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3화
제113화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거니?
일본으로 더 진출을 하느냐 마느냐에 대해서 여러 의견들이 나왔다. 하지만 결국 의견은 하나로 모이기 시작했다.
“우리가 멈춘다고 해서 저들도 멈출까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정기훈의 의견이 제일 결정적이었다. 우리가 멈춘다고 일본의 영주가 멈출까?
아니라는 것이 대부분의 생각이다. 일본의 우익들은 대한민국이 자신들의 식민지라고 줄곧 떠드는 놈들이다. 그래서 우리를 해방시켜야 한다고까지 주장하는 놈들도 있다.
한 마디로 미친놈들이다.
지금 일본의 군주 이토 히로유키는 그런 놈들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물론 일본인들이 다 미쳐 돌아가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제정신인 사람들이 훨씬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러니 목소리를 높이는 또라이들이 일본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일본의 뉴스들이 난리를 치는 부분이 있었다. 일본의 헌터들이 자국민들에게 그런 짓을 했다는 부분을 믿지 못한다는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국민에게 그런 짓을 했다?
솔직히 나도 믿기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일본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왜?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벌어졌을 때에 사람들이 피신한 곳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으니까. 그 상황에서 그런 짓을 했다는 것이 나중에 알려졌지만, 그때도 일본은 그냥 조용히 넘어가길 바랐다.
그래서인지 정말 나중에야 그 부분이 바깥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그때는 그냥 여자와 힘이 좋은 성인 남성의 범죄였다면 지금은 차원이 다른 힘을 가진 헌터들이다.
거기에 그들 대부분은 이상한 선민의식을 가진 이들이었다. 그런 놈들은 자기들을 위해서 일반인이 희생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미친놈들이다.
당시에 포로로 잡혔던 헌터들 역시 비슷한 놈들이었다.
포로들을 어떻게 처리했냐고?
난 놈들을 강제로 게이트에 들어가게 했다. 그렇게 해서 놈들이 쌓아올렸던 헌터로서의 능력을 모두 상실시킨 것이다. 그게 어떻게 가능했냐고 하면, 이키섬의 게이트에 입장하게 만들어 기존의 헌터 능력을 잃는다는 메시지가 뜨면 그것을 허용하게 한 것이다.
강제로.
그 후에 이키섬의 게이트에 속한 헌터가 되게 한 후에 그 상태에서 추방을 하는 방법으로 게이트의 헌터 자격을 박탈했다.
놈들이 다시 돌아가서 헌터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나한테 덤비지는 않을 걸로 예상한다.
다음에 또 덤빈다면 죽일 거다. 이번에 죽이지 않고 헌터 능력만 없애고 돌려보내는 이유는 최소한 우리가 아무나 학살한다는 식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넌 화도 안 나냐?”
“뭐가?”
“일본이 저 X랄 하는 거.”
“당연히 화는 나지.”
“그런데 그런다고?”
선우가 묻는다. 화가 안 나냐고? 당연히 화가 난다. 하지만 그게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이키섬에서 성범죄자들을 처리했을 때도 비슷한 질문을 시연이가 했었다. 난 그때도 같은 대답을 했다. ‘그래서 다 죽였잖아.’라고. 하지만 시연이는 내 반응에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마 그래서 선우가 나를 사이코패스라고 생각했었지 않나 싶다. 난 그저 분노할 시간에 그것에 대한 징벌을 내리는 쪽일 뿐이다.
“하긴 그래서 네가 군주인지도 모르겠다. 군주가 자기 감정을 쉽게 드러내면 안 되는 거겠지.”
선우는 자기 마음대로 해석을 한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래서 우리 군주님이 군주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정기훈까지 거들고 나선다.
“뭐, 알아서들 생각하시고. 그래서 일본에서 들어온 정식 요청 같은 것은 있습니까?”
“놀라울 정도로 없습니다. 그저 자기들이 총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박박 우기고 있는 상황입니다.”
뉴스에는 그렇게 떠들어 대면서 정작 우리 정부나 나에게 어떤 요청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정말 상식적으로 이해를 하기 힘든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저런 놈들이 우리나라를 망쳐 놨었다는 생각이 드니 피가 거꾸로 치솟는 느낌이다. 뭐, 겉으로 티는 안 나겠지만, 여전히.
“그럼 시스템에 진군을 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시스템, 진군을 시작한다.”
내 말에 시스템이 응답한다.
-가라쓰시가 다음 분쟁 지역으로 지정됩니다. 지구 시간으로 일주일 후부터 공략이 가능합니다.
“왜 이번에는 일주일 후지?”
-지난번 이키섬의 경우는 대마도와 가깝고, 분쟁이 벌어진 지역으로 묶였기 때문에 바로 공략이 가능했으나, 진군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상대 군주에게도 대비할 시간이 주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나름 타당한 이유라고 할 수 있었다. 시스템은 내 편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이 시스템은 운영자랄까? 그런 위치일 테니까.
난 시스템 메시지를 본 후에 정기훈에게 말했다.
“일주일 후부터 공략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분쟁 지역은 가라쓰시라는 곳입니다. 아십니까?”
“저도 자세히는 모릅니다. 이번에 이키섬을 공략하면서 혹시나 해서 그 아랫부분을 살펴봐서 어딘지는 알고 있습니다.”
“그럼 그쪽의 게이트를 알아봐 주세요.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도 알아야 할 것 같으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군주님.”
“네.”
“이번에는 기사단을 대동하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오크 기사단은 몰라도 바람의 일족 기사단이라도.”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숫자가 적다고 저들이 우리를 우습게 여길까 봐 그렇습니다. 개개인의 강함이야 잘 알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보이는 부분에 신경을 쓰는 놈들이니까요.”
“음…… 알겠습니다. 일단 바람의 일족을 데리고 가도록 하죠.”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바람의 일족은 인간형으로 변신을 할 수 있다. 변신을 하면 그냥 사람이 된다. 전체적으로 백인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긴 하지만 그것이 문제 될 것은 없다고 본다.
“그럼 일주일 후에 진격할 수 있도록 배를 준비해 주세요. 이번에는 날아가는 것보다 그게 나을 것 같으니.”
“알겠습니다.”
이키섬 게이트로 나가서 곧장 가라쓰시로 갈 수 있는 방법 중에 가장 편한 것은 역시 배를 이용하는 것이다.
바람의 일족 기사단의 숫자가 현재 200에 달한다. 그들을 모두 불새 위에 태우는 것은 불가능. 당연히 배로 가야 한다.
난 헬레나에게 들러서 바람의 일족 기사들의 인간형 변신 유지에 신경 쓰라는 이야기를 해 두었다. 언젠가는 알려지게 될지 몰라도 당장은 아니니까.
“그럼 일주일 동안 뭘 하지?”
냥냥! 냥냥냥냥!
“아, 거기 가 보자고? 알았어.”
지난번에 대성역을 얻었을 때 대수림 안에 보였던 포인트 중의 나머지 하나. 하나에서는 불새를 얻었었고, 나머지 하나도 이제는 가 봐야 할 것 같았다.
우리 호선생이 그러라고 하면 그러는 거다. 호선생이 하라는데 반항하면? 맞는 거다. 그것도 겁나 맞는 거다. 그래서 난 호선생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다.
“당장 가죠, 선생님. 이쪽입니다.”
냥! 퍽!
“아, 그쪽이니? 가자.”
우리 영지민들은 자기들의 군주가 이렇게 고양이한테 맞고 사는 것을 알라나 모르겠네. 아, 지난번에 보니까 호야가 나 때릴 때 고개를 돌리는 것을 생각하면 알고 있는 것도 같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호야는 우리 세계관 최강자인데.
“호야, 근데 넌 언제부터 그렇게 강한 고양이가 된 거니?”
냥, 냥냥냥!
“아, 태어날 때부터 그랬다고? 어디서 개뻥을 치고 있어. 내가 너 새끼 때 똥오줌 받아 내고, 젖병 물려서 키웠구만.”
퍽!
“똥오줌은 아니다. 취소.”
냐앙!
똑바로 하라신다. 아무튼 태생이 강력했던 고양이는 분명히 아니었다. 원래는 그냥…… 겁나 귀여운 고양이였다. 하긴 그것도 겁나 강력한 부분인가?
고양이를 원래 별로 안 좋아하시던 우리 오마니께서 처음 호야를 보시고는 그 후로 고양이를 좋아하시게 되셨다. 그런 것을 보면 확실히 태생이 강력했던 녀석이었던 것도 같고.
오랜만에 호야와 데이트를 하니 난 또 그게 마냥 즐거웠다. 호야는 내 어깨에 앉아서는 나한테 쫑알쫑알 말이 많다.
“알았어. 방심하지 않을게. 뭔 잔소리가 우리 엄마보다 많아?”
냥! 퍽!
또 때린다. 얘가 아주 나를 때리는 데 재미 들렸다. 그래도 나 말고 다른 사람은 안 때린다. 그러니까 때린다는 것 자체가 나름 호야의 애정표현인 거다.
그렇게 한참을 호야와 아옹다옹하면서 포인트가 있는 지점에 다가가니 커다란 호수가 우리를 반겼다.
“와, 여기서는 민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건가?”
냥!
“지금 그게 중요하냐고? 당근이지! 우리 섬은 바닷고기밖에 없잖아. 그러니까 민물고기는 나름 중요한 거라고.”
호야가 잠시 고민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내 말이 맞는다는 생각을 하는 걸까? 끄덕임만 가지고는 모르겠다.
“어디 물이 시원한가 볼까? 우리 호야 물 마실래?”
냥!
좋다고 해서 호야를 호숫가에 내려 주었다. 자기가 내려올 수 있음에도 내려 줄 때까지 꼼짝을 안 하시는 호야시다.
호야는 할짝할짝 물을 마신다. 그 옆에서 나도 손을 오므리고 물을 떠서 마셔 보았다.
“와 씨! 뭔 물맛이 이렇게 미쳤냐?”
난 가만히 호수를 쳐다보았다. 그랬더니.
-관찰 스킬을 사용하였습니다.
-이름: 생명의 호수(자연).
생명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해 준다.
“와, 이거 내다 팔면 장난 아니겠다. 그치?”
냥!
“그치, 어차피 지금은 돈이 중요한 때는 아니지. 그런데 왜 시스템은 나에게 호수를 알려 주었을까? 여기서 뭘 하라는 걸까?”
그때였다.
파바바박! 파바바박!
어디선가 화살이 수도 없이 날아왔다. 난 곧장 실드를 펼쳤다. 다행히 내 실드를 뚫을 정도로 강력한 화살은 아니었다.
“뭐야?”
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지금까지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인어?”
모습은 분명 인어였다. 하반신은 물고기고, 상반신은 인간인 인어. 그런데 남자는 없고 여자들만 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갑옷을 잘 챙겨 입고 있다. 이 부분은 정말 뭔가 아쉽다.
퍽!
내 생각을 읽은 건가? 무서운 놈. 난 통역 마법을 사용했다. 그리고 물었다.
“너희들은 뭐지?”
“침략자!”
“너희가 침략자라고?”
내 말에 상대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아, 내가 침략자라고? 미안.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 내가 이 호수에 볼일이 있어서 말이지.”
내 말에 인어들이 꺼림칙한 모습을 보인다. 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호야를 보는 것이다. 그리고 몇몇 인어들은 호야에게 인사를 한다.
역시 얘가 여기서 깡패였나보다. 백이 생기면 뭐다?
“나는 호야의 반려인이다.”
백을 이용해야 한다. 일단 내가 인어들을 다 죽일 것이 아니라면 가급적이면 싸움은 피하고 싶었으니까.
내 말에 인어들이 양쪽으로 물러서더니 그 가운데로 누군가 걸어 나온다. 아니, 걷는다고 해야 되나? 아무튼 나오고 있다.
“당신이 저분의 반려인이시라구요?”
“그렇…… 네, 맞습니다.”
“오랜만에 뵙는군요. 숲의 지배자시여.”
왕관을 쓰고 있는 것을 보면 딱 봐도 저 인어들의 여왕쯤 되는 존재인 것 같다. 그런데 그런 여왕으로 보이는 인어가 우리 호야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심지어 ‘숲의 지배자’라고 한다.
‘너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거니?’
더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