이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다. 아마도 이것으로 우리 대성역과 일본의 대성역은 전쟁을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영주들과 영지민들은 그것에 대해서 전혀 반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