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8화
제118화 다시 변화하는 세상
후쿠오카시의 게이트를 공략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 앞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일본 헌터들이 90레벨대에 이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행인 것은 우리 영지 헌터들의 평균 레벨은 105레벨 정도가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영지의 특수성 때문이다. 그렇다는 것은 저들에게도 그 어떤 특수성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동레벨이라고 해도 저들의 전투력은 우리 영지의 기사단과 비교할 바는 아니다. 레벨 업당 주어지는 포인트에서 엄청난 차이가 난다.
똑같은 90레벨 수준의 헌터라면 우리 영지의 헌터들이 능력치가 대략 200 가까이 높다.
우리 영지에서는 레벨 업을 할 때 주어지는 포인트가 5다. 그렇게 보면 내 예상으로 일본의 영지에서 레벨 업 할 때 주어지는 포인트는 2이거나 3이 아닐까 싶다.
예전에 선우의 말에 따르면 3만 해도 높은 편이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 영지는 5다. 이 부분에서 아마 다른 영지와 큰 차이를 만드는 것 같았다.
결국 후쿠오카시의 게이트도 내 휘하로 들어왔다. 그래서 나는 더 진군을 하느냐 마느냐를 고민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메시지가 나에게 전달되었다.
-다른 나라의 한 지역을 점령했습니다. 점령 보너스가 지급됩니다.
-대성역의 축복이 강화됩니다.
-대군주의 자격을 획득했습니다. 직업이 대군주로 바뀝니다.
-다른 군주와의 전투는 지구 시간으로 3달의 유예 기간을 가집니다. 내정에 집중하세요.
규슈지역을 완전히 휘하에 넣은 보상이었다.
먼저 대성역의 축복이 강해졌다는 것은 우리 대성역의 정보로 알 수 있었다.
*대성역에 입장하면 체력과 마나가 회복된다. 상처와 질병이 성역에 있는 것만으로도 완전히 치유된다.
*대성역에 속한 영지들의 발전도가 가파르게 오릅니다.
*대성역에 속한 지역의 동식물과 공기, 물이 정화됩니다.
먼저 달라진 것은 입장하는 것만으로도 체력과 마나가 회복된다는 메시지다. 거기에 상처와 질병이 완전히 치유된다는 메시지.
지금까지는 계속해서 치유가 되고 있다고 느끼기는 해도 완전히 치유가 된다는 느낌까지는 들지 않았다고 했다.
연구팀의 대장인 누나의 말이니 맞을 것이다. 그런데 그 부분에서 완전한 치유로 바뀐 것.
거기에 발전도가 가파르게 오른다는 것과 동식물, 공기와 물이 정화된다는 부분. 이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아무리 규슈지역이라고 해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영향이 없을 수 없었을 테니까.
우리 대성역의 축복이 강화되었다는 것이 실감이 간다.
“아무튼, 당장은 전투가 끝난 것 같지?”
선우의 질문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시스템도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
“어, 최소한 3개월은 전투가 벌어지지 않을 것 같네.”
“세상이 난리가 났네. 우리는 네 덕에 그런 난리를 안 겪었지만.”
선우가 하는 이야기는 몬스터의 출몰 때문이다. 요즘 세계 곳곳에서 몬스터가 등장했다는 뉴스가 자주 나오고 있다.
게이트가 터지는 일이 발생한 것인데 이것은 대성역과 관련이 있다. 대성역 공략에 실패를 했던 나라나, 대성역을 빼앗긴 나라에서 영지의 발전도가 점점 떨어지다가 제로가 되었을 때 영지 내에 있던 몬스터들이 게이트 밖으로 튕겨지듯이 나오게 된 것이다.
다행히 아직 그렇게 대단한 몬스터들은 등장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오크가 가장 까다로운 몬스터인 정도.
오크를 영지민으로 데리고 있는 우리 영지에 대해서 사람들이 경각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우리들에게는 상당히 거북한 일이 된 부분이 있지만, 그렇다고 오크를 포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나에게 그 문제를 거론하는 이들은 없다. 내가 나쁜 마음을 먹으면 대한민국이 작살날 거라는 것을 다들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대군주가 되신 것을 경하드립니다.”
“요즘 어디 사극 보시면서 연습하십니까?”
정기훈의 과장된 말에 내가 웃으며 말하자 정기훈도 웃는다.
“한 번 해 보고 싶었습니다. 아무래도 전 재상이 체질에 맞나 봅니다. 하하하.”
재상이라는 것은 결국은 2인자다. 하지만 정기훈은 2인지가 마음에 든다고 한다. 자기가 그렇다고 하니 내가 뭐라고 할 문제는 아니다.
“그럼 일단 돌아갑시다.”
“네.”
우리는 후쿠오카시의 게이트를 통해서 서울로 돌아갔다.
* * *
요즘 아버지는 입이 귀에 걸려 있으시다. 사료 회사를 완전히 인수한 후에 우리가 만드는 사료는 세계적으로 팔려나가고 있다.
주로 치료용 사료를 만들고 있지만, 치료용 사료의 9할을 우리가 장악하고 있기에 불티나듯이 팔려나간다.
더는 돈이 의미가 있을까 싶었지만, 여전히 돈이라는 것은 인간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수단이자 무기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선우 아버님은 시호타운으로 불리는 잡화점 인근의 모든 땅들을 사들이시고 큰 부자가 되셨다. 전략적으로 이 부근에 오면 여러 가지 건강에 좋은 음식들을 판매한다고 해서 요즘은 외국인들도 많이 찾아오고 있다.
고연주는 시호 수호대로 활약하면서 연예계에서 상당한 러브콜을 받고 있다. 그 외의 연예인 헌터들 역시 많은 러브콜을 받는다.
대체적으로 제주도 게이트에서 헌터가 되었던 이들은 소위 말하는 한물간 연예인들이 많았다. 그런 그들이 기사단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팬들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정부의 입장이 이제는 완전히 정해졌다.
원래 정치인이라는 것은 대중의 니즈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대중들은 우리가 일본을 정벌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뭐 규슈지역을 정벌한 것은 맞으니 틀린 얘기도 아니다.
웃긴 것은 친일파였거나, 일본의 후원을 받던 이들은 대부분 일본으로 이민을 가거나, 도주했다는 것이다.
거기에 현재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대성역의 주인인 내가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지지를 더욱 끌어올린 부분도 있다.
그런데 의외이긴 하지만 내 업적이랄까? 그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바로 북한.
북한을 완전히 장악한 영주들은 평화통일을 진행하고 있다. 김씨 일가들은 이미 다 숙청당한 상태이고, 군부의 권력을 잡으려고 했던 이들은 모두 감옥에 수감되었다.
우리 영지에 속한 북한 헌터들이 규슈 공략에 참여하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들은 그사이에 북한을 정리했고, 북한 주민들의 지지를 끌어냈다.
풍족하게 먹을 것을 주고, 약품을 지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들의 지지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중국은 그런 북한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 수 없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기들의 문제도 해결이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남아에 있는 대성역을 차지했지만, 그 대성역이 중국 전역을 커버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중국 이곳저곳에 중성역이 생기면서 중국이 여러 개로 찢기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주석도 이것을 해결하려고 했지만, 불가능했다. 헌터들은 웬만해서 현대 화기로 제어가 안 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은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남쪽 대성역에 속한 지역과 각각 중성역으로 이루어진 지역으로 나뉘는 중이다.
특히 우리 대성역의 영역과 마주한 중성역이 있었는데, 그쪽의 중성역을 담당하는 대영주는 오히려 우리에게 평화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난 그것을 받아들였다.
상대가 평화를 원한다며 숙이고 들어오는데 굳이 내가 전쟁을 하자고 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그렇게 규슈를 점령한 지 1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 * *
“저게 무슨 일이지?”
우리 집은 오크들의 개보수를 통해서 매우 크게 확장이 되어 있는 상태다. 사람들이 우리 영지에 오크가 영지민으로 있다는 것을 알음알음 알고 있는 상황에서 난 그냥 대놓고 이들을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영지민이라는 신분 때문에 게이트를 내 허락하에 출입하는 것이 가능했다. 카락은 발전된 건축술로 우리 집을 새로 만들었는데, 게이트가 있던 내 방은 철통같은 보안을 자랑하는 장소로 만들었다.
그리고 외부에는 우리 영지민들을 위한 장소를 만들었는데, 이미 우리 집 주변의 땅들은 다 사들였기에 여기에 왕성과 비슷한 건물이 만들어졌다.
우리는 지금 일명 시청각실이라 불리는 곳에서 대형 TV를 함께 보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놀라운 장면이 나오고 있다.
“저기가 그러니까 홋카이도란 말이지?”
선우가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그러게. 홋카이도라고 하네.”
홋카이도에는 무슨 일인지 중성역이 만들어졌다. 그로 인해서 일본 대성역에서 발을 빼 버린 지역이다. 그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솔직히 잘 모른다.
하지만 지금.
홋카이도에서 피바람이 불고 있다.
일본의 본섬, 그러니까 혼슈라고 불리는 가장 큰 섬에 대성역이 있는데, 무슨 일인지 그 아래에 있는 시코쿠와 홋카이도에서 독립을 하게 된 것이다.
각각 중성역이 생기면서다.
다른 대성역 지역에는 중성역이 생기지 않았는데 저들에게만 생긴 이유로는 아마 우리와의 전투로 인한 페널티가 생긴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시코쿠 지역은 어떻다고 합니까?”
“그쪽은 워낙에 조용히 움직이고 있어서 별다른 정보가 오고 있지 않습니다.”
“음, 거기도 저렇게 되었을 수도 있다는 거겠군요.”
“네, 하지만 좀비라니…….”
홋카이도의 상황은 혼슈에서 파견된 헌터들이 피바람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저건 질병이라고 해야 할까?
좀비 사태가 벌어졌다. 하지만 저 좀비가 일반적으로 우리가 영화에서 봤던 좀비는 아니다.
분명 좀비이긴 한데 상당한 지능을 가진 좀비들이다.
‘우어어’하며 느릿느릿 걸어 다니면서 전염을 확산시키는 그런 좀비는 아니라는 이야기. 그렇다고 흔히 말하는 K좀비처럼 좀비들이 미친 듯이 달리면서 사람들을 감염시키는 것도 아니다.
분명 좀비지만, 좀비들이 무기를 들고 설친다. 골때리는 것은 그 좀비가 일반인들은 공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인위적이죠?”
“네, 좀비를 만들고 조종할 수 있는 뭔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급격한 레벨 업을 보였던 일본 헌터들. 지금은 TV로 봐서 좀비의 정보까지는 관찰로 알 수 없다.
“일단 일반인의 피해는 없어 보이니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게요.”
정기훈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중국 쪽에서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중국에서요? 저한테 찾아올 이유가 있나요?”
“지금 중국의 산둥반도 쪽이 몬스터에게 점령당한 상태라는 것은 지난번에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그랬죠. 외부에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했죠?”
“네. 아마 그 일로 찾아온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군주님과는 일전에 만난 적이 있는 이들이라고 하더군요. 메이린과 샤오핑이라는 인물들입니다.”
“굳이 내가 만나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딱히 중국을 좋아하지는 않는데.”
“경계가 무너지면 그다음에는 우리 영역까지 몬스터가 침범해 올 수도 있는 것이라…….”
몬스터가 우리 영역으로 들어올까? 난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일단 여기까지 찾아왔다니 만나는 보기로 했다.
그런데.
“오랜만에 인사 올립니다, 대군주님.”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대군주님.”
지난번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는 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