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학개론-119화 (119/182)

제119화

제119화 드워프를 만나다

“지난번 만났을 때와 상당히 태도가 달라진 것 같군요?”

“그때는 저희가 무례를 범했습니다.”

샤오핑이 먼저 앞으로 나서며 말한다. 그때는 영주였고, 지금은 군주. 달라진 것은 그것뿐이지만, 이들에게는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정기훈에게 들은 바로는 산둥반도는 몬스터에 의해 점령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들이 왔다고 알렸을 때 산둥반도 이야기를 했다는 것은 이들이 그쪽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뭐, 그런 것은 그렇다 치고, 무슨 일로 찾아왔습니까?”

“저희의 군주가 되어 주세요.”

메이린의 말에 난 이게 뭔 소린가 싶었다. 산둥반도는 우리 대성역의 영역 밖이다. 그 중간에 뭔가 우리와 마찰이 있어서 정복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도 아니고.

“내가 이해가 안 가서 그러는데 일단 가능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우리 영역은 거기까지 뻗어 있지 않으니까요.”

“알고 있습니다.”

샤오핑이 말한다.

“아는데 왜?”

“메이린 님은 중성역의 주인이 되셨습니다. 중성역은 휘하에 영지를 넣을 수 있죠. 그리고 최종적으로 그 영지가 맞닿은 곳의 대성역의 휘하에 들어가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러니까 우리 영역이 닿아 있는 곳까지 진군을 하고, 마지막에 우리 대성역에 들어오겠다?”

“맞습니다.”

난 가만히 두 사람을 보다가 물었다.

“그런데 왜 내가 그걸 받아 줘야 하죠?”

다시 말하지만 내 꿈이 세계 정복은 당연히 아니다. 그런 쪽으로 꿈을 꿔 본 적도 없다. 그런데 굳이 중국까지 품는다? 위쪽으로 러시아랑 몽골만 해도 머리가 아픈데?

굳이 그래야 할 이유를 못 느낀다.

“난 당신들이 우리를 적대하지 않는다면 굳이 당신들과 싸울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니 중성역을 잘 가꾸고 살아가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일본은 왜…….”

“오해가 있나 본데 일본은 그쪽이 먼저 공격을 하려고 해서 선제적 타격을 했다랄까? 아시잖습니까? 일본이 어떤 놈들인지.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저들이 어떻게 나오냐에 따라 다르게 될 겁니다.”

메이린과 샤오핑이 눈빛을 교환한다. 눈빛만으로 많은 것을 서로 알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메시지 마법 같은 것이라도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대군주님의 말씀대로 우리는 중성역을 키워서 산둥반도에 나름대로 자리를 잡겠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혹시 중국에서…….”

“그건 그때 생각하도록 하죠.”

나에게는 동남아의 대성역을 뺏은 중국인이나 눈앞에 중국인이나 똑같은 중국인일 뿐이다. 그러니 저런 가정의 이야기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네, 몬스터가 많다던데 고생하세요.”

“감사합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돌아갔다. 그리고 정기훈이 들어온다.

“아마 저들도 대군주님이 받아 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럼 뭐 하러 여기까지.”

“보여 주기일 겁니다.”

“보여 주기요?”

“네, 동남아 쪽 대성역을 얻은 중국과 사이가 안 좋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군주님께 와서 협상을 하는 척을 한 것이겠죠. 그것만으로 우리가 무슨 협상을 했는지는 알 수 없으니 중국 대성역의 주인이 조심하게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내가 백그라운드인 것처럼 보이려고 여기에 왔었다는 거다.

“그걸 맨입으로요?”

“엄청난 선물들을 가지고 왔습니다. 특히나 백두산 호랑이들 20쌍과 판다 열 쌍을 선물로 가지고 왔습니다.”

“어? 그거 불법 아니에요?”

“압록강 쪽 게이트를 통해서 우리 영지로 보내왔습니다.”

“그거 완전…… 밀수네요.”

“그렇죠. 그리고 남미 쪽은 이런 방법으로 미국에 마약을 팔고 있다고도 하더군요.”

세상이 바뀌면 참 빠르게 적응을 하는 이들이 있다. 그중 제일 발빠른 적응을 보여 주는 것이 범죄자들이 아닌가 싶다. 벌써 게이트를 이용해서 범죄를 저지른다니.

“뭐, 그런 방법을 통해서 우리나라에서는 멸종되었거나, 구하기 어려운 동식물들을 저들이 보내 주고 있습니다.”

멸종위기종을 우리 쪽에 보내 주는 일을 하고 있다니 난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일단 저들에게 이용당해 주는 듯한 액션이면 되겠죠?”

“그 정도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먼저 들어왔던 레서 판다를 비롯한 멸종위기종들은 잘 크고 있습니까?”

“네, 굉장히 빠르게 번식을 하고 종족을 불려 가고 있습니다.”

“호야, 도대체 왜 멸종위기종을 모으라고 한 거야?”

냐앙?

호야는 모르겠다는 얼굴을 한다. 모르는 게 아니라 모르는 척을 하는 거다.

“후후. 레서 판다는 애들한테도 매우 인기가 좋습니다. 아이들 중에서 동물 친화 스킬을 가지게 된 아이들이 많아서 동물들과 잘 어울리고 있죠.”

동물 친화는 난 이미 맥스까지 올려서 더는 올릴 수도 없는 스킬이다. 보기에 조만간 다른 스킬로 진화를 할 것 같긴 한데 아직은 좀 지켜봐야 한다.

“불새.”

삐약.

“이시키 뭔 병아리 흉내를 내고 있어.”

삐약.

나한테 구박을 받아도 불새는 꿋꿋한 녀석이다.

“야, 너 왜 새끼 안 낳냐?”

불새의 새끼.

조류니까 기본적으로 알을 낳을 것 같긴 하지만, 뭐 새끼는 새끼일 테니까.

이 녀석의 새끼에 대해 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원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시연이, 선우, 고연주 씨, 헬레나, 레라까지. 다섯 마리는 필요해.”

불새의 정보는.

이름: 불새(99레벨).

종족: 페르포타.

힘 224, 민첩 325, 체력 523, 지능 180, 정신력 542.

스킬: 불의 화신(액티브) MAX, 화염 분출(액티브)MAX, 고속 비행(액티브)MAX, 소형화(액티브)MAX.

특이사항: 페르포타는 자웅동체의 몬스터로, 현재 단 한 마리만 남아 있는 개체입니다.

단 한 마리만 남아 있는 녀석이지만 자웅동체이기에 알을 낳을 수 있다. 그런데 벌써 한참이 지났는데 이 시키가 알을 낳는 것을 보지 못했다.

“새끼를 못 낳으면 별 필요가 없는 애니까 그냥 죽여야 되나…….”

내 말에 불새가 갑자기 변신을 해서 닭의 크기로 커졌다.

꼭꼬! 꼭꼬! 꼭꼬!

그렇지 않아도 새끼를 낳으려고 했단다. 그러더니 자기의 집이 있는 쪽으로 후다닥 날아간다.

불타는 닭이니까 저것도 불닭인가? 불닭이 갑자기 땡기네.

냐앙!

“뭐? 뭐 잊은 거 없냐고?”

냐앙! 냥냥!

“아, 잊힌 신전.”

드워프의 발자취가 남겨 있었던 잊힌 신전. 난 두 번째 포인트가 드워프가 있는 곳일 거라 생각했지만, 그곳에는 물의 일족이 있었다.

그러니 드워프를 잊어버리고 있었다고 할까?

“호야, 드워프가 있긴 해?”

냐앙!

“모른다고? 뻥치시네.”

내 말에 호야가 내 얼굴에 자기 얼굴을 비비적거린다.

냥냥! 냥냥냥냐앙!

“가 보자고? 알았다. 가자.”

난 정기훈에게 대수림으로 간다고 하고 까망이를 타고 호야와 함께 대수림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잊힌 유적이 있는 곳으로 가서 그것을 다시 관찰했다.

그랬더니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였다.

“어라? 이거 누가 왔다 갔었는데?”

냐앙!

호야도 그렇다고 한다. 아무리 봐도 잊힌 유적을 누군가 건드린 흔적이 있다. 난 흔적을 관찰했다. 그랬더니 흔적이 한 곳으로 이어지고 있다.

“저기다.”

우린 흔적이 이어진 곳으로 따라가기 시작했다. 위험해서 따라가지 말아야 할 곳이라면 호야가 알아서 나를 멈추게 할 거라는 믿음이 있으니 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까망이를 타고 흔적을 따라간 지 두어 시간이 흘렀을 때다. 발자국은 뭔가를 탄 것으로 보였다. 처음 보는 발자국이지만, 네발 달린 짐승이라는 것은 확실했다. 그 발자국을 따라서 까망이를 달리게 해서 다시 두 시간 정도를 갔다.

그랬더니 지금까지 대수림에서는 보지 못한 것이 등장했다.

“저거 요새 같아 보이는데?”

냥!

호야도 그렇게 보인단다. 요새라는 것이 뭔가? 적을 막기 위해서 만드는 것이 요새라는 것이지 않은가.

그런 요새가 있다는 것은 최소한 지성체가 있을 거라는 이야기로 보인다. 그리고 잊힌 유적에서부터 이어진 자국을 따라와서 발견하게 된 요새라면 저 주인이 누구일지는 뻔했다.

“어떻게 할까? 굳이 공격할 필요는 없겠지?”

냐앙!

당연하단다. 그래서 난 일단 가만히 자리에 서서 요새에서 드워프가 등장하기를 기다렸다.

혹시 몰라서 양손을 하늘로 들고서.

그렇게 30분쯤이 지나자 요새 위에 정말 영화에서 본 것 같은 느낌의 작은 키의 드워프가 모습을 드러냈다.

“누구냐!”

“전 시호 영지의 영주입니다.”

“시호 영지?”

“대수림 바로 밖에 있습니다.”

그 말에 상대는 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대수림을 나갈 수 있다고?”

“네, 그러니까 제가 여기에 왔겠죠?”

웅성웅성웅성웅성.

드워프들은 상당히 혼란스러운 것 같았다. 왜 그런지 몰라도 저들에게 대수림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이 매우 큰 의미인 것 같았다.

“보다시피 전 공격할 의사가 없습니다. 그러니 대화를 조금 더 나눠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잠시 기다리시오.”

상대의 말투가 바뀌었다. 이것은 예의를 차리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나저나 헬레나의 통역 마법은 정말 짱이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 보는 종족과도 대화가 잘 되니까. 매번 새롭다.

그렇게 딴생각을 하면서 잠시 기다리니 요새의 문이 열렸다.

요새 위에 있을 때는 매우 작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드워프의 키는 대략 130cm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조금 큰 드워프는 140센티 정도 되는 키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막 그렇게까지 반토막이라든가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

거기에 불끈불끈한 근육들이 자리를 하고 있는데 말 한번 잘못하면 골로 갈 것 같다는 느낌이 확 밀려온다.

“들어오시오.”

“실례하겠습니다.”

난 들어가면서 관찰로 요새를 살펴보았다. 그러자 의외로 이곳은 요새가 아니라 드워프의 마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을 자체를 요새로 만들어 둔 곳이라는 이야기.

그리고 한 쪽에는 광산의 입구로 보이는 것이 보였다. 한쪽에는 거대한 대장간이 있었다.

흔히 소설에 나오는 드워프는 대장장이에 광부, 그리고 맥주를 즐겨 먹는다는 이미지가 있다.

실제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우리가 알고 있던 드워프의 모습 그대로였다.

“어서 오시오. 난 이 드워프 마을의 촌장 카플로스라고 하오.”

레벨 120의 카플로스는 ‘카플로스 대장장이(숙련)’의 스킬을 맥스로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 외에 전투 능력도 있고, 광부 스킬 같은 것도 있다.

“반갑습니다. 시호 영지의 영주이자, 여러 영주들의 집합체의 군주를 맡고 있는 최시우라고 합니다.”

“군주? 방금 군주라고 했소?”

“네, 맞습니다. 혹시 시스템에 대해서 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시스템은 저를 군주라 칭합니다.”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의외로 드워프는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것은 시스템을 이해하고 있다는 이야기로 보였다.

“그렇다면 진짜 군주라는 뜻이겠구려.”

“네, 뭐.”

“그렇다면 최시우 군주.”

“네.”

“우리의 부탁을 하나 들어주시겠소?”

“부탁이요?”

“그렇소.”

“네, 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요.”

“물론 공짜로 들어달라는 이야기는 아니고,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를 것이오.”

“네, 일단 들어보죠.”

“그러니까…….”

카플로스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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