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7화
제117화 일단락
사실 일본 헌터들의 레벨은 우리보다 한참 낮았다. 지금도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지금 우리 헌터들의 평균 레벨은 80을 넘기고 있으니까. 하지만 지난번보다 확실히 일본 헌터들의 전체적인 레벨이 올라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처럼 시간비가 높은 게이트가 있나? 군주가 그런 게이트를 소유하고 있다면 시간비 조절이 되려나? 나야 어차피 특전 보상이 있었으니 그렇다 치지만, 아닐 것 같은데 말이다.
그런데 이번 일본 헌터들의 평균 레벨은 50레벨 수준에 다다랐다.
“이상한데?”
“왜?”
“재들 레벨이 전체적으로 확 올라갔어.”
“음? 어느 정도?”
“평균이 50 정도 될 것 같아.”
“뭐, 우리한테 안 되는 것은 마찬가지잖아.”
“그치, 하지만 지난번 이키섬 때와 지금 시간을 생각해 보면 저렇게 고렙인 헌터들을 감춰 놨었다? 그것도 이상하지 않아?”
“그런가? 확실히 대마도나 이키섬에서 우리를 막는 편이 훨씬 편했을 텐데 이상하긴 하네.”
선우도 나의 이야기에 동의하고 있다. 뭔가 비정상적이다. 그리고 저들이 우리를 못 막는다는 것을 등신이 아니고서야 이토 히로유키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천 명에 가까운 헌터로 우리 앞길을 막고 있다. 이게 처음에는 우리의 능력을 몰라서 그랬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아니다.
오히려 뭔가 노림수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짜증 나는 것은 그 노림수가 뭔지 모른다는 것. 처음에는 그냥 멍청한 군주라고 생각했는데, 계속해서 같은 패턴으로 나온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니까.
우리도 바람의 일족과 물의 일족, 거기에 오크들까지 동원할 수 있다는 비밀이 있다.
저들이라고 없을까?
그 정도도 안 되는 인간이 군주가 되기는 어려웠을 거로 생각한다.
나름 뭔가가 있으니까 군주가 되었겠지.
“막을 생각인가?”
난 목소리에 마나를 집중해서 말했다. 딱히 소리치지는 않았지만, 내 목소리는 아마 저들에게 천둥처럼 울렸을 것이다. 이것은 원래 할 수 있던 것이지만 음파를 잘 사용하는 레라에게 배워 더 강화된 기술이다.
“으윽.”
“큭.”
일본 헌터들은 내 말에 이미 상당히 타격을 받은 것 같았다. 이대로 물러나 준다면 나에게는 오히려 기쁜 일이겠지만, 그럴 생각은 없어 보인다.
헌터들은 각자의 무기를 꺼내며 전투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특이한 것은 그들의 뒤편에 지난번에는 보지 못했던 이들이 있다는 것인데, 같은 제복을 입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이토 히로유키와 관련이 있는 헌터들로 보였다.
저들의 평균 레벨은 60에 달한다.
그리고 직접 전투에 참가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내가 관찰로 살펴보니 대부분이 버프류의 스킬들을 가진 이들이다.
일본 헌터들이 공격 준비를 하는 것을 보고 난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강하게 내리자 기사단들이 돌격을 시작한다.
500명의 돌격은 매우 강력했고, 일본 헌터들은 재빨리 대형을 짜고 우리의 돌격을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냥 말들만 있는 것도 아니고, 아니, 말 자체도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애들이라 일본의 대형은 별 의미가 없었다.
쾅! 콰광!
중앙에서 인간 기사단이, 좌익에 바람의 일족, 우익에 물의 일족이 돌격을 하는데 양익에서 마법 공격부터 시작하니 대형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그리고 일방적인 전투가 이어진다. 우리 시호 수호대는 전투에 아예 참여하지 않았다. 위험해 보이는 쪽이 있으면 지원을 하려고 했지만, 위험한 곳이 없다.
물의 일족이 마법에 능한 편이라 물의 일족이 우리가 할 일을 대신해 준다. 그러는 동안 난 뒤쪽에 있던 일본 헌터들을 주목하고 있었다.
본대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그들 역시 중앙의 전투와 나를 관찰하고 있다. 저들 중에 나에게 관찰 스킬을 사용한 이도 있는 것을 보면 게이트 주인도 있다는 이야기.
하지만 당연히 나보다 관찰 스킬이 낮았기에 관찰이 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시도를 하고 있는데, 이유를 모르겠다.
난 그게 거슬린다는 생각이 들어서 레라에게 말했다.
“저쪽에 있는 사람들 전투 불능으로 만들어 주시겠어요?”
“네, 군주.”
레라는 여왕이라는 위치에 있기에 시호 수호대와 함께 있었다. 헬레나의 마법은 너무 파괴적이라 레라에게 저들을 부탁했다.
그리고 곧 그들이 서 있던 곳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얼음이 땅에서 솟아오르더니 그대로 그들을 얼음 감옥에 가두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혹시라도 바로 죽여 버리면 어쩌나 했다.
전투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발생한 것은 당연하지만 무기를 버리고 바닥에 엎드리는 이들은 공격하지 않았다.
이 부분은 이미 UN에서 공표를 한 부분이기에 우리도 따르고 있다.
하지만 끝까지 목숨을 걸고 덤비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이들은 대부분 물의 일족이나 바람의 일족 손에 목숨을 잃었다.
그렇게 해서 결국 일본 헌터들은 전부 제압당했다. 그런데 그 순간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얼음 감옥에 갇혀 있던 이들이 사라진 것이다.
“뭐야, 공간 이동 스킬도 있는 거야?”
난 어이가 없었다.
“뭔 소리야?”
“저 얼음 감옥에 있던 헌터들 사라졌다.”
“엥?”
선우는 그쪽을 신경 쓰고 있지 않았기에 어이가 없다는 듯이 묻는다.
“레라, 어떻게 된 건가요?”
“마법으로 도주한 것 같아요. 마나의 움직임이 있었어요.”
“혹시 추적은 가능한가요?”
“안 될 것 같은데요.”
“알았습니다. 아무래도 도망간 그놈들이 뭔가를 꾸미는 것 같은데…….”
“찝찝한 놈들일세.”
내 말에 선우도 동조한다.
“일단 정리 좀 하자.”
“알았어.”
선우는 나를 대신해서 헌터들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어차피 전투를 포기한 헌터들은 그 자격만 뺏고 풀어 줄 거라 그들은 따로 분류하고, 사망한 헌터들은 곱게 시신을 수습했다. 저들을 풀어 줄 때 저들도 데리고 가게 할 생각이다.
그렇게 일단 가라쓰시의 게이트에서의 전투가 끝났다.
멍멍!
찡찡이가 내 바지를 물고 늘어진다. 그래서 난 찡찡이가 이끄는 곳으로 따라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가라쓰시의 게이트 주인을 만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스즈키 하루.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광산 생산량 증가 스킬이다. 나도 처음 보는 스킬이었다. 아마 스즈키 하루의 게이트는 광산이었나 보다.
“제 휘하로 들어오시겠습니까?”
“네, 부디 받아 주세요.”
아마도 스즈키 하루도 당한 것이 많았나 보다. 난 그녀를 받아들이고, 물의 일족과 바람의 일족을 게이트를 통해서 우리 영지로 보냈다.
남은 것은 인간 기사단들.
그들은 전투의 흔적을 지우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난 바람의 일족에게 정기훈과 뒤처리팀을 보내달라고 했기에 그들을 기다렸다.
“괜찮으십니까?”
“아, 네. 그런데 세율이 정말 이것뿐인가요?”
“네. 이상한가요?”
현재 우리 영지의 휘하 영주들 세율은 1할이다. 난 이보다 더 줄이고 싶었지만, 이게 최소라고 했다.
“이토는 9할을 뜯어갔어요. 덕분에 우리 마을의 경제가 안 좋아졌죠.”
“미친놈이네요.”
“큭.”
내 말에 하루가 웃는다.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당연하죠. 그게 무슨 미친 짓입니까? 전 더 내리고 싶은데 반대가 많아서.”
“하아…… 지금이라도 군주님의 휘하에 들어가게 되어서 다행이네요.”
“네, 앞으로는 편하게 지내시면 됩니다. 처음 게이트를 얻었을 때처럼. 그런데 혹시 일본 헌터들이 이곳에서 범죄를 일으키거나 그러지는 않았습니까?”
“제가 안에만 갇혀 있어서 잘은 모르지만, 그런 이야기는 못 들었어요. 그런 짓도 하나요?”
“이키섬에서는 그런 놈들이 있었죠. 뭐 지금은 그러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겠지만.”
최소한 헌터 범죄는 더 벌어지지 않는 것 같았다. 생각이 있는 놈들이라면 더 그래서는 안 될 것이다.
아님 내가 몽땅 죽여 버려서 무서워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다행인 일이다.
“그럼 게이트에서 할 일이 좀 있어서 포로로 잡힌 헌터들의 소거 작업을 해도 되겠습니까?”
“네, 그러세요.”
스즈키 하루와 대화를 하고 있는데 정기훈이 뒤처리 팀을 이끌고 넘어왔다. 난 그에게 뒷일을 맡기고 스즈키 하루의 게이트에 속한 헌터들을 살펴보았다.
대다수는 헌터를 그만하길 원했고, 난 그런 그들의 뜻을 들어주었다. 지금까지 이 안에서 강제 노역을 했었다는데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명.
스즈키 하루와 소꿉친구라는 헌터가 남아 있기를 희망했고, 난 그의 뜻을 존중했다.
-계속해서 정복 전쟁을 이어 가시겠습니까? 다음 목적지는 사세보시입니다.
“일단 이쪽 섬은 끝까지 가 봐야겠지.”
-일주일 후 사세보시를 공격할 수 있습니다.
다시 일주일의 시간이 주어졌다. 그리고 그사이에 정기훈은 빠르게 뒷정리를 시작했다.
* * *
규슈섬의 대부분은 정복을 끝낸 상태. 마지막으로 후쿠오카시가 남아 있다.
거의 몇 주에 걸친 일이었지만 우리는 큰 부상을 입은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내 예상대로 갈수록 일본 헌터들의 레벨은 높아졌고, 마지막 전투에서 일본 헌터들의 레벨은 거의 80레벨을 찍고 있었다.
이 정도의 레벨업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우리 영지 같은 곳이 있어야 할 텐데, 정기훈이 알아 온 바로는 일본의 군주가 가진 게이트는 시간비가 1대 2라고 한다.
즉, 우리만큼의 효율을 보일 수는 없다는 이야기. 그럼에도 계속해서 헌터를 갈아 넣으면서 우리를 막았다. 아니, 막았다기보다는 뭔가 일부러 짬처리를 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의문의 헌터들이 등장했고, 이제는 내가 처리를 하기 전에 곧장 공간 이동으로 튀는 것 같았다. 그들이 도대체 뭘 하는 것인지 아직도 알아내지 못했다.
심지어 매번 다른 놈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졌다. 이 부분에 대해서 정기훈에게 알아보라고 했지만, 그의 능력으로도 그들의 정체를 알아내지는 못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일이라면 중국이 기어코 동남아의 성역 하나를 정복했고, 대성역을 뺏어서 결국 대성역을 자신들의 나라로 옮겨 가기까지 했다.
이 부분에서 세상 사람들은 놀랐다.
대성역이 움직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몰랐으니까.
그런데 이게 더 문제를 일으키게 되었다. 대성역을 정복해서 자신들의 나라로 옮기려는 움직임들이 곳곳에서 생기고 있으니까.
거기에 중성역이라는 것들도 등장했다. 대성역 공략에 실패했던 나라들에 중성역이라는 것이 하나씩 등장했다.
이것은 지역이 아니라 나라별로 등장한 부분이다. 그리고 중성역의 효과는 당연히 대성역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나라를 지탱하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했다.
중국에는 여러 개의 중성역이 등장했는데, 그중에 하나를 대성역과 합쳐서 대성역을 진화시켰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헌터들의 전쟁은 이제 완전히 세상에 자리를 잡았다.
헌터가 아닌 사람들 중에는 그런 그들의 진짜 피 튀기는 전투를 즐기는 부류도 만들어졌다.
정말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느낌이랄까?
“규슈에서 멈추실 생각입니까?”
정기훈의 물음에 난 잠시 생각을 해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아직 모르겠습니다. 일단 규슈를 먹고 나서 생각하죠.”
“알겠습니다. 그럼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후쿠오카시의 전투는 이제 3일 뒤다. 이제 어느 정도는 정리를 해야 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